부산에서 태어나서 줄곧 부산에서 살았지만 해운대, 광안리, 태종대 같은 곳 이외에는 별달리 아는 곳이 없었다. 죄다 놀 수 있는 곳이라면 만화방, 게임방, 술집, 영화관 등등 돈을 들여서 노는 곳이 주된 여가생활이었다. 하지만, 날씨는 더워져가고 다들 피서를 가고 해서 우리도 어딘가를 찾게 되었다. 그러다 갑작스레 희야가 제안한 곳이 장산이라는 곳이다.
그런데 장산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것도 내가 태어났던 동네에 말이다. 그곳의 뒷산이 모두 장산이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가 가려고 했던 장산은 장산공원이라고 알려진 곳인데, 해운대 신시가지까지 가야한다는 말만 들었다.
그러나 그쪽으로는 전혀 지리를 모르는데다 무더운 날씨에 허겁지겁 오느라 미처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나서게 되었다. 그래서 해운대역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내려서 길을 물었는데, 그곳에 오는 사람들 또한 대부분이 외지사람들이라 장산공원을 알지 못했다. 하는 수 없이 택시를 탔으나 의외로 가까운 거리여서 기본요금 남짓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장산계곡이라는 이름으로 듣고 와서 그런지 인공미가 가해진 모습들에 조금 의아해 했었다. 입구부터 조각품들이 있는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산길을 따라 들어가서도 조그만 계곡에 물놀이를 할 수 있게 이것저것 마련해놓은 것들이 많았다.
마치 밀양솔밭을 연상시키는 듯 곧은 나무숲 아래 그늘에는 벤치들이 있고, 철봉을 비롯한 여러 체력단련시설이 있었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 것은 계곡물이 천천히 흐르는 하류지역에 시멘트 등으로 가꾸고 물을 약간 막아두어서 어린 아이들도 맘놓고 놀 수 있도록 해놓은 점이다. 비록 자연속의 계곡을 그대로 두지 않고 시멘트를 발라 뜯어고쳤다는 것은 맘에 걸리지만, 알고보면 그렇게 해 놓은 것은 한정적일 뿐이며 어른들에게도 위험할 수 있는 계곡바닥을 깨끗하게 가꾸어서 가족들이 쉽게 쉬었다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마음에 들었다.
얕은 계곡물은 공원입구에서 얼마되지 않는 거리여서, 뭔가 아쉽기도 한데다 처음의 목표가 장산계곡이어서 끝까지 올라가보기로 했다. 폭포가 있는 곳까지 말이다. 사실 갈등을 하던 도중, 폭포까지의 거리가 얼마되지 않는다는 얘기를 얼핏 들었기 때문에 결정을 한 것이다. 더운날씨에다 구두를 신고 가서 그런지 생각보다는 꽤 걸렸다. 하지만 그리 가파르진 않아서 동네 뒷산 올라가는 정도여서 그리 힘들진 않았다.
계곡에 도착했을 때는 또 한번 놀랐다. 바로 계곡의 규모인데, 폭포라 하기엔 실망감이 들 정도로 낮은 높이였다. 다른 큰 계곡에서 흔히 볼 수 있을법한 높이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 그렇지만 다른 폭포들처럼 제법 넓은 웅덩이를 가지고 있었으며, 물이 너무 맑아서 바닥이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안쪽은 꽤 깊어보였다.
계곡이라하기엔 좁은 물줄기가 흐르는 곳이었지만, 물가에 바위가 있어 걸터앉을 수도 있었고, 어느 정도 물이 고여 천천히 흐르는 곳에서는 작은 물고기들도 볼 수 있었다. 단점이 있다면, 계곡이 좁다보니 바로 옆에 사람들이 있질 않아서, 사진 찍어줄 사람을 찾기가 힘들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소가족 단위 정도는 괜찮겠지만, 5~6명 이상이라면 계곡이 약간 좁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끝>
1999년 여름, 희야랑 둘이서 간단하게 즐긴 피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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