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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성지곡 수원지 나들이

2009/09/19 08:46 | Posted by 찬이

2007.11.17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

내가 전화를 잘 드리지 않자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주에 부산으로 내려오냐고 물으셨다. 그래서 나는 바쁘긴 하지만 주말에는 쉴 수 있을 것 같으니, 금요일날 마치고 부산으로 내려갈 것이라 말씀드렸다.
"그러면...."


갑자기 밝아진 목소리로 어머니께서 말씀을 이어나가셨다.

"금요일에 처갓집에서 자고, 토요일날 아침 일찍 챙겨서 와라. 연아 데리고 성지곡(부산어린이대공원에 있는 수원지)에 가고 싶다. 등산하고 그리로 내려오면은 연아만한 애들이 뛰어다니고 하는데, 연아 생각나 죽겠더라."


생각보다 쌀쌀해진 날씨

며칠전까지만 해도 참 따뜻했는데, 갑자기 추워진 날씨였다. 바람도 제법 불긴 했지만 어머니의 바램대로 희야와 나는 어머니를 모시고 연아를 데리고 그렇게 성지곡으로 갔다.
성지곡 수원지는 부산 어린이 대공원의 다른 명칭이기도 했는데, 대공원안에 있는 커다란 저수지 주변으로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고, 그 중간에 놀이동산도 있다.
우리도 다른 사람들처럼 얘기를 나누며 길을 따라 걸었다.

연아가 걷기엔 무척이나 먼 거리인데다 계속 안고 걸을 수는 없었기에 입구에서 유모자를 빌렸다. 놀이동산이 있는 곳 쯤에 왔을때 연아도 그 틈에 끼어서 작은 놀이기구를 태워줬다. 커다란 놀이기구들은 아직 탈 수는 없었지만, 500원 동전으로 움직이는 조그만 탈것들은 연아가 놀기엔 그리 무리없어보였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사고가 있었다. 유모차에서 내려 걸어다니던 연아가 빈 유모차를 끌고오던 희야에게로 몸을 틀다가 몸이 기우뚱 거리며 넘어졌는데, 이때 그만 유모차 모서리에 입술이 찢겨졌다. 제법 피가 많이 나긴 했지만 어렵지 않게 지혈이 되었고, 병원에 가더라도 바늘로 꿰멘다거나 할 정도는 아니여서 다행이었다. 며칠이 지난 후에도 약간 상처자국이 남았는데, 그걸 생각할때마다 정말 마음이 아프다.

피가 멈추고 연아도 아픔을 잊을만 해졌을때쯤, 작은 놀이기구가 지겨워졌는지 커다란 놀이기구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위험한 것들이거나 여린 몸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것들이어서 회전목마를 탔다. 연아는 마냥 신기해하고 재미있어 하긴 했지만, 즐기기엔 시간이 너무나 짧았다.


놀이기구보단 산책


놀이동산에서 나와서 다시 산책로를 따라서 걸었다. 새나 물고기에게 주려고 집에서 가져온 뻥튀기를 연아가 계속 먹어댄다. 그리고 열심히 뛰며 좋아한다. 저수지 주변의 산책로는 콘크리트로 되어 있는데다 바로 옆이 저수지라서 신경이 많이 쓰였는데, 그런 것만 아니라면 맘껏 뛰어다니게 해주고 싶을 지경이었다.

난생 처음보는 오리들에게 관심을 많이 보여서 먹이를 줘보라며 뻥튀기를 연아에게 쥐어주지만, 그냥 연아 입으로 들어가버리고 만다...;;;


추운 날씨였고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집에서 가까운 공원에 나와 산책을 하는 것은 시내에 나가서 영화를 보고 술을 마시는 것과는 비교가 안될만큼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어머니께서도 무척 좋아하셔서 희야와 나의 기쁨은 배가 되는 듯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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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이서 처음 떠나는 여행

연아가 태어난지 1년하고도 반이 지나가는 여름날이다. 희야와 휴가를 맞추긴 했지만 한창 성수기무렵이라 휴가지를 고르는게 쉽지 않았다. 대부분 예약이 끝나가는 상황인 것도 이유였지만, 그보다는 어린 연아를 데리고 다니며 놀기에 적합한 곳이 그리 많지 않다는게 더 큰 이유였다. 따가운 햇살, 더운 날씨, 붐비는 인파, 비싼 물가, 적절치않은 먹거리 등 걱정해야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좀 조용하고 시원하며 여유로운 곳을 찾다가 자연휴양림이란 곳을 한번 가보기로 했다. 그동안 말만 들었지 어떤 곳인지 가본 적이 없거니와, 숙박시설까지 갖췄다니 우리에겐 더욱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속도로 마지막 휴게소에서


먹거리는 물론 연아에게 필요한 짐들을 모두 트렁크에 잔뜩 싣고 지리산을 향해 떠났다. 지리산은 무척이나 넓은데 그 중에 우리가 가야하는 곳은 지리산의 북동쪽에 가까웠다. 부산에서 출발하는터라 고속도로를 나와 국도를 달려야하는 거리가 제법 되었다. 88 고속도로와 남해고속도로 사이에 퍼져있는 지리산 자락의 언덕들을 넘어가야했으니 말이다.

진주를 지나 고속도로상의 마지막 휴게소에 내려 잠시 휴식을 취했다. 휴게소 건물 옆 파고라의 그늘에서 잠시 쉬려고 할때, 연아가 옆에 서 있는 오리모양의 놀이기구에 관심을 보였다. 걸음걸이도 불안한 정도였기에 타본 일이 없을텐데 한번 앉혀주자 내려올 생각을 안하는 것이다. 그늘도 아닌 곳이라 땡볕이 그대로 내려쬐고 있는 곳이라 무척 더울텐데도 말이다. 희야와 나는 더워서 머리가 깨질 것 같은데도 연아는 내리려고 하면 고함을 지르며 반항(?)을 하기까지 했다. 결국 몇분간 더 재촉했을 무렵 머리와 얼굴이 땀범벅이 되었을때 쯤에서야 내려왔다.

휴게소에 들어가서 땀을 식히며 우동한그릇 먹고 다시 출발하려고 나올때에도 연아는 그곳엘 또 가려고 했다. 나는 연아를 안고, 희야는 몸으로 놀이기구가 있는 방향을 가리고... 마치 영화라도 찍는 듯 그렇게 해서야 차에 오를 수 있었다.



여기가 지리산인가


휴게소에서 나온 후 얼마 후 국도로 빠져서 지리산으로 향했다. 산을 넘어가는 도로이다보니 꼬불꼬불한 길이 참 많긴 했지만, 잠자리와 성질급한 코스모스들이 길가에 가득한 풍경은 도착도 하기전에 우리의 마음에 휴식을 주는 듯 했다.

지리산 휴양림에 도착해서 예약해놓은 방의 잔금을 지불하고 방에 들어갔다. 우리가 예약한 방은 맨션같은 분위기의 콘도 스타일이었다. 원룸형이다보니 좀 불편한 점도 없진 않았지만, 성수기임에도 비싸지 않은 가격에 비하면 만족스러울 만큼 깨끗했다. 냉장고, 가스렌지에다 그릇, 후라이팬까지 다 있어서 식재료만 사와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정도였다.




짐을 정리하고 잠깐 바깥으로 나왔다. 더운 날씨였음에도 시원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 나가보니 바로 앞이 계곡이었다. 숙소 앞은 어른들 몇명이서 몸을 담글정도는 되어도 수영을 즐길 정도까진 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여행객들을 보니 아이들은 수영복차림에 튜브까지 들고 어디론가 가는 걸보니 물놀이할만한 곳이 있긴 있나보다.

숙소앞 계곡에서 자갈이 깔려 발 정도만 담글 수 있는 곳엘 내려갔다. 한여름이었음에도 발이 시릴 정도로 차가웠다. 연아는 자갈위에 세워두었지만 자꾸만 물속으로 발을 담구려고 했다. 너무 차가우니 물에 닿으면 놀라서 안들어갈 줄 알았건만, 아예 발을 담그고는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넘어질까 붙잡으려고 해도 놓으라고 팔을 휘저으며 "앙~!!"하고 고함을 지른다. 연아도 나처럼 찬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 날 닮았다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저 성질머리도 나 때문인가라며 쓴 웃음을 지으며 자아성찰을 하기도 했다. ^^*





둘째날이 밝았다


여유로운 하룻밤을 지내고 날이 밝았다. 어제와는 달리 날이 조금 흐렸다. 간혹 가는 빗방울도 떨어졌다. 하지만 계속 방안에만 있을수는 없어서 우산 하나를 챙겨들고 간식거리를 챙겨서 연아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옆에 등산로라고 적힌 길은 너무 경사져있어서 계곡위로 난 다리를 건너서 흙으로 덮힌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갔다. 어느 정도 정돈된 산책로로 보이는 길을 따라 올라가니 전망대라는 푯말이 보여서 그 방향으로 향했다. 약간 꼬불꼬불한 산책로를 지나자 길 끝 쯤에 정자하나가 서 있었다. 그곳이 전망대인지는 몰랐으나 갑자기 조금 굵은 비가 떨어지는 듯 해서 얼른 그 위로 올라갔다.
가져온 간식이래봤자 희야와 나는 캔커피, 그리고 연아는 요구르트를 마시며 숲속의 향기에 푹 빠져보았다. 글을 쓰는 지금도 그때의 푸른 향기를 떠올리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둘째날은 그렇게 간간히 이슬비를 뿌리며 시원하고 촉촉한 숲속의 여름을 우리에게 선사하였다.


아쉬운 마지막 날


정말정말 아쉽게도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 오고야 말았다. 휴양림에 와서 딱히 한 것이라곤 가벼운 산책이 전부였다. 그렇지만 너무나 평온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1분 1초도 지루하지 않았고 오히려 시간을 붙잡고 싶은 심정일 정도로 말이다.



전날과는 달리 깨끗한 하늘위로 조금은 뜨거운 햇살이 비추었다. 짐을 정리하고 돌아가는 길에 주변을 보니 넓고 조용한 계곡이 참 많았다. 물론 물놀이 하는 사람은 거의 없긴 했지만... ^^
차를 타고가다 잠시 내려서 사진을 찍고 싶을 정도로 이쁜 풍경들이 많았다. 비온뒤 개인 깨끗한 하늘 덕분인지 여유롭고 풍요로워진 마음 덕분인지.

