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5일이라는 일정이지만, 5일째날은 비행기안에서 보내다가 한국에 도착하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상 여행으로서는 마지막 날이다. 오늘은 짐을 꾸려야 하기 때문에 희야도 어정거리진 않았지만, 마지막날이라는 아쉬움이 역력해 보였다. 덥기도 덥고, 음식도 입맛에 맞지 않고, 차만 타면 멀미하는 그런 여행이지만, 그래도 좀 더 여기서 지내고 싶은 마음은 나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늘 아침엔 희야가 특이한 과일을 하나 가져왔다. 겉모양은 레몬같고, 속은 코코넛처럼 하얀 덩어리로 두껍게 차 있고, 가운데는 개구리알같은 모양의 씨가 가득 담겨 있다. 이걸 어떻게 먹는 걸까 고민을 해봤다. 참외처럼 속이 부드럽거나 크다면 베어먹겠지만 아무리봐도 과일 속살부분은 맛있어보이진 않았다. 그나마 씨는 주변에 무언가 감싸고 있는 듯 해서 그걸 입에 넣고 빨아먹어보았다. 하지만 별 맛은 없고 단지 씨 주변에 붙은 미끈하고 끈적한 것만 느껴졌다.
나중에 일행들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그 열매는 씨를 씹어먹는 것이라 했다. 자기네들도 고민하다가 살부분은 도저히 먹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씨를 씹어먹어봤는데, 아주 고소하고 맛있었다고.
희야는 오늘도 그물침대로 달려가 누워서는 흔들어달랜다. 희야가 무척이나 행복해보였다. 그리고 나도 이 순간이 만족스럽고 멈춰버리고 싶다. 이런 것이 행복이란 것을 느낄때의 감정인가보다. 눈에 콩깍지가 씌여서 무조건 예뻐보인다던가 혹은 돈을 흥청망청 쓴다던가 비싼 것을 가진다던가 하면서 느끼는 즐거움과는 차원이 다른 것. 뜨거운 햇살을 가려주는 그늘아래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그물침대를 타고 밀어주고. 그러면서 더 이상의 아무것도 필요없다고 느껴지는 그 순간이 바로 행복함이 심장과 혈관을 타고 온 몸에 전해지는 때가 아닐까.
짐을 가지러 방으로 돌아가는 길에, 식당앞에 있는 풀장에 발을 담궜다. 그리고 우리가 못가본 풀장도 구경삼아 찾아가봤다. 원래 발리를 온 목적이 휴양이었기에 수영을 많이 못한 것이 아쉬워서였을까. 그렇지만 계속 물속에만 있을 것이라면 한국의 캐리비안베이를 가는 것보다 나은게 뭐가 있겠나 싶었기에 그리 후회스럽지는 않다.
발리의 해변과 아쉬운 작별을...
오늘 아침엔 아예 캠코더까지 들고 나왔다. 짐은 어젯밤에 대부분 꾸려놓았고, 늦잠자지 않고 여유있게 일어났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는 충분했다. 우리는 발리의 해변을 조금이라도 더 가슴속에 담아두고 싶은 마음에 해변 여기저기를 다녀봤다. 캠코더로 풍경을 담기도 하고, 포즈를 취해가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도 했다.
야자수만 뺀다면 한국에도 이만한 해변은 제법 있겠지만, 사람마음이 어디 그런가. 여기보다 한국의 해변이 더 뛰어나더라도 막상 발리를 이제 떠난다고 생각하니 아쉬울 수 밖에.
그런데 우리가 거기가서 산 것은 아로마 비누였다...;; 아로마 비누는 어딜가나 파는 듯 하다. 호주에서도 일본에서도 발리에서도... 그리고 태국같은 곳 다녀온 사람도 아로마 비누 사오던데. 아무튼 선물용으로 줄 아로마 비누 수십개(?)와 기념삼아 나뭇잎으로 만든 액자 1개를 샀다.
간단한 쇼핑도 하고...
아침부터 웬 쇼핑인가 하겠지만, 생각처럼 물건사는 것에 대한 압박을 받거나 혹은 쇼핑시간이 너무 길거나 하진 않았고 단지 눈구경하는 정도의 쇼핑시간이 있었다.
