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관광 첫날이 시작되었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 호텔 로비에서 일행을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나의 재촉에 화장도 바뿌게 하고 나온 희야는 가방에서 볼펜과 노트를 꺼내더니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갑에 있던 엔화 지폐랑 동전을 꺼내서 하나하나 세기 시작했다.
바로 가계부인 것이다. 쿠쿵~~!!!!! 평소엔 죽어라 적지 않는 가계부를 여행와서 적는 것이다. 한국에서 그동안 모아놨던 1엔 동전까지 주루룩~ 꺼내서는 하나하나 세고 있는 모습을 보고 좋아해야 할지 말려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 이런 댄장, 18은행?? 하우스텐보스 입구에서 우리를 가장 처음 반긴 것은, ATM기였다. 그 이름은 바로 십팔은행~~ ㅡ_ㅡ;;; 뭡니까 이게~~~~~ |
하우스텐보스 정찰기
입구에 들어서서 가장 처음한 것은 하우스텐보스내를 순환하는 보트를 타는 것이었다. 보트 이외에도 버스, 택시, 자전거 등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보트는 패스카드(자유이용권)로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데다 운치도 있다 생각되었기 때문에 택하게 되었다.
인공으로 만들어진 운하를 따라서 약 10여분을 가서 내린 곳은 이곳에서 가장 높은 탑의 아래였다. 이 탑의 꼭대기에는 전망대가 있어서 대략적인 지리적 위치를 파악하기에 적격이었다. 물론 그냥 내려다만 봐서는 잘 모른다. 가이드맵이랑 매칭을 시켜가며 봐야한다. 건물들이 다 비슷비슷하게 생겨서리...
| 태풍? 따라올테면 따라와봐~! 탑에서 내려와 이제 본격적으로 자유관광을 시작할 차례였다. 희야와 나는 다시 배를 타고 입구로 돌아가서 처음부터 하나둘씩 관람하기로 했다. 배를 타러 건물밖으로 나올 무렵,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어차피 태풍까지 예상하고 오지 않았는가. 망설이지 않고 가방에서 우산을 꺼내들고 배에 올라탔다. 얼마지 않아서 입구에 다다랐고, 우산을 썼다가 접었다를 반복하며 구석구석의 꽃 한송이 나무 한그루가 있는 곳까지 찾아다녔다. 그러다 안내지도상에 표시된 곳 중 처음 도착한 곳은 "풍차 박물관"이란 곳이었다. 그 앞에서 사진 한컷 찍고 들어갔는데, 안은 너무 썰렁했다. 그냥 풍차 내부가 돌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게 해놓은게 다였다. 물레방아를 보듯이 말이다. 아무튼 우리는 입구에서부터 우산을 쓰고서 쫄레쫄레 걸어가기 시작했다. 일본사람처럼 생겼는데 한국말 잘하는 사람과 한국사람처럼 생겼는데 일본말 잘하는 사람들을 흘깃흘깃 보면서, 그리고 사진도 찍으면서 말이다. 태풍이 온다고는 했지만, 오히려 잔뜩 낀 구름에다 적당이 내린 빗물 덕분에 시원하기까지 했다. 더위 때문에 짜증내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태풍 덕분에 그리 덥지 않은 날씨여서 다행이었다. |
기다리던 점심시간 처음엔 둘다 그럭저럭 먹을만 했다. 중화요리이니만큼 느끼함이 있을거란 생각은 했다. 그리고 하얀 짬뽕국물은 담백한 맛도 있을 것 같고 말이다. 절반쯤 먹었을까... 희야가 더 먹으면 토할 것 같다고 했다 -_-;;; 해물과 야채는 많은 편이었다. 그러나 은근히 기름기가 줄줄 흐르는 것이... 한 그릇당 900엔, 한화로 9천원이나 되는 거금이었기에 아까워서 내가 다 먹어버렸다. 먹을만은 했지만, 또 먹고 싶진 않은 음식이다.
