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일은 지났다
임신 만40주가 되는 분만 예정일은 2006년 2월 25일 토요일이었다. 그래서 회사에도 출산예정일 때문에 출산휴가를 쓰게 될 것이라고 얘기해놓았고, 승용차도 부산에 가져가서 대기시켜놓았다.
하지만 희야에게는 근래에 조금씩 있어왔던 골반이나 허벅지, 허리 등이 결리는 것이 조금씩 심해진다는 것 뿐, 출산임박을 알리는 별다른 증상은 없었다.
그렇게 평상시처럼 TV를 보며 과일을 먹고 재잘거리다 잠이 들었다.
그 다음날인 일요일에도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아, 결국 월요일날 출근을 위해서 저녁기차를 타고 구미로 올라왔다.
물론... 월요일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휴일이라 응급실로 접수를 한 다음, 분만실로 올라갔다. 희야는 이것저것 간단한 검사를 한 후,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분만실안으로 들어갔고 면회는 나중에나 가능하다고 했다.
산통을 겪는 아내옆을 지키며 응원하고 함께 밤을 지새거나 할 것으로 예상했건만, 얼굴조차도 보기 힘드니... 하는 수 없이 뒤늦게나마 병실에서 새벽을 기다리며 새우잠을 청했다.
아침일찍 분만실에서 장모님과 함께 희야를 면회한 후, 조금 있다가 분만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얘기에 대기실에 앉아서 소식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다른 산모의 가족들도 있었는데 함께 있었던 조카 덕분에 내 아내가 둘째 아기를 낳으러 왔을 것이란 오해를 받기도 했다.
TV도 보다가, 담소도 나누다가, 조카가 칭얼거리는 것 달래다가 시간이 금방 흘러버렸다. 대기실의 전화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며 희야의 분만소식을 전해왔다. 완전 파김치가 되어버린 듯한 희야와 그 옆에 누은 아기... 꿈인지 현실인지 몽롱한 상태에서 괜찮냐는 말 한마디를 어렵게 꺼낸 나에게 희야는 괜찮다며 웃어보였다. 덕분에 '아기를 낳는 동안 힘들었을텐데, 그리고 그동안 나는 아무 것도 해줄 수가 없었는데'하는 불안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진정시킬 수 있었다.
얘는 누굴 닮은거지?
체중이 4Kg이 넘는 건장한 공주가 태어났다. 아무리 우리가 태명을 '튼튼이'라고 지었기로서니 너무 튼튼한 것 아닌가 모르겠다.
처음에 봤을 때는 얼굴도 퉁퉁 불어있고, 쌍꺼풀도 없고, 코도 납작하고, 머리도 크고... 내가 태어났을 때에는 탯줄을 가르자마자 양쪽 눈에 쌍꺼풀이 진하게 지고 갸름했다고 들었다. 그런 얘기 때문인지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뱃속에서 나오자마자 인형같은 모습이길 바라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뒤늦게서야 깨달았다. 양수 때문에 몸이며 머리며 할 것 없이 퉁퉁 불어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아기가 태어나고 나서 신생아실에 면회갈 때마다, 그리고 집으로 데려와서 볼 때마다 조금씩 모습이 갖춰지고 있다. 눈과 볼, 머리의 붓기도 점차 빠지고 있어서 처음에 속상꺼풀같던 모습이 점차 쌍꺼풀에 가까워지고 있고, 납작하게만 보였던 코도 점차 오똑해져가고 있다.
그래도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던 것은 길쭉한 다리이다. 뱃속에 있을 때부터 태아의 다리가 길다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집에서 기저귀를 갈 때보니까 갓 태어난 아이 같지 않게 롱다리이다. ^^;;
그리고 우량아라 그런지 눈은 뜨고 있지만 보이지 않을 때인데도 사람얼굴이 있는 쪽으로 눈동자를 굴려서 쳐다보고, 목도 조금이지만 힘이 들어가고... 내 자식이라 편견이 있는게 아니라, 장모님께서도 그렇게 말씀하셨다. ㅎㅎ
▲ 병원에 찾아오신 장모님과 처형네 조카 수연이
우리 딸래미, 건강하고 착하게 커라
너의 엄마와 아빠의 사랑의 결실로 태어난 우리 딸,
너에 대한 사랑으로 때로는 지나친 관심과 무리한 기대로 너를 힘들게 할지도 모르지만,
진정으로 엄마 아빠가 바라는 것은,
우리 딸이 언제나 건강한 정신과 건강한 몸으로 세상을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란다.
우리 예쁜 딸, 사랑해~♡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