이번 휴가는 연아가 어려서 그냥 조용히 쉴겸 해서 찾아오긴 했지만,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몸과 마음이 지칠 때 쯤이라면 언제든지 다시 가고 싶은 곳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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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포 삼락 강변체육공원 나들이

2009/09/17 23:12 | Posted by 찬이
일상과 같은 주말, 희야와 함께 처갓집에서 연아를 데리고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가던 길에 잠시 공원에 들렀다. 구포 낙동강변에 있는 삼락체육공원이 가깝고 해서 들러봤다. 그냥 잠시 들른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김밥도 싸고 음료수도 챙겨와 잠깐이지만 소풍기분을 내기도 했다.

비록 얼마 안있어 비를 뿌리는 바람에 아쉽긴 했지만 연아와 잔디위를 뛰어다녀보고 처음으로 김밥 먹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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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 휴가는 수승대에서...

이번 여름휴가는 어디로 놀러갈까 고민하다가, 수승대 계곡으로 놀러가기로 했다. 희야와 연아까지 해서 셋이서 가려니 길도 모르고 힘들 것 같아서 처형네 식구랑 함께 6명이서 가려고 했다가, 장모님과 장인어른, 처남도 함께 가게 되었다.
마침 수승대 부근에 희야 외삼촌께서 관리하시는 사과밭이 있었고, 거기다 간단하게나마 집도 지어놓았기 때문에 거기서 머무르면 숙박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가는 길에 들른 해인사


부산에서 거창으로 가는 도중에 해인사 부근을 지나게 되어서 거길 한번 들렀다 가기로 했다. 볼거리에 비해서는 입장료가 너무 비싸다는 흠이 있었다. 차 입장료까지 별도로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팔만대장경이 있는 곳까지는 걸어갔다와야해서 무척 힘들었다.



거창 사과밭


거창 사과가 참 유명하다고 한다. 가끔 처갓집에 놀러가면 시골에서 가져왔다며 내어주시는 사과가 참 맛있긴 했었다. 그리고 백화점 같은 곳에 고급상품으로 비싸게 팔린다고도 하셨다. 정년퇴직을 앞두고 계시는 희야네 큰 외삼촌께서 맡아서 하시는 듯 하고, 그외 다른 외삼촌이나 이모분들, 그리고 장모님 장인어른께서도 종종 이 과수원에 가셔서 일도 도우시고 쉬시다 오시기도 하시는 듯 했다.
 
▲ 거창 사과밭에 지어놓은 집

▲ 집앞 천막과 풀~

▲ 아싸~~ 신난다~~~

▲ 숯불에 구워먹는 삼겹살 파티

▲ 부산바다에서 직접 잡아온 고등어

▲ 산속에서 즐기는 수영...??

▲ 아~ 부시시~~~~

▲ 맛있는(?) 요리를 하고 있는 희야

▲ 실은...장인어른도 계셨다...ㅋ


수승대에서 한나절...

부근 수승대 계곡에서는 연극제도 개최되고 있었지만, 차도 사람도 너무 많아서 그냥 입구쪽 계곡에서만 놀았다. 비가 온지 너무 오래되어서 흐르는 물도 너무 적어서 깨끗하지도 않은 듯 해서 실망이 좀 컸다.
물놀이 열심히 할 거라고 카메라도 안들고 가서 사진을 못 찍어서 좀 아쉽지만... 그래도 즐거운 여름 휴가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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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에서의 여름휴가 - 넷째날

2009/09/17 22:50 | Posted by 찬이
아쉬운 마지막날이 밝았다

3박 5일이라는 일정이지만, 5일째날은 비행기안에서 보내다가 한국에 도착하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상 여행으로서는 마지막 날이다. 오늘은 짐을 꾸려야 하기 때문에 희야도 어정거리진 않았지만, 마지막날이라는 아쉬움이 역력해 보였다. 덥기도 덥고, 음식도 입맛에 맞지 않고, 차만 타면 멀미하는 그런 여행이지만, 그래도 좀 더 여기서 지내고 싶은 마음은 나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늘 아침엔 희야가 특이한 과일을 하나 가져왔다. 겉모양은 레몬같고, 속은 코코넛처럼 하얀 덩어리로 두껍게 차 있고, 가운데는 개구리알같은 모양의 씨가 가득 담겨 있다. 이걸 어떻게 먹는 걸까 고민을 해봤다. 참외처럼 속이 부드럽거나 크다면 베어먹겠지만 아무리봐도 과일 속살부분은 맛있어보이진 않았다. 그나마 씨는 주변에 무언가 감싸고 있는 듯 해서 그걸 입에 넣고 빨아먹어보았다. 하지만 별 맛은 없고 단지 씨 주변에 붙은 미끈하고 끈적한 것만 느껴졌다.
나중에 일행들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그 열매는 씨를 씹어먹는 것이라 했다. 자기네들도 고민하다가 살부분은 도저히 먹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씨를 씹어먹어봤는데, 아주 고소하고 맛있었다고.


발리의 해변과 아쉬운 작별을...


오늘 아침엔 아예 캠코더까지 들고 나왔다. 짐은 어젯밤에 대부분 꾸려놓았고, 늦잠자지 않고 여유있게 일어났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는 충분했다. 우리는 발리의 해변을 조금이라도 더 가슴속에 담아두고 싶은 마음에 해변 여기저기를 다녀봤다. 캠코더로 풍경을 담기도 하고, 포즈를 취해가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도 했다.
야자수만 뺀다면 한국에도 이만한 해변은 제법 있겠지만, 사람마음이 어디 그런가. 여기보다 한국의 해변이 더 뛰어나더라도 막상 발리를 이제 떠난다고 생각하니 아쉬울 수 밖에.

희야는 오늘도 그물침대로 달려가 누워서는 흔들어달랜다. 희야가 무척이나 행복해보였다. 그리고 나도 이 순간이 만족스럽고 멈춰버리고 싶다. 이런 것이 행복이란 것을 느낄때의 감정인가보다. 눈에 콩깍지가 씌여서 무조건 예뻐보인다던가 혹은 돈을 흥청망청 쓴다던가 비싼 것을 가진다던가 하면서 느끼는 즐거움과는 차원이 다른 것. 뜨거운 햇살을 가려주는 그늘아래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그물침대를 타고 밀어주고. 그러면서 더 이상의 아무것도 필요없다고 느껴지는 그 순간이 바로 행복함이 심장과 혈관을 타고 온 몸에 전해지는 때가 아닐까.

짐을 가지러 방으로 돌아가는 길에, 식당앞에 있는 풀장에 발을 담궜다. 그리고 우리가 못가본 풀장도 구경삼아 찾아가봤다. 원래 발리를 온 목적이 휴양이었기에 수영을 많이 못한 것이 아쉬워서였을까. 그렇지만 계속 물속에만 있을 것이라면 한국의 캐리비안베이를 가는 것보다 나은게 뭐가 있겠나 싶었기에 그리 후회스럽지는 않다.


간단한 쇼핑도 하고...


아침부터 웬 쇼핑인가 하겠지만, 생각처럼 물건사는 것에 대한 압박을 받거나 혹은 쇼핑시간이 너무 길거나 하진 않았고 단지 눈구경하는 정도의 쇼핑시간이 있었다.
은 세공품점에도 가고, 진주판매점에도 가고, 목공예품점에도 갔다. 물론 백화점 규모의 면세점에도 가긴 했다.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라면 목공예품점을 꼽고 싶다. 나무로 만든 각종 물건들이 많이 있었는데, 바구니 만들듯이 나무를 엮어서 만든 쇼핑백, 필통 등도 있었고, 나뭇잎으로 만든 액자와 앨범도 있었다. 물론 나무를 깎아서 만든 장식품들도 많았지만 그런 것들은 크기가 너무 크거나 혹은 세세하게 만든 부분들은 부서질 수가 있어서 한국으로 가져오기 힘들어보였다.

그런데 우리가 거기가서 산 것은 아로마 비누였다...;; 아로마 비누는 어딜가나 파는 듯 하다. 호주에서도 일본에서도 발리에서도... 그리고 태국같은 곳 다녀온 사람도 아로마 비누 사오던데. 아무튼 선물용으로 줄 아로마 비누 수십개(?)와 기념삼아 나뭇잎으로 만든 액자 1개를 샀다.
구경하는 사람들 주위를 멤돌던 점원들이 한결같이 하는 "마~니~ 사~묜~! 디스~까운뜨~! (많이 사면 디스카운트)" 라는 말이 우습기도 하고 친근감도 들어서인지 아직 그 점원의 얼굴까지 기억에 남아있다.


태국 전통음식을 먹다


점심때는 태국 전통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에서 먹었다. 짜고 매운 걸 좋아하는 한국사람으로서는 너무 밋밋한 담백함 때문에 익숙친 않지만, 뜨거운물에 데친 듯한 채소와 밥이 주류였기에 별 무리없이 먹을만은 했다.
특이할만한 점은, 이곳의 이쑤시개 또한 세공품이라는 것이다. 누가봐도 기계를 이용해 자동으로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 여길만큼 말이다.


마지막 관광지 해상사원


점심식사후에 도착한 곳은 바닷가에 위치한 해상사원이었다. 파도가 치는 해안가에는 모래대신 용암이 굳어져서 만들어진 듯한 넓고 울퉁불퉁한 땅이 자리잡고 있었고, 그 가운데에 우뚝 솟은 섬처럼 생긴 곳이 해상사원이라 했다.
하늘에서는 마침 지나가는 소나기 뒤에 좁은 구름사이로 햇살이 새어나오는 풍경을 자아내고, 바다에서는 바람은 세지 않았지만 엄청 높은 파도가 검은색의 해안가에서 부서지며 하얀 거품을 만들어내는 장관을 이루었다.

이곳에서는 기념엽서를 파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6~7살 쯤 되어보이는 남자아이의 집요함은 이루말할 수가 없다. "xxxx xxxxx, 3딸롸~ 임~니~따~" 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조개껍질로 만든 조그만 인형을 파는 아이도 있고... 하나 정도 사줄만도 한데, 생각보다 가격을 제법 비싸게 부른다. 물가가 싼 나라임에도 엽서 10장 정도에 3달러, 조개에다 눈 달아서 만든 인형한개에 2만5천 루피아(이것도 3달러 가량)라고 하는데, 그 정도 돈이면 현지 사람들 하루 일당 정도인데 ;;;
그래도 기념엽서는 발리 관광지의 사진들을 담은 것이라 기념으로 한 셋트 정도 있는 것도 나쁠 것 같진 않다. ( 그래도 우리는 안샀다!!! )


신의 생일날이라니...


