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야와 함께 많이 즐겼던 온라인 게임인 라그나로크를 하면서 알게된 길드원들이 있다. 그 중에 공교롭게도 커플들끼리(고의가 아님;;) 논산 딸기축제에 참가하게 되었다.
물론 처음에는 이러한 행사가 있는지 조차도 몰랐다. 오월씨(오월이)의 소개로 논산 딸기축제 참가신청 홈페이지를 방문하게 되었고, 그래서 네 커플이 가기로 결정이 되었었다. 물론 뒤늦게 한 커플이 못오게 되었지만 말이다.
비오는 날의 소풍
비가 올듯 말듯한 날씨였다. 그러나 모두가 약속을 잡았고, 더군다나 이 날을 위해서 희야가 부산에서 구미까지 올라와 있었기에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드디어 당일날 아침, 다행히 비가 오진 않았다. 희야는 전날 준비해놓은 김밥재료로 새벽부터 일어나서 김밥을 준비하고, 나는 열심히 시식(?)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무튼 든든하게 챙겨먹고 김밥이며 유부초밥까지 준비해서 드디어 출발했다.
우리와 서울 일행과는 같은 칸이지만 조금 떨어져있었던 관계로 남자들 셋이서 객차사이에 있는 곳으로 나가서 잠시 얘기를 나누었다. 이번 모임의 주축들이었으며 온라인 상에서도 항상 자주 만나던 사이였기에 할 얘기도 많았나보다.
첫 만남
논산까지가려면 구미역에서는 바로 가는 열차가 없었다. 구미에서 신탄진까지 올라간 다음에 다시 신탄진에서 논산으로 내려오는 열차로 갈아타야 했다. 서울에서 이때 갈아타게 되는 열차를 서울에서 오는 일행들과 같은 칸으로 표를 끊어서 역안에서 처음 만나는 것으로 계획되었었다.
비는 오지 않지만 아주 흐리고 습하며 쌀쌀한 날씨속에 신탄진에서 논산으로 가는 무궁화 열차에 올라탔다. 다른 일행들은 이미 우리 홈페이지에 들러서 사진을 본 탓인지 우리들을 쉽게 알아보는 듯 했다. 물론 나도 일행 중 일부는 사진을 통해서 본 적이 있는지라 어색함 가운데서도 어렵지 않게 인사를 건넬 수 있었다.
시끄러운 열차소리속에서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논산역에 다다랐다.
"아저씨, 딸기축제하는 곳으로 가주세요" 택시를 타고 오다보니 '딸기수확체험'이라는 배너도 걸려있는게 보였다. 아무래도 잘 찾아오는 듯 했다. 그러다가 행사 주차장이 있는 곳에 내리게 되었는데, 다른 택시로 출발한 오월씨 일행은 보이질 않았다. 그리고는 잠시후 전화가 왔다.
"은빛님(나의 캐릭명 -_-), 도착하셨어요...? 뭔가 좀 이상한데요. 축제 취소됐나?" "은빛님, 저희 도착했어요. 어디세요?" 땀이 삐질...;;; 행사장 앞에는 왕복 2차선 도로인데다 우리가 서 있던 곳에서는 더 이상 안으로 차가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가 못봤을리가 없다.
우왕좌왕~ 딸기축제는 어디갔어~
논산역에서 나오자 택시 기사분들이 어디까지가냐며 호객행위(?)를 했다. 모두들 도시에서 험한 꼴 많이 보며 살아온 사람들이다보니 오히려 거부감에 자리부터 피했다. 그러다가 길가는 사람들에게 물어서 택시를 타는게 나을거란 얘기를 듣고서야 택시를 타기로 했다. 그런데 일행이 6명이다보니 두대로 나눠서 가야했다. 아무튼 딸기축제하는 곳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각각 택시에 나눠탔다.
"딸기축제요? 딸기체험하는 곳 말입니까"
"저희도 도착해는데요. 어디 계시는데요."
