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찬이

태그목록

최근에 받은 트랙백

글 보관함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뽀또네 아기들

2009/09/22 23:34 | Posted by 찬이

▨ 3남 1녀 1무의 탄생


2002년 12월 초, 뽀또가 조금씩 낑낑거리기 시작한다. 아마도 출산일이 다가오기 때문이리라 가족들은 생각했다. 출산의 고통이 조금씩 시작될 것이란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 후 어느날 뽀또 주변에 이상한 액체같은 것이 흥건하게 적셔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양수가 터진 것이다. 곰탱이 같이 양수가 터질 정도로 아팠으면서 신음도 거의 하지 않고 있었던 뽀또... 결국 병원에서 제왕절개 수술이 이루어졌고, 모두 5마리 중 4마리만이 이 세상에서 빛을 보게 되었다.

뽀또가 첫 출산인데다 나이가 5살 정도가 되어 노산이어서 출산이 힘들다고 했다. 새끼뿐만 아니라 어미도 위험하기 때문에 수의사들이 제왕절개를 권장하긴 했었다. 게다가 작은 몸안에 5마리나 있었던 탓에 결국 한마리는 뱃속에서 숨을 거뒀고, 나머지 4마리는 무사히 태어나게 되었다. 그 중 셋째만 암컷이고 나머지는 수컷이었다.






▨ 첫째, 큰형님 영웅이

▨ 둘째, ~~

▨ 셋째, 달려라 은비

▨ 넷째, 꽃미남 뚱이



▨ 아빠는 유별난 "별이"
새끼들의 아빠는 뽀또네 옆집에 사는 "별이"라는 녀석이다. 수컷이름치고 예쁘다는 느낌을 받을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생각엔 흔히들 생각하는 별(Star)에서 따온 이름이 아니라 유별나다라는 말에서 따온 듯 하다. 몸집은 뽀또보다 조금 작은데 성질은 더럽고 유별나다. 온 동네를 누비며 다니고 때때로 허락도 없이 뽀또네집 현관까지 혼자 들어와서는 꼬리를 흔들며 뽀또를 찾기도 하는, 엽기견이기도 하다. <끝>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희야네 강아지 뽀또

2009/09/22 23:26 | Posted by 찬이

▨ 견 적 서 ( 犬 籍 書 ) 

    - 이   름 : 뽀또
    - 생   일 : 1998년 늦여름 정도로 추정
    - 취   미 : 밥상 앞에서 애교부리기
    - 특   기 : 삐진 척 하기


▨ 출생의 비밀~???


내겐 나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외향적인 여동생이 있다. 그래서 일찍부터 집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자취생활을 시작했다. 그럼에도 정은 나보다 더 있어서 외롭거나 허전함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였는지 강아지를 한마리 키우기 시작했다. 혼자사는 자취방에서 강아지를 키우다보니 제대로 키울리가 없다. 자기 밥그릇도 제대로 못챙겨먹는데 하루세끼 강아지 보살필 여력이 있을리가 있나. 게다가 일을 하거나 혹은 하루이틀 집을 비우기도 하고... 강아지를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것은 내가 잘 안다. 하지만 키우기 힘들다는 것도 알고 있다.

자취생활을 접을 무렵, 피골이 상접한 강아지 한마리를 집으로 데려왔는데, 몸에서 악취도 엄청나고 금방 죽을 것처럼 허약해 보였다. 집에다 며칠 가둬두고 어딜갔다왔더니 병이 걸렸더라는 것이다.

그러다가 희야가 우리집에 와서는 뽀또를 씻기겠다고 나섰다. 나도 강아지를 좋아하지만, 정말 정이 떨어질 정도로 냄새도 났고, 또 씻기더라도 방안에서 어찌 키울지 걱정이 되었었는데, 무작정 희야가 씻기겠다고 그런 거다. 냄새가 싫지도 않은지 희야는 30분이 넘게 화장실에서 강아지와 씨름을 한 듯 했다.


한결 냄새는 덜해졌지만 다 없어진 것도 아니고, 아파트라 집에서 개를 키우는 것도 좀 곤란한 상황이어서 문제는 아직 남아있었다. 이럴때는 희야가 어찌나 강해(?)보이던지... 당시 희야네 집도 아파트인데다 식구는 많고 집은 좁았었다. 게다가 희야네 부모님도 집에서 개를 키우는 것을 반대하셨다. 희야는 결국 무대뽀로 개를 집으로 데려갔고, 새 집으로 이사간 지금까지 그 강아지, 뽀또와 함께 잘 지내고 있다.


▨ 뽀또가 도둑잡다~ ^^ㅋ

희야네가 아파트에 살 때였다. 복도가 있는 형태의 아파트여서 작은방 창문을 열어두면 복도로 지나가는 사람머리가 보일 정도였다.
그날도 다른때처럼 작은방에서 희야가 잠들었고, 가족들도 모두 잠이 들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장판긁는 소리에 어설프게 잠이 깬 희야 아버지는 잠결에 눈을 살짝 뜨셨다. 뽀또가 자꾸만 폴짝 폴짝 뛰는 바람에 장판에 발톱이 긁혀 소리가는 나는 것이었다. 왜 그러나 싶어 고개를 드니까 어떤 사람이 방문쪽에 서 있는 것이다. 안그래도 희야 언니의 남자친구(지금은 남편 ^^)가 왔었기 때문에 아직 안가고 있어나보다라고 생각하시곤, 다시 잠이 들려는데 순간 번쩍이는 생각에 "누구야!!"하고 고함을 질렀지만, 그 사람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불을 켜고 가족들을 깨워서 이것저것 확인해봤다. 남자친구는 아닌 것이 뻔했고, 희야 언니의 지갑과 희야의 방문열쇠가 사라졌고 다른 것은 이상없는 듯 했다. 아파트 문에는 아무런 흔적도 없는데 어떻게 열고 들어왔을까... 창문도 쇠창살이 그대로 달려있는데...

희야가 전날밤에 집 열쇠를 작은방 컴퓨터위에다 올려놓고 창문을 잠그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컴퓨터랑 창문이랑 거리가 제법 멀었는데 그걸 어떻게 봤으며 또 집어갔는지 지금 생각해도 대단한 것 같다. 아무래도 막대기같은 것으로 꺼내지 않았을까 싶다. 암튼 열쇠는 버려진 것을 경비아저씨가 찾았고, 희야 언니의 지갑은 결국 찾질 못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날이 신정인지 구정인지 암튼 대목 가까운 날이어서 희야도 돈이 제법 많았고, 당시 가게를 하시던 희야 어머니도 현금을 엄청 많이 들고 들어오셨었다. 결국 냄새나는 강아지를 씻겨서 데려와, 구박받으며 강아지를 키우다 큰 덕을 본 것이다. 이 일로 가족들의 뽀또에 대한 사랑은 훨씬 커졌고, 지금은 닭고기아니면 밥투정하는 애물단지가 되었다.

그런데, 더 웃긴 것은 그날 도둑을 잡기 위해서 뽀또가 뛰었던 것이 아니라, 사람이 들어오니까 반가워서 안아달라고 폴짝폴짝 뛴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 습관은 몇년이 지난 요즘도 여전하다. 어린 애나 여자는 별로 안좋아하지만, 남자만 오면 사죽을 못쓴다. ㅋㅋㅋ 암튼 웃긴 녀석이다. <끝>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해리포터와 불의 잔

2009/09/22 23:19 | Posted by 찬이

2005-12-25 부산 서면 롯데시네마에서

간만의 데이트

비록 크리스마스가 일요일이긴 해도, 마음을 설레이게 하는 휴일임에는 변함이 없다. 크리스마스 이브날인 24일에 희야랑 산부인과에 다녀오면서 시내에 들러서 영화를 보려고 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시즌인데 한가할 리가 없다. 표가 거의 다 예매된 상태라서 하는 수 없이 다음날인 25일 크리스마스날 표를 샀다.
덕분에 시간이 많이 남아서 오랜만에 시내구경을 할 수 있었다. 머리도 자르러 가고, 옷도 사러가고, 그냥 거닐기도 하고, 군것질도 하며 말이다. 언제나 그렇지만, 영화를 본다는 것은 단지 눈을 즐겁게 하는 것 이외에 다른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줘서 참 좋은 것 같다.


해리포터가 컸다고?

해리포터 첫편이 나올 무렵에 이런 말이 나돌았다. 영화촬영을 위해서 아역배우들이 성장을 늦추는 약을 먹었다고 했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서 들은 얘기라서 사실여부를 확인해보진 않았지만, 시리즈의 영화를 계속 촬영하는데 아역들이 몰라보게 계속 커버리면 그것도 문제가 되긴 할 것 같단 생각은 들었다. 그래도 남들은 더 클려고 애쓰는데...

그러나 막상 영화를 보니 예전에 비해서 그리 큰 것 같지가 않았다. 물론 많이 자란 티는 났지만, 그건 영화 시작부분에서나 느껴질까 시간이 흐를수록 각 캐릭터의 성격들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우려했던 거부감은 없었다.

재미는 있지만...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듯한 마법이야기에다 잘 짜여진 스토리, 화려하고 자연스러운 컴퓨터그래픽이 가미된 멋진 영화는 맞는 듯 하다. 하지만 아무래도 지금 내 나이에는 맞지 않는 영화인 것은 사실이다. 재미있는 듯 하면서도 뭔가 허전한 느낌은 집에서 케이블TV 채널을 바꾸다가 만화채널에 멈춰세우고선 그냥 피식~ 웃으며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래도 태어날 나의 아기와 함께라면 이보다 더 유아틱한 것도 즐겁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킹콩

2009/09/22 23:16 | Posted by 찬이

2005-12-31 부산 서면 롯데시네마에서

새해를 맞이하며

2005년도를 보내면서 조용히 지내기엔 희야가 섭섭할 것 같았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이긴 하겠지만, 무거운 몸 때문에 평소에 바깥에 놀러다니는 것도 쉽지 않은 희야로선 더욱 간절할거라 생각되었다.

차도 있겠다, 예전 같으면 해돋이보러 시외로 나가던가 야경좋은 곳을 찾아서 가겠지만, 날씨가 흐려서 해를 보기 힘들 것이란 기상예보가 우리의 발목을 붙잡는데 한몫했다. 날씨가 좋았어도 희야가 힘들어서 못갔겠지만.
별달리 준비한 이벤트도 없고 계획도 없었기에 영화를 보기로 했다. 집에서 가까운 롯데시네마로 정하고 31일 아침일찍부터 나섰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사람이 많을거라 예상은 했지만, 다른 때 같으면 한적할 아침시각에 대기인원이 270명이라니...;; 게다가 벌써부터 이른 오후까지의 표는 거의 매진상황이었다.
암담하고도 당황스러운 마음에 한숨을 내쉬다가 심야영화를 보기로 결정했다. 새벽 2시경에 상영하는 건 너무 늦다 싶어서, 11시 45분으로 예매하고는 점심먹고 집에 들어갔다가 한숨자고 밤에 다시 나왔다.


무엇보다 사랑이라


설레이는 2005년의 마지막날, 와이프와 함께 영화 데이터를 하러 나왔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심야영화를 볼 때는 버스를 타고 나가서 돌아올때는 택시잡느라 고생하곤 했었는데, 이번에는 분위기있게 승용차를 끌고서 롯데호텔 지하주차장에 주차하고 여유롭게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재미만 생각하고 고른 킹콩이란 이 영화도 사실은 사랑이란 걸 얘기하고 있었다. 물론 특이한 소재와 공상적인 내용이며 보이지는 것들도 재미를 추구하는 영화중의 하나이긴 하다. 어쨌든 킹콩이 도시까지 와서 빌딩을 오르는 건 사랑 때문이 아닌가?


처음보는 킹콩 영화


킹콩이란 소재는 아주 유명하다. 그러나 정작 그 영화를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 하다. 적어도 우리 또래의 젊은 사람들 중에서는 말이다.
나도 예전에 TV에서 흑백영화를 잠깐 본 적은 있지만, 빌딩에 올라가는 것 말곤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냥 커다란 고릴라 괴물이 도시에 나타나 빌딩에 오르다가 죽는다는게 내가 아는 전부였다.

그럼에도 똑같은 소재와 비슷한 줄거리를 가진 킹콩이라는 영화를 다시금 재탕한 것에 대해서 이런저런 평들이 많은 것 같다. 나도 왜 그랬을까 하는 의문이 들긴 했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는 재미있게 잘 봤다라는 것으로 만족한다.
영화는 3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 각 등장인물들의 성격이나 배경도 적지 않게 표현이 되고 있고, 미지의 섬에 갔을 때의 원주민과 그곳에 사는 생물들과 환경에 대해서도 좋은 볼거리였다. 특히 괴물같은 존재인 킹콩이 여자주인공과의 교감을 얻어가는 과정들이 잘 표현되어 있어서 로맨스틱한 느낌도 잘 드러났다.

영화를 보기전에는 "킹콩은 왜 빌딩에 올라가서 죽었을까"라는 의문을 가졌었다면, 영화를 보고나서는 "균형을 파괴시키는 인간들 사이에서의 피해자들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도 빼놓을 수 없다

예전처럼 사람이 들어가서 움직이는 인형극같은 영화도 아니오, 사진이 어설프게 움직이는 듯하게 보이는 영화도 아니다.
주라기 공원보다도 더 실감다는 공룡들과 파충류, 킹콩간의 대결장면, 표정이 살아있는 킹콩의 모습, 그리고 그래픽이라곤 보여지지 않는 도시에서의 질주장면 등 다른 SF 영화보다 화려하다고는 하지 못해도 훨씬 자연스럽고 생생하다고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래픽화면 덕분에 킹콩의 내면연기를 느낄 수 있는 정도라면 표현이 될런지.


영화관에서 볼만 한 영화


자연스러운 그래픽과 실감나는 사운드가 이 영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줄거리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도 좋지만, 어차피 줄거리는 예전부터 알려진 것이니 상대적으로 다른 영화에 비해서 스토리를 이해하고자 하는 관객은 훨씬 적을 터. 꼭 좋은 영화관에서 친구나 연인과 그리고 팝콘과 함께 즐기길 권한다.

최고라고 장담할 수는 없어도, 영화관람료가 아깝지 않은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끝>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마파도

2009/09/22 23:14 | Posted by 찬이

2005-04-10 부산 서면 롯데시네마에서

돈을 쫓는 사람들

영화는 160억 로또복권 당첨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누구나가 꿈꾸는 인생역전의 기회 중 하나가 바로 복권이란 놈일 것이다. 돈 때문에 하고 싶은 것 못하고 먹고 싶은 것 못먹으면서 구질구질하게 사는 삶을 벗어날 수 있는, 그야말로 천국행 열차인 셈이다.

어릴적에 돈을 벌고자 가출해서 다방 레지로 일하던 장끝순(서영희)은, 만화가게 주인인 전직 조폭 두목의 심부름으로 로또복권을 사들고 오게 되고, 돌아오는 길에 마침 내리던 소나기를 피해 TV 가게 앞으로 간다. 끝순은 거기에 진열된 TV에서 나오는 복권추첨방송을 보고서는 자신이 들고 있는 복권이 당첨복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돈 벌 욕심 때문에 집을 나와 고생하면서 살고 있는 그녀였기에, 순식간에 눈이 뒤집히고 곧바로 짐을 챙겨 도망가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된 두목은 돈 밝히는 파렴치한 경찰 에게 30억을 나눠주는 조건으로 여자를 잡아서 돈을 찾아줄 것을 요구한다. 개과천선해서 착하게 살려던 이들이 로또 때문에 쓰레기같은 경찰과 손을 잡게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불량배보다 더 불량한 경찰과 선량하고 의리있는 깡패가 당첨복권을 들고 도망간 끝순이를 잡으러 떠나게 된다.


마파도에 입도하다


경찰의 뛰어난 첩보력을 믿었던 탓에, 그들이 끝순이를 찾아서 들어간 곳이 바로 마파도라는 섬이다. 일주일에 한번 밖에 배가 오지 않고, 사람이라곤 6명의 할머니만 사는 그러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나타날 것이라 믿고 며칠동안 낚시꾼 행세를 하며 할머니들과 지내게 된다.

그렇게 1주일, 2주일을 지내면서 사람사는 정이란 것을 배운다. 그냥 만나서 얼굴 익히고 얘기나누고 친해져서 나누는 정이 아니라, 할머니, 어머니로서 가족들에게 향하는 사랑과 애환이 담긴 것을 말이다.
외지에서 그 섬으로 시집오자마자 남편이 죽어버린 할머니, 남편에게 폭행당하는게 지긋해서 도망와서 살게 된 할머니, 그리고 씨받이로 들어와 첩으로 살게된 끝순이의 어머니 등 다들 아픈 사연을 갖고 섬에서 사는 분들이었다.


아들이 되어...

낚시꾼이라 둘러대고는 섬 어딘가에 숨어있을 거라 생각되는 끝순이를 찾아서 며칠을 헤맨다. 그들의 행선지나 소식을 궁금해하는 할머니들을 항상 귀찮아 하면서도 매 끼니마다 밥 얻어먹고, 밤에는 잠자러 들어온다.

자신들이 노리고 있는 끝순이네 집에서 신세를 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속에서 그들은 형사와 추격자가 아닌, 오히려 할머니들의 아들처럼 지내게 된다. 일명 몸빼바지라는 옷을 입고 밭도 갈고, 지붕도 수리하면서...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점차 그들 스스로도 헷갈리기 시작한다. 보상금 30억을 바라보고 있는 형사와 두목형님의 목숨같은 명령을 이행하고자 하면서도, 자신들이 노리고 있는 여자의 집에서 그녀의 부모님으로부터 신세를 지고 산다는 것이 그리 쉬운 상황은 아닌 듯 하다.


끝순이의 행방

거의 포기하고 섬을 떠나려던 찰나, 당첨복권을 들고 서울로 도망갔던 끝순이가 섬에 도착하게 되면서 상황은 완전히 바뀌게 된다.
일주일에 한번씩 오는 배는 이미 떠났고, 드디어 작은 섬 내에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게 된다. 끝순이를 보게 되자 본성이 드러난 두 남자는 할머니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끝순이를 붙잡아가려고 두목에게 보고까지 한다.

하지만 당첨복권은 커녕 땡전한푼 없는 상태... 끝순이가 복권을 들고 도망가던 중, 배 갑판위에서 복권을 들고 기뻐하고 있었을 때였다. 갈매기 한마리가 당첨복권을 물고 멀리 날아가버린 것. 정말 복권당첨사실보다 더 믿기 힘든 이야기이긴 하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거참...

아무튼 끝순이는 알거지가 되어서 돌아갈 곳이 없어서 어릴적 가출하기 전에 살았던 섬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끝은 허무하지만,


끝순이를 잡았다는 소식에 조폭두목이 마파도에 도착해서 끝순이를 잡게 된다. 하지만 끝순이의 말을 순순히 믿을리는 없을 터... 순순히 복권을 내놓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에 분위기는 삭막해지고...
이때 할머니 한분이 그 돈을 갚아주겠다며 무리들을 이끌고 간 곳은 끝이 보이지 않는 대마밭. 끝순이를 놓아주는 조건으로 대마밭을 넘겨주겠다는 할머니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척 하더니, 대마를 처분하는 동안의 비밀유지를 위해서 두목은 할머니를 비롯한 일행들을 감금하겠다고 한다.
결국 마지막에 돈보다 소중한 것을 깨달은 비리(?)형사가 지원요청을 하여 섬으로 경찰들이 투입되면서 사건이 마무리 된다.

제법 썰렁하다시피한 마무리이긴 하지만, 영화전반적인 분위기는 잔잔한 감동을 주는 듯 하다. 영화 "집으로"만큼은 안되더라도, 가족이나 자식들이 곁을 떠난 할머니들이 느끼는 마음이나 사랑이 은은한 향기처럼 느껴진다. 화려한 환경이나 자극적인 사건은 아니지만, 낮에는 밭에서 채소를 가꾸고, 혼자서 힘들게 집을 고치고, 마음속에는 아픈 기억을 품고 살면서도 자식에 대한 그리움에 사묻혀 하루하루를 사시는 할머니들.

어쩌면 우리들의 어머니 모습일지도 모른다. 비록 섬에 살지도 않고 혼자 사는 것도 아니지만, 자식인 우리들이 외면한 부모님이라면 어떤 멀리 떨어진 낯선 섬에 갇힌 것보다도 더 외로우실 테니까 말이다. <끝>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B형 남자친구

2009/09/22 23:11 | Posted by 찬이

2005-02-20 부산 서면CGV에서...