이곳에는 신이 무척 많다. 각자가 모시는 신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대중적인(?) 신의 경우엔 행사가 제법 크다고 한다. 저녁식사를 하러 가는 길에 무척 길이 막혔다. 넓어봐야 왕복 4차선이고 대부분은 왕복 2차선이다보니 한꺼번에 차량이 몰리면 밀리는 것이 당연지사다.
마침 이날은 "돈의 신"의 탄생기념일 즉 생일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길가에는 흰옷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줄곧 지나가는 듯 하더니 나중에는 여러가지 물건을 들고 지나가는 긴 행렬을 보기도 했다. 아마 퇴근시간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행사때문에 더더욱 차가 밀리는 것이다.
이곳에서 믿는 신이 한둘이 아닌데, 그러면...;;


마지막 코스, 아로마 맛사지


선택관광중에 아로마 맛사지와 지압 맛사지가 있었다. 여자들은 아무래도 아로마 맛사지가 더 좋을 것이고, 남자들은 시원한 지압 맛사지가 더 좋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두 군데가 서로 떨어진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냥 아로마 맛사지를 받으러 가기로 했다. 조금만 힘을 주어서 팔을 잡기만 해도 아프다고 하는 희야를 데리고 지압 맛사지를 받으러 가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라는 판단에서였다.

맛사지를 해주는 곳으로 도착하자, 조그만 여자아이가 우리를 나무로 칸이 쳐진 조그만 방으로 안내해주었다. 그리곤 삼베같은 것으로 된 팬티를 두장 주고는 옷을 벗고 팬티를 입으라고 하고는 나가버렸다. 다행히 2인 방이라서 안심을 하고 옷을 벗고 팬티를 입은 후 의자에 앉아서 사람이 오길 기다렸다. 맛사지를 처음 받는터라 먼저 옷부터 벗고 기다리기도 뭣하고 해서... 의자 가운데 구멍이 크게 뚫린 것이 여기서 좌욕도 하나 싶었다. 1~2분을 기다리자 아까 우리를 안내해줬던 여자애와 비슷한 사람이 두명 들어왔다. 여자애라는 표현이 부적절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키도 작고 제법 어려보여 짐작에는 대략 15~6살 정도인 것 같았기 때문에 여자애라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왔다.

들어온 두 사람이 킥킥 거리며 웃더니 영어단어를 섞어서 제스쳐를 취한다. 끄응~ 좌욕을 하는 엉덩이가 아니고 침상에서 엎드린채 얼굴을 받치는 것이었다. ;; 한동안 전신을 간단하게 지압해주기 시작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리고 다 한듯 하더니 뒤집고... -_-;; 그래도 전신을 수건으로 다 덮은 뒤에 다리 한짝, 팔 한짝씩만 걷어서 하기 때문에 그리 부끄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지압과 오일 맛사지를 한 후에, 스크럽을 했다. 일종의 때를 벗기는 것이라 보면 된다. 스크럽제를 바른 후에 슥슥 문지르니까 국수(?)가 줄기차게 밀려나왔다. 그런 후에 방안에 있는 욕실에서 아로마 오일과 꽃잎을 풀어놓은 채 목욕을 했다.

개운하고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듯 했지만, 같은 일행의 남자분도 나도 지압맛사지를 받을 걸 하는 후회는 했다. 스크럽을 하거나 목욕을 하는 것보다 지압맛사지를 받을 때가 더 좋았기 때문이다. 좀 오래해줬으면 싶었는데 희야 얘기로는 힘들어서 "헥헥~" 거리는게 너무 안스러웠다는 말에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냥 차에 올랐다.


발리를 떠나며


우리가 타는 비행기는 새벽 3시 무렵에 출발한다고 한다. 가이드와 헤어진 후 공항의 의자에 자리잡은 우리는 피로에 지쳐 다들 드러누웠다. 나도 무척 피곤했는데, 일행들 모두가 자는 바람에 가방분실이 걱정되서 뜬 눈으로 비행기 출발시간이 다되도록 앉아서 짐을 지켰다. 탑승시간 30분 전에서야 한두명 일어나길래 그제서야 의자에 누은 나... 졸지에 제일 잠 많이 잔 사람이 되버린 듯 ;;;

의자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얘기를 듣자니, 다른 커플들은 우리보다 여행경비를 두배나 주고 온 팀도 있었다. 물론 리조트가 좀 더 좋았겠지만, 똑같이 발리에 와서 똑같이 발리를 떠나고, 코스도 비슷비슷한데 비용이 두배나 차이나는 건 좀 심했다 싶긴 하다.
뭐 우리가 싸게 오긴 한 건 사실이다. 리조트를 저렴한 곳으로 했기에 가격이 싼데다 비성수기에다 출발일 다되서 계약했기 때문에 10만원 할인되었을 때였고, 작년에 받은 20만원짜리 여행상품권에 아는 여행사 직원을 통해서 임직원 할인까지... 이렇게 따지면 비싸게 다녀온 사람의 1/3 가격이다.


계획 차질 아닌 차질


결혼 3년차, 만으로 2년이 다되어가는 신혼부부인데, 아직 애기 소식이 없어서 조금은 걱정스러웠었다. 그래서 선배들로부터 이번 휴가때 찬스(?)를 잡으라는 조언을 얻었다. 그런데, 다행인지 이미 목표는 이루어진 상태로 여행을 다녀왔고, 집에 도착한 날 바로 병원에도 다녀왔다.

이번 여행에서 꼭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허무하게 이미 달성되어버렸지만, 그래도 마냥 좋기만 하다. 계획은 차질이었으나 목표는 이루었으니~~
아무튼 이로써 이번 발리여행도 우리들의 추억속 앨범의 한장을 장식하기에 충분하리라 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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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에서의 여름휴가 - 셋째날

2009/09/17 22:47 | Posted by 찬이
셋째날 아침의 해가 떠 올랐다

역시 건기라 그런지 오늘도 날씨가 아주 맑았다. 바닷가임에도 후덥지근하진 않고 여전히 뜨거운 햇살만 내리쬐는 아침이다. 오늘은 본격적으로 해양스포츠를 즐기기로 되어있다. 그래서 오후일정만 있었던 어제에 비해서 조금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
어제 손목시계를 1시간 빠른 한국시각으로 맞춰놓고는 서둘렀던 기억을 되살리며 어젯밤에 현지시각으로 맞춘 것을 떠올리며 피식~ 웃고는 식당으로 향했다.

어제는 빵이랑 우유 같은 것만 먹었는데, 오늘은 좀 익숙해졌다 싶어서 다른 건 없나 싶어 좀 둘러봤다. 달걀후라이와 요리사가 즉석에서 해주는 팬케익 비슷한 요리가 있었다. 역시나 무난하면서도 속에도 부담없을 법한 것들이었다. 희야도 그럭저럭 잘 먹는듯은 했으나 역시나 햄이나 달걀은 부담스러운지 빵 조금과 과일들로 식사를 마쳤다.


쉬고 싶은 로비


조그만 리조트지만, 그래도 로비에 쿠션과 소파가 있다. 그 중에서 어제 우리가 탐냈던 자리가 있어서 낼름 누워버렸다. 침대처럼 큰 소파같은 것인데, 어젠 외국인들이 다 차지하고 있어서 같이 앉기도 애매했다.
햇살은 뜨겁지만, 공기는 아직 선선한 아침이기에 두 사람다 소파에 드러누워서 리조트 로비의 이곳저곳을 두리번 거렸다. 멀지도 않은, 바로 소파 주변으로 물이 흐르도록 되어 있고, 그 아래로는 조그만 연못에 물옥잠 비슷한 것들과 연이 떠 있다.

모든 것이 귀찮고 마냥 누워 쉬는 그 순간만큼은 신선이 된 듯한 착각에 빠져버려 사진을 찍는 것 조차도 누은 채로 대충 한판씩 찍고 말았다. 리조트 풍경이라도 좀 찍어둘껄 그랬다.


크루즈 타러 출발~


그러나, 희야는 차를 타자마자 누워버렸다. 나라가 나라이니만큼 자동차는 모두 수입... 그렇다보니 우리가 타고 다니는 차도 무척 낡은 것이고, 그래서인지 줄곧 매연냄새도 나고 쿠션도 썩 좋진 않다. 물론 도로사정도 한몫을 하겠지만...
마침 우리 일행중 혼자 여행왔던 여자분이 남자친구를 만나러 따로 가버렸기 때문에 (어차피 자유시간중에 우린 선택관광하는 것이므로) 남는 뒷좌석에 눕게 했다.

50분 가량을 달려서 나온 곳은 요트가 가득한 선착장 근처였다. 아무래도 발리에 있는 대다수의 관광객이 다 몰린 건 아닌가 싶다. 똑같이 생긴 승합차가 수십대가 되고 가지각색의 피부를 가진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가이드로부터 표를 받아들고 배에 먼저 올랐다. 그리 많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었다. 아래위로 무지 흔들렸다. 원래 멀미를 하지 않는 희야도 속이 안좋은지 토할 것 같은 인상이어서 빨리 잠을 자도록 했다.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구토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배멀리 안할 자신이 없다면, 배를 타자마자 잠을 자버리는게 좋을 것 같다. 배 탔을 때 주스랑 빵이랑 열심히 챙겨먹고 열심히 토하는 그런 불상사는 스스로 예방하는 길 밖엔 없을 것이다.

거의 30~40분이 지났을 때에는 아무래도 힘들어 보여서 아랫층에 빈자리가 있나 싶어 내려가보았다. 배의 아랫부분을 기준으로 전후좌우로 흔들리니까 아무래도 아랫층에서 흔들리는 반경이 윗층보다 작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생각과는 달리 아랫층은 전쟁터였다. 나처럼 생각하고는 멀미를 참지 못할 것 같은 사람들이 잔뜩 몰려있어서 그런지, 봉투잡고 고개숙이고 있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냥 포기하고 올라와서 희야가 잠들기만을 기다렸다. 좋은 좌석을 미리 구하질 못해서 앞뒤로 떨어져 있다보니, 내가 앞에 앉아서 배가 조금만 흔들리면 뒤로 돌아보고 희야의 얼굴을 살폈다. 선잠이 들거나 잠이 들지 못해서 간간히 인상을 찡그리는 희야를 보고 있노라니, 어제 저녁식사를 하면서 오늘 크루즈여행을 안하려고 고민했었던 것이 계속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바나나보트에 수류탄을 싣고


크루즈가 도착한 곳은 발리 옆에 작은 섬 인근 바다 한가운데에 세워져있는 선착장이었다. 그곳에 크루즈를 대고는 바다 한가운데서 헤엄치고 노는 것이다. 사람들이 준비하는 틈을 타 재빨리 바나나보트부터 타러갔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서 줄을 오랫동안 서야한다는 가이드의 조언에 따른 것이기도 했다.