은 세공품점에도 가고, 진주판매점에도 가고, 목공예품점에도 갔다. 물론 백화점 규모의 면세점에도 가긴 했다.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라면 목공예품점을 꼽고 싶다. 나무로 만든 각종 물건들이 많이 있었는데, 바구니 만들듯이 나무를 엮어서 만든 쇼핑백, 필통 등도 있었고, 나뭇잎으로 만든 액자와 앨범도 있었다. 물론 나무를 깎아서 만든 장식품들도 많았지만 그런 것들은 크기가 너무 크거나 혹은 세세하게 만든 부분들은 부서질 수가 있어서 한국으로 가져오기 힘들어보였다.
구경하는 사람들 주위를 멤돌던 점원들이 한결같이 하는 "마~니~ 사~묜~! 디스~까운뜨~! (많이 사면 디스카운트)" 라는 말이 우습기도 하고 친근감도 들어서인지 아직 그 점원의 얼굴까지 기억에 남아있다.
태국 전통음식을 먹다
점심때는 태국 전통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에서 먹었다. 짜고 매운 걸 좋아하는 한국사람으로서는 너무 밋밋한 담백함 때문에 익숙친 않지만, 뜨거운물에 데친 듯한 채소와 밥이 주류였기에 별 무리없이 먹을만은 했다.
특이할만한 점은, 이곳의 이쑤시개 또한 세공품이라는 것이다. 누가봐도 기계를 이용해 자동으로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 여길만큼 말이다.
이곳에서는 기념엽서를 파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6~7살 쯤 되어보이는 남자아이의 집요함은 이루말할 수가 없다. "xxxx xxxxx, 3딸롸~ 임~니~따~" 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조개껍질로 만든 조그만 인형을 파는 아이도 있고... 하나 정도 사줄만도 한데, 생각보다 가격을 제법 비싸게 부른다. 물가가 싼 나라임에도 엽서 10장 정도에 3달러, 조개에다 눈 달아서 만든 인형한개에 2만5천 루피아(이것도 3달러 가량)라고 하는데, 그 정도 돈이면 현지 사람들 하루 일당 정도인데 ;;;
마지막 관광지 해상사원
점심식사후에 도착한 곳은 바닷가에 위치한 해상사원이었다. 파도가 치는 해안가에는 모래대신 용암이 굳어져서 만들어진 듯한 넓고 울퉁불퉁한 땅이 자리잡고 있었고, 그 가운데에 우뚝 솟은 섬처럼 생긴 곳이 해상사원이라 했다.
하늘에서는 마침 지나가는 소나기 뒤에 좁은 구름사이로 햇살이 새어나오는 풍경을 자아내고, 바다에서는 바람은 세지 않았지만 엄청 높은 파도가 검은색의 해안가에서 부서지며 하얀 거품을 만들어내는 장관을 이루었다.
그래도 기념엽서는 발리 관광지의 사진들을 담은 것이라 기념으로 한 셋트 정도 있는 것도 나쁠 것 같진 않다. ( 그래도 우리는 안샀다!!! )
신의 생일날이라니...
이곳에는 신이 무척 많다. 각자가 모시는 신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대중적인(?) 신의 경우엔 행사가 제법 크다고 한다. 저녁식사를 하러 가는 길에 무척 길이 막혔다. 넓어봐야 왕복 4차선이고 대부분은 왕복 2차선이다보니 한꺼번에 차량이 몰리면 밀리는 것이 당연지사다.
마침 이날은 "돈의 신"의 탄생기념일 즉 생일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길가에는 흰옷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줄곧 지나가는 듯 하더니 나중에는 여러가지 물건을 들고 지나가는 긴 행렬을 보기도 했다. 아마 퇴근시간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행사때문에 더더욱 차가 밀리는 것이다.
이곳에서 믿는 신이 한둘이 아닌데, 그러면...;;
맛사지를 해주는 곳으로 도착하자, 조그만 여자아이가 우리를 나무로 칸이 쳐진 조그만 방으로 안내해주었다. 그리곤 삼베같은 것으로 된 팬티를 두장 주고는 옷을 벗고 팬티를 입으라고 하고는 나가버렸다. 다행히 2인 방이라서 안심을 하고 옷을 벗고 팬티를 입은 후 의자에 앉아서 사람이 오길 기다렸다. 맛사지를 처음 받는터라 먼저 옷부터 벗고 기다리기도 뭣하고 해서... 의자 가운데 구멍이 크게 뚫린 것이 여기서 좌욕도 하나 싶었다. 1~2분을 기다리자 아까 우리를 안내해줬던 여자애와 비슷한 사람이 두명 들어왔다. 여자애라는 표현이 부적절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키도 작고 제법 어려보여 짐작에는 대략 15~6살 정도인 것 같았기 때문에 여자애라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왔다. 지압과 오일 맛사지를 한 후에, 스크럽을 했다. 일종의 때를 벗기는 것이라 보면 된다. 스크럽제를 바른 후에 슥슥 문지르니까 국수(?)가 줄기차게 밀려나왔다. 그런 후에 방안에 있는 욕실에서 아로마 오일과 꽃잎을 풀어놓은 채 목욕을 했다.