간만의 영화, 간만의 공짜표

영화를 본지 무척이나 오래됐다. 맨날 바쁜 일상에 찌들어살다보니, 주말에는 집에서 쉬는게 다반사였던 우리였다. 이날은 웬일인지 내 동생이 핸드폰으로 공짜표 예매할 수 있게 됐다며, 영화한편씩 보고 오라는 것이다. 무슨 경로로 생긴 건진 모르겠지만, 뭐 그게 중요한가?
전날에 늦게 자긴 했지만, 무리를 해서 11시 45분 영화를 보러 시내로 나갔다. 평상시 같으면 기상시간이지 아마...?


다행히도 나는 O형 =ㅁ=;;

초반부터 독특한 색깔의 남자주인공이 등장한다. 계산 철저하고, 자기 생각대로만 움직이는... 어쩌면 냉혈한 혹은 이기주의자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은 그런 사람이다. 그가 바로 다름아닌 B형 혈액형을 가진... 문제의 남자친구인 듯 하다.
그리고 로맨스에 젖어서 자신만의 꿈을 꾸는 한 여자가 있었으니, 그녀가 바로 A형 혈액형 하미이다. 하지만 소심한 성격탓에 작은 것이 감동하기도 그리고 삐지기도 하는 스타일이다.

여자 주인공 하미의 사촌언니가 B형 남자에 대해서 이런저런 단점을 적나라하게 말할 때, "만약 내가 B형이라면...?", "정말 B형 아닌게 다행이다 ^^;;"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B형 남자가 들었다면 제법 신경거스릴만하다 싶을 정도였으니...


정말 B형이 저런가...?


세상을 살다보면, 정말 남자주인공인 영빈같은 사람들이 꼭 있었다. 쪼잔하고, 실용보다는 폼이나 멋에 더 신경을 쓰고, 남 생각보다는 자신의 생각이 무조건 우선하며, 자기가 제일 잘난 줄 아는 사람. 한마디로 밥맛~!!

그래도 설마 B형 남자가 다 그럴라구... 라는 생각으로 하미는 B형 남자친구인 영빈을 사귀게 되지만, 아니나 다를까 결국 하미는 지쳐버려 헤어지게 된다.
정말 문제 있는 혈액형인가? ^^;;


부러운 점도 많다

귀에 거슬릴 정도로 B형 남자의 단점에 대해 많은 얘기가 나왔었다. 하지만 내심 부러운 점들도 참 많다. 나는 항상 효율을 생각했던 것 같다. 과소비나 불필요한 것, 실용적이지 않은 것들은 하지 않으려고 했고, 심지어 그런 일을 하는 것을 바보스러운 짓으로 생각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예전에 해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아쉬움도 많았던게 사실이다. 희야에게도 기억에 남을만한 화려한 고백이나 이벤트도 해주지 못했고, 또 항상 적당과 적절이란 단어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내에서만 지내왔었다.

나도 한번쯤 남의 강의장에 불쑥 들어가서 연기라도 한번 해본다던지, 책상위를 뛰어다녀본다던지 하는 장난을 해보고 싶었지만, 어쩌면 나는 B형이 아니었기에 해보질 않았는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사이에 혈액형이 무슨 소용이냐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하미의 사촌언니(그렇게 혈액형을 따지던...)가 하는 한마디가 정말 명언이다.

"사랑하는데 혈액형이 무슨 소용입니까!"

혈액형에 따라서 그 사람의 성격이나 인생관이 다르다고 한다. 그리고 그와 맞는 스타일의 사람도 다르고... 하지만, 사랑한다면 그런 차이가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단지 혈액형의 차이가 아니라, 혈액형으로 구분가능하다고 믿는 그 모든 것들이 천차만별인들 내가 너를 사랑하고, 네가 나를 사랑한다는데, 더 중요한 게 무엇이겠냐~ 이말이다.


찬이와 희야가 사랑하는데...

가진게 없으면 어떻고, 맛있는 음식 못먹으면 어때...
남들처럼 변변찮은 집 없고, 화려한 고급승용차 없으면 어때...
찬이 성격이 불같고, 희야가 잠이 많으면 어때...
우리 서로 사랑하는데... <끝>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본 슈프리머시

2009/09/22 23:07 | Posted by 찬이

(The Bourne Supremacy, 2004)

2004-08-27 구미 롯데시네마에서

전작에 이은 대작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하는 영화중에 "본 아이덴티티"라는 영화가 있다. 정확한 제목은 근래에서야 알았지만, 줄거리는 아주 간단하게 몇번 들어본 적이 있었다. 이번에 나온 영화인 "본 슈프리머시"는 "본 아이덴티티"의 2편이라고 한다. 이번 영화도 재미있다고는 하지만, 전작을 보진 못했기에 꽤나 망설이다 영화를 보게 되었다.


대표적인 소재, 기억상실증

영화나 드라마에서 종종 등장하는 소재 중의 하나가 기억상실증이다. 잃어버린 기억 때문에 주인공이 고통이나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다시 기억이 되살아나서 모든 일들을 해결하는 그런 것 말이다.
이 영화는 전편이나 후속편이나 모두가 기억상실증을 소재로 한 것이다. 어쩌면 식상하다할지 모르나,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여기에는 새로운 설정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누구한테 죽임을 당할지도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기억을 되찾기 위한 노력

주인공인 '제이슨 본'은 연인인 마리와 함께 추적을 피해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었다. 매일 밤마다 알 수 없는 악몽에 시달리지만 기억을 되찾을 순 없었다. 빼곡히 적힌 노트와 사진, 메모... 그 어떤 것도 도움이 되질 못했다. 그나저나 정리라도 좀 해둘 것이지. 다이어리처럼 생긴 노트사이사이에 사진이며 종이며 막 끼워놔서, 정말 한번 떨어뜨리면 끝장일 듯 싶었다.
그런 본을 매일 지켜보며 위로를 해주는 마리는 또 얼마나 힘이 들까. 하지만 그런 생활도 얼마안가 끝이 나게 된다. 어떻게 찾았는지 수상한 자가 그들앞에 나타났고, 그들을 피해서 자동차를 타고 본과 마리는 도망을 가게 된다. 본이 운전을 하다가 마리에게 맡긴 것을 모르는 킬러는 멀리서 저격하게 되는데, 본이 아닌 마리가 죽게 된다.
자신을 도와줄 유일한 사람이자 사랑하는 사람까지 죽어버렸다.


결론은 부정부패가 원인이다

본이 그렇게 기억상실증에 걸리게 된 것도 알고보면 공금횡령을 위한 희생양 역할 때문이다. 물론 그 이외에는 죽은 사람들도 많으니 그것에 비하면 다행이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죽어주었어야 할 인물이 되어버린 기억상실증의 주인공...


기대이하지만 괜찮은 영화

사람들의 입소문을 듣고 엄청난 했던 건 사실이다. 전편에서 주인공이 기억을 살리고자 노력했던 일들, 그리고 사건들 얘기를 간략히나마 들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나로선 체계적으로 이해하기엔 짧은 시간이어서 그런지 좀 산만하단 느낌도 들었다.
킬러로서 처음에 등장했던 사람과 영화 중간에 주인공이 찾아가서 한바탕 격투를 벌인 옛 동료가 처음엔 같은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별개의 사람이며 킬러가 나중에 후반부에 다시 나온다. 그럼 갑자기 중간에 등장해서 싸움을 하고 죽어버린 동료는 누구란 말인가 -_-;;
아무튼 그냥 대충 한번 봐선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긴 힘들었다. 대략 기억상실 되어서 옛 기억을 찾으려고 다니다가 음모에 휘말린걸 알고 빠져나오는... 그런 내용이란 것 정도였다. 하지만 나름대로 독특한 소재와 적당한 액션이 가미되었고, 쓸데없이 중간에 애정문제가 등장해서 얘기가 옆길로 새는 일도 없다. 그저 영화를 보면서 추리해가며 보기엔 딱 좋을 것 같다.


전작을 봤어야 하는 아쉬움


이 영화를 보려고 할 때, 전작과 이어지는 내용이지만 굳이 전작을 봐야하는 건 아니라는 얘길 들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의 느낌은 아쉬움 그 자체였다. 우리가 영화를 보면서 무엇인가 많은 것들이 지나가버린 듯 하다. 뭔가 빠진 듯 한 느낌이 있는 것이, 전작을 봤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더욱 자극하는 것 같다. <끝>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투모로우 ( the day after tomorrow )

2009/09/22 22:59 | Posted by 찬이

2004-06-06 부산 서면 CGV에서...

푸하하하~ 2천원으로 본 영화~



일요일에는 조조영화를 보는 우리다. 그런데 6월 한달간 CGV 이벤트가 있어서 조조영화가 1장 4천원이라고 한다. 그런데 통신카드로 긁으니까 2천원씩 도합 4천원이 할인되어서 둘이 합쳐서 4천원에 영화를 보게되었다. CGV 삼성카드를 들고 갔더라면 또 4천원 할인되니까 공짜로 보는 거였는데, 꼭 필요한 카드만 들고 다니는 성격이라 ;;
암튼 우리 커플에게 영화못지 않게 중요한 점이기에 시작은 좋았다고 할 수 있다.


물에 의한 종말론
예전부터 끊임없이 종말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게다가 작년인가 제작년에 나왔던 아마겟돈이란 영화는 혹성과의 충돌로 인해 지구가 멸망하게 될 것이라던 이야기를 소대로 만든 것이었다.
이번에 본 투모로우는 지구 온실효과로 인해 빙하게 녹으면서 물과 기온에 의해 멸망에 가까운 위기가 닥쳐온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비록 영화이기에 과장된 부분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전혀 근거없는 얘기는 아니기에 씁쓸한 면도 없지 않았다.


생각이 트인 사람은 미친 사람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기후학자 '잭 홀'박사는 남극에서의 빙하탐사 도중 이상을 발견하고 국제회의에서 기후온난화에 대한 연구발표를 하게 된다. 머지않아서 우리 후손들 세대에서 빙하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비웃음만 사게 된다. 왜 영화를 보면 옳은 말을 하고 생각이 트인 사람은 항상 무시를 받게 되는 것일까...
보통사람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다른 주장을 펴는 이들은 미친 사람으로 취급받기만 한다. 그런 사람에게 동조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한마디로 잭 홀 그도 터무니 없는 이야기만 늘어놓는 한심한 기후학자 취급만 받았을 것이다.
그렇게 미래를 내다본 그의 주장이긴 하지만, 사실 그의 주장은 틀렸다.
왜냐하면... 후손 세대가 아니라 지금 당장 닥치게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쿠쿵!!! ( 춥냐? -_-;; )



인간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일단 자연의 대재앙이 시작되면 인간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절실히 보여준다. 그저 조금이라도 안전한 곳을 찾아서 도망가는 수 밖에 없다. 다행히 계속적으로 눈보라가 확산되어 빙하기가 되어버리지 않고 도중에 날씨가 개기 시작하는 것으로 영화가 마무리된다.
웬만한 뉴욕빌딩높이의 해일이며, 영하 60도 이하의 초저온, 끊임없이 내리는 눈보라 앞에서는 어떤영웅도 나타나지 않는다. 미국 같은 강대국일지라도 그들이 가진 재력, 기술력, 애국심 그 무엇으로도 어쩌지 못한다는 것이다.


살기위한 노력, 행복하게 죽기 위한 노력

죄다 컴퓨터 그래픽이겠지만 멋진 화면들이 참 많다. 스케일도 아주 커보이고 실감도 나고... 영화를 보는 시간 내내 긴장상태를 유지하게끔 할 정도로 말이다.
그런 분위기 못지 않게 이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것이 있는데, 각 사람들의 태도라는 것이다.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어서인가? 기상관측소에 남아 있던 관측자들은 피해서 도망가기엔 이미 늦었다면서 발전기 연료가 떨어질 때까지 웃으며 얘기하며, 그리고 짱박아 두었던 위스키를 꺼내 한잔씩 하며 조용히 죽음을 기다린다.
주인공 잭 홀 박사 또한 그러하다.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은 그렇다 치고, 언제 동사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 먼거리를 차를 타고, 그리고 걸어서 아들을 찾아간다. 물론 자식을 위해서 목숨을 거는 아버지의 모습이기도 하겠지만, 내일이나 모레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가만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지 않고, 그렇다고 살려고 발버둥 치지도 않는다. 내일 죽더라도 아들과 한 약속은 지키고 죽자는 심정으로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었다.

사람이 가장 추해보일때는 살려고 발버둥칠때라고 한다. 가장 아름다워 보일때는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마음에 행복이 가득할 때라고 한다. 비록 불가항력적인 죽음 앞에 내몰린 사람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초조해하며 죽지 않으려 최후의 발광을 하는 모습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면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이 기억에 남는다.

나도 내가 죽음을 눈앞에 두었을 때, 1초라도 더 살고 싶어서 난리법석을 떨지 않고 죽음을 준비할 수 있을까. 하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도 정말 복 받은 것이겠지.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이야기로 돌아가서, 이 영화는 추천은 하되 강추는 아니다. 잘 만든 영화임은 분명하다. 스케일도 크고 CG 처리도 잘 되어 있다. 그러나 뭔가 허전한 듯한 느낌이 든다. 여러가지 영화중에 고르라고 한다면 이것을 선택하는데 망설이겠지만, 그렇지 않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올해의 볼만한 재난영화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끝>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어린 신부

2009/09/22 22:54 | Posted by 찬이

2004-05-22 구미 롯데시네마에서...

밥 못해도 좋다, 섹시하게만 커다오???

주변사람으로부터 이 영화에 대해서 얘기를 들을 때, 가장 먼저 들었고 가장 솔깃했던 카피라이트다. 철없지만 어리고 발랄한 신부를 데리고 살면서 일어나는 헤프닝 등을 재미있게 그려냈을거라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영화관에서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꼭 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고 말이다.







솔직히... 속았다 ㅠ.ㅠ

카피라이트를 보고 생각했던 영화내용과는 많이 달랐다. 내가 상상했던 그 스토리는 어쩌면 이 영화의 후속편에나 이어질만한 그런 것이였다.
어린 신부와 재미있게 살면서 일어나는 헤프닝이라기보다는 어린 신부가 부모끼리 맺은 약속에 의해 강제로 결혼하게 되고, 그런 이후에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기까지의 과정이 영화의 전체적 윤곽이다. 그러니 재미있는 결혼생활(?)을 상상했던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를 수 밖에...
덕분에 영화가 끝날 무렵때까지 줄곧 "이제 내가 생각했던 스토리가 나올라나???" 이런 생각만 했었던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영화의 인기비결

영화의 구성자체는 그리 짜임새 있다고 보긴 힘들다. 그냥 그럭저런 소설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임종을 앞둔 할아버지의 소원에 의한 강제결혼, 적응하지 못하는 결혼생활, 학예전 준비 등의 단순한 몇가지 소재가 있긴 하지만 평범하다고 볼 수 밖에 없는 것들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그렇게 재미있게 본 것 같진 않다. 하지만 인기가 있다고들 한다. 아무래도 원조교제가 되거나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웬만한 가정에서는 허락되지 않을 법한 상황인데도, 당당한 부부로서 살게되는 성년남성과 미성년여성의 이야기를 엿보고 싶어하는 심리 때문이 아닌가 싶다.
또한 시원한 성격에 잘생긴 외모의 김래원과 앙증맞게 귀여운 새 얼굴의 문근영이 영화의 컨셉과도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물론 그들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도 적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끝>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트로이 ( TROY )

2009/09/22 22:47 | Posted by 찬이

2004-05-22 구미 롯데시네마에서...

그리스 신화중의 한 대목

사실 나는 그리스,로마 신화를 잘 모른다. 제우스니 뭐니 그런 이름만 조금 들어봤지 거의 문외한이다. 사실 영화 트로이를 보기로 했으면서도 트로이의 스토리만 알았지 그게 그리스 신화의 일부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리스 신화라고 하면 으례 신들이 나와서 서로 싸우고 지지고 볶는 것으로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말그대로 트로이 전쟁이다
나름대로는 트로이 목마 얘기말고 다른 것들이 나오길 바랬었다. 그냥 우연히 이름이 트로이가 되었기를 말이다. 그런데 정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트로이 목마 이야기가 바로 이 영화의 굵은 줄기이다.
덕분에 희야는 영화 시작 부분부터 나오는 인물들의 이름들 조차 아는 이름들이라고 했다. 그리고 초반부에 그리스 왕 동생의 부인이 트로이 왕자와 눈맞아 트로이로 도망가는 것, 그것을 핑계삼아 트로이를 공격하는 것은 물론 후반 결론까지도 알고 있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그나마 트로이 목마가 등장해서 전쟁이 끝나는 그 부분만 알고 있었기에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스토리를 전혀 모르고 상상하면서 보았던 다른 블록버스터보다 재미가 반감되는 건 사실이었다. 그것이 이 영화의 크나큰 단점이랄 수 있겠다. 대작임에도 불구하고 제작비가 1/100도 안되는 국내영화보다 인기가 뒤쳐진 이유도 괜히 있는게 아니다.


카리스마의 대결


영화의 스토리는 대부분 안다고 할지라도 이 영화의 흐름을 주도하는 두 인물이 있는데, 바로 아킬레스와 헥토르라는 인물이다. 특히 아킬레스는 사이코같은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파워있는 전투신을 보노라면 그 배우조차 존경스럽게 보일 정도이다. 영화 초반부에 등장해서는 덩치가 아주 큰 적군과 맞짱(?)을 뜨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그때 보여준 한방은 그가 보통인물이 아님을 넌지시 알려준다.
하지만 아킬레스건 이라는 말의 유래처럼 그는 전쟁이 끝날 무렵에 우리가 말하는 아킬레스건 부위에 화살을 맞아 힘을 못쓰고 죽게 된다. 희야한테 듣기로는 불사의 몸을 만들어주는 신의 샘물같은 곳이 있는데 그의 어머니가 아킬레스가 태어나자마자 발목을 잡고 그 물에 담궜다 꺼내면서 아킬레스의 몸이 불사의 몸이 되었는데, 그때 잡았던 발목 아랫부분만큼은 아니었다고 한다.



아킬레스의 상대역으로 나오는 이는 트로이 왕국의 헥토르 왕자이다. 트로이의 기둥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은 물론이고 효자에다 민심까지 좋은 정말 멋진 사나이다. 아킬레스의 복장을 하고 나온 아킬레스의 사촌을 그로 착각하고 죽이게 되고, 분노한 아킬레스와의 1:1 대결을 받아들이고 죽음을 맞이한다. 헥토르는 뛰어났지만 순수한 인간이었기에 불사의 몸이 되어버린 아킬레스를 이길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는 두려워 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이 죽고 난 이후에 그의 가족들과 왕국에 닥칠 일들을 걱정했다.



사랑때문에...

이 전쟁의 발단은 안타깝게도 무모한 남녀간의 사랑이었다. 트로이의 둘째왕자 '파리스'와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가 트로이로 도주하는 것을 빌미로 스파르타의 왕 '아가멤논'이 일으킨 정복전쟁이었다. 영화속에서는 몇일 혹은 한두달 밖에 되어보이지 않지만, 신화에 따르면 10여년동안 치뤄진 전쟁이라고 한다. 10년이면 아기도 생겼을텐데 전혀 그렇게는 안보인다 ^^;;
또한 거의 무적이랄 수 있는 아킬레스의 죽음도 트로이의 공주이자 여사제인 '브리세이스'를 구출하려다 죽게 된다. 신화에서도 그렇게 묘사되었는진 모르겠지만, 영화에서는 파리스가 브리세이스를 구출하러온 아킬레스에게 활을 쏘아서 죽이는 것으로 나온다.
이랬든 저랬든 남녀간의 사랑이란게... 참 묘한 것이란 생각은 지울 수가 없다. 너무나 좋고 누구나 하고 싶은 사랑이면서도 그것이 너무나 큰 불행을 초래하기도 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오딧세우스를 아는가?


많이 들어본 이름이다. 옛날 어릴적에는 오딧세우스가 등장하는 우주만화도 있었지 않는가 ^^;; 교과서에도 나온다. 10년 전쟁을 끝내고 오딧세우스가 돌아오는 이야기에 관한 것들 말이다.
그런데 아킬레스가 믿고 따르는 사람이자 아킬레스를 설득하고 조종하는 사람이 바로 오딧세우스였다고 한다. 영화속에서는 역할비중도 크지 않고 해서 무심코 봤었는데, 두시간 넘게 내 시선을 사로잡은 아킬레스보다도 더 유명한 오딧세우스를 몰라봤다니...

만약 영화를 볼 사람이 있다면, 아킬레스를 설득하러 다니는 사람이 오딧세우스라는 것을 꼭 알고 보기 바란다. ( 나만 몰랐나 -_-;; )


영화를 보고나서...