머리에 착용하는 안전모는 이상하게도 수류탄 모양이었다.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인지, 만들다보니 그렇게 된 것인진 모르겠지만, 정말 폼 안난다~!!

구명조끼와 안전모를 쓰고 바나나보트가 더 깊은 바다를 향해 달렸다. 너무 멀리까지 나가는 듯 했지만, 그래도 안전요원도 함께 탑승한데다 구명조끼도 입었겠다~ 무서울 것 하나 없이 재미만 좋았다.
희야가 홀몸도 아니고, 또 다른 여성 일행분도 있고 해서 바나나보트를 뒤집지 말라고 미리 얘기를 했었는지 이벤트(?)없이 그냥 들어와서 조금 밋밋하긴 했다. 평소에는 저 멀리 바다 한가운데서 빠뜨리기도 한다던데...


찬이와 희야, 인도양에서 헤엄치다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물속으로 들어갔다. 수영을 조금 배우긴 했지만, 계속 떠서 수영할 정도로 능숙하지도 않고, 게다가 수심이 최소 7~8 미터에서 1~20미터는 되기 때문에 그냥 맨몸으로 들어간다는 게 그리 만만해 보이진 않았다.
준비되어 있는 수경을 끼고, 호스를 물고, 오리발을 신고, 구명조끼를 입고나서야 물속에 들어갔다. 처음 신어보는 오리발이 어색하긴 했지만 물속에 들어오니 정말 편하다고 해야할까?? 다리를 조금만 저어도 앞으로 잘 나가는 것도 그렇지만 내 몸이 물에 실려다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처음에는 물에 뜬 채로 몸만 적시고 있다가 희야가 "오빠~! 물 속에 봐봐~!!"라고 고함을 지르는 바람에 나도 덩달아 고개를 물속에 쳐박고는 동동동~ 떠다녔다.
바닥이 얼마나 깊은지는 잘 알 수 없었으나, 바로 눈 앞에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다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바닥에는 약간의 산호나 해초류들도 보이는 듯 했다.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희야가 있는 쪽으로 쳐다보았다. 갑자기 희야가 바둥바둥 거리는 것이 아닌가. 무슨 일인가 싶어 놀랬던 나는 잠시후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옆에서 보기에는 키높이의 3~4배 이상은 더 깊은 곳에 있는 물고기들을 손으로 잡아보려고 휘젓는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내 눈 앞에서도 물고기들이 아른거렸는데, 그 물고기들도 7~8미터 더 아래에 있는 물고기들이었을지도 모른다. 하긴 그만큼 물이 맑은 곳이서 깊은 곳에 있는 물고기들도 눈앞에 있는거라 착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여기저기 헤엄쳐다니다보니 내 허벅지 굵기만한 물고기는 흔할 정도고, 몸통만한 물고기들도 간간히 보였다. 그리고 선착장 부근에서는 스쿠버다이빙 체험을 하는 중인지, 산소통을 매고는 바닷속 바닥까지 내려가서 먹이를 주며 물고기들과 노는 모습도 보였다. 우리도 내려가고 싶었는데,... 바둥바둥 거려봐도 내려가지진 않았다.


즐거운 점심시간


캐리비안베이나 혹은 해수욕장에 놀러가면 제일 힘든 곳이 눈 주위 근육이라고 한다. 실제로 수영하느라 보내는 시간보다 다른데(?) 신경쓰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마치 처음 바닷가에 놀러나온 어린아이처럼 물이 반가웠다. 나도 희야도 바닷가를 끼고 있는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라왔기 때문에 남들에 비해서 바다라는 것에 대한 감흥은 거의 없는 편이다. 그러나 인도양의 깊고 깊은 바다위에서 물고기들과 함께 헤엄을 친다는 것은 해수욕장의 모래사장이나 비키니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수영하느라, 탄성을 지르느라 지칠대로 지친 우리들은 소금기만 씻어내고 식사시간을 가졌다. 올 때 타고온 배에 음식을 다 실어왔다보다. 같이 온 선원들이 바베큐도 굽고 부페준비도 해주었다. 물론 다양하진 않지만 과일들도 있고.
밥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는데, 우리 일행중 다른 커플은 아까 미끄럼틀 같은 것을 타다가 물을 엄청 먹었다고 했다. 아까 바나나보트를 타고나서 미끄럼틀을 타려고 했었는데, 깊이가 10미터는 되는 바다위로 바로 빠져버리는 코스라... 구명조끼를 입고 탔다 ^ㅇ^
그런데 그 커플은 구명조끼 없이 바로 타러 가는 것이다. 희야랑 나는 정말 대단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여자분이 수영에 그리 능숙하지 않아서 물을 많이 드셨다고... 그리고 여자분을 뒤에서 밀어주며 끌어내느라 남자분도 제법 드셨다며 배가 부르다고 했다.

다음에는 나도 수영연습을 더 해서 구명조끼 없이 깊은 바다에서 놀 수 있을 정도가 되었으면 싶다.


중국사람, 서양사람??


외국사람중에 눈에 가장 띄는 사람이 중국사람과 백인계 서양사람이다. 너무 포괄적인가 ;;
중국 관광객들은 정말정말 시끄럽다. 무슨 말인진 모르겠지만 하루종일 떠든다. 그냥 혼자 구경하면서도 계속 뭐라뭐라 얘기하는데 목소리 톤도 높은데다 볼륨도 최대인 듯 하다. 다른 한국 관광객들도 중국관광객이 마음에 안드는지 자리를 피해버리기 일쑤다.
게다가 수영하러 왔음에도 수십명에 떼지어 몰려서는 도박판을... 홍콩영화 같은데서나 볼 법한 광경이 자연스레 펼쳐지는 것이다. 4인용 테이블 주위로 20~30명이 모여서 뭐라뭐라 떠들면서 돈이 왔다갔다하고 말이다.
중국은 아직 근대화된지가 오래치 않은데다 상당수의 부자들이 물려받은 땅 팔아서 돈을 번 졸부들이 많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설마 모든 중국사람이 그렇겠는가. 사회생활이나 공공질서라는 것 자체가 필요없이 살다가 갑자기 돈을 많이 벌게 되서 놀러다니게 되니,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데에 익숙치 않아서겠지 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리고 백인계 서양사람이라고 한 것은 어느 나라 사람인진 알 수가 없으니 그냥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이 관광객들이 왜 눈에 띄냐면, 다름아닌 바로 수영 실력 때문이다. 피부색이 우리와 다르다던가 해서 눈에 띌 수도 있겠지만, 진정한 차이는 물 속에서 나는 것 같다.
열살이 조금 넘은 아이들도 그 깊은 바다에 구명조끼같은 것도 없이 혼자 뛰어들어 잘 놀고 다니고, 부모들도 아무렇지 않은 듯 내버려둔다. 마치 공원에서 자전거 타고 노는 듯 말이다. 어릴 적부터 수영을 가르친다고들 하던데, 그게 당연한 사실이라는 듯 유유히 바다를 헤엄쳐다니는 모습이 정말 부러웠다.


반잠수함, 퀵실버


배가 서 있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 원주민 마을이 있다고 해서 거기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반잠수함을 타는 코스가 있었는데, 퀵실버라는 배였다. 잠수함은 잠수함인데, 잠수하지 않는 잠수함... 그게 반잠수함인가. 생긴 모습은 잠수함이 물위로 올라온 모습을 하고 있지만, 우리가 들어가고 나서도 잠수는 하지 않았다. 배 아래로 내려가니 물속을 구경할 수 있는 조그만 창들과 의자가 있었고, 거기에서 물속을 구경하는 것이다.
창이 작은데다 유리도 그리 깨끗하질 않아서인지 바다멀리는 보이지 않았고, 반잠수함 주변으로 모이는 물고기들만 구경했다.

물론 여기서도 중국관광객의 압박이 장난아니었다. 밀폐된 좁은 공간에서의 그 재잘거림이란... 당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그야말로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라는 말이 제격인 듯 하다.


민속촌같은 원주민 마을


반잠수함에서 다시 작은 배를 타고 마땅한 나루터 조차도 없는 원주민 마을에 도착했을 때 우리를 맞이하는 것은 아주 어린 꼬마들의 "One dollar!" 하는 목소리들이었다. 가이드의 말을 빌리자면, 인도네시아 중에서도 특히 이러한 원주민 마을은 정말 빈곤하다고 한다. 조개껍질로 만든 공예품이나 예쁜 조약돌 같은걸 조그만 나무판위에 올려놓고는 팔고 있었다. 장사를 한다라기보다는 소꿉놀이를 하는 것으로 보여질 정도로 볼 품 없이 말이다.
하나 정도 사주고 싶었지만, 수영하고 노느라 귀중품은 모조리 물품보관함에 넣어두고 왔는지라 돈이 한푼도 없었다. 조그만 모래사장을 지나서 조금 더 들어가자 구경삼아 거북을 기르는 곳이 있고, 베틀로 천을 짜는 곳이 있었다. 전통 옷이라고 했던가... 아무튼 좀 다양한 색깔의 실로 짜여진 옷감들이 즐비했다.
그런데 옷감이라는 표현이 정확하진 않은 듯 하다. 그걸 그대로 몸에 두르는 형태로 입는 것 같다. 옷 대신 입는 것인지까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대로 몸에 걸치는 것 처럼 보였다. 원주민 마을을 돌아볼 동안은 공짜로 잠시 입을 수 있게 해준다고는 하나, 너무 덥다보니 만사가 귀찮을 뿐 ;;;


우웩~ 코코넛 정말 맛 없다 ㅠ.ㅠ


옷감을 짜는 곳 바로 옆에서 코코넛을 팔고 있었다. 원주민 마을에 와서 코코넛속의 과즙을 마셔보는 것도 코스 중 하나인지, 가이드가 코코넛 값을 지불해주었다. 한 사람이 코코넛을 칼을 든 사람에게 건네자, 코코넛을 받아들고는 칼로 세개 3번을 내려쳤다. 그러자 코코넛 윗 부분에 삼각형 모양으로 구멍이 뚫렸고, 거기다 빨대를 꽂아서 마시게 해주는 것이다.

