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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에서의 여름휴가 - 첫째날

2009/09/17 22:42 | Posted by 찬이
예정보다 앞당겨진 휴가

여름휴가 시즌에는 회사일이 너무 바쁠 것 같아서, 예정보다 날짜를 앞당겨서 휴가를 쓰게 되었다. 그렇지만 만약 휴가를 당겨서 다녀온다면 장마철기간동안 다녀와야하기에 휴가를 앞당기기로 하는 것이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그래도 희야는 나와 달리 직원들이 휴가를 한꺼번에 쉬는게 아니라 교대로 다녀와야하는 만큼, 최고의 성수기때를 휴가기간으로 잡는 회사에 다니는 나로서는 휴가를 당겨서 다녀오는 것도 괜찮은 듯 했다.
문제는... 장마철이라는 점인데... 이리저리 궁리해봐도 마땅한 해결책이 떠오르질 않았다. 차도 없기에 장마철에 무거운 짐들고서 시외의 팬션을 찾아다니는 것도 못할 짓인 것 같고.

그러다가 동남아 여행에 대한 얘기가 나오긴 했었는데, 재작년엔 호주로 신혼여행으로, 작년에는 일본 하우스텐보스를 다녀왔었기에 이번에도 해외여행을 간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이번에도 이미 작년 휴가때부터 이번휴가 여행경비를 위한, 우리커플이 일명 여행적금이라 부르는 적금이 200만원이 준비되어있었기에 금전적 부담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보다는 집에 계시는 부모님들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양가부모님 모두 푼돈 아껴가며 열심히 사시는데, 게다가 여행한번 보내드리지 못했는데 이번에 세번째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말씀드릴 염치가 없었다.

그래서 사실은 국내여행을 여기저기 알아봤다.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는 마음을 꾹 누른 채 말이다. 캐리비안베이에서 2박3일간 놀려고도 했고, 제주도에서 렌트카타고 드라이브하는 것도 생각해봤다.
하지만 이미 우리들 마음속에서 계속 동남아가 아른거려서인지 아니면 정말 마음에 안들어서였는지, 두 사람 다 결정을 못내린 채 휴가는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동남아라고 싼 건 아니더라
"국내여행을 가더라도 며칠동안 다니면, 쓰는 돈이 적진 않을거야"
"장마철인데 놀지도 못하고 시간만 보내면 어떻게 해?"

망설이다 망설이다 결국 휴가를 이틀 앞두고 급하게 해외여행 상품을 찾아보게 되었다. 그런데 또 다른 장벽이 나타났다. 막상 가려고 하니까 돈 문제가 현실로 다가왔고, 그것이 우리를 한번 더 망설이게 했다.
평소에 생각하기로는 동남아에 가면 물가가 싸기 때문에 적은 돈으로도 실컷 사먹고 놀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여행경비도 저렴하겠지라고 생각했었고.
그런데 아무래도 휴양지 위주이면 리조트에서 묵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제법 비싸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름있는 리조트라면 동남아라 하더라도 1인당 최소 백만원이상의 여행경비가 들고, 이것저것 옵션관광까지 하게 되면 호주 신혼여행경비와 별 차이가 없어보이기도 했다. 완전 계산착오였던 것이다. 국내여행대신 저렴하게 해외여행 다녀올 생각으로 동남아를 꼽았건만...

거의 밤을 새다시피 상품을 뒤적거리며 비교해보다가, 결국 휴양시간이 많은 발리상품 중에서 제법 저렴하다싶은 것으로 선택했다. 그래도 리조트가 작고 부대시설이 적다는 정도이고, 여행일정은 거의 같았다. 그렇다고 일생에 단 한번뿐인 신혼여행 같은 것도 아니니 너무 무리해서 고급스럽게 다녀올 필요까진 없을테고.


여행준비도 급하게...


급하게 발리여행을 택한데다 이미 결제도 해버린 만큼, 여행 준비도 정말 서둘러야 했다. 금요일날 퇴근후 기차를 타고 2~3시간 정도 집으로 이동하는 시간과 일요일 아침부터 인천공항까지 이동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하루!! 하루안에 해외여행 준비를 모두 마쳐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두번이나 해외여행을 다녀왔던 덕분인지 별 탈 없이 그리고 서로 의견충돌도 없이 진행되었다. 며칠동안 갈아입을 옷이며 수영복은 물론이고 비상약, 라면, 김치, 디카, 건전지, 손목시계 등등 이전의 여행때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들까지 꼼꼼하게 챙겼다. 더군다나 동남아의 호텔이나 리조트는 치솔, 치약, 샴푸같은게 없다는 얘기에 치약 하나까지 다 챙겨야했지만 우리에게 문제가 되진 않았다.