스토리를 적을래야 적을게 없다. 그저 전체적인 스토리를 보자면 앞에서도 누누이 말했듯이 트로이 목마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에서는 목마 이야기가 다른 소재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아킬레스와 헥토르의 카리스마 대결인 것 같다.

영화를 보고난 지금의 내 느낌도 그렇다. 별로 기억에 남는 스토리는 없다. 하지만 참 멋있었다... 라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다. 비록 아는 이야기였지만 다시 볼 기회가 있다면 주저없이 보고 싶은 그런 영화인 것 같다. <끝>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아라한 장풍대작전

2009/09/22 22:37 | Posted by 찬이

2004-05-01 부산 대한CGV에서 희야네 회사동료들과 함께...

결혼식 피로연으로 영화관람을...


희야와 함께 일하는 김대리님이 결혼식이 있는 날이었다. 오랫동안 사귀어온 연인과 드디어 결혼에 골인하는 날인 것이다. 비록 희야네 회사 사람이긴 하지만, 내가 희야네 회사에 들락날락거린지도 몇년이나 되었기에 신입사원을 제외하곤 모두 잘 아는 사람들이다. 물론 결혼하는 주인공인 김대리님도 잘 아는 사이이고, 우리 결혼식 때도 와주신 분이다.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신랑신부와 제대로 인사도 못나눠보고 바로 향한 곳이 있었으니, 바로 서면 대한CGV였다. 피로연 대신에 영화를 보기로 했던 것이다. 물론 신랑신부는 뒷전이고, 그냥 참석하는 우리들끼리 보기로 얘기가 되어 있어서 미리 예약까지 했었다. 결혼하는 사람 축하해주는건 뒷전으로 하고 낼름 달려온 것이 조금 미안스럽긴 하지만, 김대리님 친구들도 많이 있는데다 직장동료들이라 신혼여행 다녀오면 매일매일 볼 사람이라서 그런지 미안한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덕분에 나도 맘 편하게 영화를 보긴 했지만 말이다. ^ㅇ^


영화 제목도 몰랐다

극장엘 도착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식사를 쫄쫄 굶은 상태라서 간단히 먹을걸 사다보니 영화시작시간에 몇분 늦었다. 그래서 어두컴컴한 곳에서 자리 찾는다고 헤매는 바람에 프롤로그도 제대로 보지 못했고, 나는 무슨 영화를 보기로 했는지도 모른 채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희야한테 물어보긴 했는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더라구~ 뭔 장풍이라고 하긴 하던데 ^^;; 


초반부터 매트릭스?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하자마자 아르바이트를 하던 여자 주인공이 소매치기를 따라잡기 위해서 빌딩위를 뛰어다니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그냥 옥상위에서 뛰어다는게 아니라, 수십층짜리 고층 빌딩에서 반대편 빌딩으로 뛰어넘기도 하고, 벽을타고 뛰어내려오기도 한다.
마치 매트릭스에서 자주보이는 기법인 공중에서 거의 정지하다시피 하고 카메라 앵글이 회전하는 식의 화면도 몇번 선보인다. 그렇다고 매트릭스를 따라했다는 식의 평가를 하기엔 무리지만, 고공 점프를 하고 새처럼 가볍게 경공을 펼치는 모습을 보노라면 순간적으로 떠오르는게 어찌된게 매트릭스였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얼빵순경, 류승범

안경을 낀 신참 순경으로 류승범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너무나 적극적이고 경찰이라는 직업에 충실하려는 열혈남아라고나 할까... 소매치기를 잡으러 쫓아가다가, 윤소이를 만나게 되는데 그 윤소이가 소매치기를 향해 날린 장풍을 맞고는 쓰러지는 것이 발단이 된다.
현대시대에서 도를 닦는 사람들이 극소수 존재한다는 전재하에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래서 윤소이가 쓰러진 승범을 데리고 간 곳은 도인들이 숨어지내는 그들의 수련장이다. 쓰러진 승범을 치료하다 승범의 기가 아주 뛰어나다는 것을 도인들이 알게 된다. 물론 아무리 얼빵한 승범이지만 그 사실을 그대로 믿을리는 없다.
도인들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당황한 승범은 집으로 도망쳐나오고 만다. 하지만 이대로 영화가 진행된다면 큰일이겠지?


나도 힘을 얻고 싶다

얼빵하지만 신념과 패기가 있는 순경 승범에게 또 하나의 사건이 터진다. 주민신고를 받고 나이트클럽 같은 곳을 찾아들어간다. 거기서 깡패 몇명이 다른 사람들을 구타해서 꿇어앉혀놨는데, 그 사람들이 웨이터들인지 부하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그 상황에서 승범의 파트너인 고참과 깡패두목과는 어느 정도 안면이 있는 사이이다. 고참은 괜히 끼어들면 안되다며 눈감아주려고 하지만, 우리의 승범! 어찌 그냥 지나치랴!!
깡패 두목에게 신분증을 제시하라고 계속 요구하다 죽도록 맞는다. 힘도 못써보고 계속 맞는다. 경찰신분이라 함부로 선공할 순 없었겠지만, 몇대 맞고도 계속 맞는다. 죽도록 맞고도 계속 맞는다. 정말 보는 사람이 열나도록 기분 나쁘게 계속 맞는다. 정말 승범의 더러운 기분이 팍팍 느껴진다.


강해지고픈 욕망


승범은 강해지기 위해서 도인들을 찾아가서 수련을 받는다. 하지만 당연히 쉽진 않다. 오히려 도인들을 실망시키고, 윤소이게에도 쌀쌀맞은 대접만 받는다.
그러다 제법 오랜 시간동안 수련했을 무렵, 둘이서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가 예전의 그 깡패들이 또 다시 시비를 걸어온다. 물론 이번엔 강해진 승범이 이소룡 못지 않는 실력으로 모조리 패준다. 윤소이가 그만두라고 말렸지만 승범은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고 결국 사고를 치게 된다.

내가 승범의 입장이라면 참았을까? 절대 아니다. 나도 못참는다. 죽일 놈들... 나는 속으로 몇번이고 외쳤다. "승범이 화이팅!!"


얼빵에서 마루치로

아라한이 되기 위한 열쇠를 빼앗기 위해서 흑운이 그들을 찾아온다. 이미 도인들은 대부분이 죽거나 주화입마를 입은 상태... 승범과 소이가 저항하지만 대적할 상대가 아니다. 죽음의 위기까지 다가간 순간,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하고 깨달음을 얻었는지 승범은 마루치가 되어 이전에 보여주지 못한 능력을 발휘한다.
죽음의 문전까지 가게 되는 순간들이지만, 유머러스한 캐릭터답게 분위기는 그리 어둡지 않게 진행된다. 그러면서도 제법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자연스럽게 펼친다. 으레 한국영화의 액션씬이라고 하면 피아노줄이 보인다던가 혹은 줄에 매달린 인형같은 모습, 또는 어설픈 동작에 필름만 빨리 돌린 듯한 느낌이라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전혀 그런 느낌은 찾아볼 수 없다. 어쩌면 뛰어난 컴퓨터 그래픽 처리 능력일지도...

아무튼 어리버리하게만 보았던 승범의 액션에 정말 멋있다고 감탄까지 나올 정도니까, 실망할 사람은 몇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영화를 보고나서


영화가 시작하던 처음 생각엔 그럭저럭 볼만하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싶었다. 혹은 코미돌걘낮?진행될 줄로 생각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참 묘한 설정들이 섞여 있어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21세기의 도시 한복판이라는 시대설정과 도인이라는 옛날이야기같은 인물이 등장을 하고, 그럼에도 마치 현대사람들 모습처럼 개그스럽게 꾸민 도인들의 모습과 행동, 유머러스한 캐릭터 설정으로 부드럽고 유쾌하게 진행되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 묘하게 조화된 듯 하다.

영화를 보면서 반드시 평가를 하고 싶다는 느낌을 가지고 분석하면서 보게 되면 재미가 반감될지도 모른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한바탕 웃고 즐긴다는 생각으로 본다면 정말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끝>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태극기 휘날리며

2009/09/22 22:32 | Posted by 찬이

2004-03-27 구미 아카데미 극장에서...

간만에 보는 영화 한편

원룸에서 사택으로 이사한지 3~4달이 지났다. 이사를 하고 난 이후로, 희야가 집으로 두번째 찾아온 날이었다. 간만에 희야가 올라온 김에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결혼한 이후로 영화를 본 적이 거의 없는데다 걸어서 갈 수 있을 정도 거리에 영화관도 있고 해서, 영화 보는 것으로 결정했다.
1, 2관이 있었고 각각 '태극기 휘날리며'와 '실미도'를 상영하고 있었다. 둘 중 무엇을 볼까 고민하다가, 누가 먼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태극기 휘날리며'를 선택하게 됐다. 아무래도 희야가 장동건이랑 원빈 나오니까 그걸 보자고 하지 않았을까 싶다.


만족스러운 3류 영화관

옛날에 내가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영화를 보러 극장엘 간 적이 있었다. E.T 였던가... 아카데미 극장을 들어갔을 때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표 파는 곳 바로 옆에 있는 입구로 들어가면, 표를 받는 할머니가 계셨다. 젊고 짧은 치마를 입은 아가씨가 인사를 하며 표를 받는, 부산에서 찾아간 영화관과는 참 대조적이었다.
그리고 영화 상영관을 들어가기 전에 있는 복도에는 벽에 붙어서 가로로 길게 늘어진 좁은 나무벤치가 있었다. 극장이 낡아서인지 토요일이었고, 백화점 옆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러 찾아온 사람은 얼마 없었다.

그런저런 이유로 3류 극장엘 괜히 찾았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그 생각은 이내 깨어져 버렸다.
누가 그랬던가... 그 집의 수준을 알려면 화장실을 가보면 된다고... 희야도 나도 화장실을 찾았을 때 참 깨끗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세면대나 소변기, 문짝 등은 옛날 디자인이라게 확실했지만, 지저분하다라는 느낌은 조금도 없었다. 화장실 내부 조명도 밝아서 오히려 깨끗하게 잘 관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상영관 의자도 낡아서 푹신한 느낌은 덜 했지만, 부서지거나 삐걱거림도 없고 주변도 참 깨끗했던 게 정말 기억에 남는다.


영화보러 간거냐, 영화관보러 간거냐


얘기가 옆으로 샜는데 ^^;;; 아무튼 걱정과 달리 순조롭게 영화관람이 시작되었다.
영화의 초반부터 장동건(이진태)과 원빈(이진석) 이 두 사람이 청년 무렵의 형제 모습으로 등장한다. 샘이 날 정도로 사이좋은 남자형제의 모습으로 말이다. 아버님은 어릴 적에 돌아가셨기에 어머님은 시장에서 국수 장사를 하시고, 형 진태는 구두닦이를 한다. 동생 진석은 심장이 약해서 수시로 심장약을 먹으며 학교 공부를 하는 학생이다.
진태는 자기가 못배우고 못가지더라도 동생을 위해서 희생하는 것을 행복해 하는, 때로는 친근한 형이면서도 때로는 아버지같은 자상한 모습을 보인다. 이것은 곧 이 영화의 핵심이 되는 기준이기도 하다.


놀라운 것은 누구나에게 일어났음직한 일들이라는 점이다

우리 세대 뿐만 아니라, 내 아버지 세대 이후로는 전쟁이란 소재에 대해 피부로 공감하긴 힘들 것이다. 전쟁을 겪었더라도 아주 작은 어린아기였을 테고, 그렇지 않다면 군에 다녀온 남자가 아니라면 화약냄새 조차 맡아본 적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정도니까 말이다.

그러나 당시 전쟁 상황에 빠져들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역사시간이나 사회시간에 배웠듯 형 진태는 가족들을 데리고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피난길에 나선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가족들을 챙겨야만 한다. 그러던 와중에 약을 구하기 위해 진태가 군중속을 비집고 다니는 동안, 때마침 그곳에서 군인들에 의해 동생 진석이 강제로 징집되어 끌려가고, 동생을 구하러 간 형마저 함께 끌려가게 된다.

가족들과 함께 뭉쳐있어도 그들을 제대로 돌봐주기 힘든 전쟁상황에서 급박한 나라 사정때문에 강제로 남자들을 징병해야하는 국가적 상황이 정말 안타깝기만 한 순간이다. 그들이 없다면 누가 나라를 지킬 것인가, 하지만 그들이 전쟁터로 나가면 가족들은 또 누가 돌봐줄 것인가...
6.25 전쟁때 죽어나간 수많은 군인들 또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할아버지나 그 세대분들도 자진해서 출전하신 분도 계시겠지만, 어쩔수 없는 상황에 못이겨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전쟁터에 나가신 분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어찌되었건 나라를 그리고 가족을 위해 전쟁에 몸바쳐 희생하신 그 분들 덕분에 지금의 우리나라가 있게 되었지만, 그 고귀한 희생의 가치를 제대로 치뤄주지도 못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너무나 안쓰럽고 죄송스럽기까지 하다.


주인공은 불사조?


대부분의 영화에서 그러하듯 여기서도 주인공은 불사조와 같은 모습을 보인다고들 한다. 주인공을 향해서 날라오는 총알은 모두가 천천히 날라오거나 피해간다는 홍콩 영화처럼 말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 단지 영웅이야기를 그리는 영화가 아니라는 말이다. 형 진태는 훈장을 타면 동생을 제대시킬 수 있다는 말에 죽음을 각오하고 싸웠던 것이고, 그것이 아슬아슬하지만 어느 정도 성공을 잘 이룬 이야기의 단편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싸우다 죽어간 사람도 수없이 많았고, 또 그런 공로를 인정받고 살아계시는 분들도 있다. 그런 희생정신을 묘사한 내용을 단지 주인공이 불사조로 나오는 다른 영화와 동일시 하기엔 좀 무리가 따른다.

점점더 전쟁광이 되어가는 듯한 형의 모습에 동생 진석은 형을 증오하게 된다. 훈장을 타기 위해 형이 한 행동들 때문에 동료가 죽어나갔고, 그것이 곧 진석 자신 때문이라는 죄책감까지 더해져서일 것이다.
하지만 형의 노력도 불구하고 중공군의 개입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결국 진태는 훈장을 받긴 했으나, 동생의 제대를 약속했던 지휘관은 1.4 후퇴 당시 총격으로 사망했다. 원래 군법상에 그런 제도가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동생의 제대를 약속한 지휘관의 사망은 또 다른 어려움을 예고하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지옥같은 세상

진태 일행은 1.4 후퇴로 인해 후방 집결지에서 다시 모이기로 하고 흩어졌다. 그 사이 진석이 집엘 들렀으나 어머니는 계시지 않고, 형의 아내가 될 사람인 영신이 누나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곧 어떤 사람들에게 끌려가게 되는데, 이른바 공산당에게 협조한 빨갱이 집단이라는 명목하에 총살을 당할 위기에 처한다.
진태와 진석이 전쟁에 끌려나가면서 언젠가 다시 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 때문에 남쪽으로 피난가지 않고 어머니와 함께 계속 집에 남아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먹을 식량이 없다보니 각종 인민대회 등에 모두 참석하면서 배급식량을 받아와 끼니를 때웠던 것... 그게 무엇인지도 모르고 단지 가족들 먹여살리기 위해서 말이다.
자신들을 지켜줄 남자들을 전쟁터로 끌고 가버리고는 먹고 살 길이 없어 입에 풀칠이라도 하고자 했던 일 때문에 빨갱이 처단이라는 명목하에 무조건 총살을 시키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국가적으로나 역사적으로만 본다면 남한과 북한의 전쟁이라고만 볼 수도 있겠지만, 개개인의 상황으로 비추어보면 눈 앞에서 총을 들이대는 사람만이 아니라 내 뒤에 있는 자신의 나라 조차도 가족들에게 위협이 되는 상황이다.
총살 현장에 극적으로 도착한 진석이 나서서 총을 들이대며 영신을 데리고 나가라고 뒤따라온 진태에게 다그치지만, "빨갱이들에게 아랫도리를 바쳐서 쌀을 얻어먹었다"라는 조직원의 말에 진태가 주춤하였고, 결국 일이 꼬여 영신은 죽고 두 사람은 체포되기에 이른다. 게다가 진태는 훈장을 받았던 공로로 풀려났지만 진석은 다른 포로들과 함께 불에 타 죽을 상황까지 가게 된다.



주인공도 사람이다

포로들을 가두고 불을 질렀던 창고에서 진태는 동생의 이름이 새겨진 만년필을 발견한다. 동생이 죽었다고 확신한 진태는 격분하여 포로들을 모두 태워죽일 것을 명령한 장교를 돌맹이로 쳐 죽인 후, 포로가 되어 북으로 끌려간다.
아무리 전쟁광처럼 보이고, 그리고 불사조같이 무적인 주인공이라 할 지라도 평범한 한 사람이다. 국가의 영광이나 안위도 중요하지만, 정작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들의 가족이다. 지켜주고자 하는 가족이 없기에 더 이상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울 의미를 잃는 것과 동시에 오히려 동생을 죽게 한 국군들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해서 북한군에 지원을 하게 되는 것이다.

형을 설득하기 위해서 전투속으로 뛰어든 진석이 형을 만났을 때,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사람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피에 굶주린 흉폭한 살인마와 같은 모습이었다. 동생 진석도 알아보지 못한채 주변의 모든 남한 군인들을 죽이려 들 정도로 말이다.
형한테 맞으면서 끝까지 자신이 진석임을 알리자 진태는 표정이 바뀌며 진석을 알아본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사방엔 너무나 많은 북한군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위기감을 느낀 진태는 또 한번 더 형으로서의 동생에 대한 희생정신을 발휘한다. 먼저 내려가라고, 자신도 곧 따라가겠다고 하며 동생을 남한으로 피신시킨 진태는 발칸포같은 총으로 북한군들을 마구 쏘아대다 결국 수없이 많은 총탄을 맞게 된다. 그리고는 무사히 내려가는 동생의 뒷모습을 본 후에 그 자리에서 눈을 감게 된다.
( 이때 희야 ㅠ.ㅠ , 찬이 -.ㅡ;; )


정말 슬픈 순간은 따로 있었다


여러 차례의 우여곡절 속에서 두 형제에게 닥친 안타까운 순간들이 한두번은 아니었다. 진태가 총을 맞아 죽는 그 장면도 너무나 처절하고 슬펐다. 하지만 정말 하이라이트는 그게 아니었다.

수십년의 세월이 흐른 후, 나이가 지긋해져 진석이 손녀를 데리고 6.25 참전 유물발굴단의 전화를 받고 발굴현장을 찾게 된다. 형 진태가 총을 맞아 쓰러졌던 자리에 그 모습 그대로의 뼈조각들이 있고, 거기에 진석의 만년필이 함께 놓여 있었다. 진태가 창고에서 주은 만년필을 돌려주려고 하자 진석이 나중에 집으로 돌아와서 그때 돌려달라고 했던 그 만년필이었다.
진석은 그때 형을 데려오지 못한 아쉬움이 뼈에 사묻힌 듯 했다. 50년이 넘게 형을 기다리며, 또 형을 찾아다니며 헤맸는데... 돌아와서 만년필을 준다고 약속했는데... 이렇게 여기에 누워있으면 어떻하냐고... 그렇게 한없이 눈물을 흘리며 통곡하는 진석 할아버지(?)의 모습이 너무나 안쓰러웠다.
내 주변의 연세많이 든 할아버지들도 그런 고통이 있을 것이 아닌가. 우리가 보기엔 그저 힘없고 연약한 나이만 잔뜩든 할아버지지만 그 분들도 이와 같진 않아도 비슷한 그런 상황들을 겪었던 세대라는 생각이 자꾸만 머릿속에 떠오른다.


이 영화에 대해


TV에서도 그외 각종 언론매체에서도 이 영화에 대해서 극찬을 했다. 이미 4명중 한명꼴로 영화를 관람했을 정도로 인정받은 영화이다. 처음에는 단지 돈 많이 투자해서 만든 블록버스터의 하나이기 때문에 평가가 좋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것을 부정할 순 없을 것이다. 리얼하고 박진감 넘치는 영상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좋은 평가를 받는 더욱 중요한 이유는 우리나라가 가진, 우리들 세대들 조차도 잘 느끼지 못하는 바로 얼마전에 있었던 전쟁의 아픔을 강렬히 느낄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단지 잔혹함과 공포만으로 그린 전쟁영화가 아니라, 감정으로써 전쟁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정말 크다고 본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다시 장면들을 떠올릴때면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나는 과연 어떻게 하게 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해야할까... 내 가족들은 어떻게 해야 하며, 전쟁터에 나가서는 또 어떻게... 과연 도망치는 졸부가 되진 않을지, 적에게 총을 겨눌 수 있을지, 포탄에 내 다리가 떨어져 나가면 그 공포는 어떨지...