조금은 신기하기도 하고, 처음 마셔보는 코코넛이라서 어떨까 기대가 되었다. 그렇지만 마셔본 소감은 전혀 기대에 못미쳤다. 마시기전엔 몰랐는데, 한모금 쭈욱 마시니까 연한 휘발유 냄새가 나는 듯 하고, 물처럼 투명하고 찰랑찰랑 거리긴 했지만 목으로 넘어갈 때는 약간 끈적하고 걸쭉한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코코넛을 마시도록 준비된 그늘 밑에는 개미떼가 아주 많았다. 개미들에겐 하늘에서 꿀물(?)이 떨어지는 곳일테니 말이다.

나중에 차나 도보로 이동하면서 봤는데, 이 코코넛을 파는 곳이 제법 많았다. 현지인들도 즐겨먹는지 관광객들이 경험삼아 찾는지는 몰라도 제법 팔리나보다. 하긴 코코넛이 우리 입맛에 안맞을 뿐이니까. 문득, 가이드가 한국에 오면은 묵은지 삼겹살에다 소주한잔 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어를 제법 잘하긴 해도 한국까지 어학연수 오고 그럴 형편은 안될 것이고 ( 한달 평균수입으로 비교하면 10배 정도는 차이나는 듯 ) 그러면 묵은지 삼겹살에 소주 한잔 곁들이는 맛도 모를텐데... 누가 생각해도 우리나라의 손꼽히는 먹거리이지 않나?


오늘 하루도 이렇게 저물었다


배를 타고 3시 반쯤에 출발을 해서 한시간이 조금 더 걸려 발리섬에 다시 도착하였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식당에 들렀다. 오늘 저녁도 한식당이었고, 메뉴는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로 정했다.
아마 식당 간판 이름이 '한일관'이었던 것 같다. 어제갔던 한식당에서보다 김치맛이 좀 더 제대로 나는 듯 했다. 현지에서 나는 야채들로 한국음식 맛을 낸다는게 쉽진 않겠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제맛을 내는 것이 한국에서 음식맛 조금 떨어지는 식당 정도의 수준은 되는 정도였다. 수영하느라 허기져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입맛에 맞았는지 희야도 밥 한그릇 깨끗하게 비우고, 밥 더 시켜서 내가 조금 덜어준 것까지도 잘 먹었다. 홀몸이 아닌지라 2인분을 먹어야 하는 희야인데, 여기와서 잘 먹어주니 그 모습이 얼마나 이쁘게 보이던지... 안그래도 입덫하는데다 여기서 느끼한 음식만 먹다보니 제대로 못챙겨먹는 듯 해서 안쓰러웠었데 잘먹어주니 얼마나 좋겠는가.

숙소로 돌아오니 사원으로 여기는 조그만 공예품을 만들때 쓰던 것과 유사한 형태의 커다란 것이 만들어져 있었다. 똑같은 재질로 만들어졌지만 보통은 손바닥에 올릴 수 있을 정도인데, 그것은 사람 키의 몇배나 될 정도로 컸다. 그 앞에서 사진을 한 컷 찍어보긴 했으나, 이미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있어서 제대로 나오진 않은 듯 하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사온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숙소로 들어갔다. 우리의 발리여행 3번째날도 이렇게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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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에서의 여름휴가 - 둘째날

2009/09/17 22:44 | Posted by 찬이
발리에서 처음맞는 아침

정신없이 잔 것 같다. 에어콘 덕분에 더운지도 모르게 푹 잤다. 하지만 늦게 일어난 덕분에 아침식사시간에 쫓겨야 했다. 식사시간이 7시부터 오전 9시반까지였던가?? 지난 호주나 일본여행때처럼 스케쥴이 꽉 짜여진게 아니다보니 오늘 오전은 자유시간이었다. 그 때문에 늦게 일어난 것이기도 했다.
식사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서둘러 가야했다. 아직도 꿈나라인 희야를 깨워서 대충 씻고 식당으로 향했다. 아침부터 햇살은 뜨거웠지만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고 나온 탓이었는지 그리 덥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새벽에 도착을 했기에 이곳 리조트 식당은 처음가보게 되는 것이다.

약도에 적힌 길을 따라 작은 숙소건물들 사이로 지나가자 조그만 풀장과 함께 그 옆으로 식당이 자리잡고 있었다. 더운지방의 리조트내에 있는 식당이라 그런지 나무로 만든 지붕만 있는 식당이었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있다보니 아침식사는 공통적으로 잘 먹는 음식으로 과일, 빵, 우유, 주스, 스파케티, 감자, 햄 등등이 주류를 이루는 부페식이다. 어쩌면 서양식 아침식사랄 수도 있겠지만, 여러나라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의 그나마 제일 무난한 식사가 아닐런지.

식당앞의 조그만 풀장너머로 해변이 보이고 한아름은 넘는 야자수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그 나무들 사이에는 그물침대가 더러 보이고, 모래가 있는 곳에는 누워서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나무로 만든 간이침대들도 있다. 희야는 그물침대가 신기한지 얼른 뛰어가 올라타버렸다. 처음 누워보는 그물침대지만 참 편안하고 좋다며 흔들어달라는 주문까지 했다.

아침부터 햇살은 엄청 뜨겁지만 아직은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부는, 발리에서의 첫 아침을 맞는 순간이다. 인도네시아 발리의 모래를 밟고, 야자수에 묶어놓은 그물침대를 타며, 인도양 바다내음이 가득한 바람을 맞으며 말이다.


우리도 못 알아보는 한국말


그물침대와 해변에서 놀면서 사진을 찍고 리조트를 둘러본 후, 점심시간이 다되었을 쯤에 차를 타고 이동했다. 오후에는 원숭이 절벽사원이란 곳을 간다며 그전에 점심식사를 하러 어떤 부페식 현지식당엘 갔다. 야채와 고기 등을 불판에 올려놓고 구워먹기도 하고 샤브샤브처럼 데쳐먹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식탁에 앉는 순간 우리는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식탁에 적힌 안내문구는 여러나라 언어로 적혀져 있었는데 그 중에 우리나라말로도 적혀 있었다. 문제는 한국말이 적힌게 아니라, 한국사람인 우리들도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Please ask our waiters to assist you to switch ON/OFF the stove"
"우리의 웨이터에게 너를 위에 전환하기 위하여 원조하라고 물으십시요 난로 떨어져"

아무래도 인도네시아 말을 컴퓨터 번역기로 돌렸나보다. '/'나 쉼표 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데다 부적절한 단어들이 난무한다. 무슨 말일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영어를 해석한 후에야 파악이 됐다. 한국사람이 많이 찾고 있고, 그래서 약간이나마 한국말을 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긴 하지만, 엉망으로 적힌 한글을 보고 있자니 우습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다.

식당에 좀 일찍 도착한 탓인지 에어콘도 제대로 가동안된 상태에서 불판에다 샤브샤프까지 해먹다보니 너무 더웠다. 혹시 너무 더워서 적게 먹게 하는게 이 식당의 상술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였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꾸역꾸역 열심히 먹어댔다. 그리 입맛에 맞진 않았지만, 그래도 먹을만한 하다 싶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아닌가보다. 땀 흐르는건 아예 포기했다. 옷도 충분히 갖고 왔으니...


원숭이 무법천지, 절벽사원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믿는 종교에는 신이 참 많다고 한다. 일본도 그렇지만, 이곳도 대부분의 사물이나 동물에도 신이 있어서 그 신들을 믿는다. 차를 몰 때에는 차신에게도 기도를 한다니깐뭐...
그래서 기도를 할 수 있는 사원들이 참 많은데, 동네마다 사원이 있기도 하고 각자의 집이나 방에도 사원이 있다고 한다. 방안에 조그만 불상을 가져다 두고 그곳을 기도하는 자리라고 생각하는 식이라 보면 되겠다. 물론 불교가 아니기 때문에 불상은 아니다 ^^;;

나뭇잎같은 재료로 만든 조그만 사각바구니에다 과일이나 음식을 넣어두고 그것을 사원이라고 한다고 했다. 그래서 집안의 여자들이 그 사원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고 손이 많이 가는 일이라고 한다. 가게같은 곳에는 노트만한 것도 있고, 자동차나 가게안에는 손바닥만한 것도 있다. 길 중간중간에도 놓여져 있었는데, 주의하지 않으면 발로 차거나 밟을 수 있을 것 같아 신경쓰이기도 한다. 그렇게 되더라도 문제삼지 않는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할 수는 없는 일.

절벽사원이란 곳은 그러한 사원들 중에 실제로 형체가 있는 제법 큰 사원중의 하나다. 원숭이 절벽사원은 말 그대로 절벽에 위치하고 있는 원숭이가 많은 사원이다. 사원에 들어갈 때에는 반바지나 짧은 치마 등을 입으면 안되기 때문에 천 같은걸 두르고 들어갔다.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해서 일종의 예의 차원이겠거니 하고 모두 천을 두르고 들어갔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원숭이들이 무척 많았다. 돼지인지 원숭이인지 분간이 안가는 녀석부터 시작해서 아주 조그만 애기 원숭이까지 마치 공원의 비둘기들처럼 길가쪽으로 가득 했다. 많은 원숭이들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것은 우리는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흔치 않은 경험이다. 그래서인지 다들 원숭이가 모여있는 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바빴다.


마피아 원숭이들


그러던 중 사고가 터졌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구경하고 하느라 정신없는 틈을 타서 원숭이 한마리가 나무가지를 타고 다가와서는 우리 일행 중 한명의 선글라스를 벗겨가버린 것이다. 그 원숭이는 조금 멀리 달아나서는 안경테를 잘근잘근 씹기 시작했다. 선글라스나 모자 등을 주의하라는 얘기를 관광지 소개문구에서도 봤고, 가이드로부터도 얘기를 들었지만 사실 어느 정도인지 실감을 하진 못했다. 그런데 눈 앞에서 그 광경을 목격하게 되자 그 순간부터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다들 원숭이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사람을 겁내긴 커녕 어슬렁어슬렁 다가온다. 나무에 매달린 원숭이 꼬리를 내가 살짝 건드려봤더니 이빨을 드러내며 팔을 막 휘젓기도 했다. 사람들에게 다가오면서도 공격적인 성격인 것이다. 한마디로 성질이 더럽단 얘기다.

