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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신혼여행 - 첫째날

2009/09/16 00:03 | Posted by 찬이
▨ 어떻하든지 바쁜 신혼여행길

나름대로 간소하게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것저것 준비도 했었다. 하지만 아무리 준비를 해도 신혼여행 당일날 바쁜 건 할 수 없는 가보다. 허름한 강당의 예식장에다 생각보다 많은 내방객들에다 계약할때와는 달리 엄청 좁아보이는 식당... 의외로 변수가 참 많았다. 더군다나 예식을 하는 강당의 경우엔 그동안 야외촬영이며 드레스나 턱시도, 화장 등등 마음에 들지 않는게 없었기에 큰 염려를 하지 않았는데, 예식장이 정말 학교 강당같아 보이는데에는 할말을 잃었다.

부랴부랴 점심식사라도 하고 떠나려고 서둘렀는데 식당엔 점심밥 말고도 우리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폐백후에 갈아입은 예복차림으로 식당에 들어온 우리는 아버지 손에 이끌려 누군지도 모르는 어른들께 허리가 부러지도록 인사를 했다. 물론 그 중에는 시골에서 뵌, 얼굴만 기억하다시피하는 분들도 계시고, 사촌 혹은 팔촌쯤되는 형제들도 많긴 했지만, 희야의 입장에선 모두가 낯선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그러고보니 대부분의 남아 있는 식구들이 시댁쪽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집에서 손님을 치룬다고 했었는데 그 때문에 다들 일찍 일어나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너희들도 이런 재수씨 구해야된다~!"


인사를 대충 끝내고 막 식사를 하려던 참이었다. 같은 삼성멤버쉽 출신의 동기인 문교형에게 내 캠코더를 맡겨서 촬영을 부탁했는데, 문득 그걸 돌려받지 못한 게 기억이 났다. 부랴부랴 전화를 했다. 급한 일이 있어 돌아가려고 공항으로 가는 중이라나...;;; 암튼 멤버쉽 출신 식구들은 자리가 비좁아 다른 식당에 가 있으니까 거기 가서 캠코더를 받아가라는 형의 대답이었다. 신혼여행 출발 15분전이었다. 희야는 배고프니까 밥좀 먹고 가자고 나를 붙잡았다. 밥도 먹어야 하지만 옷도 여행차림으로 갈아입어야 하고, 들고갈 짐들도 빠진게 없는지 체크해야하는 상황이었다. 맘급한 나한테 밥이 눈에 들어올리가 만무했다. 하는 수 없이 혼자라도 가려고 나서자 희야도 하는 수 없이 따라 나섰다.

바로 근처에 있는 조그만 식당이었다. 부탄가스를 사용하는 조그만 가스렌지위에 커다란 냄비같은게 올려진 걸 보니, 전골같은 걸 먹은 모양이었다. 이미 소주도 여러 병 목이 따진 상태였고 밥그릇, 반찬그릇 할 것 없이 한바탕 전쟁을 치룬 듯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급한 마음에 캠코더를 찾아가려고 했는데, 우리를 붙잡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폭.탄.주 였다. 멤버쉽 출신들이 결혼을 할 때면 으례히 폭탄주를 선물한다. 그런데 양주를 섞는게 아니라 주로 소주와 맥주에다 된장, 간장, 겨자, 조개껍데기 등등의 음식찌꺼기를 섞는다. 알콜도 알콜이지만 느끼함과 거북함이 밀려오는 그런 작품(?)을 선물로 주는 것이다.

내게 건네주는 그 그릇에 담긴 술은 맥주컵으로 족히 세잔은 나올 법한 양이었다. 저걸 먹고 비행기를 타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부터 봉지를 잡고 있을 모습까지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흑... 그걸 마시면 한마디로 죽음이었다. 잠시 내가 망설이자 건더기는 걸러주자는 제안이 들어와 맥주잔 두잔에다 국물(-_-;;)만 따랐다. 물론 그릇에는 술이 더 있었지만 말이다.

"자 빨리 마셔라. 빨리 마시고 신혼여행 가야될거 아니가"

"술을 못마시면 장가를 못가요~~ 아 미운 사랑~~"

1초가 1년처럼 느껴지던 그 순간, 옆에 있던 희야가 긴급제안을 했다. 자기가 한잔을 마실테니 술을 먹이려고 앞에 나선 준욱이 형도 한잔을 마시라는 거였다. 순간 형은 당황하고 식은땀까지 삐질~~ 흘렸다. 분명히... ^^*