정말 생각도 하기 싫은 상상들이 계속적으로 머리를 스쳐지나간다. 전쟁이란 정말 싫다. 단순히 몇명 영웅이 나타나서 승리를 이끄는 것은 영화나 만화, 게임 속에서나 등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착각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쌀 없으면 빵먹고 살면 되지 왜 굶어죽느냐라는 식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 말이다.
지금의 평화를 어떻게 얻은 것인지 모른다면, 이 영화를 보길 추천한다. 단지 수천 수만의 군인이 죽어나간 덕분이 아니라, 정말 뼈져리게 아픈 고통들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끝>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그녀를 믿지 마세요

2009/09/22 22:27 | Posted by 찬이

반지의 제왕을 믿지마세요 ?!@#


세계적으로 유명한, 매트릭스 신화와도 버금가는 반지의 제왕... 무척이나 기다렸건만 나는 빼놓고 희야 혼자서 회사사람들이랑 영화를 봐버렸다. 뭐 1~2년전부터 회사 언니들이랑 같이 보기로 약속했다나 -_-;;
그래도 나는 언젠가 같이 보러갈 줄 알았다. 이미 봤더라도 나랑 내가 보고싶어하니까 같이 한번 더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내가 계산에 넣지 않은게 있었다. 나는 이제 총각이 아니라 아저씨다. 그 때문인지 내가 '반지의 제왕' 봐야한다고 노래를 불렀지만 씨도 안먹혔다.
결국 보게 된 것은 "그녀를 믿지마세요..."
김하늘 땜에 참는다 ^ㅇ^
언젠가 새 영화를 소개하는 TV프로그램에서 얼핏 본 적이 있는 듯 했다. 김하늘이 사기꾼으로 나온다는 영화. 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쩌면 참 기가 막힐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게다가 김하늘이 주인공이라고 해서 희야한테 한번 속는 셈 치고 영화를 보러가게 되었다.
사실 영화의 재미여부도 중요하지만, 희야랑 나간다는 사실이 참 색다른 즐거움이다. 왜냐하면 일요일 아침 일찍 희야랑 어디 놀러간다는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일이다. 왠지 색다른 느낌 ^^;;


천의 얼굴, 김하늘

극중의 김하늘은 사기꾼보다는 천(千)의 얼굴에 가까운 듯한 느낌이었다. 껄렁껄렁한 모습에다 첫 장면부터 죄수복 차림으로 등장한 김하늘이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 남에게 거짓을 하는 모습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서 웃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내숭+새침+철면피를 구사하는 깜찍한 김하늘의 모습들 때문에, 영화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어의없는 상황속으로 빨려들게 하는 것 같다.


가석방은 괜히 해가지고...

이 영화의 주된 사건의 발단은 주영주(김하늘)의 뛰어난 연기(?) 실력 덕분에 가석방 처분을 받게 되어, 언니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타게 된 부산행 기차안에서 시작된다. 이때 어리버리한 남자 주인공 최희철(강동원)을 만나게 되고, 잃어버린 희철의 반지를 김하늘이 찾게 되고 그것을 돌려주고 자신의 가방을 되돌려 받으려 최희철의 집으로 찾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 남자의 며느리 대접을 받게 되면서 거짓말이 하나하나 늘어나게 되자 급기야는 성관계까지 맺었다는 말까지 나오게 된다.
거짓말은 하면 할수록 걷잡을 수 없다고는 하지만, 정말 너무나 그 말이 딱 맞아떨어지도록 영화는 진행이 된다.


위기속에 싹트는...거시기 ^^;;

아버님께 두들겨 맞고, 온 동네사람으로부터 손가락질 받는 것은 물론 동네 어린애들한테까지 욕(?)을 먹게 된 희철은, 급기야 경찰로 근무하는 친구를 불러내어 그녀의 지문이 묻어 있는 유리잔을 건네주며 신분조회를 의뢰한다.
뭐 개인적으로 그렇게 부탁을 해서 신분조회가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신분조회까지 제법 긴 시간이 걸리게 되는데 그 동안 수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그 중에서 가장 결정적인 것은 마을대항으로 열리게 되는 "고추청년선발대회"!! ㅡ,ㅡ;;
원래 여기에 아까 등장한 경찰친구가 참가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갑작스레 다리가 부러지는 바람에 영주(김하늘)와 희철의 여동생 최수미(이영은)의 추천으로 희철이 고추청년선발대회에 참가하게 된다. 물론 절대로!!! 자발적인 동의는 없었다. 사랑받는 며느리가 되어버린 영주와 귀여운 막내딸 수미가 직접 나서서 희철의 아버지를 설득하는 바람에 희철은 울며 겨자먹기로 운동도 하고 피부도 가꾸게 된다.

이런저런 과정을 거치면서 서로 호감을 가지게 되었지만, 영주는 희철의 가족들을 속이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큰 부담이 되었다. 결국 사실을 고백한 편지 한통을 남기고 떠나는 와중에 가족들과 맞부딪히게 되고 희철의 친구는 영주가 전과자라는 사실을 알고는 급히 달려온다. 가슴이 콩닥콩닥 거리는 순간이다. 서로서로 잘 될 듯 싶었는데, 모든 것이 거짓이었고 영주는 전과자이기까지 하다는 사실에 가족들은 너무나 놀란다.
그리고 영주는 떠나지만 희철의 여동생 수미만이 그녀를 끝까지 마중한다. 거짓말로 시작했기에 마무리가 좋을수가 없는 것일까. 희철도 그녀를 붙잡고 싶지만 그에게도 너무나 큰 충격이었고, 더 큰 문제는 가족들이기에 그녀의 뒷모습만을 바라본다.


해피엔딩...


세월은 몇개월이 흐른 듯 하다. 서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영주에게 희철이 찾아온다. 그리곤 예전에 영주가 수미에게 얘기했던 겪고 싶은 아름다운 상상이야기처럼 희철이 친구들을 동원하여 재현해준다.
두 사람이 얘기를 하다가 소매치기가 남자의 지갑을 훔쳐간다. 여자는 다급해서 소매치기를 잡으려고 하지만, 남자는 그녀를 말리면서 '그깟 지갑 하나 때문에 당신과의 시간을 빼앗기고 싶진 않습니다'라고 고백한다...
거참~~~ ^^;;

결국 가족들이 영주의 진실된 모습들과 추억들로 인해서 그녀의 오점이 감추어진 것이다. 그리고 희철의 어머니 유품인 반지는 영주가 건네받게 되고, 그렇게 그렇게... 사랑이 다시 시작되는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나서


세상은 어차피 모두가 서로를 속이고 속이는 것이다. 남도 속이고 자신도 속이고... 남을 속이지 않으면 내가 속는 세상이다... ?!@#$%

각박한 세상이다. 그러한 이 세상과 그 속에 섞이지 못하는 전과자라는 신분은 물과 기름같은 관계인 듯 하다. 전과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편견을 버려보자라는 뜻을 담은 것도 이 영화의 목적이지 않았나 싶다.
누구나 한번쯤 하게 되는 생활속에서의 위기모면을 위한 거짓말이지만, 전과자가 하게 되면 용서받기 힘든 상황이 된다. 비록 영화속에서의 영주(김하늘)가 너무나 가족들에게 착실하게 잘 해줬고 진실된 모습을 많이 보여서 정식으로 가족으로 인정받게 되긴 했지만, 자신의 상황이 그 가족 중 한 사람이라면 과연 얼마나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 사람이 가진 것이나 표면적인것, 혹은 과거에 대한 것들로 상대를 포장해서 생각하지 않도록 해보자. 사람을 사람으로 바라보고 진심을 생각해보자. 그러면 좀 더 살맛 나는 세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끝>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연아 첫돌 잔치

2009/09/22 22:16 | Posted by 찬이

2007.3.1 부산 국제신문빌딩내 부페식당에서...
* 촬영협조 : 새임사랑 후배들(윤창서,이진동,백종복)



수줍어하는 오늘의 주인공


한복차림을 하고선 수줍어 하는 듯한 모습의 연아... 이 날은 연아의 첫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돌잔치날이다. 그리 크진 않지만 작지도 않은 홀에 축하객으로 가득차있어서인지 어색함과 부끄러움이 연아의 얼굴에 가득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연아 할아버지와의 장난 덕분에 금새 얼굴은 미소로 가득차다못해 장난끼 섞인 얼굴이 되어버린다.


돌잔치는 좋은 곳에서 해주고 싶었다

희야와 결혼을 할 때에는 화려한 예식장이 아니라, 회사 강당에서 했다. 화려한 조명과 꽃 대신에 책상과 의자가 늘어선 강당말이다. 비록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미안한 마음에 내 가슴속에 맺혀있는 한이기도 했다. 연아의 백일잔치때도 그냥 가족끼리만 모여서 식사하는 것으로 끝냈다.
그래서 연아 돌 잔치는 그리 화려하진 않아도 많은 사람들에게 축복받으며 부족하지 않게 하고 싶어서, 괜찮은 부페식당에서 하게 되었다. 우리가 직접 준비한 음식으로 대접하면 더 좋았겠지만, 다양하고 깔끔하고 맛있는 음식들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게 하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았다.





돌잔치 행사


어느 정도 식사를 하고 나서 돌잔치 행사가 시작되었다. 연아를 위해 하고 싶은 말들도 들어보고, 돌잡이도 진행되었다.


돌잡이 시작전부터 물건을 막 집으려던 연아의 손을 한참동안 잡고 있어서였는지, 막상 돌잡이때에는 한동안 아무것도 잡질 않았다. 연아가 돌잡이 물건에 손대면 안되는 것으로 생각했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내가 미처 그 생각은 못하고 어른 기준으로만 생각했던 것이 잘못이었던 것 같아 미안스러웠다.

그래도 연아가 한동안 아무 물건도 잡질 않는 덕에 내가 연아앞에서 춤까지 춰야했으니 비긴 걸로 해도 되겠다...
연아야~ 아빠 용서해줄꺼지..? ^^;; 


가족들과의 사진


그러고보니 우리는 가족사진이 별로 없는 듯 하다. 드라마나 영화같은 걸 보면, 가족들이 모두 함께 스튜디오 가서 찍고 그러던데... 그런 의미에서 보면 연아 돌잔치가 효도 노릇도 톡톡히 하는 것 같다. 맘 먹고 스튜디오까지 가진 못했으니까 돌잔치에서라도 가족들 모두 모여 사진 찍을 수 있었던게 다행이다.

본가 식구들과 함께 한 컷~~

처가 식구들과 함께 한 컷~~


축하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비록 주인공은 우리 연아였긴 하지만, 돌잔치에 찾아주신 많은 분들로 인해서 더욱 빛이 났었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찾아와주신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그리고 희야의 할머니는 물론, 양가의 많은 친지분들, 그리고 친구와 선후배들까지...
작지 않은 홀에 축하객으로 가득차 있는 모습에 더욱 기쁜 하루였습니다.

앞으로 연아를 잘 키워나가는 모습을 지켜봐주시고, 앞으로도 연아를 더욱 사랑해주세요~~♡
<끝>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연아 첫돌 기념촬영

2009/09/22 22:06 | Posted by 찬이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연아 백일기념 가족식사

2009/09/22 22:03 | Posted by 찬이
사랑하는 연아의 백일날,
양가 식구가 모두 모여서 조촐하게 백일잔치를 기념하는 가족식사시간을 가졌다.
장소는 부산 어린이대공원앞 어느 횟집...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연아 100일 기념촬영

2009/09/22 21:51 | Posted by 찬이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연아 사진 ('06. 3)

2009/09/22 21:48 | Posted by 찬이
연아가 태어난지 얼마 안됐을 무렵에 찍은 사진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사랑스러운 아기의 탄생

2009/09/22 21:39 | Posted by 찬이

예정일은 지났다

임신 만40주가 되는 분만 예정일은 2006년 2월 25일 토요일이었다. 그래서 회사에도 출산예정일 때문에 출산휴가를 쓰게 될 것이라고 얘기해놓았고, 승용차도 부산에 가져가서 대기시켜놓았다.
하지만 희야에게는 근래에 조금씩 있어왔던 골반이나 허벅지, 허리 등이 결리는 것이 조금씩 심해진다는 것 뿐, 출산임박을 알리는 별다른 증상은 없었다.
그렇게 평상시처럼 TV를 보며 과일을 먹고 재잘거리다 잠이 들었다.





그 다음날인 일요일에도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아, 결국 월요일날 출근을 위해서 저녁기차를 타고 구미로 올라왔다.
물론... 월요일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휴일이라 응급실로 접수를 한 다음, 분만실로 올라갔다. 희야는 이것저것 간단한 검사를 한 후,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분만실안으로 들어갔고 면회는 나중에나 가능하다고 했다.

간호사 얘기로는 아직 자궁문이 다 열리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오늘밤에는 힘들테고 아마도 내일 아침쯤에는 분만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입원수속을 하고 나서 분만실앞에서 계속 기다렸지만 분만중인 산모도 있고 해서 면회가능시간이 계속 늦춰졌다. 결국 장모님은 내일 챙겨올 짐들과 가족들 때문에 먼저 집에 들어가시고, 그런 후에 30분을 더 기다려서야 겨우 희야를 볼 수 있다. 그것도 잠깐동안말이다.
산통을 겪는 아내옆을 지키며 응원하고 함께 밤을 지새거나 할 것으로 예상했건만, 얼굴조차도 보기 힘드니... 하는 수 없이 뒤늦게나마 병실에서 새벽을 기다리며 새우잠을 청했다.


아침일찍 분만실에서 장모님과 함께 희야를 면회한 후, 조금 있다가 분만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얘기에 대기실에 앉아서 소식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다른 산모의 가족들도 있었는데 함께 있었던 조카 덕분에 내 아내가 둘째 아기를 낳으러 왔을 것이란 오해를 받기도 했다.

TV도 보다가, 담소도 나누다가, 조카가 칭얼거리는 것 달래다가 시간이 금방 흘러버렸다. 대기실의 전화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며 희야의 분만소식을 전해왔다. 완전 파김치가 되어버린 듯한 희야와 그 옆에 누은 아기... 꿈인지 현실인지 몽롱한 상태에서 괜찮냐는 말 한마디를 어렵게 꺼낸 나에게 희야는 괜찮다며 웃어보였다. 덕분에 '아기를 낳는 동안 힘들었을텐데, 그리고 그동안 나는 아무 것도 해줄 수가 없었는데'하는 불안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진정시킬 수 있었다.


얘는 누굴 닮은거지?


체중이 4Kg이 넘는 건장한 공주가 태어났다. 아무리 우리가 태명을 '튼튼이'라고 지었기로서니 너무 튼튼한 것 아닌가 모르겠다.
처음에 봤을 때는 얼굴도 퉁퉁 불어있고, 쌍꺼풀도 없고, 코도 납작하고, 머리도 크고... 내가 태어났을 때에는 탯줄을 가르자마자 양쪽 눈에 쌍꺼풀이 진하게 지고 갸름했다고 들었다. 그런 얘기 때문인지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뱃속에서 나오자마자 인형같은 모습이길 바라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뒤늦게서야 깨달았다. 양수 때문에 몸이며 머리며 할 것 없이 퉁퉁 불어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아기가 태어나고 나서 신생아실에 면회갈 때마다, 그리고 집으로 데려와서 볼 때마다 조금씩 모습이 갖춰지고 있다. 눈과 볼, 머리의 붓기도 점차 빠지고 있어서 처음에 속상꺼풀같던 모습이 점차 쌍꺼풀에 가까워지고 있고, 납작하게만 보였던 코도 점차 오똑해져가고 있다.
그래도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던 것은 길쭉한 다리이다. 뱃속에 있을 때부터 태아의 다리가 길다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집에서 기저귀를 갈 때보니까 갓 태어난 아이 같지 않게 롱다리이다. ^^;;



그리고 우량아라 그런지 눈은 뜨고 있지만 보이지 않을 때인데도 사람얼굴이 있는 쪽으로 눈동자를 굴려서 쳐다보고, 목도 조금이지만 힘이 들어가고... 내 자식이라 편견이 있는게 아니라, 장모님께서도 그렇게 말씀하셨다. ㅎㅎ

▲ 출산 축하 꽃바구니 

▲ 병원에 찾아오신 장모님과 처형네 조카 수연이

우리 딸래미, 건강하고 착하게 커라
너의 엄마와 아빠의 사랑의 결실로 태어난 우리 딸,
너에 대한 사랑으로 때로는 지나친 관심과 무리한 기대로 너를 힘들게 할지도 모르지만,
진정으로 엄마 아빠가 바라는 것은,
우리 딸이 언제나 건강한 정신과 건강한 몸으로 세상을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란다.
우리 예쁜 딸, 사랑해~♡ <끝>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우리 아기가 움직여요~ ^^

2009/09/20 00:52 | Posted by 찬이
▧ 2005년 7월 30일, 부산 문화병원에 2번째 방문한 날

첫 방문때와는 다르게 어느 정도는 마음이 진정된 상태로 병원에 도착했다. 그리고 미리 예약을 해놓았기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도 별로 없이 진찰을 받을 수 있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너무 일찍오는 바람에 진료시간전에 도착했다. -_-;;;

처음으로 이렇게 활발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았다. 이전까지만 해도 그냥 태아인가보다... 내 애기인가보다... 라는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면, 이 동영상을 보고서는 알 수 없는 기쁨에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고나 할까.

자세히보면, 아들처럼(?) 보이기는 하는데, 탯줄이 그렇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아직은 잘 모르겠다.

더보기



▧ 2005년 9월 10일, 애기는 잘 크고 있다


다른때와는 다르게 입체동영상이라는 것도 잠깐 찍었다. 물론 일상생활에서 보는 사진과는 다른 것이고 일부분을 촬영해서 3차원형태로 만들어주는 방식이니 만큼 촬영한 동영상이라기보다는 만들어낸 애니메이션에 더 가깝다.
그래도 사람의 형태로서는 처음보는 윤곽이다보니 신기하기만 하다.

더보기


▧ 2005년 10월 4일, 느닷없는 양수검사로 혼이 나가는 줄 알았다 ;;;

갑자기 병원으로부터 걸려온 한통의 전화. 이상이 없으면 전화를 해주지 않는다는 간호사의 말이 떠올랐다. 왜 이런 불안한 예감은 언제나 적중을 하는 것인지...
지난번에 했던 혈액검사결과, 다운증후군 수치가 높게 나와서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랴부랴 병원에 스케쥴을 잡은 뒤에 양수검사를 했다. 물론 다행히 아무 이상이 없었지만, 그 동안 희야와 나는 사는 것이 사는게 아니었다. 부모님들께 조차도 쉽게 꺼내놓기 힘들었고, 우리들 스스로 버티는 것 조차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정상일 확률이 99.8% 정도로 나와야 정상이라면, 99.6%가 되더라도 수치상으로는 2배인 셈이다. 물론 0.4%에 불과해서 실제로 이상이 있는 경우는 드물긴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애기가 건강하다고 해서 다행이다... ^^ 이런게 부모로서 느끼는 행복감인가...?

더보기


▧ 2005년 11월 26일, 애기는 잘 크고 있다

아들인지 딸인지 꼭 물어봐야겠다고 다짐하고 병원엘 갔다. 검사를 하던 중에 의사선생님께서 "애기는 아주 건강합니다. 잘 자라고 있어요. 그런데 키가 무지 크네요"라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내심 흐뭇한 표정을 짓다가 그냥 나와버렸다. 병원을 거의 나오고 나서야 내가 무엇을 깜빡했는지를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더보기


▧ 2005년 12월 24일, 아기 성별 알려드립니다.

지난번에 아기의 성별을 여쭤본다는 것을 깜빡하고 간지라, 이번에는 다짐하고 찾아갔다.
찬이 : 저, 아들인지 딸인지 알 수 없을까요...?
의사 : 지금은 못 알려드립니다. 우리병원 방침이 그렇거든요. 대신에 애기 놓으면 바로 가르쳐드릴께요 ^^;;
찬이 : -_-;;;;

아무튼 그 일은 그렇게 되었고, 애기는 평균보다 약간 큰 편이라고 한다. 애기가 큰 걸로 봐서는 아들일 것 같기는 한데, 그리 많이 큰 것은 아니니까 롱다리 딸일지도 모를 일이다.
아들이든 딸이든 그건 그냥 궁금할 뿐이고, 어찌되었든 우리 아기 튼튼하게만 자라줬으면 좋겠다.