그리 많이 걷지도 않았는데, 벌써 12시가 넘어서 점심시간이 다되어갔다. 대부분의 관람실들이 촬영금지 장소이거나 혹은 촬영할 수 없는 상황이다보니 사진도 얼마 못찍고 시간만 잔뜩 흘렀다. 슬슬 배가 고파져오자 우리 둘은 순환버스를 타고 식당가로 향했다. 정류장이 없어진 곳인지도 모르고 엉뚱한 곳까지 갔다오는 바람에 더더욱 늦어진 우리는 가려고 했던 식당가까지 가지 않고, 아까 전망대가 있던 탑 근처에 식당이 있던 것을 생각해내서는 그리로 갔다.
아무리 입맛이 안맞다고 하더라도, 여기까지 와서 한국식을 먹을 순 없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먹을 수 있는 햄버거나 피자도 물론이고. 전통 일본식 음식은 오늘 아침에 호텔에서 먹어본 결과 입맛에 너무 맞질 않아서 중화요리집으로 결정했다.
점심시간이어서 그런지 줄을 서야할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다들 우리랑 생각이 비슷해서 그런가? 아무튼 메뉴를 고르기 위해서 모형으로 된 샘플을 담은 윈도우를 바라봤다. 메뉴는 짬뽕과 짬뽕셋트, 우동과 우동셋트 이렇게 네가지가 전부였다. 셋트메뉴는 초밥같이 생긴게 3개 정도 더 나오는 것일 뿐 똑같이 생겼다. 문제는 짬뽕이냐 우동이냐 하는 것인데, 둘다 하얀색이다. 우동은 아예 국물이 없고, 짬뽕은 국물은 있지만 하얀색이다. 고민하고 말것도 없었다. 우동하나 짬뽕하나...
옛날 중국에서온 유학생들이 저렴한 가격에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직접 해먹었던데서 유래된 음식이라곤 하는데, 그래서인지 한국식 짬뽕에 길들여진 우리에겐 정말 '아니올시다'였다.
배도 채웠겠다, 사진 좀 찍자구 마침 바로 옆에는 비록 낡긴 했지만, 한국에서 보기 힘든 자동차가 한대가 있어서 차옆에서 사진 찍길 좋아하는 희야랑 서로 한컷씩 촬영도 했다. 배가 불러서 그런지 졸려서 그런지 바쁘게 움직이고 싶은 마음보다는 불어오는 바람을 마음껏 맞고 싶었다. 오늘 오전내내 그랬던 바쁜 걸음은 어디간데 없고, 한적한 시골길을 함께 걷는 마음으로 천천히 한걸음 한걸음 내딛으며 몇분간은 뚜렷한 목적지 없이 마냥 웃으며 걷기만 했다.
식당의 출구는 입구 반대편에 있었다. 시원한 에어콘 바람에서 벗어나야한다는 생각에 순간 짜증이 밀려오는 듯 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건, 물위에 떠 있는 듯한 네덜란드풍의 건물들과 집앞으로 다니는 배가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졌고, 강바람인지 바닷바람인지 모를 시원한 바람이 내 옷 속으로 들어와 끈적한 땀내음을 모두 실어가버렸기 때문이다.
건물만 아름다운게 아니다
얼마쯤 걸었을까. 어떤 커다란 건물 옆으로 돌아서 그늘로 들어가자 또다른 낯선 풍경이 들어왔다. 오늘 줄곧 보아왔던 벽돌건물과 벽돌도로, 가로등과 나무, 잔디, 풍차... 그런 것들과는 다른 느낌의 아기자기한 정원이었다. 누구나 자신의 마당 조그만 한켠에 만들어 보고싶음직하게 말이다. 작은 키의 꽃과 풀들이 나무들 사이로 수북하게 나 있었다. 그리고 중간중간에는 나무나 철제로 만들어진 소품같은 것들도 자리잡고 있다.
자연의 경관이라 생각하면 분명 꾸며놓은 티가 난다. 하지만 숲을 흉내낸 것이 아니라, 누구나 한번쯤은 갖고 싶어하는 자신만의 정원같은 느낌으로서는 만점을 주고 싶다. 크지 않은 공간에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조그만 정원 말이다.