"아 그래요? 저희는 둑 있는 곳에 있어요. 앞에 축구장 골대도 있고. 은빛님은 어디세요?"
"예...? 축구장이요???"
희야와 함께 주변을 아무리 두리번 거려봐도 보이는 건 넓게 뻗은 논밭뿐이다. 옆에 있던 행사주차장 안내자분께 오월씨 얘기를 했더니 아마 행사장으로 갔나보다라고 했다. 딸기축제이긴 한데 실제 축제날은 그 다음주 주말에 열리고 그 전에는 딸기체험행사를 하는데 우리가 온 곳은 딸기체험행사장이고 오월씨가 간 곳은 다음 주에 행사가 열리는 행사장인 것이다.
그제서야 뒤늦게 다시 출발한 오월씨가 잠시 후 전화가 왔다.
"아까 거긴데요. 딸기수확체험장 입구쪽 주차장이요."
"어? 우리도 주차장인데..."
다시 그곳 주변에 대해서 물어보자, 대충 우리가 보이는 곳과 비슷한 듯 했다. 알고보니 택시를 타고 이번에는 행사장 뒷쪽편 좁은 콘크리트 길로 들어온 것이다. 우리는 체험장 앞쪽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말이다...;; 뭐 아무튼 결국 만나긴 만났다. 진이 좀 빠져서 그렇지~ ㅠ.ㅠ
개방하는 비닐하우스도 그리 많지 않았다. 몇개만 개방되어 있었는데, 어떤 동에는 빨간 딸기는 거의 없는 곳도 있었다. 몇차례 사람들의 항의가 좀 있자 추가로 다른 비닐하우스를 개방해주었다. 물론 그런 곳에는 사람이 너무 몰려서 들어가고 나오는 것은 물론이고 안에서도 움직이기 힘들 정도였다. 체험장에서 직접 딸기를 따 먹으면 참 신선하다라는 느낌이 든다. 딸기는 무척이나 잘 상하기 때문에 도시에서 사 먹을 때는 이런 맛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유기농이고 천적을 이용해서 해충을 잡다보니 딸기에 다른 벌레가 있거나 혹은 상한 흔적은 전혀 안보였다. 그래서 신선해보이는 딸기를 눈앞에서 직접 따서 바로 먹는 맛은 일품이다.
말 그대로 딸기수확체험
처음에 우리가 기대했던 것은 TV에서 보듯이 동네사람들 다 나와서 천막치고 음식도 팔고 특산품도 파는, 그러한 장터에서의 축제같은 모습이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고보니 우리를 맞이하는 것은 수도 없이 많은 비닐하우스와 바닥까지 내려앉아있는 듯한 검은 먹구름이 전부였다.
체험장 안으로 들어가자 체험장 입장권을 구입하는 곳이 있었고 거기서 딸기를 딸 때 주의할 점들에 대해서 잠시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딸기를 따서 담아올 수 있는 통은 추가로 돈을 내야했는데 전체적으로 보면은 체험장 온다고 해서 적은 돈으로 실컷 딸기를 먹는다라기보다는 그냥 제 돈 내고 셀프로 딸기 따먹는다는 정도인 듯 싶었다.
사람이 조금 적은 듯 하면서 딸기가 적당히 남아있는 곳을 정해서 모두 같이 들어갔다. 딸기를 상하지 않게 잘 따면 "뽁~"하는 명쾌한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소리가 재미있기도 하고 잘 따고 있다라는 뿌듯함에 기쁘기도 하다.
각자의 도시락을 꺼냈다. 김밥집에서 사온 김밥과 삶아온 달걀 한판, 튀김들도 맛있었지만, 희야가 직접 만든 유부초밥과 김밥이 인기가 좋았다. 내가 열심히 깐 메추리알도... ^^;;
딸기로 배 채워봤니?