더보기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희야, 애기 가지다

2009/09/20 00:25 | Posted by 찬이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6월 중순이 지나서부터 희야의 몸이 좀 이상한 듯 했다. 아프다고 얘기하는 것들도 평소와는 좀 다르고. 평소에 여기저기 몸에 약한 부분이 있어서 종종 아프다고 했었지만, 전화상으로 얘기를 들어보니 부위는 비슷한데 증상이 조금씩 다른 것이다. 게다가 날짜도 다되었는데 소식은 커녕 아무런 예비증상도 없는 것이...

"혹시 임신아냐?"

내가 이렇게 물으면,

"장난하지마, 진짜 아프단 말이야"

이러고 말기를 며칠... 약국에서 테스터를 사다가 검사해보라고 하니깐 부끄러워서 사러가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주말부부라 떨어져 있는데다, 그 다음주에는 발리로 휴가를 떠나기로 되어 있기 때문에 만약에라도 임신을 했다면 여행 계약을 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나는 마음이 급했다. 그렇지만 도저히 안되겠다는데 어쩌리...

내가 부산을 내려갔을 때는 이미 발리 여행을 계약하고 비행기를 타기 이틀전이었다. 여행때 필요한 비상약과 물파스 등을 사러 약국에 가면서 테스터도 같이 사들고 집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희야에게 내가 짐을 꾸리는 동안 검사해보고 오라고 했더니, 손에 잡아들고서 머뭇거리는 것이다.

"임신 아니면 어떻해? 그럼 오빠 많이 실망하겠지...?"

"아니면 뭐 할 수 없고. 임신이든 아니든 확인을 해야 여행가서 아프면 약을 먹든가 말든가 하지. 음식 먹는 것도 그렇고..."

희야는 그제서야 알았다며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몇 분 뒤 방안으로 들어오는 희야는 아무 말이 없었다. 내가 어떻게 됐냐고 두 세번을 묻자, 그제서야 멋쩍은듯 고개를 숙이고 킥킥거리는 것이다. 드디어 결혼한지 1년 반이 넘어서야 우리도 애기 엄마 아빠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순간이었다.

확실한 건 병원에 가봐야 하겠지만,
이틀후에 비행기를 타고 발리로 떠나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우리는 단지 간단한 테스트만 해본 상태여서 다른 사람에게는 아직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기로 했다. 덕분에 여행때 임신증상으로 인해 찾아오는 몸 이상으로 인해 제법 고생을 하고 들어왔다.

그래서 한국에 도착해서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희야와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떨리는 가숨을 진정하며 의사선생님께 이런저런 상황을 말씀드리자 한마디 하시는 말씀, "검사해서 임신이라 나왔으면 임신이겠지뭐~"
검사해서 임신이라고 나오면 99% 임신이라고 보면 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확인은 해야하는 일... 배에다 끈적한 로션같은걸 바른 후에 초음파 사진을 찍었다. 흑백으로만 보이기에 뭐가뭔지 잘 알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머리, 팔, 다리 등을 하나하나 알려주셨다.
자세한 검사는 해봐야 알겠지만, 초음파로만 대략 봤을 때는 2달이 넘고 3달은 안된 정도로 보인다고 했다. <끝>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부산 성지곡 수원지 나들이

2009/09/19 08:46 | Posted by 찬이

2007.11.17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

내가 전화를 잘 드리지 않자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주에 부산으로 내려오냐고 물으셨다. 그래서 나는 바쁘긴 하지만 주말에는 쉴 수 있을 것 같으니, 금요일날 마치고 부산으로 내려갈 것이라 말씀드렸다.
"그러면...."


갑자기 밝아진 목소리로 어머니께서 말씀을 이어나가셨다.

"금요일에 처갓집에서 자고, 토요일날 아침 일찍 챙겨서 와라. 연아 데리고 성지곡(부산어린이대공원에 있는 수원지)에 가고 싶다. 등산하고 그리로 내려오면은 연아만한 애들이 뛰어다니고 하는데, 연아 생각나 죽겠더라."


생각보다 쌀쌀해진 날씨

며칠전까지만 해도 참 따뜻했는데, 갑자기 추워진 날씨였다. 바람도 제법 불긴 했지만 어머니의 바램대로 희야와 나는 어머니를 모시고 연아를 데리고 그렇게 성지곡으로 갔다.
성지곡 수원지는 부산 어린이 대공원의 다른 명칭이기도 했는데, 대공원안에 있는 커다란 저수지 주변으로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고, 그 중간에 놀이동산도 있다.
우리도 다른 사람들처럼 얘기를 나누며 길을 따라 걸었다.

연아가 걷기엔 무척이나 먼 거리인데다 계속 안고 걸을 수는 없었기에 입구에서 유모자를 빌렸다. 놀이동산이 있는 곳 쯤에 왔을때 연아도 그 틈에 끼어서 작은 놀이기구를 태워줬다. 커다란 놀이기구들은 아직 탈 수는 없었지만, 500원 동전으로 움직이는 조그만 탈것들은 연아가 놀기엔 그리 무리없어보였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사고가 있었다. 유모차에서 내려 걸어다니던 연아가 빈 유모차를 끌고오던 희야에게로 몸을 틀다가 몸이 기우뚱 거리며 넘어졌는데, 이때 그만 유모차 모서리에 입술이 찢겨졌다. 제법 피가 많이 나긴 했지만 어렵지 않게 지혈이 되었고, 병원에 가더라도 바늘로 꿰멘다거나 할 정도는 아니여서 다행이었다. 며칠이 지난 후에도 약간 상처자국이 남았는데, 그걸 생각할때마다 정말 마음이 아프다.

피가 멈추고 연아도 아픔을 잊을만 해졌을때쯤, 작은 놀이기구가 지겨워졌는지 커다란 놀이기구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위험한 것들이거나 여린 몸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것들이어서 회전목마를 탔다. 연아는 마냥 신기해하고 재미있어 하긴 했지만, 즐기기엔 시간이 너무나 짧았다.


놀이기구보단 산책


놀이동산에서 나와서 다시 산책로를 따라서 걸었다. 새나 물고기에게 주려고 집에서 가져온 뻥튀기를 연아가 계속 먹어댄다. 그리고 열심히 뛰며 좋아한다. 저수지 주변의 산책로는 콘크리트로 되어 있는데다 바로 옆이 저수지라서 신경이 많이 쓰였는데, 그런 것만 아니라면 맘껏 뛰어다니게 해주고 싶을 지경이었다.

난생 처음보는 오리들에게 관심을 많이 보여서 먹이를 줘보라며 뻥튀기를 연아에게 쥐어주지만, 그냥 연아 입으로 들어가버리고 만다...;;;


추운 날씨였고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집에서 가까운 공원에 나와 산책을 하는 것은 시내에 나가서 영화를 보고 술을 마시는 것과는 비교가 안될만큼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어머니께서도 무척 좋아하셔서 희야와 나의 기쁨은 배가 되는 듯 했다.
 



<끝>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셋이서 처음 떠나는 여행

연아가 태어난지 1년하고도 반이 지나가는 여름날이다. 희야와 휴가를 맞추긴 했지만 한창 성수기무렵이라 휴가지를 고르는게 쉽지 않았다. 대부분 예약이 끝나가는 상황인 것도 이유였지만, 그보다는 어린 연아를 데리고 다니며 놀기에 적합한 곳이 그리 많지 않다는게 더 큰 이유였다. 따가운 햇살, 더운 날씨, 붐비는 인파, 비싼 물가, 적절치않은 먹거리 등 걱정해야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좀 조용하고 시원하며 여유로운 곳을 찾다가 자연휴양림이란 곳을 한번 가보기로 했다. 그동안 말만 들었지 어떤 곳인지 가본 적이 없거니와, 숙박시설까지 갖췄다니 우리에겐 더욱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속도로 마지막 휴게소에서


먹거리는 물론 연아에게 필요한 짐들을 모두 트렁크에 잔뜩 싣고 지리산을 향해 떠났다. 지리산은 무척이나 넓은데 그 중에 우리가 가야하는 곳은 지리산의 북동쪽에 가까웠다. 부산에서 출발하는터라 고속도로를 나와 국도를 달려야하는 거리가 제법 되었다. 88 고속도로와 남해고속도로 사이에 퍼져있는 지리산 자락의 언덕들을 넘어가야했으니 말이다.

진주를 지나 고속도로상의 마지막 휴게소에 내려 잠시 휴식을 취했다. 휴게소 건물 옆 파고라의 그늘에서 잠시 쉬려고 할때, 연아가 옆에 서 있는 오리모양의 놀이기구에 관심을 보였다. 걸음걸이도 불안한 정도였기에 타본 일이 없을텐데 한번 앉혀주자 내려올 생각을 안하는 것이다. 그늘도 아닌 곳이라 땡볕이 그대로 내려쬐고 있는 곳이라 무척 더울텐데도 말이다. 희야와 나는 더워서 머리가 깨질 것 같은데도 연아는 내리려고 하면 고함을 지르며 반항(?)을 하기까지 했다. 결국 몇분간 더 재촉했을 무렵 머리와 얼굴이 땀범벅이 되었을때 쯤에서야 내려왔다.

휴게소에 들어가서 땀을 식히며 우동한그릇 먹고 다시 출발하려고 나올때에도 연아는 그곳엘 또 가려고 했다. 나는 연아를 안고, 희야는 몸으로 놀이기구가 있는 방향을 가리고... 마치 영화라도 찍는 듯 그렇게 해서야 차에 오를 수 있었다.



여기가 지리산인가


휴게소에서 나온 후 얼마 후 국도로 빠져서 지리산으로 향했다. 산을 넘어가는 도로이다보니 꼬불꼬불한 길이 참 많긴 했지만, 잠자리와 성질급한 코스모스들이 길가에 가득한 풍경은 도착도 하기전에 우리의 마음에 휴식을 주는 듯 했다.

지리산 휴양림에 도착해서 예약해놓은 방의 잔금을 지불하고 방에 들어갔다. 우리가 예약한 방은 맨션같은 분위기의 콘도 스타일이었다. 원룸형이다보니 좀 불편한 점도 없진 않았지만, 성수기임에도 비싸지 않은 가격에 비하면 만족스러울 만큼 깨끗했다. 냉장고, 가스렌지에다 그릇, 후라이팬까지 다 있어서 식재료만 사와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정도였다.




짐을 정리하고 잠깐 바깥으로 나왔다. 더운 날씨였음에도 시원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 나가보니 바로 앞이 계곡이었다. 숙소 앞은 어른들 몇명이서 몸을 담글정도는 되어도 수영을 즐길 정도까진 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여행객들을 보니 아이들은 수영복차림에 튜브까지 들고 어디론가 가는 걸보니 물놀이할만한 곳이 있긴 있나보다.

숙소앞 계곡에서 자갈이 깔려 발 정도만 담글 수 있는 곳엘 내려갔다. 한여름이었음에도 발이 시릴 정도로 차가웠다. 연아는 자갈위에 세워두었지만 자꾸만 물속으로 발을 담구려고 했다. 너무 차가우니 물에 닿으면 놀라서 안들어갈 줄 알았건만, 아예 발을 담그고는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넘어질까 붙잡으려고 해도 놓으라고 팔을 휘저으며 "앙~!!"하고 고함을 지른다. 연아도 나처럼 찬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 날 닮았다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저 성질머리도 나 때문인가라며 쓴 웃음을 지으며 자아성찰을 하기도 했다. ^^*





둘째날이 밝았다


여유로운 하룻밤을 지내고 날이 밝았다. 어제와는 달리 날이 조금 흐렸다. 간혹 가는 빗방울도 떨어졌다. 하지만 계속 방안에만 있을수는 없어서 우산 하나를 챙겨들고 간식거리를 챙겨서 연아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옆에 등산로라고 적힌 길은 너무 경사져있어서 계곡위로 난 다리를 건너서 흙으로 덮힌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갔다. 어느 정도 정돈된 산책로로 보이는 길을 따라 올라가니 전망대라는 푯말이 보여서 그 방향으로 향했다. 약간 꼬불꼬불한 산책로를 지나자 길 끝 쯤에 정자하나가 서 있었다. 그곳이 전망대인지는 몰랐으나 갑자기 조금 굵은 비가 떨어지는 듯 해서 얼른 그 위로 올라갔다.
가져온 간식이래봤자 희야와 나는 캔커피, 그리고 연아는 요구르트를 마시며 숲속의 향기에 푹 빠져보았다. 글을 쓰는 지금도 그때의 푸른 향기를 떠올리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둘째날은 그렇게 간간히 이슬비를 뿌리며 시원하고 촉촉한 숲속의 여름을 우리에게 선사하였다.


아쉬운 마지막 날


정말정말 아쉽게도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 오고야 말았다. 휴양림에 와서 딱히 한 것이라곤 가벼운 산책이 전부였다. 그렇지만 너무나 평온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1분 1초도 지루하지 않았고 오히려 시간을 붙잡고 싶은 심정일 정도로 말이다.



전날과는 달리 깨끗한 하늘위로 조금은 뜨거운 햇살이 비추었다. 짐을 정리하고 돌아가는 길에 주변을 보니 넓고 조용한 계곡이 참 많았다. 물론 물놀이 하는 사람은 거의 없긴 했지만... ^^
차를 타고가다 잠시 내려서 사진을 찍고 싶을 정도로 이쁜 풍경들이 많았다. 비온뒤 개인 깨끗한 하늘 덕분인지 여유롭고 풍요로워진 마음 덕분인지.

이번 휴가는 연아가 어려서 그냥 조용히 쉴겸 해서 찾아오긴 했지만,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몸과 마음이 지칠 때 쯤이라면 언제든지 다시 가고 싶은 곳이었다. <끝>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구포 삼락 강변체육공원 나들이

2009/09/17 23:12 | Posted by 찬이
일상과 같은 주말, 희야와 함께 처갓집에서 연아를 데리고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가던 길에 잠시 공원에 들렀다. 구포 낙동강변에 있는 삼락체육공원이 가깝고 해서 들러봤다. 그냥 잠시 들른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김밥도 싸고 음료수도 챙겨와 잠깐이지만 소풍기분을 내기도 했다.

비록 얼마 안있어 비를 뿌리는 바람에 아쉽긴 했지만 연아와 잔디위를 뛰어다녀보고 처음으로 김밥 먹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이번 여름 휴가는 수승대에서...

이번 여름휴가는 어디로 놀러갈까 고민하다가, 수승대 계곡으로 놀러가기로 했다. 희야와 연아까지 해서 셋이서 가려니 길도 모르고 힘들 것 같아서 처형네 식구랑 함께 6명이서 가려고 했다가, 장모님과 장인어른, 처남도 함께 가게 되었다.
마침 수승대 부근에 희야 외삼촌께서 관리하시는 사과밭이 있었고, 거기다 간단하게나마 집도 지어놓았기 때문에 거기서 머무르면 숙박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가는 길에 들른 해인사


부산에서 거창으로 가는 도중에 해인사 부근을 지나게 되어서 거길 한번 들렀다 가기로 했다. 볼거리에 비해서는 입장료가 너무 비싸다는 흠이 있었다. 차 입장료까지 별도로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팔만대장경이 있는 곳까지는 걸어갔다와야해서 무척 힘들었다.



거창 사과밭


거창 사과가 참 유명하다고 한다. 가끔 처갓집에 놀러가면 시골에서 가져왔다며 내어주시는 사과가 참 맛있긴 했었다. 그리고 백화점 같은 곳에 고급상품으로 비싸게 팔린다고도 하셨다. 정년퇴직을 앞두고 계시는 희야네 큰 외삼촌께서 맡아서 하시는 듯 하고, 그외 다른 외삼촌이나 이모분들, 그리고 장모님 장인어른께서도 종종 이 과수원에 가셔서 일도 도우시고 쉬시다 오시기도 하시는 듯 했다.
 
▲ 거창 사과밭에 지어놓은 집

▲ 집앞 천막과 풀~

▲ 아싸~~ 신난다~~~

▲ 숯불에 구워먹는 삼겹살 파티

▲ 부산바다에서 직접 잡아온 고등어

▲ 산속에서 즐기는 수영...??

▲ 아~ 부시시~~~~

▲ 맛있는(?) 요리를 하고 있는 희야

▲ 실은...장인어른도 계셨다...ㅋ


수승대에서 한나절...

부근 수승대 계곡에서는 연극제도 개최되고 있었지만, 차도 사람도 너무 많아서 그냥 입구쪽 계곡에서만 놀았다. 비가 온지 너무 오래되어서 흐르는 물도 너무 적어서 깨끗하지도 않은 듯 해서 실망이 좀 컸다.
물놀이 열심히 할 거라고 카메라도 안들고 가서 사진을 못 찍어서 좀 아쉽지만... 그래도 즐거운 여름 휴가였다. <끝>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발리에서의 여름휴가 - 넷째날

2009/09/17 22:50 | Posted by 찬이
아쉬운 마지막날이 밝았다

3박 5일이라는 일정이지만, 5일째날은 비행기안에서 보내다가 한국에 도착하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상 여행으로서는 마지막 날이다. 오늘은 짐을 꾸려야 하기 때문에 희야도 어정거리진 않았지만, 마지막날이라는 아쉬움이 역력해 보였다. 덥기도 덥고, 음식도 입맛에 맞지 않고, 차만 타면 멀미하는 그런 여행이지만, 그래도 좀 더 여기서 지내고 싶은 마음은 나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늘 아침엔 희야가 특이한 과일을 하나 가져왔다. 겉모양은 레몬같고, 속은 코코넛처럼 하얀 덩어리로 두껍게 차 있고, 가운데는 개구리알같은 모양의 씨가 가득 담겨 있다. 이걸 어떻게 먹는 걸까 고민을 해봤다. 참외처럼 속이 부드럽거나 크다면 베어먹겠지만 아무리봐도 과일 속살부분은 맛있어보이진 않았다. 그나마 씨는 주변에 무언가 감싸고 있는 듯 해서 그걸 입에 넣고 빨아먹어보았다. 하지만 별 맛은 없고 단지 씨 주변에 붙은 미끈하고 끈적한 것만 느껴졌다.
나중에 일행들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그 열매는 씨를 씹어먹는 것이라 했다. 자기네들도 고민하다가 살부분은 도저히 먹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씨를 씹어먹어봤는데, 아주 고소하고 맛있었다고.


발리의 해변과 아쉬운 작별을...


오늘 아침엔 아예 캠코더까지 들고 나왔다. 짐은 어젯밤에 대부분 꾸려놓았고, 늦잠자지 않고 여유있게 일어났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는 충분했다. 우리는 발리의 해변을 조금이라도 더 가슴속에 담아두고 싶은 마음에 해변 여기저기를 다녀봤다. 캠코더로 풍경을 담기도 하고, 포즈를 취해가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도 했다.
야자수만 뺀다면 한국에도 이만한 해변은 제법 있겠지만, 사람마음이 어디 그런가. 여기보다 한국의 해변이 더 뛰어나더라도 막상 발리를 이제 떠난다고 생각하니 아쉬울 수 밖에.

희야는 오늘도 그물침대로 달려가 누워서는 흔들어달랜다. 희야가 무척이나 행복해보였다. 그리고 나도 이 순간이 만족스럽고 멈춰버리고 싶다. 이런 것이 행복이란 것을 느낄때의 감정인가보다. 눈에 콩깍지가 씌여서 무조건 예뻐보인다던가 혹은 돈을 흥청망청 쓴다던가 비싼 것을 가진다던가 하면서 느끼는 즐거움과는 차원이 다른 것. 뜨거운 햇살을 가려주는 그늘아래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그물침대를 타고 밀어주고. 그러면서 더 이상의 아무것도 필요없다고 느껴지는 그 순간이 바로 행복함이 심장과 혈관을 타고 온 몸에 전해지는 때가 아닐까.

짐을 가지러 방으로 돌아가는 길에, 식당앞에 있는 풀장에 발을 담궜다. 그리고 우리가 못가본 풀장도 구경삼아 찾아가봤다. 원래 발리를 온 목적이 휴양이었기에 수영을 많이 못한 것이 아쉬워서였을까. 그렇지만 계속 물속에만 있을 것이라면 한국의 캐리비안베이를 가는 것보다 나은게 뭐가 있겠나 싶었기에 그리 후회스럽지는 않다.


간단한 쇼핑도 하고...