당황한 형은 결국 남아 있던 술까지 비워 세 잔을 만든 후에 "내가 왜 이걸 마셔야 되는지 모르겠네 진짜~~" 라는 말과 함께 술잔을 비워버렸다. 이렇게 폭탄주 이벤트는 희야의 희생정신으로 일단락되었고, 졸지에 한방먹은 준욱이 형은 멤버쉽 식구들에게 한마디를 남겼다.
"너거들도 앞으로 이런 재수씨 구해라"
정말 희야가 멋있어 보이는 순간이었다. ㅠㅠ


▨ 정말 신혼여행을 가는 것인가


여차저차해서 웨딩카에 올랐다. 새임사랑 후배인 규민이가 운전하고, 정민이가 보조하고, 뒷자석에는 신랑 신부와 신부 친구인 혜진이와 윤미가 탔다. 인원초과다 ;; 자가용이 보통 시트 부분은 넓지만 천정쪽은 좁다. 그 덕분에 창가쪽에 앉은 나는 엉덩이는 바깥쪽으로 어깨는 안쪽으로 쏠린채 공항까지 왔다. 그거참 신혼여행길이라 그런지, 혹시나 다치지 않을까 근육이라도 뭉치지 않을까 공항까지 오면서 어찌나 신경쓰이던지...

후배녀석이 있는게 그날처럼 든든한 적도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신경써야하는 부분이나 몸으로 때워야 하는 것들을 믿고 맡길 수 있었으니 말이다. 웨딩카 운전하는 것도 그렇고, 짐 챙겨주는 것도 그렇고, 첫날 밤을 생각해서 챙겨준 선물도 그렇고... ㅡㅡ;; 암튼 든든한 녀석들이다.

비록 내 친구들까지 공항에 오진 못했지만, 그래도 아끼는 후배녀석들이랑 수고 많이 해준 혜진이나 윤미같은 희야 친구들의 배웅을 받으며 공항문을 들어가는 것도 제법 기분 괜찮았다. 입국수속을 받는 곳에 들어갈때까지 손을 흔들어주던 모습들이 얼마나 우리를 기쁘고 뿌듯하게 했던지...


▨ 찬이와 희야, 대한민국을 뜨다~~


처음 비행기를 타보는 희야는 줄곧 창밖을 내다보며

"우와~ 집들이 전부다 쪼만하네~"

"오빠 저거봐~ 구름이 저 밑에 있다"

하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나도 해외여행은 처음인지라 외국인이 대부분이고 승무원도 외국인인 비행기를 타는 느낌이 좀 달랐기에 설레이는 마음은 비슷했을 것이다.

2시간 남짓 비행후에 도착한 곳은 도쿄 나리따 공항이었다. 다른 비행기로 갈아타기 위한 절차를 밟기 위해 비행기표를 받으러 갔는데, 우리나라 신혼여행 커플로 보이는 팀이 앞에서 한참을 있는 것이었다. 뭐가 저렇게 오래걸리나 싶었는데, 그 사람이 다른 커플들에게 얘기해주는 걸 얼핏 들어보니 자기네들이 타기로한 비행기가 호주 시드니에서 브리스베인으로 가는 비행기를 한번 더 갈아타게 되어 있는데, 그게 취소되어서 우리는 도쿄에서 곧바로 브리스베인으로 가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일정이 뒤바뀐 것 같다고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일정이 바뀐게 아니라, 항공사측에서 이용승객이 너무 적어서 항공편을 취소하고 다른 비행기로 변경해준 것이었다. 덕분에 우리는 2시간 가량 일찍 브리스베인에 도착할 수 있었고, 그때 웅성웅성 모였던 커플들의 대부분이 나중에 우리와 함께 다니게 될 사람들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 준비된 자


아무튼 호주로 뜨는 비행기를 타기까진 1시간 반 가량이 남은 상태였다. 몇몇 사람들은 일본 면세점을 둘러보기도 했지만, 앞으로 10시간 이상의 비행에 앞서 해야할 것이 있었다. 바로 화장을 지우는 일이었다. 희야의 올림머리도 문제였고 두꺼운 신부화장도 문제였다. 시간이야 충분했기 때문에 지울 시간은 있었지만, 문제는 폼클렌징을 비롯한 대부분의 물건이 이미 우리들의 도착예정지인 브리스베인으로 부쳐진 상태였다는 사실이다.

걱정하고 있는데 우리에게 화장지우고 가는 게 좋지 않겠냐고 제안하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좀 전에 비행기표 문제를 해결해준 일행중 한 커플이었다. 그 커플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제법 큰 쌕을 메고 왔고 그 안에는 필요한 대부분의 것들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폼클렌징은 물론 로션과 헤어밴드(일명 곱창)까지 빌려줬다. 고마운 마음에 희야의 올림머리부터 얼른 푼 후에 화장실로 보냈다.