선글라스를 뺏기고 어찌할바를 모르고 있는 가운데, 가이드가 윗쪽을 향해 뭐라뭐라 얘기하니까 위에서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이 내려왔다. 그 사람은 원숭이들의 신같은 존재라고 했다. 보기엔 그냥 관리인 같더만... 아무튼 원숭이 신이란 사람이 선글라스를 뺏어간 원숭이에게 다가가자 선글라스를 내팽게치고 바로 달아나는 것이다. 다행이다라는 안도감과 함께 여성들은 손뼉을 치며 폴짝폴짝 뛰기까지 했다.
그런데 선글라스는 줄 생각안하고 우리 앞쪽 언덕에 주저앉더니 자기가 선글라스를 끼고는 하늘을 바라보며 두리번 거리는 것이다. 그러더니 하는 말... "Three dollar! Three dollar!" 모두들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잠시 있다가 가이드가 협상을 벌이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말이니 못알아듣긴 했지만, 대략 2달러만 받으라는 것 같았다. 2~3분을 실랑이 하다가 2달러를 주고 선글라스를 찾긴 했지만, 선글라스의 테 부분은 이미 씹혀서 거칠거칠한 정도인 듯 했다. 안경알은 괜찮은 것 같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무척이나 속상했을텐데...

잠시 후에 다른 커플이 원숭이들을 경계하며 절벽해안을 배경으로 삼아 사진을 찍으려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멀리서 있던 원숭이가 옆으로 뛰어서 오더니 벽을 타고 올라가 모자를 휙~ 하고 벗겨가는게 아닌가. 거참...;; 진짜 몽둥이로 확 패버리고 싶었다. 이번에는 원숭이가 모자를 씹기 시작했다. 느낌이 별로 없는지 많이 씹진 않았지만 흠이 나기는 마찬가지. 이번에는 근처에 있던 원숭이 먹이판매원이 모자를 다시 뺏었다.
 
이번에는 사람을 부른 것도 아니고 원숭이 관리하는 사람도 아니었기에 다행이다 싶었는데, 팁을 요구하기는 마찬가지다. 전문적인 "꾼"도 아닌 듯 해서 1달러만 주자는 얘기를 하는 가운데, 가이드가 듣고는 그냥 루피아(인도네시아 화폐단위. 8천 루피아 = 1달러)로 주라고 하면서 그 사람한테 뭐라뭐라 얘기하더니, 그냥 5천 루피아만 주라는 것이다. 가이드도 원숭이들을 이용해서 팁을 요구하는 그러한 모습들에 짜증이 났는지 아니면 미안했는지 인상이 좀 안좋아지긴 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아예 원숭이들을 그렇게 훈련시킨다라는 의견에 모두 동의를 했다. 가이드는 그냥 웃고만 말았지만, 선글라스를 뺏겼던 사람의 얘기로는 귀에 걸린 채로 얼굴이 바짝 붙어 있는 선글라스인데 아무리 원숭이라지만 사람이 벗기듯 너무나 능숙하게 단번에 빼가더라는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끄덕...
일반사람들의 한달월급이 100달러 정도, 고급점원같은 경우엔 200달러 정도라고 하던데, 원숭이 한번 이용해서 2~3달러씩 받아가는건 정말 도둑놈 심보가 아니가 무엇이랴. 정말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 같았으면 오히려 미안해해야할 수도 있을텐데 말이다.


전쟁기념관?? 독립기념관??


나와 희야는 별 일 없었지만, 이미 다른 사람들의 선글라스와 모자 테러를 두번이나 본 상황이라 기분이 좋진 않았다. 선글라스나 모자가 원숭이때문에 상한 것 때문이 아니라, 그런걸 이용해서 돈을 요구하는 게 너무나 얄미워서일 것이다.
시원한 에어콘 바람을 쐬며 기분을 가라앉히고는 절벽사원을 뒤로하고 간 곳은 무슨 기념관이라고 하는 곳이었다. 공원처럼 조성되어 많은 사람들이 조깅과 여가를 즐기고 있었고, 그 가운데에 탑처럼 생긴 곳이 기념관이었다.

우리나라가 일본식민지 시대가 있었던 것처럼, 인도네시아도 네덜란드로부터 식민지 생활을 당해왔었다고 한다.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거의 수백년간이라고 하니까 기간상으로 봤을 때는 비교가 안된다. 악랄함의 정도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 안에는 디오라마로 꾸며진 역사관이 있었는데, 원주민 생활부터 네덜란드의 침공, 독립까지 연대별로 수십개의 장면이 묘사되어 있었다.


즐거운 한식식당


덥고 목마름에 지친채 기념관을 빠져나와 찾아간 곳은, 한식이 나오는 한국 식당이었다. 나야 기내식부터 지금까지 계속 다 잘 먹었기 때문에 잘 못느꼈는데, 다른 사람들은 무척이나 반가웠나보다. 어쩌면 신기해서일까??? 외국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이 있는거야 이상할 것도 없지만, 낯선 곳에 놀러와서 이런저런 일 겪으며 하루를 겨우 지내왔는데 그런 곳에서 아예 터를 닦고 지내는 한국인이 있으니 반가움도 적진 않았을 것이다.

이날 간 곳은 "청기와"라고 하는 식당이었다. 말그대로 한옥스타일의 기와지붕을 하고 있었다. 종업원들은 죄다 현지인인 듯 했고 한국말도 어설프게나마 하는 듯 했다. 발리에 도착한 이후로 아직 집에 전화를 못한 탓에 전화기를 찾았는데 오늘 점심때 리조트에서 봤던, 신용카드 국제전화기였다. 녹음된 한국어 안내방송은 발음도 무지 이상해서 알아듣기 힘들 뿐 아니라, 게다가 내가 가지고 있는 신용카드 모두가 잘못된 카드번호라고 다시 입력하라고만 하는 것이었다. 전화기가 이상한가 싶었는데, 여기 한식당에서도 그러했다.

그러던 와중에 가이드가 카운터에 앉아있던 한국사람을 불러줬는데,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의 서울억양을 쓰는 소녀였다. 어설픈 한국말만 듣다가 유창한(?) 본토발음을 들으니 어찌나 반갑던지.
한국에 전화하고 싶다니까 콜렉트콜 직통전화를 안내해주었다. 덕분에 한국에서 출발한지 만 24시간만에야 겨우 한국으로 안부전화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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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에서의 여름휴가 - 첫째날

2009/09/17 22:42 | Posted by 찬이
예정보다 앞당겨진 휴가

여름휴가 시즌에는 회사일이 너무 바쁠 것 같아서, 예정보다 날짜를 앞당겨서 휴가를 쓰게 되었다. 그렇지만 만약 휴가를 당겨서 다녀온다면 장마철기간동안 다녀와야하기에 휴가를 앞당기기로 하는 것이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그래도 희야는 나와 달리 직원들이 휴가를 한꺼번에 쉬는게 아니라 교대로 다녀와야하는 만큼, 최고의 성수기때를 휴가기간으로 잡는 회사에 다니는 나로서는 휴가를 당겨서 다녀오는 것도 괜찮은 듯 했다.
문제는... 장마철이라는 점인데... 이리저리 궁리해봐도 마땅한 해결책이 떠오르질 않았다. 차도 없기에 장마철에 무거운 짐들고서 시외의 팬션을 찾아다니는 것도 못할 짓인 것 같고.

그러다가 동남아 여행에 대한 얘기가 나오긴 했었는데, 재작년엔 호주로 신혼여행으로, 작년에는 일본 하우스텐보스를 다녀왔었기에 이번에도 해외여행을 간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이번에도 이미 작년 휴가때부터 이번휴가 여행경비를 위한, 우리커플이 일명 여행적금이라 부르는 적금이 200만원이 준비되어있었기에 금전적 부담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보다는 집에 계시는 부모님들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양가부모님 모두 푼돈 아껴가며 열심히 사시는데, 게다가 여행한번 보내드리지 못했는데 이번에 세번째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말씀드릴 염치가 없었다.

그래서 사실은 국내여행을 여기저기 알아봤다.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는 마음을 꾹 누른 채 말이다. 캐리비안베이에서 2박3일간 놀려고도 했고, 제주도에서 렌트카타고 드라이브하는 것도 생각해봤다.
하지만 이미 우리들 마음속에서 계속 동남아가 아른거려서인지 아니면 정말 마음에 안들어서였는지, 두 사람 다 결정을 못내린 채 휴가는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동남아라고 싼 건 아니더라
"국내여행을 가더라도 며칠동안 다니면, 쓰는 돈이 적진 않을거야"
"장마철인데 놀지도 못하고 시간만 보내면 어떻게 해?"

망설이다 망설이다 결국 휴가를 이틀 앞두고 급하게 해외여행 상품을 찾아보게 되었다. 그런데 또 다른 장벽이 나타났다. 막상 가려고 하니까 돈 문제가 현실로 다가왔고, 그것이 우리를 한번 더 망설이게 했다.
평소에 생각하기로는 동남아에 가면 물가가 싸기 때문에 적은 돈으로도 실컷 사먹고 놀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여행경비도 저렴하겠지라고 생각했었고.
그런데 아무래도 휴양지 위주이면 리조트에서 묵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제법 비싸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름있는 리조트라면 동남아라 하더라도 1인당 최소 백만원이상의 여행경비가 들고, 이것저것 옵션관광까지 하게 되면 호주 신혼여행경비와 별 차이가 없어보이기도 했다. 완전 계산착오였던 것이다. 국내여행대신 저렴하게 해외여행 다녀올 생각으로 동남아를 꼽았건만...

거의 밤을 새다시피 상품을 뒤적거리며 비교해보다가, 결국 휴양시간이 많은 발리상품 중에서 제법 저렴하다싶은 것으로 선택했다. 그래도 리조트가 작고 부대시설이 적다는 정도이고, 여행일정은 거의 같았다. 그렇다고 일생에 단 한번뿐인 신혼여행 같은 것도 아니니 너무 무리해서 고급스럽게 다녀올 필요까진 없을테고.


여행준비도 급하게...


급하게 발리여행을 택한데다 이미 결제도 해버린 만큼, 여행 준비도 정말 서둘러야 했다. 금요일날 퇴근후 기차를 타고 2~3시간 정도 집으로 이동하는 시간과 일요일 아침부터 인천공항까지 이동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하루!! 하루안에 해외여행 준비를 모두 마쳐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두번이나 해외여행을 다녀왔던 덕분인지 별 탈 없이 그리고 서로 의견충돌도 없이 진행되었다. 며칠동안 갈아입을 옷이며 수영복은 물론이고 비상약, 라면, 김치, 디카, 건전지, 손목시계 등등 이전의 여행때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들까지 꼼꼼하게 챙겼다. 더군다나 동남아의 호텔이나 리조트는 치솔, 치약, 샴푸같은게 없다는 얘기에 치약 하나까지 다 챙겨야했지만 우리에게 문제가 되진 않았다.