아침부터 웬 쇼핑인가 하겠지만, 생각처럼 물건사는 것에 대한 압박을 받거나 혹은 쇼핑시간이 너무 길거나 하진 않았고 단지 눈구경하는 정도의 쇼핑시간이 있었다.
은 세공품점에도 가고, 진주판매점에도 가고, 목공예품점에도 갔다. 물론 백화점 규모의 면세점에도 가긴 했다.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라면 목공예품점을 꼽고 싶다. 나무로 만든 각종 물건들이 많이 있었는데, 바구니 만들듯이 나무를 엮어서 만든 쇼핑백, 필통 등도 있었고, 나뭇잎으로 만든 액자와 앨범도 있었다. 물론 나무를 깎아서 만든 장식품들도 많았지만 그런 것들은 크기가 너무 크거나 혹은 세세하게 만든 부분들은 부서질 수가 있어서 한국으로 가져오기 힘들어보였다.

그런데 우리가 거기가서 산 것은 아로마 비누였다...;; 아로마 비누는 어딜가나 파는 듯 하다. 호주에서도 일본에서도 발리에서도... 그리고 태국같은 곳 다녀온 사람도 아로마 비누 사오던데. 아무튼 선물용으로 줄 아로마 비누 수십개(?)와 기념삼아 나뭇잎으로 만든 액자 1개를 샀다.
구경하는 사람들 주위를 멤돌던 점원들이 한결같이 하는 "마~니~ 사~묜~! 디스~까운뜨~! (많이 사면 디스카운트)" 라는 말이 우습기도 하고 친근감도 들어서인지 아직 그 점원의 얼굴까지 기억에 남아있다.


태국 전통음식을 먹다


점심때는 태국 전통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에서 먹었다. 짜고 매운 걸 좋아하는 한국사람으로서는 너무 밋밋한 담백함 때문에 익숙친 않지만, 뜨거운물에 데친 듯한 채소와 밥이 주류였기에 별 무리없이 먹을만은 했다.
특이할만한 점은, 이곳의 이쑤시개 또한 세공품이라는 것이다. 누가봐도 기계를 이용해 자동으로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 여길만큼 말이다.


마지막 관광지 해상사원


점심식사후에 도착한 곳은 바닷가에 위치한 해상사원이었다. 파도가 치는 해안가에는 모래대신 용암이 굳어져서 만들어진 듯한 넓고 울퉁불퉁한 땅이 자리잡고 있었고, 그 가운데에 우뚝 솟은 섬처럼 생긴 곳이 해상사원이라 했다.
하늘에서는 마침 지나가는 소나기 뒤에 좁은 구름사이로 햇살이 새어나오는 풍경을 자아내고, 바다에서는 바람은 세지 않았지만 엄청 높은 파도가 검은색의 해안가에서 부서지며 하얀 거품을 만들어내는 장관을 이루었다.

이곳에서는 기념엽서를 파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6~7살 쯤 되어보이는 남자아이의 집요함은 이루말할 수가 없다. "xxxx xxxxx, 3딸롸~ 임~니~따~" 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조개껍질로 만든 조그만 인형을 파는 아이도 있고... 하나 정도 사줄만도 한데, 생각보다 가격을 제법 비싸게 부른다. 물가가 싼 나라임에도 엽서 10장 정도에 3달러, 조개에다 눈 달아서 만든 인형한개에 2만5천 루피아(이것도 3달러 가량)라고 하는데, 그 정도 돈이면 현지 사람들 하루 일당 정도인데 ;;;
그래도 기념엽서는 발리 관광지의 사진들을 담은 것이라 기념으로 한 셋트 정도 있는 것도 나쁠 것 같진 않다. ( 그래도 우리는 안샀다!!! )


신의 생일날이라니...


이곳에는 신이 무척 많다. 각자가 모시는 신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대중적인(?) 신의 경우엔 행사가 제법 크다고 한다. 저녁식사를 하러 가는 길에 무척 길이 막혔다. 넓어봐야 왕복 4차선이고 대부분은 왕복 2차선이다보니 한꺼번에 차량이 몰리면 밀리는 것이 당연지사다.
마침 이날은 "돈의 신"의 탄생기념일 즉 생일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길가에는 흰옷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줄곧 지나가는 듯 하더니 나중에는 여러가지 물건을 들고 지나가는 긴 행렬을 보기도 했다. 아마 퇴근시간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행사때문에 더더욱 차가 밀리는 것이다.
이곳에서 믿는 신이 한둘이 아닌데, 그러면...;;


마지막 코스, 아로마 맛사지


선택관광중에 아로마 맛사지와 지압 맛사지가 있었다. 여자들은 아무래도 아로마 맛사지가 더 좋을 것이고, 남자들은 시원한 지압 맛사지가 더 좋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두 군데가 서로 떨어진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냥 아로마 맛사지를 받으러 가기로 했다. 조금만 힘을 주어서 팔을 잡기만 해도 아프다고 하는 희야를 데리고 지압 맛사지를 받으러 가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라는 판단에서였다.

맛사지를 해주는 곳으로 도착하자, 조그만 여자아이가 우리를 나무로 칸이 쳐진 조그만 방으로 안내해주었다. 그리곤 삼베같은 것으로 된 팬티를 두장 주고는 옷을 벗고 팬티를 입으라고 하고는 나가버렸다. 다행히 2인 방이라서 안심을 하고 옷을 벗고 팬티를 입은 후 의자에 앉아서 사람이 오길 기다렸다. 맛사지를 처음 받는터라 먼저 옷부터 벗고 기다리기도 뭣하고 해서... 의자 가운데 구멍이 크게 뚫린 것이 여기서 좌욕도 하나 싶었다. 1~2분을 기다리자 아까 우리를 안내해줬던 여자애와 비슷한 사람이 두명 들어왔다. 여자애라는 표현이 부적절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키도 작고 제법 어려보여 짐작에는 대략 15~6살 정도인 것 같았기 때문에 여자애라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왔다.

들어온 두 사람이 킥킥 거리며 웃더니 영어단어를 섞어서 제스쳐를 취한다. 끄응~ 좌욕을 하는 엉덩이가 아니고 침상에서 엎드린채 얼굴을 받치는 것이었다. ;; 한동안 전신을 간단하게 지압해주기 시작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리고 다 한듯 하더니 뒤집고... -_-;; 그래도 전신을 수건으로 다 덮은 뒤에 다리 한짝, 팔 한짝씩만 걷어서 하기 때문에 그리 부끄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지압과 오일 맛사지를 한 후에, 스크럽을 했다. 일종의 때를 벗기는 것이라 보면 된다. 스크럽제를 바른 후에 슥슥 문지르니까 국수(?)가 줄기차게 밀려나왔다. 그런 후에 방안에 있는 욕실에서 아로마 오일과 꽃잎을 풀어놓은 채 목욕을 했다.

개운하고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듯 했지만, 같은 일행의 남자분도 나도 지압맛사지를 받을 걸 하는 후회는 했다. 스크럽을 하거나 목욕을 하는 것보다 지압맛사지를 받을 때가 더 좋았기 때문이다. 좀 오래해줬으면 싶었는데 희야 얘기로는 힘들어서 "헥헥~" 거리는게 너무 안스러웠다는 말에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냥 차에 올랐다.


발리를 떠나며


우리가 타는 비행기는 새벽 3시 무렵에 출발한다고 한다. 가이드와 헤어진 후 공항의 의자에 자리잡은 우리는 피로에 지쳐 다들 드러누웠다. 나도 무척 피곤했는데, 일행들 모두가 자는 바람에 가방분실이 걱정되서 뜬 눈으로 비행기 출발시간이 다되도록 앉아서 짐을 지켰다. 탑승시간 30분 전에서야 한두명 일어나길래 그제서야 의자에 누은 나... 졸지에 제일 잠 많이 잔 사람이 되버린 듯 ;;;

의자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얘기를 듣자니, 다른 커플들은 우리보다 여행경비를 두배나 주고 온 팀도 있었다. 물론 리조트가 좀 더 좋았겠지만, 똑같이 발리에 와서 똑같이 발리를 떠나고, 코스도 비슷비슷한데 비용이 두배나 차이나는 건 좀 심했다 싶긴 하다.
뭐 우리가 싸게 오긴 한 건 사실이다. 리조트를 저렴한 곳으로 했기에 가격이 싼데다 비성수기에다 출발일 다되서 계약했기 때문에 10만원 할인되었을 때였고, 작년에 받은 20만원짜리 여행상품권에 아는 여행사 직원을 통해서 임직원 할인까지... 이렇게 따지면 비싸게 다녀온 사람의 1/3 가격이다.


계획 차질 아닌 차질


결혼 3년차, 만으로 2년이 다되어가는 신혼부부인데, 아직 애기 소식이 없어서 조금은 걱정스러웠었다. 그래서 선배들로부터 이번 휴가때 찬스(?)를 잡으라는 조언을 얻었다. 그런데, 다행인지 이미 목표는 이루어진 상태로 여행을 다녀왔고, 집에 도착한 날 바로 병원에도 다녀왔다.

이번 여행에서 꼭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허무하게 이미 달성되어버렸지만, 그래도 마냥 좋기만 하다. 계획은 차질이었으나 목표는 이루었으니~~
아무튼 이로써 이번 발리여행도 우리들의 추억속 앨범의 한장을 장식하기에 충분하리라 본다. <끝>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발리에서의 여름휴가 - 셋째날

2009/09/17 22:47 | Posted by 찬이
셋째날 아침의 해가 떠 올랐다

역시 건기라 그런지 오늘도 날씨가 아주 맑았다. 바닷가임에도 후덥지근하진 않고 여전히 뜨거운 햇살만 내리쬐는 아침이다. 오늘은 본격적으로 해양스포츠를 즐기기로 되어있다. 그래서 오후일정만 있었던 어제에 비해서 조금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
어제 손목시계를 1시간 빠른 한국시각으로 맞춰놓고는 서둘렀던 기억을 되살리며 어젯밤에 현지시각으로 맞춘 것을 떠올리며 피식~ 웃고는 식당으로 향했다.

어제는 빵이랑 우유 같은 것만 먹었는데, 오늘은 좀 익숙해졌다 싶어서 다른 건 없나 싶어 좀 둘러봤다. 달걀후라이와 요리사가 즉석에서 해주는 팬케익 비슷한 요리가 있었다. 역시나 무난하면서도 속에도 부담없을 법한 것들이었다. 희야도 그럭저럭 잘 먹는듯은 했으나 역시나 햄이나 달걀은 부담스러운지 빵 조금과 과일들로 식사를 마쳤다.


쉬고 싶은 로비


조그만 리조트지만, 그래도 로비에 쿠션과 소파가 있다. 그 중에서 어제 우리가 탐냈던 자리가 있어서 낼름 누워버렸다. 침대처럼 큰 소파같은 것인데, 어젠 외국인들이 다 차지하고 있어서 같이 앉기도 애매했다.
햇살은 뜨겁지만, 공기는 아직 선선한 아침이기에 두 사람다 소파에 드러누워서 리조트 로비의 이곳저곳을 두리번 거렸다. 멀지도 않은, 바로 소파 주변으로 물이 흐르도록 되어 있고, 그 아래로는 조그만 연못에 물옥잠 비슷한 것들과 연이 떠 있다.

모든 것이 귀찮고 마냥 누워 쉬는 그 순간만큼은 신선이 된 듯한 착각에 빠져버려 사진을 찍는 것 조차도 누은 채로 대충 한판씩 찍고 말았다. 리조트 풍경이라도 좀 찍어둘껄 그랬다.


크루즈 타러 출발~


그러나, 희야는 차를 타자마자 누워버렸다. 나라가 나라이니만큼 자동차는 모두 수입... 그렇다보니 우리가 타고 다니는 차도 무척 낡은 것이고, 그래서인지 줄곧 매연냄새도 나고 쿠션도 썩 좋진 않다. 물론 도로사정도 한몫을 하겠지만...
마침 우리 일행중 혼자 여행왔던 여자분이 남자친구를 만나러 따로 가버렸기 때문에 (어차피 자유시간중에 우린 선택관광하는 것이므로) 남는 뒷좌석에 눕게 했다.

50분 가량을 달려서 나온 곳은 요트가 가득한 선착장 근처였다. 아무래도 발리에 있는 대다수의 관광객이 다 몰린 건 아닌가 싶다. 똑같이 생긴 승합차가 수십대가 되고 가지각색의 피부를 가진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가이드로부터 표를 받아들고 배에 먼저 올랐다. 그리 많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었다. 아래위로 무지 흔들렸다. 원래 멀미를 하지 않는 희야도 속이 안좋은지 토할 것 같은 인상이어서 빨리 잠을 자도록 했다.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구토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배멀리 안할 자신이 없다면, 배를 타자마자 잠을 자버리는게 좋을 것 같다. 배 탔을 때 주스랑 빵이랑 열심히 챙겨먹고 열심히 토하는 그런 불상사는 스스로 예방하는 길 밖엔 없을 것이다.

거의 30~40분이 지났을 때에는 아무래도 힘들어 보여서 아랫층에 빈자리가 있나 싶어 내려가보았다. 배의 아랫부분을 기준으로 전후좌우로 흔들리니까 아무래도 아랫층에서 흔들리는 반경이 윗층보다 작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생각과는 달리 아랫층은 전쟁터였다. 나처럼 생각하고는 멀미를 참지 못할 것 같은 사람들이 잔뜩 몰려있어서 그런지, 봉투잡고 고개숙이고 있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냥 포기하고 올라와서 희야가 잠들기만을 기다렸다. 좋은 좌석을 미리 구하질 못해서 앞뒤로 떨어져 있다보니, 내가 앞에 앉아서 배가 조금만 흔들리면 뒤로 돌아보고 희야의 얼굴을 살폈다. 선잠이 들거나 잠이 들지 못해서 간간히 인상을 찡그리는 희야를 보고 있노라니, 어제 저녁식사를 하면서 오늘 크루즈여행을 안하려고 고민했었던 것이 계속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바나나보트에 수류탄을 싣고


크루즈가 도착한 곳은 발리 옆에 작은 섬 인근 바다 한가운데에 세워져있는 선착장이었다. 그곳에 크루즈를 대고는 바다 한가운데서 헤엄치고 노는 것이다. 사람들이 준비하는 틈을 타 재빨리 바나나보트부터 타러갔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서 줄을 오랫동안 서야한다는 가이드의 조언에 따른 것이기도 했다.

머리에 착용하는 안전모는 이상하게도 수류탄 모양이었다.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인지, 만들다보니 그렇게 된 것인진 모르겠지만, 정말 폼 안난다~!!

구명조끼와 안전모를 쓰고 바나나보트가 더 깊은 바다를 향해 달렸다. 너무 멀리까지 나가는 듯 했지만, 그래도 안전요원도 함께 탑승한데다 구명조끼도 입었겠다~ 무서울 것 하나 없이 재미만 좋았다.
희야가 홀몸도 아니고, 또 다른 여성 일행분도 있고 해서 바나나보트를 뒤집지 말라고 미리 얘기를 했었는지 이벤트(?)없이 그냥 들어와서 조금 밋밋하긴 했다. 평소에는 저 멀리 바다 한가운데서 빠뜨리기도 한다던데...


찬이와 희야, 인도양에서 헤엄치다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물속으로 들어갔다. 수영을 조금 배우긴 했지만, 계속 떠서 수영할 정도로 능숙하지도 않고, 게다가 수심이 최소 7~8 미터에서 1~20미터는 되기 때문에 그냥 맨몸으로 들어간다는 게 그리 만만해 보이진 않았다.
준비되어 있는 수경을 끼고, 호스를 물고, 오리발을 신고, 구명조끼를 입고나서야 물속에 들어갔다. 처음 신어보는 오리발이 어색하긴 했지만 물속에 들어오니 정말 편하다고 해야할까?? 다리를 조금만 저어도 앞으로 잘 나가는 것도 그렇지만 내 몸이 물에 실려다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처음에는 물에 뜬 채로 몸만 적시고 있다가 희야가 "오빠~! 물 속에 봐봐~!!"라고 고함을 지르는 바람에 나도 덩달아 고개를 물속에 쳐박고는 동동동~ 떠다녔다.
바닥이 얼마나 깊은지는 잘 알 수 없었으나, 바로 눈 앞에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다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바닥에는 약간의 산호나 해초류들도 보이는 듯 했다.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희야가 있는 쪽으로 쳐다보았다. 갑자기 희야가 바둥바둥 거리는 것이 아닌가. 무슨 일인가 싶어 놀랬던 나는 잠시후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옆에서 보기에는 키높이의 3~4배 이상은 더 깊은 곳에 있는 물고기들을 손으로 잡아보려고 휘젓는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내 눈 앞에서도 물고기들이 아른거렸는데, 그 물고기들도 7~8미터 더 아래에 있는 물고기들이었을지도 모른다. 하긴 그만큼 물이 맑은 곳이서 깊은 곳에 있는 물고기들도 눈앞에 있는거라 착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여기저기 헤엄쳐다니다보니 내 허벅지 굵기만한 물고기는 흔할 정도고, 몸통만한 물고기들도 간간히 보였다. 그리고 선착장 부근에서는 스쿠버다이빙 체험을 하는 중인지, 산소통을 매고는 바닷속 바닥까지 내려가서 먹이를 주며 물고기들과 노는 모습도 보였다. 우리도 내려가고 싶었는데,... 바둥바둥 거려봐도 내려가지진 않았다.


즐거운 점심시간


캐리비안베이나 혹은 해수욕장에 놀러가면 제일 힘든 곳이 눈 주위 근육이라고 한다. 실제로 수영하느라 보내는 시간보다 다른데(?) 신경쓰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마치 처음 바닷가에 놀러나온 어린아이처럼 물이 반가웠다. 나도 희야도 바닷가를 끼고 있는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라왔기 때문에 남들에 비해서 바다라는 것에 대한 감흥은 거의 없는 편이다. 그러나 인도양의 깊고 깊은 바다위에서 물고기들과 함께 헤엄을 친다는 것은 해수욕장의 모래사장이나 비키니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수영하느라, 탄성을 지르느라 지칠대로 지친 우리들은 소금기만 씻어내고 식사시간을 가졌다. 올 때 타고온 배에 음식을 다 실어왔다보다. 같이 온 선원들이 바베큐도 굽고 부페준비도 해주었다. 물론 다양하진 않지만 과일들도 있고.
밥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는데, 우리 일행중 다른 커플은 아까 미끄럼틀 같은 것을 타다가 물을 엄청 먹었다고 했다. 아까 바나나보트를 타고나서 미끄럼틀을 타려고 했었는데, 깊이가 10미터는 되는 바다위로 바로 빠져버리는 코스라... 구명조끼를 입고 탔다 ^ㅇ^
그런데 그 커플은 구명조끼 없이 바로 타러 가는 것이다. 희야랑 나는 정말 대단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여자분이 수영에 그리 능숙하지 않아서 물을 많이 드셨다고... 그리고 여자분을 뒤에서 밀어주며 끌어내느라 남자분도 제법 드셨다며 배가 부르다고 했다.

다음에는 나도 수영연습을 더 해서 구명조끼 없이 깊은 바다에서 놀 수 있을 정도가 되었으면 싶다.


중국사람, 서양사람??


외국사람중에 눈에 가장 띄는 사람이 중국사람과 백인계 서양사람이다. 너무 포괄적인가 ;;
중국 관광객들은 정말정말 시끄럽다. 무슨 말인진 모르겠지만 하루종일 떠든다. 그냥 혼자 구경하면서도 계속 뭐라뭐라 얘기하는데 목소리 톤도 높은데다 볼륨도 최대인 듯 하다. 다른 한국 관광객들도 중국관광객이 마음에 안드는지 자리를 피해버리기 일쑤다.
게다가 수영하러 왔음에도 수십명에 떼지어 몰려서는 도박판을... 홍콩영화 같은데서나 볼 법한 광경이 자연스레 펼쳐지는 것이다. 4인용 테이블 주위로 20~30명이 모여서 뭐라뭐라 떠들면서 돈이 왔다갔다하고 말이다.
중국은 아직 근대화된지가 오래치 않은데다 상당수의 부자들이 물려받은 땅 팔아서 돈을 번 졸부들이 많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설마 모든 중국사람이 그렇겠는가. 사회생활이나 공공질서라는 것 자체가 필요없이 살다가 갑자기 돈을 많이 벌게 되서 놀러다니게 되니,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데에 익숙치 않아서겠지 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리고 백인계 서양사람이라고 한 것은 어느 나라 사람인진 알 수가 없으니 그냥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이 관광객들이 왜 눈에 띄냐면, 다름아닌 바로 수영 실력 때문이다. 피부색이 우리와 다르다던가 해서 눈에 띌 수도 있겠지만, 진정한 차이는 물 속에서 나는 것 같다.
열살이 조금 넘은 아이들도 그 깊은 바다에 구명조끼같은 것도 없이 혼자 뛰어들어 잘 놀고 다니고, 부모들도 아무렇지 않은 듯 내버려둔다. 마치 공원에서 자전거 타고 노는 듯 말이다. 어릴 적부터 수영을 가르친다고들 하던데, 그게 당연한 사실이라는 듯 유유히 바다를 헤엄쳐다니는 모습이 정말 부러웠다.


