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새벽 4시 30분에 기상했다. 전날에 카지노를 다녀온다고 일정이 많이 늦어서 12시쯤에나 잠들었기에 여간 피곤한게 아니었다. 그래도 다행이 크게 늦는 사람없어서 제 시간에 시드니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까무잡잡한 가이드와 정들었는데 막상 헤어진다니 섭섭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 생각과는 달리 가이드라는 느낌을 넘어서 친한 형처럼 세세한 것까지 많이 신경써주었고, 그리고 다니면서도 항상 즐거워하며 같이 다녔기에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혹시 호주를 찾는 여행객이 있다면 꼭 그 사람을 만나길 추천하고 싶을 정도이다.
아쉬움을 뒤로한채 브리스베인 공항에 들어섰을 때, 군데군데 호주 토속적인 분위기의 장식이 보였다. 면세점 중에도 토속품 전문면세점이 있었는데, 대부분의 호주인은 서양에서 넘어온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 땅에 살아왔던 사람들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그러한 것이라 생각된다.
▨ 블루마운틴도 식후경
공항에서 블루마운틴까지 한시간 반 가량이 소요된다. 아침 비행기로 도착해서 짐챙기고 이동하다보니 거의 점심시간이 다되었다. 아침식사로 기내식을 먹은 터라 출출함에다 느끼함까지 속이 말이 아니었다. 그런 와중에 이번 점심은 반갑게도 한식뷔폐였다.
블루마운틴을 올라가는 중턱쯤에 자리잡고 있는 단층짜리 건물 몇채로 이루어진 식당이었는데, 식당 자체는 허름했다. 식탁도 그렇고 의자도 그렇고... 하지만 맛깔스러운 김치와 돼지갈비, 하얀 쌀밥은 우리를 감동의 도가니로 이끌기에 충분했다.
괜히 과식안할려고 밥 조금만 떴다가 처음 먹은 것 만큼 더 먹게 되었지만, 그래도 김치 한조각이라도 더 먹고 싶을 지경이었다. 정말 한국에서 먹던 그 맛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반찬 가지수는 몇가지 안되었지만, 타국에서 한국음식을 준비하는 것 자체가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인데도 불구하고 정말 맛있게 만들어진 음식이었다. 그래서인지 식당에 찾아온 사람의 대부분이 한국사람과 중국계 사람들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 잔디로 된 정원이 펼쳐져 있어서 잠시 바람을 쐬며 휴식을 취하기도 그리고 사진 한컷 찍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편안한 느낌의 식당이었다.
▨ 나무는 초록색, 산은 파란색? 블루마운틴을 가다
블루마운틴, 말 그대로 푸른 산이다. 처음엔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 산을 푸르다라고 말할 때, 그 푸르다는 말이 파란색이란 말과 어감이 비슷하기 때문에 알아서 대충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블루마운틴도 그냥 짙푸른 산이라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말았던 것이다.
브루스베인에서의 날씨는 찌는 듯한 한여름이었지만, 시드니 특히 산악지대는 아주 추웠다. 바람도 엄청 많이 불었을 뿐만 아니라, 전날 밤에 비가 내려서 체감온도가 엄청 떨어진 상태였다. 그렇게 덜덜덜 떨면서 케이블카를 탔다. 우리나라에서 타던 조그만 케이블카보다는 훨씬 안정적이긴 했지만, 산아래 경치를 구경하기가 아찔하긴 마찬가지였다.
전설이 담긴 세 자매봉을 지나서 저 멀리 산맥이 보였다. 그때까지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가이드의 말처럼 정말 산이 파란색이었다. 당시에는 내가 설명을 제대로 안들었는지 산이 파랗게 보이는 이유를 몰랐다. 집에 와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기 전까진 말이다.
코알라들이 먹는 유칼리툽스라는 나무가 아주 많은데, 그 나무의 나뭇잎에는 소량의 알콜 성분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산소가 방출되면서 알콜성분이 함께 방출되어 푸르게 보이는 것이라고 한다. 정말 실제로 멀리서 보면 바다처럼 파란색이다. 물론 직접 그 산에 가보면 초록빛이겠지만 ^^;;
▨ 산을 오르는 궤도열차
블루마운틴 구경도 구경이지만, 또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궤도열차였다. 이곳의 산에는 석탄이 무진장 묻혀 있어서 산등성이를 조금만 긁으면 석탄이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예전에 석탄을 캐기 위해 만들어두었던 것인데, 그것을 정비하고 꾸며서 관광용으로 운영한다고 했다.