준비는 끝났다. 옷가지들을 챙겨넣은 핸드캐리어 1개, 캠코더와 카메라, 우산 등을 넣어다닐 조그만 배낭 1개, 그리고 여권과 지갑 등 귀중품을 넣은 조그만 크로스백 1개.


이번 여행에서 첫번째로 아쉬웠던 일


무슨 일이든 간에 지나고 나면 후회스럽거나 아쉬운 순간들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중 첫번째로 발생한 아쉬운 일이 여행을 떠나기도 전에 생겨버렸다.
다름아닌 희야의 수영복 문제다. 있는거라곤 검은색의 아레나 원피스 수영복뿐이다보니 해변이나 휴양지에서 입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싶어서 수영복을 사러 다녔었다. 그것도 비키니 수영복을... 평소라면 내가 말렸을 테지만, 가는 곳이 발리인 만큼 비키니 수영복을 입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고 해서 말이다.

그렇다고 정말 속옷처럼 조그만 비키니는 못입을테고, 대충 아래위로 나뉘어진 그런 옷 정도로 백화점을 다니며 골라봤다. 세일기간이다보니 원래 가지고 있던 수영복보다 훨씬 저렴한 것들도 많았지만,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마음에 드는게 없었다.
괜찮다 싶은 것들도 그다지 내키진 않아했는데, 그 중에 정말 마음에 드는 게 있었다. 전체적으로 회색톤이면서 세련된 디자인으로 특히 젊은 사람에게 정말 잘 어울릴만 해 보였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처음에는 6만 몇천원 정도로 적힌 가격을 보고는 무척 싸다고 생각했다. 일반 수영복가격이 그 정도 선이고, 세일기간에는 2~3만원 짜리도 많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수영복은 브라, 팬티, 나시, 치마 총 4개로 이루어진 수영복이었고 가격표는 각각 붙어있었다. 세일해서 20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

그걸 본 이후로 한두시간은 더 돌아다녔지만, 마음에 드는 건 없었다. 정말 마음에 드는걸 봤으니 다른게 눈에 안들어올 법도 하겠지만, 나 조차도 아까 본 그 수영복이 정말 마음에 드는건 사실이었다.
우리는 돈이란 놈에게 굴복할 수 밖에 없었고, 결국 내 수영복만 사고는 백화점을 나왔다. 마침 희야 친구에게 수영복이 있어서 그걸 빌리기로 하고 말이다. ( 하나있던 삼각수영복이 너무 작아서, 사각으로 하나...;; )

만약 어떤 사람이 1년에 한두번 입을까 말까한 수영복을 20만원 넘게 주고 샀다고 한다면, 당장 미친 것 아니냐고 물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망설이다가 그 수영복을 샀더라도 어디가서 욕먹을까봐 제 가격을 말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그럴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그때 못사준게 정말 아쉬운 건 사실이다. 젊고 날씬할 때 그렇게 예쁜 수영복 입으면 정말 이쁠텐데... 그리고 희야도 정말 입고 싶었을 텐데... 하긴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우리 형편에 3년 연속 해외여행을 가는 것 조차도 적잖은 타격이긴 하지만 말이다.


부산에서 인천으로


우리의 첫 여행은 부산발 인천공항행 공항버스로 시작되었다. 김해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가면 기차나 버스보다 가격이 두배나 비싸다. 기차를 타고 가더라도 서울역이나 영등포역에서 내려서 공항버스를 타고 40~50분 가량을 가야한다. 물론 고속버스도 마찬가지다. 서울에서 가는 공항버스 차비도 7000원 가량이나 하고... (물론 찾아보니까 조금 싼 방법도 있긴 하지만)
알아보니 얼마전에 부산에서 인천공항으로 바로 가는 공항버스가 생겼다고 하길래, 갈아탈 걱정없는 편리함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선택했다. 밤 11시 30분차를 제외하고는 오전 9시 30분 버스가 막차라서 공항 도착후 2시간 가량 기다려야하긴 하지만, 식사도 하고 처음가보는 인천공항 구경도 할겸 일찍 도착하는 것도 괜찮겠고 해서 말이다.

장마철임에도 불구하고 비는 그다지 오지 않았다. 옷이 조금 젖을 정도로 오긴 했지만, 약간의 가랑비 수준에 그쳤다. 문제는 장맛비가 아니라 희야였다. 자주 배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리고 갑갑하다며 울상을 짓곤 했다. 순간 여행출발 바로 전날해본 임신테스트 양성반응이 생각났다. 이것이 입덫 증상인가?? 아니면 초기증상인가??
내가 그런걸 알 리가 없다. 임신하면 입덫한다는 걸 드라마같은에서나 봤지, 몇 개월째에 입덫하는지도 모르고, 무얼 먹어야 하는지도, 또 입덫을 하면서 실제로 토하는지 아닌지 조차도 모르는 나다. 그렇기에 속 안좋다고 식은땀 흘리며 칭얼거리는 희야를 바라보며 나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정말 난감하기만 했다.
이번 여행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사실은 상상도 못한 채 말이다.


드디어 발리로 향한다


공항버스를 내린후, 희야를 데리고 당장 한식당엘 가서 김치찌개를 시켜먹었다. 다행히 희야도 매콤하고 약간 신맛의 김치찌개가 입맛에 맞았는지 버스안에서의 힘들었던 인상은 온데간데 없고 밥도 한그릇 뚝딱 해치워버렸다. 정말 신 음식이 효과가 있는진 모르겠지만, 속이 거북하거나 할때에는 우리나라 김치찌개만한 것도 없지.
식사를 마치고 나서 바로 출국수속을 밟았다. 들어가는 길에 면세점에 들러서 양가 아버님께 드릴 양주로 발렌타인 21년산 두병만 사고는 곧장 게이트로 가서 의자에 몸을 기댔다. 면세점도 거의 그냥 지나치다시피 해서인지 승무원들보다도 더 빨리 도착했다.
비행기 탑승전까지 의자에 기대어 쉬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공항에서 유리벽 바깥의 항공기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여행얘기를 하며 재잘거리기도 했다. 우리도 첫 여행때는 무지 설레여서 사진도 찍고 두리번 거리기도 하고 그랬는데, 부산에서 인천까지 오느라 지친 탓에 마냥 귀찮기만 할 뿐이었다.

30여분을 기다렸을까... 드디어 탑승시작을 알리는 전광판에 불이 들이왔다. 기내로 들어서서 우리 좌석으로 가서 짐칸에 가방을 올려두고는 곧장 담요를 덮고 눈을 감았다. 발리 직행인데다 아직 성수기가 아니라서 그런지 빈좌석이 있어서 다행스러웠다. 왜냐하면, 곧 희야가 속이 안좋다고 하소연을 했기 때문이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좌석벨트를 풀어도 될 무렵이 되자, 좌석의 팔걸이를 올려서 의자 3개위에 희야를 눕게 했다. 물론 혹시나 모를 사고를 위해서 누은채로 안전벨트를 다시 메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발리에 도착하게 되면 자정이 넘는 시각이 될 것이다. 숙소에 가서 또 자게 되겠지만, 경험상으로 비추어볼때 지루한 비행기안에서는 자는게 최고다. 라디오나 음악, 책, 신문도 있지만, 좁은 곳에서 장시간 눈뜨고 있으면 갑갑하기 마련... 도착하는 그 순간까지 잠이다~!! [앗~ 저녁 기내식이...??]


우리를 반겨주는(?) 도마뱀


내가 어릴적, 그러니까 초등학교 3~4학년 무렵에 아버지가 인도네시아에 새로 공장세우는 곳에 가신적이 있다. 그때 인도네시아에 있었던 이런 저런 얘기를 해주셨는데 그 중 하나가 도마뱀 얘기였다.
우리나라에서 집에 바퀴벌레가 다니는 듯 도마뱀이 다닌다고... 잠을 자다보면 옆에 도마뱀이 기어다닌다고...;; 리조트에 도착하고 방으로 향하다가 꿈틀거리며 도망가는 것을 봤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눈 앞에서 도마뱀이 다니는 걸 보니 온몸의 털이 서는 듯 했다. 방문을 열려는 순간, 문틈 가까이에서 숨어있던 녀석이 또 도망나오는 바람에 숨이 멎을 뻔 했다. ㅠ.ㅠ 문을 빨리 열었다면 방으로 들어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밤새도록 도마뱀 쫓느라 고생할 내 모습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십수년전의 아버지 말씀과는 달리, 리조트에는 에어콘이 있어서 창문을 닫아두는 탓인지 다행히 방안에서는 그 녀석들을 볼 수 없었다. 짐은 거의 꺼내지도 않고 샤워만 대충하고 그대로 쓰러져 잠을 청했다. 이미 시계는 새벽 2시가 넘어 3시를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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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김천 직지사 직지공원에서

2009/09/17 22:39 | Posted by 찬이

2005.06.04

구미에서의 첫 나들이

내가 입사를 하고 발령을 받으면서 구미로 왔으니, 벌써 만 3년하고도 3개월을 구미에서 지냈다. 그리고 결혼한지도 2년이 다되어간다. 그럼에도 구미에서의 외출은 처음인 것 같다. 곧 무더위가 찾아오게 되면 어디 놀러가는 것도 힘들 것인데다, 올해의 현충일이 월요일이라 휴일이 길기 때문에 하루정도 외출을 하더라도 집에서 쉴 시간도 충분하다 생각되었기 때문에 예정에 없었던 외출을 하게 되었다.


반짝 소풍 겸 나들이


직지사라고 하는 사찰앞에 공원이 참 멋있게 잘 만들어져있어서 놀러가볼만하다라는 얘기와 직지사가려면 김천역앞에서 바로 가는 버스가 있다라는 얘기만 듣고 부담없이 다녀오려고 했다. 그래서 김밥같은 것까진 준비하지 않고, 동네 슈퍼에 가서 과자랑 음료수 조금만 사와서 가방을 꾸렸다. 부산에서 희야와 함께 올라온 강아지 뚱이도 짐이라면 짐이었고, 무엇보다 간단하고 편하게 다녀오고자 하는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대신 카메라와 삼각대는 빼먹지 않고 챙겼다. 둘이서 공원에서 놀다보면 사진찍는게 여간 힘든게 아니다. 예전에도 다른 곳에 둘이서만 놀러간 적이 있는데, 그럴 때면 항상 아쉬운게 사진의 대부분이 독사진이라는 점이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을 하면 된다지만, 한가한 공원에서 그러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한두장도 아니고.