얘기를 들어보니 그 커플도 해외여행은 처음이라 했다. 그리고 비행기도 처음 타 보고... 하지만 평소에 여행을 자주 다녔고, 그리고 주변에 해외여행 다녀온 사람들로부터 조언도 많이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캠코더에다 카메라도 필름, 디카 해서 두대나 들고 왔고, 호주달러 외에도 엔화까지 챙겨온 꼼꼼함까지 보였다. 항상 웃으며 우리한테 잘 대해주는 그 커플들이 좋게 보였고 고맙게 느껴졌다. 또한 그로 인해 앞으로의 여행에 대한 기대도 더욱 높아졌다. 좋은 사람들과 여행하면 더 즐거울 것이니까 말이다.

>> 여행전 반드시 챙겨야 할 사항
1. 옷을 넣는 큰 여행용 가방 이외에 소지품 보관을 위한 가방을 따로 마련하여, 여권, 지갑 등의 귀중품은 항상 지니고 다닐 수 있게 준비한다.
2. 여성의 경우에는 야간 혹은 장거리 비행전에 화장을 지울 수 있게 클렌징 등의 화장품을 따로 챙겨 휴대한다.
3. 최종목적지의 나라 뿐만 아니라, 비행기를 갈아탈 경우에 잠시 머물게 되는 나라에서 우리나라로 전화거는 방법을 알아둔다.
4. 단기간 여행이라면 약간의 현금만 환전하고, 가급적 신용카드를 사용한다.
5. 두 사람 이상이 여행을 할 경우, 대부분 휴대폰도 안되므로 사람이 많은 곳에서 떨어졌을 경우 만날 방법을 정한다. 예) 건물로비나 안내데스크앞, 화장실 앞 등
6. 여행을 위한 간단한 회화책자를 휴대하면 좋다. 일상적인 것은 몸으로 표현이 가능하나, 공항에서의 티켓팅이나 환전, 호텔 등에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요구할 때는 곤란한 경우가 많다.
7. 자신의 짐가방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표식을 준비한다. 공항에서 짐을 찾을 때 멀리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고 혹시나 같은 디자인의 가방이 바뀌는 일을 방지한다.


▨ 알 유 말레이시안?


일본에서 호주로 가는 비행기를 갈아탔다. 그런데 일본으로 올때 창가자리였던 것에 반해, 이번 비행기에는 가운데 자리 그것도 좌석 두 자리가 떨어진 것이다. 사실 좀 당황스러웠다. 신혼여행인데, 그것도 10시간 이상 비행이고 그동안 잠도 자는데 신부랑 떨어져 있다니...

잠시 후에 보이쉬한 젊은 여성과 젊은 할머니쯤 되어보이는 동양계 여자 두 사람이 우리 자리쪽으로 왔다. 나이가 든 여자분이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와따시 어쩌고 저쩌고 하는 걸 보니 일본인인가보다 싶었다. 한참 듣고 나서 내가 한마디 했다.

"I'm not Japanese"

순간 뻥~ 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같이 온 젊은 여자가 말을 건넸다. 두유~ 어쩌고 저쩌고 하는걸 보니 이번엔 영언가보다 싶었다. 그런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식은땀이 삐질삐질 나기 시작했다. 말도 빠른데다 발음도 이상한데다 내 영어실력까지 형편없으니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말도 무지 길게 했다. 요점만 말하면 되지 무슨 장문 독해를 하는 듯한 기분이 드는데, 어찌할 바를 몰랐다.

대략 두세번 들어보니 감은 왔다. 뭐 들으나 마나 자리 바꿔달란 얘기겠지만, 줄곧 좌석 교환은 아니란다. 그러면서 한다는 소리가 우리 뒷쪽에 있는 자리가 비면 편하게 갈 것이다 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거랑 우리 자리가 떨어져 있는거랑 무슨 상관인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그렇게 제대로 듣지못하고 대답도 제대로 못하자 그 여자가 말했다. 말레이시아 인이냐고 ㅡㅡ;;

결국은 그 사람이 자리를 변경하길 원했고, 각각 통로측에 앉아 있던 우리 둘이 함께 앉게 되고 가운데 자리에만 배치되었던 그 여자들도 한쪽 통로쪽으로 자리를 바꾸게 되었다. 암튼 그 일로 인해서 우린 긴장 & 짜증이었다. 말이 잘 안통하면 간단하게 말하든가 하면 되지, 똘똘이 스머프처럼 생겨가지고 이상한 발음으로 자꾸 말시키고 ;;;

우리의 첫날밤은 그렇게 떨떠름한 기분으로, 그리고 앞으로의 해외여행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비행기 좁은 좌석에서 보냈다. 물론~ 그냥 잠만 잤다.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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