그런데... -_-;;;
궤도열차의 경사도가 50도가 넘는다고 한다. 기네스북에 최고 경사도를 오리는 차량으로 올라가 있을 정도로 말이다. 처음에 궤도열차에 앉을 때는 뒤로 반쯤 누은 듯 했다. 그런데 산을 타고 올라갈 때는 내가 서 있는건지 앉아 있는건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게다가 발 밑은 낭떠러지다. 출발위치부터가 상당한 높이의 절벽이었는데 거기서부터 위로 빠른 속도로 올라간다고 상상해보라. 마치 바닥이 투명한 고층엘레베이터를 타는 듯한 느낌이 그러할 것이다. 이걸 타면... 정말 춥다. 오싹한게... 으~~~ 생각만 해도~~~ 차라리 롤러코스터를 몇번 타는게 낫겠다 ㅡㅜ
▨ 작지만 가까운 동물원, Australian Wildlife Park
관광코스중에 포함된 동물원인데, 아주 작은 크기였다. 30분 정도면 다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있는 동물들도 몇가지 안되어서 10가지도 채 되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곳도 나름대로 특징이 있었다. 바로 호주산 동물들만 있다는 사실이다. 그중에 구관조와 비슷한 새의 경우에는 우리나라 까치나 참새를 보듯이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동물원이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볼 수 있도록 가두어놓 놓은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온갖 동물을 수입해다가 키우는게 아니라, 그 나라에서 볼 수 있는 동물들만 소개한다는 점을 이곳의 매력으로 꼽을 수 있겠다.
▨ 시드니 아쿠아리움
우리나라에도 서울과 부산에 대형 수족관인 아쿠아리움이 있다. 그런데 그런 시설들을 호주에서 지원해서 제작한 것이라 한다. 시설을 지원했는지 물고기를 지원했는지 여부까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그렇다고 들었다 ㅡ.ㅡ;;
그래서 잔뜩 기대를 하고 들어갔는데, 우리나라 아쿠아리움은 안가봐서 어떨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단 실망이었다. 지어진지 제법 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그냥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수족관의 범위를 넘어선 것은 잘 모르겠다. 해저터널처럼 되어 있어 상어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코스도 있고, 갖가지 아름다운 물고기들을 배경으로 마치 물속에 있는 듯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도 있긴 하다.
다음에 우리나라에 있는 아쿠아리움에 가보면 알 수 있겠지 ^^*
▨ 밤에도 멋진 시드니
원래 일정은 저녁 6~7시까지이다. 버스기사도 그렇고 가이드도 그렇고 6시가 원래 퇴근시간이기 때문에 일정이 그렇게 짜여진다고 한다. 그런데 느닷없이 가이드가 제안을 해왔다. 원래 일정에 없는 것이지만, 우리가 원한다면 다른 허니문들은 보기 힘든 멋진 걸 보여줄 수 있다고... 그래서 버스기사를 설득중이라고 했다. 원래 잘 아는 형이라 부탁하면 거절안할거란 얘기도 덧붙였다.
우리가 간 곳은 낮에 놀았던 시드니의 내항에 있는 노천까페였다. 여기에선 야경을 위해서 각 빌딩의 사무실에다 전등을 켜놓고 퇴근할 것을 권고한다고 한다. 대신 밤에 켜는 전등의 전기료는 정부에서 부담하는 조건으로. 그래서인지 늦은 저녁에 어두워진 시드니였지만, 높은 빌딩들에 켜진 불빛들로 너무나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원래 없던 일정이라 몇달러씩 걷어서 맥주 한잔하며 사진도 찍으며 시드니의 밤을 즐겼다. 안타깝게도 멋진 야경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흔들려서 나왔다. 시간이 그리 여유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조금 있는 시간도 서로서로 사진을 찍어주다보니 배로 많이 걸리기 때문에 사진을 많이 찍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하지만 정말 추천해주고 싶은 장소임에는 틀림없다. 시드니를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쯤은 시드니의 야경을 보러 나가길 적극 추천한다. 단, 주의할 것은 노천카페 등에서 사진촬영을 한답시고 귀중품이 든 가방을 의자에 놓고 다니면 날치기를 당할 우려가 있다고 한다. 호주인 대부분은 좋은 사람들이지만, 아랍이나 인도, 동남아 등에서 건너온 빈민층 부류의 아이들 중에 그런 식으로 생계를 꾸리는 사람이 있다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