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마냥 망설이기만 하다가, 회사에서 입장권을 할인판매한다는 얘길 듣고 드디어 우리도 계획을 잡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은 웃기기도 하지만, 당시로선 캐리비안베이를 갈 수 있는 방법이란 생각에 마냥 좋기만 했다. 회사에서 입장권을 할인받고, 야간열차를 타고 간다~~??? ㅋㅋㅋ
우리도 거기 함 가볼까?
캐리비안 베이... 이름도 거리도 멀게만 느껴지는 것이었다. 부산에서 용인까지의 거리도 장난아니지만, 입장료만해도 몇만원이나 되는... 그야말로 사치스러운 곳이라 생각해왔다. 샤워비 몇천원만 있으면 되는 해수욕장, 아니면 풀장에서 지내던 여름 피서를 거의 열배나 되는 돈을 들여서 간다는게 사실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우리가 누구인가~ 꼭 써야할 돈이 아니면 아끼는 짠돌이 짠순이 커플이 아닌가... ^^*
TV에서도 "오렌지"라는 시트콤에서 케리비안베이를 배경으로 나오는 등 젊은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인건 사실이다. 결국 희야도 그곳엘 한번 가보고 싶다는 내색을 했다. 아니 지난해에도 그랬었던 것 같다. 그런데 솔직히 부담이 되니까 말로만 했을뿐...
준비됐나~? 준비됐다~!
수원에 도착했을 때는 새벽 5시 경이었다. 여름이지만 아직은 컴컴한 시각이었다. 아직 버스도 없을 것 같아서 근처 게임방에 들렀다가 6시반에 간단히 분식을 먹고 에버랜드가는 버스를 탔다. 그리 밀리진 않은 것 같은데도 한시간이 조금 더 걸린 것 같다.
캐리비안베이는 에버랜드 놀이공원과 나란하게 있는데, 그곳에 도착했을 때 정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침 8시 30분경, 에버랜드 앞은 정말 한산하고 조용했다. 반면 그 옆의 캐리비안베이는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주차장도 가득찼을 뿐만 아니라 수백명의 사람들이 입장을 기다리며 줄을 서 있었다. 희야랑 나는 처음 가보는 것이라, 아무것도 모르고 긴 줄에 서서 기다렸는데, 알고보니 그것은 반입금지 물품을 가진 사람들이 물품을 보관하면서 입장하는 줄이었던 것이다. 다행히 재빨리 눈치를 채고 바로 입장가능한 곳으로 냅다 달렸는데, 입장개시 30분만에 입장이 종료되었다. 한마디로 표가 있어도 못들어온다는 것이다. ㅎㅎㅎ 아찔한 순간이었다.
콩닥거리는 가슴을 잡으며 재빨리 탈의실로 올라갔다. 사실 계단도 사람으로 가득차서 빨리 갈래야 갈 수도 없었지만 말이다. 회사에서 구입한 표를 이용해서 수건도 무료로 대여하고,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에 올 수 있어 마냥 신이 났다. 아~ 여기가 바로 캐리비안베이란 말인가...!!
그런데 그 기분을 잡치는(?) 한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다.
도대체 어디있는거야!!
탈의실에서 수영복으로 다 갈아입고나서, 아무래도 희야가 나오려면 좀 걸릴 것 같아서 입구에 있는 환전소엘 갔다왔다. 베이코인이라고 하는 전자화폐를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손목에다 띠를 두르고 그 바코드를 찍으면 충전된 금액만큼 차감되는 식으로 운영되는 것이었다.
다시 탈의실로 들어오니 희야한테 문자가 왔다. "입구로 와" 짧고도 애매한 말이었다. 나는 아까 베이코인을 구입한 그 입구를 말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곳이 탈의실 건물로 들어오는 입구이기도 했고, 수영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이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질 않았다. 그렇다고 수영장엘 핸드폰을 들고 들어갈수도 없고 해서 다시 전화기가 있는 탈의실로 갔다. 전화통화도 되지 않고 정말 답답한 노릇이었다.
