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17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
내가 전화를 잘 드리지 않자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주에 부산으로 내려오냐고 물으셨다. 그래서 나는 바쁘긴 하지만 주말에는 쉴 수 있을 것 같으니, 금요일날 마치고 부산으로 내려갈 것이라 말씀드렸다.
"그러면...."
갑자기 밝아진 목소리로 어머니께서 말씀을 이어나가셨다.
"금요일에 처갓집에서 자고, 토요일날 아침 일찍 챙겨서 와라. 연아 데리고 성지곡(부산어린이대공원에 있는 수원지)에 가고 싶다. 등산하고 그리로 내려오면은 연아만한 애들이 뛰어다니고 하는데, 연아 생각나 죽겠더라."
생각보다 쌀쌀해진 날씨
며칠전까지만 해도 참 따뜻했는데, 갑자기 추워진 날씨였다. 바람도 제법 불긴 했지만 어머니의 바램대로 희야와 나는 어머니를 모시고 연아를 데리고 그렇게 성지곡으로 갔다.
성지곡 수원지는 부산 어린이 대공원의 다른 명칭이기도 했는데, 대공원안에 있는 커다란 저수지 주변으로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고, 그 중간에 놀이동산도 있다.
우리도 다른 사람들처럼 얘기를 나누며 길을 따라 걸었다.
연아가 걷기엔 무척이나 먼 거리인데다 계속 안고 걸을 수는 없었기에 입구에서 유모자를 빌렸다. 놀이동산이 있는 곳 쯤에 왔을때 연아도 그 틈에 끼어서 작은 놀이기구를 태워줬다. 커다란 놀이기구들은 아직 탈 수는 없었지만, 500원 동전으로 움직이는 조그만 탈것들은 연아가 놀기엔 그리 무리없어보였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사고가 있었다. 유모차에서 내려 걸어다니던 연아가 빈 유모차를 끌고오던 희야에게로 몸을 틀다가 몸이 기우뚱 거리며 넘어졌는데, 이때 그만 유모차 모서리에 입술이 찢겨졌다. 제법 피가 많이 나긴 했지만 어렵지 않게 지혈이 되었고, 병원에 가더라도 바늘로 꿰멘다거나 할 정도는 아니여서 다행이었다. 며칠이 지난 후에도 약간 상처자국이 남았는데, 그걸 생각할때마다 정말 마음이 아프다.
피가 멈추고 연아도 아픔을 잊을만 해졌을때쯤, 작은 놀이기구가 지겨워졌는지 커다란 놀이기구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위험한 것들이거나 여린 몸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것들이어서 회전목마를 탔다. 연아는 마냥 신기해하고 재미있어 하긴 했지만, 즐기기엔 시간이 너무나 짧았다.
놀이기구보단 산책
놀이동산에서 나와서 다시 산책로를 따라서 걸었다. 새나 물고기에게 주려고 집에서 가져온 뻥튀기를 연아가 계속 먹어댄다. 그리고 열심히 뛰며 좋아한다. 저수지 주변의 산책로는 콘크리트로 되어 있는데다 바로 옆이 저수지라서 신경이 많이 쓰였는데, 그런 것만 아니라면 맘껏 뛰어다니게 해주고 싶을 지경이었다.
난생 처음보는 오리들에게 관심을 많이 보여서 먹이를 줘보라며 뻥튀기를 연아에게 쥐어주지만, 그냥 연아 입으로 들어가버리고 만다...;;;
추운 날씨였고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집에서 가까운 공원에 나와 산책을 하는 것은 시내에 나가서 영화를 보고 술을 마시는 것과는 비교가 안될만큼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어머니께서도 무척 좋아하셔서 희야와 나의 기쁨은 배가 되는 듯 했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