반잠수함, 퀵실버


배가 서 있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 원주민 마을이 있다고 해서 거기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반잠수함을 타는 코스가 있었는데, 퀵실버라는 배였다. 잠수함은 잠수함인데, 잠수하지 않는 잠수함... 그게 반잠수함인가. 생긴 모습은 잠수함이 물위로 올라온 모습을 하고 있지만, 우리가 들어가고 나서도 잠수는 하지 않았다. 배 아래로 내려가니 물속을 구경할 수 있는 조그만 창들과 의자가 있었고, 거기에서 물속을 구경하는 것이다.
창이 작은데다 유리도 그리 깨끗하질 않아서인지 바다멀리는 보이지 않았고, 반잠수함 주변으로 모이는 물고기들만 구경했다.

물론 여기서도 중국관광객의 압박이 장난아니었다. 밀폐된 좁은 공간에서의 그 재잘거림이란... 당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그야말로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라는 말이 제격인 듯 하다.


민속촌같은 원주민 마을


반잠수함에서 다시 작은 배를 타고 마땅한 나루터 조차도 없는 원주민 마을에 도착했을 때 우리를 맞이하는 것은 아주 어린 꼬마들의 "One dollar!" 하는 목소리들이었다. 가이드의 말을 빌리자면, 인도네시아 중에서도 특히 이러한 원주민 마을은 정말 빈곤하다고 한다. 조개껍질로 만든 공예품이나 예쁜 조약돌 같은걸 조그만 나무판위에 올려놓고는 팔고 있었다. 장사를 한다라기보다는 소꿉놀이를 하는 것으로 보여질 정도로 볼 품 없이 말이다.
하나 정도 사주고 싶었지만, 수영하고 노느라 귀중품은 모조리 물품보관함에 넣어두고 왔는지라 돈이 한푼도 없었다. 조그만 모래사장을 지나서 조금 더 들어가자 구경삼아 거북을 기르는 곳이 있고, 베틀로 천을 짜는 곳이 있었다. 전통 옷이라고 했던가... 아무튼 좀 다양한 색깔의 실로 짜여진 옷감들이 즐비했다.
그런데 옷감이라는 표현이 정확하진 않은 듯 하다. 그걸 그대로 몸에 두르는 형태로 입는 것 같다. 옷 대신 입는 것인지까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대로 몸에 걸치는 것 처럼 보였다. 원주민 마을을 돌아볼 동안은 공짜로 잠시 입을 수 있게 해준다고는 하나, 너무 덥다보니 만사가 귀찮을 뿐 ;;;


우웩~ 코코넛 정말 맛 없다 ㅠ.ㅠ


옷감을 짜는 곳 바로 옆에서 코코넛을 팔고 있었다. 원주민 마을에 와서 코코넛속의 과즙을 마셔보는 것도 코스 중 하나인지, 가이드가 코코넛 값을 지불해주었다. 한 사람이 코코넛을 칼을 든 사람에게 건네자, 코코넛을 받아들고는 칼로 세개 3번을 내려쳤다. 그러자 코코넛 윗 부분에 삼각형 모양으로 구멍이 뚫렸고, 거기다 빨대를 꽂아서 마시게 해주는 것이다.

조금은 신기하기도 하고, 처음 마셔보는 코코넛이라서 어떨까 기대가 되었다. 그렇지만 마셔본 소감은 전혀 기대에 못미쳤다. 마시기전엔 몰랐는데, 한모금 쭈욱 마시니까 연한 휘발유 냄새가 나는 듯 하고, 물처럼 투명하고 찰랑찰랑 거리긴 했지만 목으로 넘어갈 때는 약간 끈적하고 걸쭉한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코코넛을 마시도록 준비된 그늘 밑에는 개미떼가 아주 많았다. 개미들에겐 하늘에서 꿀물(?)이 떨어지는 곳일테니 말이다.

나중에 차나 도보로 이동하면서 봤는데, 이 코코넛을 파는 곳이 제법 많았다. 현지인들도 즐겨먹는지 관광객들이 경험삼아 찾는지는 몰라도 제법 팔리나보다. 하긴 코코넛이 우리 입맛에 안맞을 뿐이니까. 문득, 가이드가 한국에 오면은 묵은지 삼겹살에다 소주한잔 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어를 제법 잘하긴 해도 한국까지 어학연수 오고 그럴 형편은 안될 것이고 ( 한달 평균수입으로 비교하면 10배 정도는 차이나는 듯 ) 그러면 묵은지 삼겹살에 소주 한잔 곁들이는 맛도 모를텐데... 누가 생각해도 우리나라의 손꼽히는 먹거리이지 않나?


오늘 하루도 이렇게 저물었다


배를 타고 3시 반쯤에 출발을 해서 한시간이 조금 더 걸려 발리섬에 다시 도착하였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식당에 들렀다. 오늘 저녁도 한식당이었고, 메뉴는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로 정했다.
아마 식당 간판 이름이 '한일관'이었던 것 같다. 어제갔던 한식당에서보다 김치맛이 좀 더 제대로 나는 듯 했다. 현지에서 나는 야채들로 한국음식 맛을 낸다는게 쉽진 않겠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제맛을 내는 것이 한국에서 음식맛 조금 떨어지는 식당 정도의 수준은 되는 정도였다. 수영하느라 허기져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입맛에 맞았는지 희야도 밥 한그릇 깨끗하게 비우고, 밥 더 시켜서 내가 조금 덜어준 것까지도 잘 먹었다. 홀몸이 아닌지라 2인분을 먹어야 하는 희야인데, 여기와서 잘 먹어주니 그 모습이 얼마나 이쁘게 보이던지... 안그래도 입덫하는데다 여기서 느끼한 음식만 먹다보니 제대로 못챙겨먹는 듯 해서 안쓰러웠었데 잘먹어주니 얼마나 좋겠는가.

숙소로 돌아오니 사원으로 여기는 조그만 공예품을 만들때 쓰던 것과 유사한 형태의 커다란 것이 만들어져 있었다. 똑같은 재질로 만들어졌지만 보통은 손바닥에 올릴 수 있을 정도인데, 그것은 사람 키의 몇배나 될 정도로 컸다. 그 앞에서 사진을 한 컷 찍어보긴 했으나, 이미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있어서 제대로 나오진 않은 듯 하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사온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숙소로 들어갔다. 우리의 발리여행 3번째날도 이렇게 저물어갔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발리에서의 여름휴가 - 둘째날

2009/09/17 22:44 | Posted by 찬이
발리에서 처음맞는 아침

정신없이 잔 것 같다. 에어콘 덕분에 더운지도 모르게 푹 잤다. 하지만 늦게 일어난 덕분에 아침식사시간에 쫓겨야 했다. 식사시간이 7시부터 오전 9시반까지였던가?? 지난 호주나 일본여행때처럼 스케쥴이 꽉 짜여진게 아니다보니 오늘 오전은 자유시간이었다. 그 때문에 늦게 일어난 것이기도 했다.
식사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서둘러 가야했다. 아직도 꿈나라인 희야를 깨워서 대충 씻고 식당으로 향했다. 아침부터 햇살은 뜨거웠지만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고 나온 탓이었는지 그리 덥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새벽에 도착을 했기에 이곳 리조트 식당은 처음가보게 되는 것이다.

약도에 적힌 길을 따라 작은 숙소건물들 사이로 지나가자 조그만 풀장과 함께 그 옆으로 식당이 자리잡고 있었다. 더운지방의 리조트내에 있는 식당이라 그런지 나무로 만든 지붕만 있는 식당이었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있다보니 아침식사는 공통적으로 잘 먹는 음식으로 과일, 빵, 우유, 주스, 스파케티, 감자, 햄 등등이 주류를 이루는 부페식이다. 어쩌면 서양식 아침식사랄 수도 있겠지만, 여러나라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의 그나마 제일 무난한 식사가 아닐런지.

식당앞의 조그만 풀장너머로 해변이 보이고 한아름은 넘는 야자수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그 나무들 사이에는 그물침대가 더러 보이고, 모래가 있는 곳에는 누워서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나무로 만든 간이침대들도 있다. 희야는 그물침대가 신기한지 얼른 뛰어가 올라타버렸다. 처음 누워보는 그물침대지만 참 편안하고 좋다며 흔들어달라는 주문까지 했다.

아침부터 햇살은 엄청 뜨겁지만 아직은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부는, 발리에서의 첫 아침을 맞는 순간이다. 인도네시아 발리의 모래를 밟고, 야자수에 묶어놓은 그물침대를 타며, 인도양 바다내음이 가득한 바람을 맞으며 말이다.


우리도 못 알아보는 한국말


그물침대와 해변에서 놀면서 사진을 찍고 리조트를 둘러본 후, 점심시간이 다되었을 쯤에 차를 타고 이동했다. 오후에는 원숭이 절벽사원이란 곳을 간다며 그전에 점심식사를 하러 어떤 부페식 현지식당엘 갔다. 야채와 고기 등을 불판에 올려놓고 구워먹기도 하고 샤브샤브처럼 데쳐먹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식탁에 앉는 순간 우리는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식탁에 적힌 안내문구는 여러나라 언어로 적혀져 있었는데 그 중에 우리나라말로도 적혀 있었다. 문제는 한국말이 적힌게 아니라, 한국사람인 우리들도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Please ask our waiters to assist you to switch ON/OFF the stove"
"우리의 웨이터에게 너를 위에 전환하기 위하여 원조하라고 물으십시요 난로 떨어져"

아무래도 인도네시아 말을 컴퓨터 번역기로 돌렸나보다. '/'나 쉼표 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데다 부적절한 단어들이 난무한다. 무슨 말일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영어를 해석한 후에야 파악이 됐다. 한국사람이 많이 찾고 있고, 그래서 약간이나마 한국말을 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긴 하지만, 엉망으로 적힌 한글을 보고 있자니 우습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다.

식당에 좀 일찍 도착한 탓인지 에어콘도 제대로 가동안된 상태에서 불판에다 샤브샤프까지 해먹다보니 너무 더웠다. 혹시 너무 더워서 적게 먹게 하는게 이 식당의 상술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였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꾸역꾸역 열심히 먹어댔다. 그리 입맛에 맞진 않았지만, 그래도 먹을만한 하다 싶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아닌가보다. 땀 흐르는건 아예 포기했다. 옷도 충분히 갖고 왔으니...


원숭이 무법천지, 절벽사원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믿는 종교에는 신이 참 많다고 한다. 일본도 그렇지만, 이곳도 대부분의 사물이나 동물에도 신이 있어서 그 신들을 믿는다. 차를 몰 때에는 차신에게도 기도를 한다니깐뭐...
그래서 기도를 할 수 있는 사원들이 참 많은데, 동네마다 사원이 있기도 하고 각자의 집이나 방에도 사원이 있다고 한다. 방안에 조그만 불상을 가져다 두고 그곳을 기도하는 자리라고 생각하는 식이라 보면 되겠다. 물론 불교가 아니기 때문에 불상은 아니다 ^^;;

나뭇잎같은 재료로 만든 조그만 사각바구니에다 과일이나 음식을 넣어두고 그것을 사원이라고 한다고 했다. 그래서 집안의 여자들이 그 사원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고 손이 많이 가는 일이라고 한다. 가게같은 곳에는 노트만한 것도 있고, 자동차나 가게안에는 손바닥만한 것도 있다. 길 중간중간에도 놓여져 있었는데, 주의하지 않으면 발로 차거나 밟을 수 있을 것 같아 신경쓰이기도 한다. 그렇게 되더라도 문제삼지 않는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할 수는 없는 일.

절벽사원이란 곳은 그러한 사원들 중에 실제로 형체가 있는 제법 큰 사원중의 하나다. 원숭이 절벽사원은 말 그대로 절벽에 위치하고 있는 원숭이가 많은 사원이다. 사원에 들어갈 때에는 반바지나 짧은 치마 등을 입으면 안되기 때문에 천 같은걸 두르고 들어갔다.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해서 일종의 예의 차원이겠거니 하고 모두 천을 두르고 들어갔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원숭이들이 무척 많았다. 돼지인지 원숭이인지 분간이 안가는 녀석부터 시작해서 아주 조그만 애기 원숭이까지 마치 공원의 비둘기들처럼 길가쪽으로 가득 했다. 많은 원숭이들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것은 우리는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흔치 않은 경험이다. 그래서인지 다들 원숭이가 모여있는 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바빴다.


마피아 원숭이들


그러던 중 사고가 터졌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구경하고 하느라 정신없는 틈을 타서 원숭이 한마리가 나무가지를 타고 다가와서는 우리 일행 중 한명의 선글라스를 벗겨가버린 것이다. 그 원숭이는 조금 멀리 달아나서는 안경테를 잘근잘근 씹기 시작했다. 선글라스나 모자 등을 주의하라는 얘기를 관광지 소개문구에서도 봤고, 가이드로부터도 얘기를 들었지만 사실 어느 정도인지 실감을 하진 못했다. 그런데 눈 앞에서 그 광경을 목격하게 되자 그 순간부터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다들 원숭이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사람을 겁내긴 커녕 어슬렁어슬렁 다가온다. 나무에 매달린 원숭이 꼬리를 내가 살짝 건드려봤더니 이빨을 드러내며 팔을 막 휘젓기도 했다. 사람들에게 다가오면서도 공격적인 성격인 것이다. 한마디로 성질이 더럽단 얘기다.

선글라스를 뺏기고 어찌할바를 모르고 있는 가운데, 가이드가 윗쪽을 향해 뭐라뭐라 얘기하니까 위에서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이 내려왔다. 그 사람은 원숭이들의 신같은 존재라고 했다. 보기엔 그냥 관리인 같더만... 아무튼 원숭이 신이란 사람이 선글라스를 뺏어간 원숭이에게 다가가자 선글라스를 내팽게치고 바로 달아나는 것이다. 다행이다라는 안도감과 함께 여성들은 손뼉을 치며 폴짝폴짝 뛰기까지 했다.
그런데 선글라스는 줄 생각안하고 우리 앞쪽 언덕에 주저앉더니 자기가 선글라스를 끼고는 하늘을 바라보며 두리번 거리는 것이다. 그러더니 하는 말... "Three dollar! Three dollar!" 모두들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잠시 있다가 가이드가 협상을 벌이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말이니 못알아듣긴 했지만, 대략 2달러만 받으라는 것 같았다. 2~3분을 실랑이 하다가 2달러를 주고 선글라스를 찾긴 했지만, 선글라스의 테 부분은 이미 씹혀서 거칠거칠한 정도인 듯 했다. 안경알은 괜찮은 것 같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무척이나 속상했을텐데...

잠시 후에 다른 커플이 원숭이들을 경계하며 절벽해안을 배경으로 삼아 사진을 찍으려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멀리서 있던 원숭이가 옆으로 뛰어서 오더니 벽을 타고 올라가 모자를 휙~ 하고 벗겨가는게 아닌가. 거참...;; 진짜 몽둥이로 확 패버리고 싶었다. 이번에는 원숭이가 모자를 씹기 시작했다. 느낌이 별로 없는지 많이 씹진 않았지만 흠이 나기는 마찬가지. 이번에는 근처에 있던 원숭이 먹이판매원이 모자를 다시 뺏었다.
 
이번에는 사람을 부른 것도 아니고 원숭이 관리하는 사람도 아니었기에 다행이다 싶었는데, 팁을 요구하기는 마찬가지다. 전문적인 "꾼"도 아닌 듯 해서 1달러만 주자는 얘기를 하는 가운데, 가이드가 듣고는 그냥 루피아(인도네시아 화폐단위. 8천 루피아 = 1달러)로 주라고 하면서 그 사람한테 뭐라뭐라 얘기하더니, 그냥 5천 루피아만 주라는 것이다. 가이드도 원숭이들을 이용해서 팁을 요구하는 그러한 모습들에 짜증이 났는지 아니면 미안했는지 인상이 좀 안좋아지긴 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아예 원숭이들을 그렇게 훈련시킨다라는 의견에 모두 동의를 했다. 가이드는 그냥 웃고만 말았지만, 선글라스를 뺏겼던 사람의 얘기로는 귀에 걸린 채로 얼굴이 바짝 붙어 있는 선글라스인데 아무리 원숭이라지만 사람이 벗기듯 너무나 능숙하게 단번에 빼가더라는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끄덕...
일반사람들의 한달월급이 100달러 정도, 고급점원같은 경우엔 200달러 정도라고 하던데, 원숭이 한번 이용해서 2~3달러씩 받아가는건 정말 도둑놈 심보가 아니가 무엇이랴. 정말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 같았으면 오히려 미안해해야할 수도 있을텐데 말이다.


전쟁기념관?? 독립기념관??


나와 희야는 별 일 없었지만, 이미 다른 사람들의 선글라스와 모자 테러를 두번이나 본 상황이라 기분이 좋진 않았다. 선글라스나 모자가 원숭이때문에 상한 것 때문이 아니라, 그런걸 이용해서 돈을 요구하는 게 너무나 얄미워서일 것이다.
시원한 에어콘 바람을 쐬며 기분을 가라앉히고는 절벽사원을 뒤로하고 간 곳은 무슨 기념관이라고 하는 곳이었다. 공원처럼 조성되어 많은 사람들이 조깅과 여가를 즐기고 있었고, 그 가운데에 탑처럼 생긴 곳이 기념관이었다.

우리나라가 일본식민지 시대가 있었던 것처럼, 인도네시아도 네덜란드로부터 식민지 생활을 당해왔었다고 한다.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거의 수백년간이라고 하니까 기간상으로 봤을 때는 비교가 안된다. 악랄함의 정도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 안에는 디오라마로 꾸며진 역사관이 있었는데, 원주민 생활부터 네덜란드의 침공, 독립까지 연대별로 수십개의 장면이 묘사되어 있었다.


즐거운 한식식당


덥고 목마름에 지친채 기념관을 빠져나와 찾아간 곳은, 한식이 나오는 한국 식당이었다. 나야 기내식부터 지금까지 계속 다 잘 먹었기 때문에 잘 못느꼈는데, 다른 사람들은 무척이나 반가웠나보다. 어쩌면 신기해서일까??? 외국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이 있는거야 이상할 것도 없지만, 낯선 곳에 놀러와서 이런저런 일 겪으며 하루를 겨우 지내왔는데 그런 곳에서 아예 터를 닦고 지내는 한국인이 있으니 반가움도 적진 않았을 것이다.

이날 간 곳은 "청기와"라고 하는 식당이었다. 말그대로 한옥스타일의 기와지붕을 하고 있었다. 종업원들은 죄다 현지인인 듯 했고 한국말도 어설프게나마 하는 듯 했다. 발리에 도착한 이후로 아직 집에 전화를 못한 탓에 전화기를 찾았는데 오늘 점심때 리조트에서 봤던, 신용카드 국제전화기였다. 녹음된 한국어 안내방송은 발음도 무지 이상해서 알아듣기 힘들 뿐 아니라, 게다가 내가 가지고 있는 신용카드 모두가 잘못된 카드번호라고 다시 입력하라고만 하는 것이었다. 전화기가 이상한가 싶었는데, 여기 한식당에서도 그러했다.

그러던 와중에 가이드가 카운터에 앉아있던 한국사람을 불러줬는데,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의 서울억양을 쓰는 소녀였다. 어설픈 한국말만 듣다가 유창한(?) 본토발음을 들으니 어찌나 반갑던지.
한국에 전화하고 싶다니까 콜렉트콜 직통전화를 안내해주었다. 덕분에 한국에서 출발한지 만 24시간만에야 겨우 한국으로 안부전화를 할 수 있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발리에서의 여름휴가 - 첫째날

2009/09/17 22:42 | Posted by 찬이
예정보다 앞당겨진 휴가

여름휴가 시즌에는 회사일이 너무 바쁠 것 같아서, 예정보다 날짜를 앞당겨서 휴가를 쓰게 되었다. 그렇지만 만약 휴가를 당겨서 다녀온다면 장마철기간동안 다녀와야하기에 휴가를 앞당기기로 하는 것이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그래도 희야는 나와 달리 직원들이 휴가를 한꺼번에 쉬는게 아니라 교대로 다녀와야하는 만큼, 최고의 성수기때를 휴가기간으로 잡는 회사에 다니는 나로서는 휴가를 당겨서 다녀오는 것도 괜찮은 듯 했다.
문제는... 장마철이라는 점인데... 이리저리 궁리해봐도 마땅한 해결책이 떠오르질 않았다. 차도 없기에 장마철에 무거운 짐들고서 시외의 팬션을 찾아다니는 것도 못할 짓인 것 같고.

