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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물건은 자신이 잘 챙겨야
하우스텐보스가 비록 일본에 있는 것이긴 하지만, 거기에선 일본문화를 거의 느낄 수가 없다. 오히려 거의 모든 것이 유럽문화속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이고, 단지 각각의 위치에 있는 일본인 도우미들이 있을 뿐이다.

하우스텐보스 내의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은 후에 다음날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일행중 아저씨 한분이 배탈이 나서 화장실에서 너무 오랫동안 계시다가 밖에서 기다리던 사람과 길이 엇갈려서 찾느라, 한 가족은 여권든 가방을 셔틀버스에 두고 내려서 그것 찾느라 시간이 적지않게 지체되었다. 그래도 우리 일행은 다행인 것이, 다른 일행 중 한명은 가방을 통째로 잃어버렸는데 어디로 갔는지 어디서 잃어버렸는지도 몰라서 무작장 기다리고만 있었다.
일본여행중 물건을 잃어버리는 것은 대부분 도난이 아니라 자신의 부주의 때문이라고 한다. 핸드캐리어만 하더라도 거의 한사람에 한개씩일 정도로 많다보니 자신이 신경쓰지 않으면 가방을 언제 어디다 두고 왔는지 아무도 모른다. 다행히 우리 일행이 잃어버렸던 여권이 든 작은 가방은 하우스텐보스 내부의 호텔과 바깥 버스정류장과의 가까운 거리를 왕복하는 버스라 금방 찾긴 했지만 말이다.

다 같이 돌자, 규수 한바퀴 ?!?!
하우스텐보스를 떠나서 거의 오전내내 버스를 달렸던 것 같다. 제법 먼 거리이 엤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나는 일본은 물론 이곳 규수 지방에서 대해서도 거의 모른다. 다른 일행들은 어설프게나마 일본어를 하는 사람도 있고, 지도를 펴보며 대략적인 위치 정도는 알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 얘기를 들어보니, 이번 여행은 참 쉽지 않은 코스를 잡은 것 같다고 했다. 왜냐하면 규수 섬을 전체로 봤을 때, 우리가 도착한 곳인 후쿠오카가 북쪽에 위치하고, 하우스텐보스는 서쪽, 이번에 가는 유적지는 남쪽, 그리고 내일 가게 되는 곳은 동쪽, 그리고 나서 다시 북쪽으로 가서 공항으로 가게 되는 이른바 규수 일주인 셈이기 때문이다.
3박 4일이라는 길지도 않은 일정이라 돌아가는 큰 길보다는 좁지만 산고개를 넘어가는 지름길을 택해서 달리고 있는 것 같다는 얘기도 했었다. 어쩐지 차를 오랫동안 타길래 이상하다 생각이 들긴 했었다. 사실 우리는 이번 여행을 자유여행으로 할까 생각했었는데 만약 그렇게 했더라면 3박 4일 동안 ( 실제 관광은 2박 반나절 ) 규수 곳곳에 흩어진 곳을 다녀올 수 있었을까 싶기도 했다.

썩을 놈의 구마모토 성!!!
한참 버스를 달려 점심 무렵이 다 되어 도착한 곳은 일본의 어느 한 성이었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일본에서는 장군들이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성을 쌓기도 했다고 한다. 그 중에서 아주 견고하게 지어진 성이 있어 그곳을 방문했다.
이 성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함께 우리나라 침공을 지휘한 가토 기요마사가 우리나라의 축성술을 배워서 약 7년간에 걸친 공사끝에 지어졌다고 한다. 성벽의 모양이 조금 특이한데, 면이 곧은 직선이 아니라 활처럼 휘어진 형태였다. 가이드 얘기로는 모양이 그렇게 활처럼 휘어진 모양이라 아랫부분은 완만하게 되어 있지만 윗쪽은 휘어진 모양이라 기어오를 수 없게 되어있어 난공불락의 요새였다고 한다. 게다가 그 규모도 엄청나게 커서 성문만 하더라도 29개, 전쟁시를 위한 우물이 120개나 있을 정도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침략한 그 장본인들이 만든 성이라고 하니, 기름붓고 불이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무리 잘 만들고 멋진 성이지만, 안그래도 더운 여름날 몸에 열이 가득한데, 우리나라의 침략자들이 만든 것을 보고 있노라면 짜증이 머리끝까지 올라오는 듯 했다.

활화산에 가본 적 있는 사람?
제주도가 화산활동으로 이루어진 섬이라고 하더라도 한라산은 휴화산이다. 솔직히 여기저기 멀리 여행가기도 쉽지 않고, 여행가더라도 배나 비행기타고 제주도까지 가기도 쉽지 않고, 제주도 가더라도 해변에서만 놀지 높은 한라산 꼭대기까진 잘 가지 않는다. 올라가더라도 휴화산의 모습이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도 볼 수 없는 활화산을 찾은 것이다.

