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 많은 사람들
호주의 브리스베인에 도착한 것은 오전 8시가 조금 안되었을 때였다. 원래 일정상으로는 10시 30분에 도착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항공사측의 비행기표 변경으로 인해 일찍 도착했다. 덕분에 급하게 연락받고 온 가이드가 부랴부랴 도착한 10시 쯤까지는 공항에서 기다려야만 했다.
그런데 좀 이상한 점이 있었다. 공항내 사람들의 대부분은 반팔이나 나시 차림이고 바지도 긴바지가 아닌 반바지 차림이었다. 공기도 약간 썰렁한 듯 한데도 말이다. 우리들은 여행사 측에서 얘기 들은 대로 초봄이나 늦가을 날씨 정도로 생각하고 긴팔에 긴바지, 혹자는 마이나 목도리까지 입은 상태였다. 나중에 가이드가 도착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하기 전까지 우리 모두는 호주 사람들이 고기를 잘먹어서 열이 많은가보다 라고 생각했다.
"여러분들 지금 이 복장으로 나가면 쪄죽기 딱 좋습니다. 오늘 아침기온이 23도, 낮최고기온이 32도니까 지금 얼른 옷 갈아입고 오시고, 가능하면 두껍게 썬크림 바르세요. 여기는 실내라서 에어콘 때문에 썰렁한 거니까 착각하시면 곤란합니다."
▨ 시작이 좋았다
같은 시각에 도착하기로 한 팀이 제법 여럿이었는가보다. 우리보다 먼저 가이드를 만나서 간 팀들이 많아서 계속 투덜거렸는데, 우리 팀 6개 커플은 동시에 도착했기 때문에 가이드가 도착하면서 바로 일정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다른 어떤 팀에는 10시에 도착한 커플도 있고 12시에 또 한커플, 오후 5시에 한커플이 도착하기로 되어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다들 스스로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는 듯한 표정이 역력했다.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까 브리스베인에 도착해서 출구로 나오지 않고 또 다른 비행기를 갈아타는 바람에 외국까지 나갔다온 커플도 있고, 제때 비행기를 못 갈아탄 사람들도 있고 그랬다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비록 2시간 정도 공항에서 기다리긴 했어도 원래 일정보다 늦어진 것은 전혀 아니니까 오히려 우리가 아주 좋은 경우에 속하는 것이 되었다.
▨ 골드코스트, 이곳에서 일본의 손길이...
공항 도착후 가장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골드코스트라 불리우는 곳이었다. 예전에 호주가 한창 불황일 때에 싼 값이 내놓은 땅이었는데, 그 땅을 일본인들이 사서는 땅을 파서 바닷물을 끌여들여 강처럼 만들고 주변에 고급스런 주택이랑 골프장, 복지시설 등을 잔뜩 만들어 그야말로 부자마을인 생츄리코브가 탄생했다고 한다.
정말이지 강 주변에는 요트와 보트가 가득했고, 강 건너로 보이는 비슷한 모양의 세련된 집들이 강 주변을 가득 에워쌌다.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그 집들은 한채에 10억 가량하는데 실제 주택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집들을 가리기 위한 병풍 역할을 하는 집이라고 한다. 호주 출신의 유명배우 같은 사람이외에는 대부분 일본인 소유라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가이드 조차도 딱 한번 밖에 가보질 못했다고 한다. 그것도 길 잃은 관광객을 찾는다는 명목하에 말이다. 완전히 사유지로 구분되어 관리되어지며 외부인의 출입이 절대 금지된 그런 곳이기도 하다. 그냥 우리는 이곳을 구경하고 지나가는 관광객으로서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 파라다이스 컨츄리 농장
말로만 듣던 영화에서나 봄직한 농장이었다. 양과 양치기 개, 말, 젖소들이 푸르른 목초와 함께 어우러져 있고, 저편 시냇물 건너에는 거위와 캥거루들이 노닐고 있는 그러한 풍경 그대로였다.
농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있었는데, 대부분이 홍콩, 대만, 중국 등에서 온 사람들이었고, 나머지 절반이 한국에서온 신혼들이었다. 비슷한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뭔가 우리와는 다르다는 인상을 주는 그들과 함께 양털깎이쇼를 관람했다. 말은 안통해도 모두가 처음보는 광경에 환호를 하고 박수를 치며 놀았다.
양치기개가 양을 우리안으로 몰아넣는 시범을 할때는 양들이 관람석쪽으로 도망가는 바람에 송아지만한 양떼들이 내 다리를 스쳐지나가기도 하고, 부메랑 시범때는 돌아오지 않을 부메랑이 오히려 너무 많이 돌아와 던진 사람 위를 넘어가버리기도 했다. 또 수미터에 달하는 채찍을 휘둘러 소리를 내는 것은 실제 동물을 때리는게 아니라 채찍끼리 서로 부딪치게 하는 것이란 걸 알면서도 놀랍게만 느껴졌다.
농장의 사람들 모두가 항상 활짝 웃으며 제스쳐도 취하며 우리에게 안내도 해주고 인사도 건넸다. 넓고 푸른 농장만큼이나 마음이 넓고 여유가 있어보이는 사람들이었다. 비록 말 한마디 못건넸지만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 사람같지 않고 즐거워보여, 우리들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 당나귀가 아니다~ 진짜 말이다~
농장에서의 몇가지 관람 후에 곧장 언덕쯤에 있는 말 농장으로 향했다. 이번엔 산악승마 코스였다. 조금 위험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한다는 가이드의 말에 약간은 긴장한 채로 도착했다. 먼저 도착한 다른 팀이 출발준비를 갖춘 상태였다. 오늘 뒤늦게 도착해서 이번 코스가 처음인 팀이라고 했다. 그 소리를 듣고 우리들 모두 얼마나 킥킥거리며 웃었던지... ^^
말들은 서열 순서대로 줄을 지어간다고 했다. 그런데 희야가 가장 앞에 있는 말에 타게 되고 내가 두번째 말에 타게 되어서인지 엄청 큰 말이었다. 서열 1, 2위인 말이었으니 말이다. 그 때문인지 길을 가다가 풀을 뜯거나 엉뚱한 곳으로 향하려고 할 때 고삐를 당기는게 어찌나 힘들던지. 말이 커서 그런지 길가다 멈춰섰을 때 퍽퍽~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배설물의 양도 장난아니었다.
승마는 몸매관리를 위해 여성들이 즐겨하는 운동이라고 했다.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어린 애부터 주부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있었다. 특히 파란 눈동자에 가느다란 몸매의 승마복 차림의 한 여자아이가 기억에 남는다. 대략 초등 5~6학년 가량으로 보였는데 서양인이라 그런지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이미지라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희야가 더 이쁘겠지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