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2-31 부산 서면 롯데시네마에서
새해를 맞이하며
차도 있겠다, 예전 같으면 해돋이보러 시외로 나가던가 야경좋은 곳을 찾아서 가겠지만, 날씨가 흐려서 해를 보기 힘들 것이란 기상예보가 우리의 발목을 붙잡는데 한몫했다. 날씨가 좋았어도 희야가 힘들어서 못갔겠지만.
별달리 준비한 이벤트도 없고 계획도 없었기에 영화를 보기로 했다. 집에서 가까운 롯데시네마로 정하고 31일 아침일찍부터 나섰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사람이 많을거라 예상은 했지만, 다른 때 같으면 한적할 아침시각에 대기인원이 270명이라니...;; 게다가 벌써부터 이른 오후까지의 표는 거의 매진상황이었다.
암담하고도 당황스러운 마음에 한숨을 내쉬다가 심야영화를 보기로 결정했다. 새벽 2시경에 상영하는 건 너무 늦다 싶어서, 11시 45분으로 예매하고는 점심먹고 집에 들어갔다가 한숨자고 밤에 다시 나왔다.
무엇보다 사랑이라
설레이는 2005년의 마지막날, 와이프와 함께 영화 데이터를 하러 나왔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심야영화를 볼 때는 버스를 타고 나가서 돌아올때는 택시잡느라 고생하곤 했었는데, 이번에는 분위기있게 승용차를 끌고서 롯데호텔 지하주차장에 주차하고 여유롭게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재미만 생각하고 고른 킹콩이란 이 영화도 사실은 사랑이란 걸 얘기하고 있었다. 물론 특이한 소재와 공상적인 내용이며 보이지는 것들도 재미를 추구하는 영화중의 하나이긴 하다. 어쨌든 킹콩이 도시까지 와서 빌딩을 오르는 건 사랑 때문이 아닌가?
처음보는 킹콩 영화
킹콩이란 소재는 아주 유명하다. 그러나 정작 그 영화를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 하다. 적어도 우리 또래의 젊은 사람들 중에서는 말이다.
나도 예전에 TV에서 흑백영화를 잠깐 본 적은 있지만, 빌딩에 올라가는 것 말곤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냥 커다란 고릴라 괴물이 도시에 나타나 빌딩에 오르다가 죽는다는게 내가 아는 전부였다.
그럼에도 똑같은 소재와 비슷한 줄거리를 가진 킹콩이라는 영화를 다시금 재탕한 것에 대해서 이런저런 평들이 많은 것 같다. 나도 왜 그랬을까 하는 의문이 들긴 했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는 재미있게 잘 봤다라는 것으로 만족한다.
영화는 3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 각 등장인물들의 성격이나 배경도 적지 않게 표현이 되고 있고, 미지의 섬에 갔을 때의 원주민과 그곳에 사는 생물들과 환경에 대해서도 좋은 볼거리였다. 특히 괴물같은 존재인 킹콩이 여자주인공과의 교감을 얻어가는 과정들이 잘 표현되어 있어서 로맨스틱한 느낌도 잘 드러났다.
영화를 보기전에는 "킹콩은 왜 빌딩에 올라가서 죽었을까"라는 의문을 가졌었다면, 영화를 보고나서는 "균형을 파괴시키는 인간들 사이에서의 피해자들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도 빼놓을 수 없다
예전처럼 사람이 들어가서 움직이는 인형극같은 영화도 아니오, 사진이 어설프게 움직이는 듯하게 보이는 영화도 아니다.
주라기 공원보다도 더 실감다는 공룡들과 파충류, 킹콩간의 대결장면, 표정이 살아있는 킹콩의 모습, 그리고 그래픽이라곤 보여지지 않는 도시에서의 질주장면 등 다른 SF 영화보다 화려하다고는 하지 못해도 훨씬 자연스럽고 생생하다고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래픽화면 덕분에 킹콩의 내면연기를 느낄 수 있는 정도라면 표현이 될런지.
영화관에서 볼만 한 영화
자연스러운 그래픽과 실감나는 사운드가 이 영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줄거리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도 좋지만, 어차피 줄거리는 예전부터 알려진 것이니 상대적으로 다른 영화에 비해서 스토리를 이해하고자 하는 관객은 훨씬 적을 터. 꼭 좋은 영화관에서 친구나 연인과 그리고 팝콘과 함께 즐기길 권한다.
최고라고 장담할 수는 없어도, 영화관람료가 아깝지 않은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