활화산이 있기에 재앙의 원인이 될 수 있어서 불행이 될지, 그걸 관광자원으로 삼아서 관람과 온천욕으로 돈을 벌게 해주는 행운이 될지는 나로선 결론을 못 내리겠다. 하지만 끊임없이 많은 사람이 찾는다는 것은 사실이다.
산중턱에 오르자 가로로 길게 늘어선 건물과 넓은 주차장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 간만에 입맛에 맞는 야채와 고기반찬의 뷔페를 먹었다. 게다가 시원한 얼음물까지 실컷 마실 수 있었는데, 돈 아낀다고 음료수도 거의 안사먹고 호텔에서 만들어온 미지근한 녹차만 홀짝홀짝 마시고 있었던 우리에겐 정말 반가운 점심시간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자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태풍이 남기고간 구름들 때문에 간간히 이렇게 가랑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하루에도 두세번씩은 반복되는 것이라 그리 신경쓰이진 않았다. 하지만 이게 오히려 우리에겐 유리한 조건이 되어준다고 가이드가 얘기했다.
활화산에서 유황가스가 계속 나오는데, 때에 따라서 많이 나올수도 있고 적게 나올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건 유독가스라서 사람이 사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 입산을 금지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람의 방향이겠지만, 비가 오게 되면 아무래도 활동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 일행은 버스에 올랐는데, 다른 사람들은 걸어서 어디론가 가는 것이다. 케이블카 같은 것인데 그 사람들은 그걸 타고 올라간다고 한다. 우리가 타고 온 버스는 20인승 가량의 작은 버스라서 분화구까지 이어지는 가파른 도로를 올라갈 수 있지만, 대형버스는 올라갈 수 없기 때문에 케이블카를 타야 한다. 그런데 그 가격이 정확힌 모르겠지만, 제법 비싸기 때문에 내려올 때는 걸어내려오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케이블카 타는 재미야 있겠지만, 비싸서 걸어내려올 정도라면... ^^;;

이런 것까지 생각을 해서 작은 버스를 마련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참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냥 편하게 앉아서 꼭대기에 도착한 우리는 아니나 다를까 메스꺼운 황 냄새에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 독하진 않았지만 썩 기분좋은 냄새는 아니었다.
활화산인만큼 꼭대기 분화구에서는 계속적으로 유황가스가 뿜어져나오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수증기도 계속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저 아래 분화구 바닥에는 누런 색과 황토색이 섞인 물같은 것이 고여 있고, 주변의 벽들은 대부분 검은 화산재로 덮여 있었다. 이곳에서 눈에 띄는 것은 현재의 바람 방향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한 잠자리채 모양의 풍향계와 갑자기 바람이 바뀌었을 때 대비할 수 있도록 중간중간에 지어진 간이 대피소였다. 옛날에 어떤 외국인이 유황가스 때문에 사망한 사건이 있은 이후로 준비된 것들이라 한다.

오늘의 마지막, 원숭이 공연

자연속에 살고 있는 야생 원숭이를 구경하러 가는 것이 원래 일정이었고, 이런 원숭이 공연을 보는 일정은 없었다. 이슬비 정도였지만 비도 조금씩 내리는데다, 야생 원숭이는 말 그대로 야생에 그대로 있기 때문에 원숭이가 있는 산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버스에서 내려 20여분은 걸어올라가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올라가더라도 원숭이가 줄지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대로 보긴 힘들고 말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해서 가이드가 제안을 했다. 지금 상황에서 야생원숭이를 보는건 별로 일 것 같은데, 원숭이 공연을 보는 건 어떻겠냐고. 물어보나마나 만장일치로 찬성 -_-;;

희야는 TV에서 봤던 일본원숭이학교 공연을 생각했었나보다. 나도 내심 그러길 바랬지만, 그렇진 않고 원숭이와 조련사가 1:1로 나와서 공연을 하는 것 정도였다. 경력이 있는 조금 큰 원숭이가 처음에 나오고, 아직 연습중인 작은 원숭이가 나왔다가, 그 다음엔 처음에 나왔던 그 원숭이가 또 다른 재주를 보여주는 것으로 공연은 끝이 난다.
그리 화려한 공연은 아니었지만, 눈 앞에서 재주부리는 원숭이들과 조련사의 재치에 다들 환호를 지르며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고 나오면서 주인공 원숭이와 간단히 악수도 했다.
눈 마주치면 적대감을 가진다는 말에 멀찌감치 떨어져서 손만 내미는 희야~ 그러면서도 사진은 찍으라고~~ ^^;;

일본에서의 마지막 밤
우리가 묵을 새로운 호텔이 있는 부근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고기뷔페집으로 갔다. 돼지고기라면 사죽을 못쓰는 희야의 눈이 사정없이 똥그래질 정도로 반가운 소식이었다. 고기뷔페라고 해봤자 고기종류가 수십가지가 되는 것은 아니니 막상 가보면 돼지고기, 오리고기, 쇠고기, 혹은 양고기 정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고기만 있는 것은 아니기에 ^^
우리 일행중 부모님 나이보다 조금 더 드신 부부분께서 물건을 내놓으셨다. 바로 고추장과 팩소주였다. ㅎㅎ 일본에서는 소주가 위스키값 정도로 비싸고, 고추장같은건 구경도 하기 힘든 음식이다. 고기는 어느새 고추장 불고기가 되어 불판위에서 지글지글거리고, 아저씨들이랑 간단하게나마 주거니 받거나 하는 소주한잔은 정말 꿀맛이었다.