마지막 코스, 아로마 맛사지
선택관광중에 아로마 맛사지와 지압 맛사지가 있었다. 여자들은 아무래도 아로마 맛사지가 더 좋을 것이고, 남자들은 시원한 지압 맛사지가 더 좋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두 군데가 서로 떨어진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냥 아로마 맛사지를 받으러 가기로 했다. 조금만 힘을 주어서 팔을 잡기만 해도 아프다고 하는 희야를 데리고 지압 맛사지를 받으러 가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라는 판단에서였다.
들어온 두 사람이 킥킥 거리며 웃더니 영어단어를 섞어서 제스쳐를 취한다. 끄응~ 좌욕을 하는 엉덩이가 아니고 침상에서 엎드린채 얼굴을 받치는 것이었다. ;; 한동안 전신을 간단하게 지압해주기 시작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리고 다 한듯 하더니 뒤집고... -_-;; 그래도 전신을 수건으로 다 덮은 뒤에 다리 한짝, 팔 한짝씩만 걷어서 하기 때문에 그리 부끄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개운하고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듯 했지만, 같은 일행의 남자분도 나도 지압맛사지를 받을 걸 하는 후회는 했다. 스크럽을 하거나 목욕을 하는 것보다 지압맛사지를 받을 때가 더 좋았기 때문이다. 좀 오래해줬으면 싶었는데 희야 얘기로는 힘들어서 "헥헥~" 거리는게 너무 안스러웠다는 말에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냥 차에 올랐다.
의자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얘기를 듣자니, 다른 커플들은 우리보다 여행경비를 두배나 주고 온 팀도 있었다. 물론 리조트가 좀 더 좋았겠지만, 똑같이 발리에 와서 똑같이 발리를 떠나고, 코스도 비슷비슷한데 비용이 두배나 차이나는 건 좀 심했다 싶긴 하다.
발리를 떠나며
우리가 타는 비행기는 새벽 3시 무렵에 출발한다고 한다. 가이드와 헤어진 후 공항의 의자에 자리잡은 우리는 피로에 지쳐 다들 드러누웠다. 나도 무척 피곤했는데, 일행들 모두가 자는 바람에 가방분실이 걱정되서 뜬 눈으로 비행기 출발시간이 다되도록 앉아서 짐을 지켰다. 탑승시간 30분 전에서야 한두명 일어나길래 그제서야 의자에 누은 나... 졸지에 제일 잠 많이 잔 사람이 되버린 듯 ;;;
뭐 우리가 싸게 오긴 한 건 사실이다. 리조트를 저렴한 곳으로 했기에 가격이 싼데다 비성수기에다 출발일 다되서 계약했기 때문에 10만원 할인되었을 때였고, 작년에 받은 20만원짜리 여행상품권에 아는 여행사 직원을 통해서 임직원 할인까지... 이렇게 따지면 비싸게 다녀온 사람의 1/3 가격이다.
이번 여행에서 꼭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허무하게 이미 달성되어버렸지만, 그래도 마냥 좋기만 하다. 계획은 차질이었으나 목표는 이루었으니~~
계획 차질 아닌 차질
결혼 3년차, 만으로 2년이 다되어가는 신혼부부인데, 아직 애기 소식이 없어서 조금은 걱정스러웠었다. 그래서 선배들로부터 이번 휴가때 찬스(?)를 잡으라는 조언을 얻었다. 그런데, 다행인지 이미 목표는 이루어진 상태로 여행을 다녀왔고, 집에 도착한 날 바로 병원에도 다녀왔다.
아무튼 이로써 이번 발리여행도 우리들의 추억속 앨범의 한장을 장식하기에 충분하리라 본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