이 나라의 궁전 정원에서 나와 도로가 있는 쪽으로 나오다보면 바다와 운하가 연결되는 곳의 수문이 있고, 그 앞에서 순환버스를 타면 궁전입구까지 올 수 있다. 궁전 내부에서 가장 볼만한 것은 천정이 궁전꼭대기까지 달하는 방이다. 그곳에는 거대한 벽화가 그려져 있는데, 30여명의 화가들이 4년여간 작업을 해서 완성한 작품이라고 한다. 벽이 평평한 것이 아니라 둥근데다 천정도 둥글고 높이도 20미터는 되어 보이는 곳이었다. 벽화라고 해서 고대벽화나 고풍스런 느낌은 아니었고, 고대와 현대의 전쟁모습을 묘사하는 듯 화염과 구축함, 말 등등이 난잡하게 섞여 있는 듯했다. 아쉽게도 촬영이 금지된 곳이라 그 작품을 담아오지 못한 것이 아쉽다.
궁전 내부를 한바퀴 돌고 나면, 마지막에 뒷뜰로 갈 수 있는 출구가 있다. 궁전에 들어오기 전에 상상해봄직한 화려한 정원이 바로 뒷뜰에 있었던 것이다. 하얀 자갈과 다듬어진 나무, 그리고 분수...
여기 하우스텐보스는 하나의 나라라는 개념으로 지어졌고 운영된다고 한다. 물론 법적으로 그렇단 얘기는 아니지만, 출입하는 것을 입국, 출국한다고 표현한다. 마치 하나의 독립된 나라처럼 말이다. 그렇다보니 여기에도 왕족이 사는 궁전이 있다. (물론 실제로 왕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_-;;)
궁전입구에서 키큰 가로수와 잔디밭이 어우러진 길을 잠시 걷다보면 궁전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 화려하진 않고 소박한 느낌은 들지만, 한눈에 궁전같은 느낌을 주기엔 충분한 듯 싶다.
궁전을 나오다보니 정원이 거기 뿐만이 아니었다. 우리가 그냥 지나쳐갔던 앞뜰에도 정원이 있었던 것이다. 가로수가 나 있는 곧은 길 옆에 있는 키높은 나무로된 울타리 안쪽이어서 몰랐을 뿐, 그곳에도 그리 화려하진 않지만 자그마한 분수와 장미나무로 우거진 정원과 키보다 높은 울타리 나무들로 만들어진 미로모양의 정원도 있었다.
그곳에서 제법 긴 시간동안 사진도 찍고 얘기도 하면서 쉬고 있었지만, 찾아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리도 벽에 걸린 궁전내부 지도를 우연히 보게 되어 알수 있었을 정도이니 그것도 무리는 아닌 듯 싶다.
대낮부터 호텔로~~ 급하다 급해~~ ```` 그러기를 수차례, 시원한 에어콘이 빵빵한 호텔로비에 들어섰다. 오늘 오후 3시 30분 부터 호텔 체크인을 받아주기 때문에 이 시각에 모이기로 한 것이다. 키를 받아서 방으로 짐을 옮기러 들어가려다가 일행으로 부터 범선 얘기를 들었다. 직접 돈을 내려면 한사람당 5천엔인가, 1만엔인가? 암튼 이곳에서 제일 비싼 코스였다. 우리가 가진 패스(자유이용권)로 무료탑승이 가능한 것이기에 그걸 놓치긴 너무 아까워서 호텔에 들어가자마자 대충 짐정리하고는 바로 뛰어나왔다.
다른 곳들에 비해서 제법 오랫동안 궁전에 있었던 것 같다. 시간이 3시가 다 되어가자, 우리는 서둘러서 호텔로 향했다. 우리가 묵게 되는 호텔이 여기 하우스텐보스 안에 있기 때문에 그런 점은 참 편했다.
아무튼 땀을 흘리며 부랴부랴 호텔로 향하면서도 중간중간에 보여지는 풍경에 사진 찰칵~~ 그리고는 또 급히 쫄레쫄레 호텔로 발걸음을 옮긴다.
어째 대낮부터 호텔에 들어가게 되나 싶었다.