준비는 끝났다. 옷가지들을 챙겨넣은 핸드캐리어 1개, 캠코더와 카메라, 우산 등을 넣어다닐 조그만 배낭 1개, 그리고 여권과 지갑 등 귀중품을 넣은 조그만 크로스백 1개.


이번 여행에서 첫번째로 아쉬웠던 일


무슨 일이든 간에 지나고 나면 후회스럽거나 아쉬운 순간들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중 첫번째로 발생한 아쉬운 일이 여행을 떠나기도 전에 생겨버렸다.
다름아닌 희야의 수영복 문제다. 있는거라곤 검은색의 아레나 원피스 수영복뿐이다보니 해변이나 휴양지에서 입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싶어서 수영복을 사러 다녔었다. 그것도 비키니 수영복을... 평소라면 내가 말렸을 테지만, 가는 곳이 발리인 만큼 비키니 수영복을 입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고 해서 말이다.

그렇다고 정말 속옷처럼 조그만 비키니는 못입을테고, 대충 아래위로 나뉘어진 그런 옷 정도로 백화점을 다니며 골라봤다. 세일기간이다보니 원래 가지고 있던 수영복보다 훨씬 저렴한 것들도 많았지만,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마음에 드는게 없었다.
괜찮다 싶은 것들도 그다지 내키진 않아했는데, 그 중에 정말 마음에 드는 게 있었다. 전체적으로 회색톤이면서 세련된 디자인으로 특히 젊은 사람에게 정말 잘 어울릴만 해 보였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처음에는 6만 몇천원 정도로 적힌 가격을 보고는 무척 싸다고 생각했다. 일반 수영복가격이 그 정도 선이고, 세일기간에는 2~3만원 짜리도 많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수영복은 브라, 팬티, 나시, 치마 총 4개로 이루어진 수영복이었고 가격표는 각각 붙어있었다. 세일해서 20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

그걸 본 이후로 한두시간은 더 돌아다녔지만, 마음에 드는 건 없었다. 정말 마음에 드는걸 봤으니 다른게 눈에 안들어올 법도 하겠지만, 나 조차도 아까 본 그 수영복이 정말 마음에 드는건 사실이었다.
우리는 돈이란 놈에게 굴복할 수 밖에 없었고, 결국 내 수영복만 사고는 백화점을 나왔다. 마침 희야 친구에게 수영복이 있어서 그걸 빌리기로 하고 말이다. ( 하나있던 삼각수영복이 너무 작아서, 사각으로 하나...;; )

만약 어떤 사람이 1년에 한두번 입을까 말까한 수영복을 20만원 넘게 주고 샀다고 한다면, 당장 미친 것 아니냐고 물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망설이다가 그 수영복을 샀더라도 어디가서 욕먹을까봐 제 가격을 말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그럴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그때 못사준게 정말 아쉬운 건 사실이다. 젊고 날씬할 때 그렇게 예쁜 수영복 입으면 정말 이쁠텐데... 그리고 희야도 정말 입고 싶었을 텐데... 하긴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우리 형편에 3년 연속 해외여행을 가는 것 조차도 적잖은 타격이긴 하지만 말이다.


부산에서 인천으로


우리의 첫 여행은 부산발 인천공항행 공항버스로 시작되었다. 김해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가면 기차나 버스보다 가격이 두배나 비싸다. 기차를 타고 가더라도 서울역이나 영등포역에서 내려서 공항버스를 타고 40~50분 가량을 가야한다. 물론 고속버스도 마찬가지다. 서울에서 가는 공항버스 차비도 7000원 가량이나 하고... (물론 찾아보니까 조금 싼 방법도 있긴 하지만)
알아보니 얼마전에 부산에서 인천공항으로 바로 가는 공항버스가 생겼다고 하길래, 갈아탈 걱정없는 편리함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선택했다. 밤 11시 30분차를 제외하고는 오전 9시 30분 버스가 막차라서 공항 도착후 2시간 가량 기다려야하긴 하지만, 식사도 하고 처음가보는 인천공항 구경도 할겸 일찍 도착하는 것도 괜찮겠고 해서 말이다.