정말 딸기를 무지 먹은 듯 하다. 새벽에 간단하게 집에서 김밥을 몇개 먹은 이후로 점심 때까지 먹은 거라곤 딸기 뿐이었다. 그런데 배가 부른 정도가 아니라 딸기를 따느라 허리를 숙이면 목구멍으로 딸기즙이 흘러나오려고 할 정도였다. 그리고 손에는 딸기를 가득 담아서 뚜껑이 닫히지도 않는 통을 들고 있고 말이다.
이제 어디가서 좀 쉬면서 점심이나 먹자며 비닐하우스 바깥으로 나왔다. 쉴만한 곳을 찾아 두리번 거리자 그곳에서 일하시는 분께서 근처에 있는 빈 비닐하우스를 알려주셨다. 그냥 딸기밭이다보니 식사하는 사람을 위해서 별도로 준비된 시설같은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몇발자국 걷자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발걸음을 재촉해서 비닐하우스로 들어갔는데 아직 이랑이 그대로 남아있는 그러한 비닐하우스였다. 깔고 앉을 만한 것이 없나 찾던 도중 비닐하우스 구석에 있는 종이박스들을 몇개 꺼내서 깔고는 둘러앉았다.
딸기를 그렇게 먹고도 또 더 먹어지긴 먹어지나보다. 그 많던 걸 거의 다 먹었다.김밥만으로도 6인분은 되었을텐데.
시간은 남았지만 할일이 없어서 그만...;;
말그대로 딸기수확체험인데다 딸기는 배부르게 먹었고, 딸기통에도 가득 담아온터라 더 이상 할 일은 없었다. 모두 논밭인데다 비가 와서 땅도 젖어있어서 놀 수도 없고.
비닐하우스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비가 그쳤다. 안그래도 쌀쌀했던 날씨가 더욱 추워지다보니 일단 기차역으로 가서 그 근처에서 놀다가 헤어지기로 하고는 버스를 타러 정류장으로 향했다.
가던 도중에 농가에서 수확한 딸기들을 포장하는 곳이 있어서 그곳에 직접 들어가서 스티로폼 한 박스를 샀다. 회사 팀원들에게 딸기를 사간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그냥 손으로 들고가야한다는게 걱정되긴 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딸기가 많이 상하겠지만...;;
아무래도 시골은 시골인가보다. 버스정류장에서 한참을 기다려도 버스가 지나갈 생각을 안한다. 지붕이 있는 버스정류장이었기에 바람은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었다. 이런 저런 게임 얘기와 결혼 얘기를 하느라 그리 지루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40 여분은 기다린 듯 하다.
온라인 게임을 즐기면서 사람들과 친해지면 가장 하고 싶은 것 중의 하나가 직접 만나서 함께 밥도 먹고 얘기를 나누며 게임을 하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 게임 이벤트
버스를 타고 기차역에 내린다고 내렸지만, 누군가가 다왔다라고 외치는 바람에 후다닥 내린 덕분에 몇 정거장을 덜 가서 내리는 덕분에 또 한참을 걸었다. 오늘은 일정이 안바빴기에 다행이지 어찌나 일이 안풀리는지 ^^
논산역 화장실에서 컨디션조절(?)을 한 후, 기차시각까지 게임방에서 시간을 보냈다. 시골이라 무시했더만 역앞 게임방은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도로에 지나다니는 사람보다 몇배는 더 많은 사람이 게임방에 몰려있었다. 덕분에 20여분을 더 헤맨 끝에 다른 게임방을 찾아야 했지만 말이다.
딸기수확체험이라는 기상천외한(흐흐..) 이벤트도 좋았지만, PC방에서의 깔끔한 마무리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날 모인 사람 모두가 철없는 나이는 지났기에 이미 게임은 여가시간을 이용한 일종의 취미활동이자 동호회 활동 정도이다. 그렇기에 좀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얘기를 나눌 수 있게 해주었다는 의미에서 우리 길드는 게임을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