고기맛도 고기맛이지만, 신혼여행때와는 달리 세대차이가 너무 많이 나는 일행들이라 계속 서먹서먹하고 얘기할 기회도 없었는데 이번 저녁식사 자리에서 꽤나 재미있게 얘기도 나누고 웃고 떠든 것 같아 속이 후련했다. 그 기분이란 참 묘한 것이었다.신혼여행때는 여행 출발때부터 약속이나 한 듯이 물건도 빌려주고 받고 서로 사진찍어주고 난리였는데, 이번 여행은 삼촌뻘, 혹은 할아버지뻘인 분도 계시는데다 자유관광시간도 적지 않아서 친해지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난생 처음하는 온천욕, 그것도 노천온천욕
호텔에서 짐을 풀고 온천욕을 하러 가기 위해서 유카타라는 일본옷으로 갈아입었다. 여기에 있는 온천은 투숙객 이외에도 올 수 있기 때문에 유카타를 입으면 투숙객으로 생각하고 요금을 받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들어간 호텔에는 온천이 3~4개나 딸린 곳이었다. 그 중에 한 곳은 노천전용인데 자정부터 새벽까지만 여는 곳이라 갈 수가 없었고, 크기가 가장 큰 온천으로 가기로 했다. 일본에 처음 도착한 날에 묵었던 호텔에도 스파 시설이 있었는데, 가족탕 같은 것 없이 따로따로 가야하는데다 갔다온 사람들이 그냥 대중목욕탕 같다고만 해서 가질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식으로 온천욕이라고 하니까 필히 가봐야겠다는 생각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사진 한컷 찍고 온천으로 향했다.

여기는 커다란 건물 세개 동이 이어져 있는데, 우리 호텔방과 온천과는 극과 극의 위치에 있어서 거기까지 걸어가는데만 7~8여분이 걸린 듯 하다. 아무튼 목욕할 것도 아니고 그냥 몸만 담궜다가 올 예정으로 대략 40~50분 뒤인 약속시간을 정한 뒤에 들어갔다.
처음 들어갔을 때는 한국의 대중목욕탕같은 사우나 정도인 것 같았다. 그래도 몸을 담그는 탕은 아주 컸고 기분탓인지 일반 목욕탕에서의 느낌과는 좀 다른 듯 했다. 5분 정도 몸을 담그고 있다보니 분위기에 익숙해져서 두리번 거리기도 했다. 아까 들어올때 벽이 온통 투명유리여서 순간 놀랬었기에 바깥에 있는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를 파악하고 탕에서 일어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다 그 유리벽에 달려 있는 유리문을 열고 남자가 들락날락거리기에 나도 비상용(?)으로 수건을 한장들고 조심스레 그 문을 열었다.

순간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보름달처럼 둥근 달과 금방이라도 쏟아져내릴 것 같은 별빛들이었다. 비가 온 뒤라서 그런지 몸이 젖어서였는지 순간 서늘한 느낌이 들었지만, 유리문 밖으로 나오자 그곳에는 안쪽보다 몇 배나 큰 온천탕이 있었다. 바깥이긴 하지만 여러 칸으로 나뉜 탕들 중에는 엄청 뜨거운 곳도, 미지근한 곳도 있었다.
용기가 생긴 나는 점점 바깥으로 나갔다. 이곳은 뱃부라고 하는 온천관광도시인데 그곳에서 야경이 모두 내려다보이는 것이었다. 약간은 높은 지대인 듯도 했고 온천이 있는 위치가 5층 높이라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근처에 다른 호텔들도 많아서 좀 신경쓰이긴 했지만, 다행히 조명은 어두웠다. ^^;;

그 노천온천탕에는 탕속에 돌로된 침대도 있었다. 그곳에 누으면 머리만 빼고 대부분의 몸이 흐르는 따뜻한 온천물에 잠긴 상태로 하늘과 야경을 바라보며 동시에 시원한 밤공기를 마실 수 있는 것이다. 온천이란 것 자체를 평생 처음해보는 것이라서 온천에 대한 욕심같은 것은 없었다. 일본에서 온천으로 유명한 도시까지 일부러 왔는데 그냥 돌아가기 아쉬워서 들어오게 된 노천온천. 하지만 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편안하고 즐거운 휴식공간이 되어준 것 같다. 수영복이라도 입고 희야랑 같이 온천에 눕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예전에는 가족탕도 아닌 혼탕이라고 하면 변태스러운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막상 이런 곳에서 희야를 두고 있자니 얼마나 아쉬운지 모른다. 이렇게 행복한 때에 옆에 없으니까 마음이 너무 허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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