장마철임에도 불구하고 비는 그다지 오지 않았다. 옷이 조금 젖을 정도로 오긴 했지만, 약간의 가랑비 수준에 그쳤다. 문제는 장맛비가 아니라 희야였다. 자주 배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리고 갑갑하다며 울상을 짓곤 했다. 순간 여행출발 바로 전날해본 임신테스트 양성반응이 생각났다. 이것이 입덫 증상인가?? 아니면 초기증상인가??
내가 그런걸 알 리가 없다. 임신하면 입덫한다는 걸 드라마같은에서나 봤지, 몇 개월째에 입덫하는지도 모르고, 무얼 먹어야 하는지도, 또 입덫을 하면서 실제로 토하는지 아닌지 조차도 모르는 나다. 그렇기에 속 안좋다고 식은땀 흘리며 칭얼거리는 희야를 바라보며 나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정말 난감하기만 했다.
이번 여행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사실은 상상도 못한 채 말이다.


드디어 발리로 향한다


공항버스를 내린후, 희야를 데리고 당장 한식당엘 가서 김치찌개를 시켜먹었다. 다행히 희야도 매콤하고 약간 신맛의 김치찌개가 입맛에 맞았는지 버스안에서의 힘들었던 인상은 온데간데 없고 밥도 한그릇 뚝딱 해치워버렸다. 정말 신 음식이 효과가 있는진 모르겠지만, 속이 거북하거나 할때에는 우리나라 김치찌개만한 것도 없지.
식사를 마치고 나서 바로 출국수속을 밟았다. 들어가는 길에 면세점에 들러서 양가 아버님께 드릴 양주로 발렌타인 21년산 두병만 사고는 곧장 게이트로 가서 의자에 몸을 기댔다. 면세점도 거의 그냥 지나치다시피 해서인지 승무원들보다도 더 빨리 도착했다.
비행기 탑승전까지 의자에 기대어 쉬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공항에서 유리벽 바깥의 항공기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여행얘기를 하며 재잘거리기도 했다. 우리도 첫 여행때는 무지 설레여서 사진도 찍고 두리번 거리기도 하고 그랬는데, 부산에서 인천까지 오느라 지친 탓에 마냥 귀찮기만 할 뿐이었다.

30여분을 기다렸을까... 드디어 탑승시작을 알리는 전광판에 불이 들이왔다. 기내로 들어서서 우리 좌석으로 가서 짐칸에 가방을 올려두고는 곧장 담요를 덮고 눈을 감았다. 발리 직행인데다 아직 성수기가 아니라서 그런지 빈좌석이 있어서 다행스러웠다. 왜냐하면, 곧 희야가 속이 안좋다고 하소연을 했기 때문이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좌석벨트를 풀어도 될 무렵이 되자, 좌석의 팔걸이를 올려서 의자 3개위에 희야를 눕게 했다. 물론 혹시나 모를 사고를 위해서 누은채로 안전벨트를 다시 메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발리에 도착하게 되면 자정이 넘는 시각이 될 것이다. 숙소에 가서 또 자게 되겠지만, 경험상으로 비추어볼때 지루한 비행기안에서는 자는게 최고다. 라디오나 음악, 책, 신문도 있지만, 좁은 곳에서 장시간 눈뜨고 있으면 갑갑하기 마련... 도착하는 그 순간까지 잠이다~!! [앗~ 저녁 기내식이...??]


우리를 반겨주는(?) 도마뱀


내가 어릴적, 그러니까 초등학교 3~4학년 무렵에 아버지가 인도네시아에 새로 공장세우는 곳에 가신적이 있다. 그때 인도네시아에 있었던 이런 저런 얘기를 해주셨는데 그 중 하나가 도마뱀 얘기였다.
우리나라에서 집에 바퀴벌레가 다니는 듯 도마뱀이 다닌다고... 잠을 자다보면 옆에 도마뱀이 기어다닌다고...;; 리조트에 도착하고 방으로 향하다가 꿈틀거리며 도망가는 것을 봤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눈 앞에서 도마뱀이 다니는 걸 보니 온몸의 털이 서는 듯 했다. 방문을 열려는 순간, 문틈 가까이에서 숨어있던 녀석이 또 도망나오는 바람에 숨이 멎을 뻔 했다. ㅠ.ㅠ 문을 빨리 열었다면 방으로 들어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밤새도록 도마뱀 쫓느라 고생할 내 모습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십수년전의 아버지 말씀과는 달리, 리조트에는 에어콘이 있어서 창문을 닫아두는 탓인지 다행히 방안에서는 그 녀석들을 볼 수 없었다. 짐은 거의 꺼내지도 않고 샤워만 대충하고 그대로 쓰러져 잠을 청했다. 이미 시계는 새벽 2시가 넘어 3시를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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