겨우 통화가 되었을때 나는 어디냐고 고함을 질렀고 서로 조금 다퉜다. 희야가 말한 입구는 탈의실뒤쪽에 있는 실내풀장으로 가는 입구를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 입구는 보지 못했고, 야외풀장 입구만을 봤었고, 희야는 그 반대였으니 길이 엇갈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1분 1초가 아까운 시간이었기 때문에 금방 화를 풀고 풀장으로 나갔다.
군것질 삼아서 닭다리 훈제구이를 먹었는데,
진짜 좋다, 그치?
불편해도 구명조끼를 끼고 놀아야 재미있단 말에, 대여해서 입어봤다. 첨엔 어색했지만 그게 몸도 가려주고 해서 오히려 좋았다. 뭐 눈요기할게 적어졌다고 생각들 수도 있었겠지만, 모래사장에서 비키니 입고 썬텐하는 여자들도 많으니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을 듯 싶다. 암튼 TV에서 봤던 해골바가지에서 물 쏟아지는 것도 구경하고, 인공파도가 치는 깊이 2m 풀장에 들어가서 놀기도 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봅슬레이같은 형태의 놀이기구였다. 이름은 잘 생각이 안나지만, 튜브를 타고 물이 흘러내리는 관을 따라 내려가는 것인데 속도감이 장난아니다. 물론 그보다 더 짜릿한 것도 있었지만 줄선 사람이 너무 많아서 타진 못했다.
여기저기서 놀다 좀 피곤해졌다. 날씨도 흐려서 약간 서늘하기도 하고... 아래를 보니 조그만 냇가처럼 물이 흐르고 그 위로 튜브를 타고 물따라 천천히 흘러다니는 사람들이 보였다. 희야랑 나도 한몫끼어서 그곳을 두바퀴는 더 돌았던 것 같다. 그냥 조용히 흘러가며 얘기도 하고 하늘도 보며 여유를 즐겼다. 신나게 물장구치는 재미와는 또다른 것이었다.
조금 쌀쌀해졌다는 느낌이 들때쯤에, 마침 물따라 간 곳이 동굴같은 곳으로 건물안이었다. 흘러가던 사람들이 튜브에서 내려 옹기종기 모여있는 곳이 보여 가봤더니 훈훈한 기운이 전해졌다. 그곳엔 자연적인 바위로 만든 온탕같은 것도 있었다. 얼었던 몸을 거기서 녹히며 또 한번 오고 싶다는 얘기를 나눴다. 너무 행복해하며 말이다.
내가 망사 수영복을 입었었나? ㅡㅜ
한참 수영을 하다가 느낀건데, 내 수영복이 망사가 되어간다는 것이었다. 처음엔 몰랐는데 한참 놀다가 언뜻 보니까 속살이 약간 보이는 것 같았다. 얼마나 놀랬던지... ^O^ 알고보니 수영복안의 가는 고무줄들이 삭아서 끊어지면서 베만 남아서 망사 비슷하게 되가는 것이었다. 아~ 정말 민망하더만... 그렇게 티가 나는 건 아니었지만, 갈수록 그런 부위가 넓어져갔다. 그래도 ARENA 제품인데 이럴줄일야...
결국 그 사건 이후로 다시 더 좋은 수영복을 사긴 했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진짜 내 수영복이 망사인줄 알았다. ㅡㅜ
온 김에 에버랜드도 가자
기차시간도 있고, 날씨도 쌀쌀하고 해서 예정보다 약간 빨리 나왔다. 그래서 사진도 좀 찍고 먹을것도 좀 사먹고 하려고 말이다. 여기까지 온 김에 옆에 있는 에버랜드도 가보기로 했다. 둘다 삼성카드가 있어서 입장도 무료라 사진찍기엔 더없이 좋았다.
그런데, 조금씩 비가 떨어지는 바람에 서둘러 찍다보니 많이 찍진 못했다. 더군다나 정말 괜찮은 곳까지 가려면 한참을 들어가야하는데 그정도 여유도 없었다. 그래도 가져온 삼각대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찍으면서 여러장 찍었다.
놀러가는 횟수도 적고, 기념할만한 사진들도 많이 없는터라 남는 건 사진뿐이란 생각에서... 그래도 마음만큼 많이 찍히진 않았다. 36 판이 금방될줄 알았는데, 그것도 모자랄줄 알았는데.... ㅋㅋㅋ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