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4-10 부산 서면 롯데시네마에서
돈을 쫓는 사람들
어릴적에 돈을 벌고자 가출해서 다방 레지로 일하던 장끝순(서영희)은, 만화가게 주인인 전직 조폭 두목의 심부름으로 로또복권을 사들고 오게 되고, 돌아오는 길에 마침 내리던 소나기를 피해 TV 가게 앞으로 간다. 끝순은 거기에 진열된 TV에서 나오는 복권추첨방송을 보고서는 자신이 들고 있는 복권이 당첨복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돈 벌 욕심 때문에 집을 나와 고생하면서 살고 있는 그녀였기에, 순식간에 눈이 뒤집히고 곧바로 짐을 챙겨 도망가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된 두목은 돈 밝히는 파렴치한 경찰 에게 30억을 나눠주는 조건으로 여자를 잡아서 돈을 찾아줄 것을 요구한다. 개과천선해서 착하게 살려던 이들이 로또 때문에 쓰레기같은 경찰과 손을 잡게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불량배보다 더 불량한 경찰과 선량하고 의리있는 깡패가 당첨복권을 들고 도망간 끝순이를 잡으러 떠나게 된다.
마파도에 입도하다
경찰의 뛰어난 첩보력을 믿었던 탓에, 그들이 끝순이를 찾아서 들어간 곳이 바로 마파도라는 섬이다. 일주일에 한번 밖에 배가 오지 않고, 사람이라곤 6명의 할머니만 사는 그러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나타날 것이라 믿고 며칠동안 낚시꾼 행세를 하며 할머니들과 지내게 된다.
그렇게 1주일, 2주일을 지내면서 사람사는 정이란 것을 배운다. 그냥 만나서 얼굴 익히고 얘기나누고 친해져서 나누는 정이 아니라, 할머니, 어머니로서 가족들에게 향하는 사랑과 애환이 담긴 것을 말이다.
외지에서 그 섬으로 시집오자마자 남편이 죽어버린 할머니, 남편에게 폭행당하는게 지긋해서 도망와서 살게 된 할머니, 그리고 씨받이로 들어와 첩으로 살게된 끝순이의 어머니 등 다들 아픈 사연을 갖고 섬에서 사는 분들이었다.
아들이 되어...
낚시꾼이라 둘러대고는 섬 어딘가에 숨어있을 거라 생각되는 끝순이를 찾아서 며칠을 헤맨다. 그들의 행선지나 소식을 궁금해하는 할머니들을 항상 귀찮아 하면서도 매 끼니마다 밥 얻어먹고, 밤에는 잠자러 들어온다.
자신들이 노리고 있는 끝순이네 집에서 신세를 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속에서 그들은 형사와 추격자가 아닌, 오히려 할머니들의 아들처럼 지내게 된다. 일명 몸빼바지라는 옷을 입고 밭도 갈고, 지붕도 수리하면서...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점차 그들 스스로도 헷갈리기 시작한다. 보상금 30억을 바라보고 있는 형사와 두목형님의 목숨같은 명령을 이행하고자 하면서도, 자신들이 노리고 있는 여자의 집에서 그녀의 부모님으로부터 신세를 지고 산다는 것이 그리 쉬운 상황은 아닌 듯 하다.
끝순이의 행방
거의 포기하고 섬을 떠나려던 찰나, 당첨복권을 들고 서울로 도망갔던 끝순이가 섬에 도착하게 되면서 상황은 완전히 바뀌게 된다.
일주일에 한번씩 오는 배는 이미 떠났고, 드디어 작은 섬 내에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게 된다. 끝순이를 보게 되자 본성이 드러난 두 남자는 할머니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끝순이를 붙잡아가려고 두목에게 보고까지 한다.
하지만 당첨복권은 커녕 땡전한푼 없는 상태... 끝순이가 복권을 들고 도망가던 중, 배 갑판위에서 복권을 들고 기뻐하고 있었을 때였다. 갈매기 한마리가 당첨복권을 물고 멀리 날아가버린 것. 정말 복권당첨사실보다 더 믿기 힘든 이야기이긴 하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거참...
아무튼 끝순이는 알거지가 되어서 돌아갈 곳이 없어서 어릴적 가출하기 전에 살았던 섬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끝은 허무하지만,
끝순이를 잡았다는 소식에 조폭두목이 마파도에 도착해서 끝순이를 잡게 된다. 하지만 끝순이의 말을 순순히 믿을리는 없을 터... 순순히 복권을 내놓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에 분위기는 삭막해지고...
이때 할머니 한분이 그 돈을 갚아주겠다며 무리들을 이끌고 간 곳은 끝이 보이지 않는 대마밭. 끝순이를 놓아주는 조건으로 대마밭을 넘겨주겠다는 할머니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척 하더니, 대마를 처분하는 동안의 비밀유지를 위해서 두목은 할머니를 비롯한 일행들을 감금하겠다고 한다.
결국 마지막에 돈보다 소중한 것을 깨달은 비리(?)형사가 지원요청을 하여 섬으로 경찰들이 투입되면서 사건이 마무리 된다.
제법 썰렁하다시피한 마무리이긴 하지만, 영화전반적인 분위기는 잔잔한 감동을 주는 듯 하다. 영화 "집으로"만큼은 안되더라도, 가족이나 자식들이 곁을 떠난 할머니들이 느끼는 마음이나 사랑이 은은한 향기처럼 느껴진다. 화려한 환경이나 자극적인 사건은 아니지만, 낮에는 밭에서 채소를 가꾸고, 혼자서 힘들게 집을 고치고, 마음속에는 아픈 기억을 품고 살면서도 자식에 대한 그리움에 사묻혀 하루하루를 사시는 할머니들.
어쩌면 우리들의 어머니 모습일지도 모른다. 비록 섬에 살지도 않고 혼자 사는 것도 아니지만, 자식인 우리들이 외면한 부모님이라면 어떤 멀리 떨어진 낯선 섬에 갇힌 것보다도 더 외로우실 테니까 말이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