별 재미는 없지만, 그래도 젤 비싼거 탔다 ^ㅇ^ 호주 시드니에서 크루즈호를 타고 배에서 식사도 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에 비해 썩 좋다는 느낌은 못받았다. 그렇지만 바람이 너무 강하지도 않고, 갑판도 제법 넓어 의자가 많아 갑판위에서 바닷바람을 쐬며 관람하기엔 괜찮아보였다. 그리고 요즘의 흔한 여객선이 아니라, 마치 해적선처럼 여기저기 밧줄이 돛대로 걸쳐져 있고, 눈에 보이는 부분은 대부분 나무이거나 나무모양으로 꾸며져 여객선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범선의 마지막 승선시각이 얼마 남지 않아서 슬리퍼 신은 채로 땡볕아래를 10분 이상 뛰어간 듯 하다. 마지막 승선시각이라 그런지 사람이 엄청 많았다. 약 25분 가량 항해한다고 하는데, 갑자기 구름까지 걷히면서 나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여객실 안으로 들어가면 에어콘이 나와서 시원하다고는 하지만, 거기는 조그만 창으로만 구경해야 하고, 여기까지 와서 배타는 의미도 없을 것 같아서 계속 갑판위에 있기로 했다.
따가운 햇살 때문이었는지 희야가 치마를 입고 약간 부주의한 모습이 보이자, 내가 버럭 한마디 해버렸다. 이런 날에 내가 짜증을 잘 내서 조심하려고 했지만, 완벽하게 자제는 아직 힘든가보다. 아무튼 그것 때문에 한동안 서먹서먹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다행히 배가 출발하면서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농담도 주고받으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배에서 내릴 땐 손잡고 내렸던 것 같다.
대부분의 일정이 끝나가는 저녁무렵
여름이라 해가 길어서 그럴 뿐이지 저녁식사시간이 다 되어갔다. 배도 출출하고 해서 무엇을 먹을까 고민을 해봤다. 점심때 먹은 짬뽕을 생각하면 그냥 햄버거나 피자를 사먹을까 싶었다. 그러다 우리가 한국에서 가져온 컵라면 생각이 나서 호텔방에 들어가 그걸 먹기로 했다. 컵라면 먹고도 배고프면 그때가서 다른 것 사먹어도 되니까 말이다. 여기서의 컵라면은 그저 싸구려 간식이나 돈없을 때 끼니 때우기 위한 음식이 아니라, 한국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매콤한 별미 음식이나 마찬가지다. 한국 소주가 일본에서 위스키 대접을 받듯이 말이다. ^^;;
싸구려 컵라면을 정말 맛있게 잘 먹고 나서, 샤워를 한 후에 다시 밖으로 나왔다. 몸은 피곤하지만, 저녁에 있을 마지막 행사인 불꽃놀이가 있기 때문이다. 약 7분 정도 밖에 하지 않기 때문에 잠깐이라도 헤매게 되면 행사는 순식간에 끝나버린다. 그렇지만 아직 시간도 한시간 남짓 남았고 해서 오늘 못돌아본 아케이드를 돌아보기로 했다. 물건 살 일은 없을 것 같아서 전혀 근처에도 안가고 오직 관광만 했었기 때문이다.
가는 길에 주차해놓은 차가 보이면 냅다 달려가는 희야~~♡
나중엔 오히려 내가 나서서 "저기 가서 한번 서봐라~"
아무래도 조만간 희야의 자동차 화보집이 나오지 않을까 ㅡ,.ㅡ
이곳의 유일한 놀이기구, 회전목마 회전목마는 유치해보여서 초등학교때도 안탔었는데, 보자마자 "저거 타자!!"라고 외치며 희야가 달려갔다. 거참~~~ "천국의 계단"이라도 찍으려고 그러나... 막상 타고나서 사진 찍느라 이래저래 하다보니 시간이 다 지나가서 멈췄버렸다. 타긴 탔는지도 잘 모르겠다 ;;
하우스텐보스는 일종의 테마공원이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는 놀이동산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실제로 놀이동산과는 다르지만, 그냥 별 생각없이 쉽게 표현하기로는 그렇다는 얘기다. 아무튼 여길 들어오면 볼 수 있는 것은 대부분 집과 도로, 나무, 풍차, 운하 등이다. 수원지에도 바닷가에도 있는 놀이기구가 여긴 거의 없다.
아예 없는 줄 알았더니 그래도 아케이드 부근에 실내에다 만든 어린이를 위한 간단한 놀이기구 시설이 있긴 했다. 그리고 그 앞에는 회전목마가 있는데, 내가 본 기억으로는 놀이동산 느낌을 주는 놀이기구는 이것 하나 뿐인 것 같다. (어린이용 실내놀이기구 제외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