그러다가 동남아 여행에 대한 얘기가 나오긴 했었는데, 재작년엔 호주로 신혼여행으로, 작년에는 일본 하우스텐보스를 다녀왔었기에 이번에도 해외여행을 간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이번에도 이미 작년 휴가때부터 이번휴가 여행경비를 위한, 우리커플이 일명 여행적금이라 부르는 적금이 200만원이 준비되어있었기에 금전적 부담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보다는 집에 계시는 부모님들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양가부모님 모두 푼돈 아껴가며 열심히 사시는데, 게다가 여행한번 보내드리지 못했는데 이번에 세번째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말씀드릴 염치가 없었다.

그래서 사실은 국내여행을 여기저기 알아봤다.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는 마음을 꾹 누른 채 말이다. 캐리비안베이에서 2박3일간 놀려고도 했고, 제주도에서 렌트카타고 드라이브하는 것도 생각해봤다.
하지만 이미 우리들 마음속에서 계속 동남아가 아른거려서인지 아니면 정말 마음에 안들어서였는지, 두 사람 다 결정을 못내린 채 휴가는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동남아라고 싼 건 아니더라
"국내여행을 가더라도 며칠동안 다니면, 쓰는 돈이 적진 않을거야"
"장마철인데 놀지도 못하고 시간만 보내면 어떻게 해?"

망설이다 망설이다 결국 휴가를 이틀 앞두고 급하게 해외여행 상품을 찾아보게 되었다. 그런데 또 다른 장벽이 나타났다. 막상 가려고 하니까 돈 문제가 현실로 다가왔고, 그것이 우리를 한번 더 망설이게 했다.
평소에 생각하기로는 동남아에 가면 물가가 싸기 때문에 적은 돈으로도 실컷 사먹고 놀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여행경비도 저렴하겠지라고 생각했었고.
그런데 아무래도 휴양지 위주이면 리조트에서 묵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제법 비싸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름있는 리조트라면 동남아라 하더라도 1인당 최소 백만원이상의 여행경비가 들고, 이것저것 옵션관광까지 하게 되면 호주 신혼여행경비와 별 차이가 없어보이기도 했다. 완전 계산착오였던 것이다. 국내여행대신 저렴하게 해외여행 다녀올 생각으로 동남아를 꼽았건만...

거의 밤을 새다시피 상품을 뒤적거리며 비교해보다가, 결국 휴양시간이 많은 발리상품 중에서 제법 저렴하다싶은 것으로 선택했다. 그래도 리조트가 작고 부대시설이 적다는 정도이고, 여행일정은 거의 같았다. 그렇다고 일생에 단 한번뿐인 신혼여행 같은 것도 아니니 너무 무리해서 고급스럽게 다녀올 필요까진 없을테고.


여행준비도 급하게...


급하게 발리여행을 택한데다 이미 결제도 해버린 만큼, 여행 준비도 정말 서둘러야 했다. 금요일날 퇴근후 기차를 타고 2~3시간 정도 집으로 이동하는 시간과 일요일 아침부터 인천공항까지 이동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하루!! 하루안에 해외여행 준비를 모두 마쳐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두번이나 해외여행을 다녀왔던 덕분인지 별 탈 없이 그리고 서로 의견충돌도 없이 진행되었다. 며칠동안 갈아입을 옷이며 수영복은 물론이고 비상약, 라면, 김치, 디카, 건전지, 손목시계 등등 이전의 여행때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들까지 꼼꼼하게 챙겼다. 더군다나 동남아의 호텔이나 리조트는 치솔, 치약, 샴푸같은게 없다는 얘기에 치약 하나까지 다 챙겨야했지만 우리에게 문제가 되진 않았다.

준비는 끝났다. 옷가지들을 챙겨넣은 핸드캐리어 1개, 캠코더와 카메라, 우산 등을 넣어다닐 조그만 배낭 1개, 그리고 여권과 지갑 등 귀중품을 넣은 조그만 크로스백 1개.


이번 여행에서 첫번째로 아쉬웠던 일


무슨 일이든 간에 지나고 나면 후회스럽거나 아쉬운 순간들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중 첫번째로 발생한 아쉬운 일이 여행을 떠나기도 전에 생겨버렸다.
다름아닌 희야의 수영복 문제다. 있는거라곤 검은색의 아레나 원피스 수영복뿐이다보니 해변이나 휴양지에서 입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싶어서 수영복을 사러 다녔었다. 그것도 비키니 수영복을... 평소라면 내가 말렸을 테지만, 가는 곳이 발리인 만큼 비키니 수영복을 입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고 해서 말이다.

그렇다고 정말 속옷처럼 조그만 비키니는 못입을테고, 대충 아래위로 나뉘어진 그런 옷 정도로 백화점을 다니며 골라봤다. 세일기간이다보니 원래 가지고 있던 수영복보다 훨씬 저렴한 것들도 많았지만,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마음에 드는게 없었다.
괜찮다 싶은 것들도 그다지 내키진 않아했는데, 그 중에 정말 마음에 드는 게 있었다. 전체적으로 회색톤이면서 세련된 디자인으로 특히 젊은 사람에게 정말 잘 어울릴만 해 보였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처음에는 6만 몇천원 정도로 적힌 가격을 보고는 무척 싸다고 생각했다. 일반 수영복가격이 그 정도 선이고, 세일기간에는 2~3만원 짜리도 많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수영복은 브라, 팬티, 나시, 치마 총 4개로 이루어진 수영복이었고 가격표는 각각 붙어있었다. 세일해서 20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

그걸 본 이후로 한두시간은 더 돌아다녔지만, 마음에 드는 건 없었다. 정말 마음에 드는걸 봤으니 다른게 눈에 안들어올 법도 하겠지만, 나 조차도 아까 본 그 수영복이 정말 마음에 드는건 사실이었다.
우리는 돈이란 놈에게 굴복할 수 밖에 없었고, 결국 내 수영복만 사고는 백화점을 나왔다. 마침 희야 친구에게 수영복이 있어서 그걸 빌리기로 하고 말이다. ( 하나있던 삼각수영복이 너무 작아서, 사각으로 하나...;; )

만약 어떤 사람이 1년에 한두번 입을까 말까한 수영복을 20만원 넘게 주고 샀다고 한다면, 당장 미친 것 아니냐고 물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망설이다가 그 수영복을 샀더라도 어디가서 욕먹을까봐 제 가격을 말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그럴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그때 못사준게 정말 아쉬운 건 사실이다. 젊고 날씬할 때 그렇게 예쁜 수영복 입으면 정말 이쁠텐데... 그리고 희야도 정말 입고 싶었을 텐데... 하긴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우리 형편에 3년 연속 해외여행을 가는 것 조차도 적잖은 타격이긴 하지만 말이다.


부산에서 인천으로


우리의 첫 여행은 부산발 인천공항행 공항버스로 시작되었다. 김해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가면 기차나 버스보다 가격이 두배나 비싸다. 기차를 타고 가더라도 서울역이나 영등포역에서 내려서 공항버스를 타고 40~50분 가량을 가야한다. 물론 고속버스도 마찬가지다. 서울에서 가는 공항버스 차비도 7000원 가량이나 하고... (물론 찾아보니까 조금 싼 방법도 있긴 하지만)
알아보니 얼마전에 부산에서 인천공항으로 바로 가는 공항버스가 생겼다고 하길래, 갈아탈 걱정없는 편리함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선택했다. 밤 11시 30분차를 제외하고는 오전 9시 30분 버스가 막차라서 공항 도착후 2시간 가량 기다려야하긴 하지만, 식사도 하고 처음가보는 인천공항 구경도 할겸 일찍 도착하는 것도 괜찮겠고 해서 말이다.

장마철임에도 불구하고 비는 그다지 오지 않았다. 옷이 조금 젖을 정도로 오긴 했지만, 약간의 가랑비 수준에 그쳤다. 문제는 장맛비가 아니라 희야였다. 자주 배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리고 갑갑하다며 울상을 짓곤 했다. 순간 여행출발 바로 전날해본 임신테스트 양성반응이 생각났다. 이것이 입덫 증상인가?? 아니면 초기증상인가??
내가 그런걸 알 리가 없다. 임신하면 입덫한다는 걸 드라마같은에서나 봤지, 몇 개월째에 입덫하는지도 모르고, 무얼 먹어야 하는지도, 또 입덫을 하면서 실제로 토하는지 아닌지 조차도 모르는 나다. 그렇기에 속 안좋다고 식은땀 흘리며 칭얼거리는 희야를 바라보며 나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정말 난감하기만 했다.
이번 여행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사실은 상상도 못한 채 말이다.


드디어 발리로 향한다


공항버스를 내린후, 희야를 데리고 당장 한식당엘 가서 김치찌개를 시켜먹었다. 다행히 희야도 매콤하고 약간 신맛의 김치찌개가 입맛에 맞았는지 버스안에서의 힘들었던 인상은 온데간데 없고 밥도 한그릇 뚝딱 해치워버렸다. 정말 신 음식이 효과가 있는진 모르겠지만, 속이 거북하거나 할때에는 우리나라 김치찌개만한 것도 없지.
식사를 마치고 나서 바로 출국수속을 밟았다. 들어가는 길에 면세점에 들러서 양가 아버님께 드릴 양주로 발렌타인 21년산 두병만 사고는 곧장 게이트로 가서 의자에 몸을 기댔다. 면세점도 거의 그냥 지나치다시피 해서인지 승무원들보다도 더 빨리 도착했다.
비행기 탑승전까지 의자에 기대어 쉬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공항에서 유리벽 바깥의 항공기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여행얘기를 하며 재잘거리기도 했다. 우리도 첫 여행때는 무지 설레여서 사진도 찍고 두리번 거리기도 하고 그랬는데, 부산에서 인천까지 오느라 지친 탓에 마냥 귀찮기만 할 뿐이었다.

30여분을 기다렸을까... 드디어 탑승시작을 알리는 전광판에 불이 들이왔다. 기내로 들어서서 우리 좌석으로 가서 짐칸에 가방을 올려두고는 곧장 담요를 덮고 눈을 감았다. 발리 직행인데다 아직 성수기가 아니라서 그런지 빈좌석이 있어서 다행스러웠다. 왜냐하면, 곧 희야가 속이 안좋다고 하소연을 했기 때문이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좌석벨트를 풀어도 될 무렵이 되자, 좌석의 팔걸이를 올려서 의자 3개위에 희야를 눕게 했다. 물론 혹시나 모를 사고를 위해서 누은채로 안전벨트를 다시 메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발리에 도착하게 되면 자정이 넘는 시각이 될 것이다. 숙소에 가서 또 자게 되겠지만, 경험상으로 비추어볼때 지루한 비행기안에서는 자는게 최고다. 라디오나 음악, 책, 신문도 있지만, 좁은 곳에서 장시간 눈뜨고 있으면 갑갑하기 마련... 도착하는 그 순간까지 잠이다~!! [앗~ 저녁 기내식이...??]


우리를 반겨주는(?) 도마뱀


내가 어릴적, 그러니까 초등학교 3~4학년 무렵에 아버지가 인도네시아에 새로 공장세우는 곳에 가신적이 있다. 그때 인도네시아에 있었던 이런 저런 얘기를 해주셨는데 그 중 하나가 도마뱀 얘기였다.
우리나라에서 집에 바퀴벌레가 다니는 듯 도마뱀이 다닌다고... 잠을 자다보면 옆에 도마뱀이 기어다닌다고...;; 리조트에 도착하고 방으로 향하다가 꿈틀거리며 도망가는 것을 봤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눈 앞에서 도마뱀이 다니는 걸 보니 온몸의 털이 서는 듯 했다. 방문을 열려는 순간, 문틈 가까이에서 숨어있던 녀석이 또 도망나오는 바람에 숨이 멎을 뻔 했다. ㅠ.ㅠ 문을 빨리 열었다면 방으로 들어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밤새도록 도마뱀 쫓느라 고생할 내 모습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십수년전의 아버지 말씀과는 달리, 리조트에는 에어콘이 있어서 창문을 닫아두는 탓인지 다행히 방안에서는 그 녀석들을 볼 수 없었다. 짐은 거의 꺼내지도 않고 샤워만 대충하고 그대로 쓰러져 잠을 청했다. 이미 시계는 새벽 2시가 넘어 3시를 향하고 있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경북 김천 직지사 직지공원에서

2009/09/17 22:39 | Posted by 찬이

2005.06.04

구미에서의 첫 나들이

내가 입사를 하고 발령을 받으면서 구미로 왔으니, 벌써 만 3년하고도 3개월을 구미에서 지냈다. 그리고 결혼한지도 2년이 다되어간다. 그럼에도 구미에서의 외출은 처음인 것 같다. 곧 무더위가 찾아오게 되면 어디 놀러가는 것도 힘들 것인데다, 올해의 현충일이 월요일이라 휴일이 길기 때문에 하루정도 외출을 하더라도 집에서 쉴 시간도 충분하다 생각되었기 때문에 예정에 없었던 외출을 하게 되었다.


반짝 소풍 겸 나들이


직지사라고 하는 사찰앞에 공원이 참 멋있게 잘 만들어져있어서 놀러가볼만하다라는 얘기와 직지사가려면 김천역앞에서 바로 가는 버스가 있다라는 얘기만 듣고 부담없이 다녀오려고 했다. 그래서 김밥같은 것까진 준비하지 않고, 동네 슈퍼에 가서 과자랑 음료수 조금만 사와서 가방을 꾸렸다. 부산에서 희야와 함께 올라온 강아지 뚱이도 짐이라면 짐이었고, 무엇보다 간단하고 편하게 다녀오고자 하는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대신 카메라와 삼각대는 빼먹지 않고 챙겼다. 둘이서 공원에서 놀다보면 사진찍는게 여간 힘든게 아니다. 예전에도 다른 곳에 둘이서만 놀러간 적이 있는데, 그럴 때면 항상 아쉬운게 사진의 대부분이 독사진이라는 점이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을 하면 된다지만, 한가한 공원에서 그러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한두장도 아니고.

구미와 김천은 바로 인접해있다. 그런만큼 교통편도 다양하게 있었는데, 김천 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직지사까지 어떻게 가는지를 몰랐기 때문에 그냥 기차를 타고 갔다.
앉자마자 내렸다라는 표현이 가장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기차에 올라서 좌석을 찾아 앉아서는 "야~ 드디어 출발이다~", "좋아?" 라는 말 몇마디 하고서 얼마 안되어 김천이라고 하는 안내방송이 나왔으니 말이다. 대략 10~15분 정도 걸린 듯 싶다.

그렇게 기차타는 기분을 맛만 보고는 내려서 이번에는 버스를 타야했다. 김천역 앞이라고만 했지 길 건너인지 아닌지, 그리고 좌측으로 가야하는지 우측으로 가야하는지 몰라서 지나가는 어떤 분께 여쭤봤는데, 묻기가 민망할 정도로 바로 옆이었다.;;


김천역에서 나와서 역앞을 지나가는 도로를 건너지 않고, 역을 등지고 바로 오른쪽편에 위치하고 있었다. 직지사까지 가는 노선이 2~3개 되는 듯 했는데,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직지사행 좌석버스가 오길래 그걸 탔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태우는 사람도 얼마 없이 뚫린 도로를 열심히 달렸다. 15분 정도 달렸을까. 약간 나무가 우거진 곳으로 들어간다 싶었더니 이내 종점이었고, 그곳이 직지사 아래에 있는 버스 종착점이었다.


아름답고 조용한 공원


버스에서 내려서 도로를 따라 조금 올라가다보니 커다란 장승 두개가 보이기 시작했다. 공원이라는 느낌과 장승은 그다지 어울릴 것 같진 않았지만, 직자사라는 사찰앞이라는 것을 떠올린다면 무리도 아닌듯 싶다.

공원입구에서 사진 한컷 찍고, 안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에 공원관리를 하시는 분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셨다. 설마 했더니 역시나 반가운 내용은 아니었다. 공원에는 애완견을 데리고 들어갈 수 없다는 얘기는 사실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기차타고 버스타고 여기까지 왔는데 말이다.

우리가 난감해하자, 강아지가 크지도 않고 하니 안고 다니라고 하셨다.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땅을 파헤치거나 배설물을 아무데나 쌀 수 있기 때문인듯 했다. 우리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을 하고서야 공원에 들어갈 수 있었다.


노래하는 분수


공원입구에서 조금 더 올라가자 작은 광장같은 곳 가운데에 어떤 조형물같은 것이 서 있는게 보였다. 그것은 분수였지만 물이 나오지 않고 있어서 가까이 가서야 그것이 분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우리는 6월초의 약간은 뜨거운 햇살을 피해 그늘에 앉아있었는데 바로 옆에 있는 춤추는 분수와 불어오는 바람 덕분에 일어나기가 싫어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음악도 들려오고 바람도 시원하고... 결국 아예 좀 더 쉬었다 가기로 하고는 과자랑 음료수도 꺼내먹고 사진도 여러장 찍어보았다.


옆에 있는 조그만 폭포로


분수대 앞에서 한시간을 넘게 앉아있다가 조금 지루해졌다 싶어서 자리를 옮겼다. 올라오던 길에서 분수대를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나있는 길로 향하니 조그만 냇가에 나무다리가 놓여있고 그 건너에는 작은 폭포가 있었다. 그 물줄기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인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인공이 가미된 폭포인 것은 맞는 듯 했다.



금강산도 식후경


폭포가 있는 곳 윗쪽으로 돌아나와 내려오자 폭포 입구쪽으로 다시 나오게 되었다. 이번에는 길을 따라 조금 더 윗쪽으로 올라갔다. 별다른 건 보이지 않고, 보도블럭으로 된 산책로같은 길이 길게 쭉 뻗어있었다.
식수가 나오는 곳에서 목을 축이고는 그 길 옆 나무그늘이 있는 벤치에 앉아서 잠시 쉬기로 했다. 아까 먹다 남은 과자랑 음료수를 다시 오물오물 먹고 마시며 사진 몇 컷 찰칵~ 삼각대가 있어서 거추장스럽긴 해도 맘편하게 찍고 싶을 때에 찍을 수 있어서 좋다.

생각보다 과자를 많이 산 듯 하다. 희야도 내가 어제 슈퍼에서 과자를 고르는 걸 보고는 생각보다 군것질 좋아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평소에 과자를 즐겨찾는 편은 아닌데, 먹는 분위기가 되면 좀 많이 먹긴 하나보다. 오늘같은 소풍날 같은 때는 말이다.


생각보다 아름다운 공원


사찰밑에 있는 공원이라고 해서 엄숙한 불교 분위기이진 않을까 걱정을 했었는데, 의외로 여기저기 예쁘게 꾸며진 곳이 참 많았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좁은 공원안이지만 구석구석 이쁘게 꾸며놓았다라고 해야겠다. 곳곳의 나무들은 이쁘게 깎아서 모양을 내어놓고, 푸르른 잔디며 깔끔하게 깔아놓은 보도블럭, 시원하게 흐르는 냇가와 폭포, 그리고 분수...
규모로 따진다면 지방의 작은 공원 수준에 지나지 않지만, 잘 가꾸어놓은 아름다움으로 본다면 어느 공원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 무슨 전시장이나 혹은 박물관이 아니기에 눈요기거리 자체가 많은 건 아니다. 하지만 그냥 편안하게 둘러보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편안하고 이쁘게 잘 가꾸어져있다

천천히 한바퀴를 둘러보아도 그리 오래 걸리진 않는다. 희야도 공원을 내려가는게 아쉬웠는지 잠깐 쉬었다 가자고 한다.
직지공원에는 공원만 볼거리가 있는게 아니라, 불교신자라면 공원위의 직지사를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유료입장이라 우린 들어가지 않았지만 말이다. ^^;;
그리고 사찰 주변에서 파는 간단한 먹거리를 먹으며 나무숲사이로 난 오솔길을 걷는 것도 좋고, 그런 것이 싫고 편하게 먹고 싶다면 공원아래 버스정류장 부근의 많은 식당들 중 한 곳을 이용해보는 것도 괜찮다. 아무래도 공원이나 사찰아래라서 평균가보다 약간 비쌀지는 모르겠지만, 생선한마리 곁들인 밥 한그릇이라면 부담없이 즐길만할 것이다.

구미에서 가까우니까 다음에는 차를 가지고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 기차타고 버스타고 하는 재미는 없겠지만, 대신에 더 간편하고 부담없이 들를 수 있으니 말이다. <끝>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