구미와 김천은 바로 인접해있다. 그런만큼 교통편도 다양하게 있었는데, 김천 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직지사까지 어떻게 가는지를 몰랐기 때문에 그냥 기차를 타고 갔다.
앉자마자 내렸다라는 표현이 가장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기차에 올라서 좌석을 찾아 앉아서는 "야~ 드디어 출발이다~", "좋아?" 라는 말 몇마디 하고서 얼마 안되어 김천이라고 하는 안내방송이 나왔으니 말이다. 대략 10~15분 정도 걸린 듯 싶다.

그렇게 기차타는 기분을 맛만 보고는 내려서 이번에는 버스를 타야했다. 김천역 앞이라고만 했지 길 건너인지 아닌지, 그리고 좌측으로 가야하는지 우측으로 가야하는지 몰라서 지나가는 어떤 분께 여쭤봤는데, 묻기가 민망할 정도로 바로 옆이었다.;;


김천역에서 나와서 역앞을 지나가는 도로를 건너지 않고, 역을 등지고 바로 오른쪽편에 위치하고 있었다. 직지사까지 가는 노선이 2~3개 되는 듯 했는데,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직지사행 좌석버스가 오길래 그걸 탔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태우는 사람도 얼마 없이 뚫린 도로를 열심히 달렸다. 15분 정도 달렸을까. 약간 나무가 우거진 곳으로 들어간다 싶었더니 이내 종점이었고, 그곳이 직지사 아래에 있는 버스 종착점이었다.


아름답고 조용한 공원


버스에서 내려서 도로를 따라 조금 올라가다보니 커다란 장승 두개가 보이기 시작했다. 공원이라는 느낌과 장승은 그다지 어울릴 것 같진 않았지만, 직자사라는 사찰앞이라는 것을 떠올린다면 무리도 아닌듯 싶다.

공원입구에서 사진 한컷 찍고, 안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에 공원관리를 하시는 분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셨다. 설마 했더니 역시나 반가운 내용은 아니었다. 공원에는 애완견을 데리고 들어갈 수 없다는 얘기는 사실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기차타고 버스타고 여기까지 왔는데 말이다.

우리가 난감해하자, 강아지가 크지도 않고 하니 안고 다니라고 하셨다.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땅을 파헤치거나 배설물을 아무데나 쌀 수 있기 때문인듯 했다. 우리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을 하고서야 공원에 들어갈 수 있었다.


노래하는 분수


공원입구에서 조금 더 올라가자 작은 광장같은 곳 가운데에 어떤 조형물같은 것이 서 있는게 보였다. 그것은 분수였지만 물이 나오지 않고 있어서 가까이 가서야 그것이 분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우리는 6월초의 약간은 뜨거운 햇살을 피해 그늘에 앉아있었는데 바로 옆에 있는 춤추는 분수와 불어오는 바람 덕분에 일어나기가 싫어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음악도 들려오고 바람도 시원하고... 결국 아예 좀 더 쉬었다 가기로 하고는 과자랑 음료수도 꺼내먹고 사진도 여러장 찍어보았다.


옆에 있는 조그만 폭포로


분수대 앞에서 한시간을 넘게 앉아있다가 조금 지루해졌다 싶어서 자리를 옮겼다. 올라오던 길에서 분수대를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나있는 길로 향하니 조그만 냇가에 나무다리가 놓여있고 그 건너에는 작은 폭포가 있었다. 그 물줄기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인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인공이 가미된 폭포인 것은 맞는 듯 했다.



금강산도 식후경


폭포가 있는 곳 윗쪽으로 돌아나와 내려오자 폭포 입구쪽으로 다시 나오게 되었다. 이번에는 길을 따라 조금 더 윗쪽으로 올라갔다. 별다른 건 보이지 않고, 보도블럭으로 된 산책로같은 길이 길게 쭉 뻗어있었다.
식수가 나오는 곳에서 목을 축이고는 그 길 옆 나무그늘이 있는 벤치에 앉아서 잠시 쉬기로 했다. 아까 먹다 남은 과자랑 음료수를 다시 오물오물 먹고 마시며 사진 몇 컷 찰칵~ 삼각대가 있어서 거추장스럽긴 해도 맘편하게 찍고 싶을 때에 찍을 수 있어서 좋다.

생각보다 과자를 많이 산 듯 하다. 희야도 내가 어제 슈퍼에서 과자를 고르는 걸 보고는 생각보다 군것질 좋아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평소에 과자를 즐겨찾는 편은 아닌데, 먹는 분위기가 되면 좀 많이 먹긴 하나보다. 오늘같은 소풍날 같은 때는 말이다.


생각보다 아름다운 공원


사찰밑에 있는 공원이라고 해서 엄숙한 불교 분위기이진 않을까 걱정을 했었는데, 의외로 여기저기 예쁘게 꾸며진 곳이 참 많았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좁은 공원안이지만 구석구석 이쁘게 꾸며놓았다라고 해야겠다. 곳곳의 나무들은 이쁘게 깎아서 모양을 내어놓고, 푸르른 잔디며 깔끔하게 깔아놓은 보도블럭, 시원하게 흐르는 냇가와 폭포, 그리고 분수...
규모로 따진다면 지방의 작은 공원 수준에 지나지 않지만, 잘 가꾸어놓은 아름다움으로 본다면 어느 공원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 무슨 전시장이나 혹은 박물관이 아니기에 눈요기거리 자체가 많은 건 아니다. 하지만 그냥 편안하게 둘러보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편안하고 이쁘게 잘 가꾸어져있다

천천히 한바퀴를 둘러보아도 그리 오래 걸리진 않는다. 희야도 공원을 내려가는게 아쉬웠는지 잠깐 쉬었다 가자고 한다.
직지공원에는 공원만 볼거리가 있는게 아니라, 불교신자라면 공원위의 직지사를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유료입장이라 우린 들어가지 않았지만 말이다. ^^;;
그리고 사찰 주변에서 파는 간단한 먹거리를 먹으며 나무숲사이로 난 오솔길을 걷는 것도 좋고, 그런 것이 싫고 편하게 먹고 싶다면 공원아래 버스정류장 부근의 많은 식당들 중 한 곳을 이용해보는 것도 괜찮다. 아무래도 공원이나 사찰아래라서 평균가보다 약간 비쌀지는 모르겠지만, 생선한마리 곁들인 밥 한그릇이라면 부담없이 즐길만할 것이다.

구미에서 가까우니까 다음에는 차를 가지고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 기차타고 버스타고 하는 재미는 없겠지만, 대신에 더 간편하고 부담없이 들를 수 있으니 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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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 딸기축제

2009/09/16 23:28 | Posted by 찬이
2005.04.04
길드 첫 오프 겸 여행

희야와 함께 많이 즐겼던 온라인 게임인 라그나로크를 하면서 알게된 길드원들이 있다. 그 중에 공교롭게도 커플들끼리(고의가 아님;;) 논산 딸기축제에 참가하게 되었다.
물론 처음에는 이러한 행사가 있는지 조차도 몰랐다. 오월씨(오월이)의 소개로 논산 딸기축제 참가신청 홈페이지를 방문하게 되었고, 그래서 네 커플이 가기로 결정이 되었었다. 물론 뒤늦게 한 커플이 못오게 되었지만 말이다.



비오는 날의 소풍


비가 올듯 말듯한 날씨였다. 그러나 모두가 약속을 잡았고, 더군다나 이 날을 위해서 희야가 부산에서 구미까지 올라와 있었기에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드디어 당일날 아침, 다행히 비가 오진 않았다. 희야는 전날 준비해놓은 김밥재료로 새벽부터 일어나서 김밥을 준비하고, 나는 열심히 시식(?)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무튼 든든하게 챙겨먹고 김밥이며 유부초밥까지 준비해서 드디어 출발했다.


첫 만남


논산까지가려면 구미역에서는 바로 가는 열차가 없었다. 구미에서 신탄진까지 올라간 다음에 다시 신탄진에서 논산으로 내려오는 열차로 갈아타야 했다. 서울에서 이때 갈아타게 되는 열차를 서울에서 오는 일행들과 같은 칸으로 표를 끊어서 역안에서 처음 만나는 것으로 계획되었었다.
비는 오지 않지만 아주 흐리고 습하며 쌀쌀한 날씨속에 신탄진에서 논산으로 가는 무궁화 열차에 올라탔다. 다른 일행들은 이미 우리 홈페이지에 들러서 사진을 본 탓인지 우리들을 쉽게 알아보는 듯 했다. 물론 나도 일행 중 일부는 사진을 통해서 본 적이 있는지라 어색함 가운데서도 어렵지 않게 인사를 건넬 수 있었다.

우리와 서울 일행과는 같은 칸이지만 조금 떨어져있었던 관계로 남자들 셋이서 객차사이에 있는 곳으로 나가서 잠시 얘기를 나누었다. 이번 모임의 주축들이었으며 온라인 상에서도 항상 자주 만나던 사이였기에 할 얘기도 많았나보다.
시끄러운 열차소리속에서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논산역에 다다랐다.


우왕좌왕~ 딸기축제는 어디갔어~

논산역에서 나오자 택시 기사분들이 어디까지가냐며 호객행위(?)를 했다. 모두들 도시에서 험한 꼴 많이 보며 살아온 사람들이다보니 오히려 거부감에 자리부터 피했다. 그러다가 길가는 사람들에게 물어서 택시를 타는게 나을거란 얘기를 듣고서야 택시를 타기로 했다. 그런데 일행이 6명이다보니 두대로 나눠서 가야했다. 아무튼 딸기축제하는 곳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각각 택시에 나눠탔다.

"아저씨, 딸기축제하는 곳으로 가주세요"
"딸기축제요? 딸기체험하는 곳 말입니까"

택시를 타고 오다보니 '딸기수확체험'이라는 배너도 걸려있는게 보였다. 아무래도 잘 찾아오는 듯 했다. 그러다가 행사 주차장이 있는 곳에 내리게 되었는데, 다른 택시로 출발한 오월씨 일행은 보이질 않았다. 그리고는 잠시후 전화가 왔다.

"은빛님(나의 캐릭명 -_-), 도착하셨어요...? 뭔가 좀 이상한데요. 축제 취소됐나?"
"저희도 도착해는데요. 어디 계시는데요."
"아 그래요? 저희는 둑 있는 곳에 있어요. 앞에 축구장 골대도 있고. 은빛님은 어디세요?"
"예...? 축구장이요???"


희야와 함께 주변을 아무리 두리번 거려봐도 보이는 건 넓게 뻗은 논밭뿐이다. 옆에 있던 행사주차장 안내자분께 오월씨 얘기를 했더니 아마 행사장으로 갔나보다라고 했다. 딸기축제이긴 한데 실제 축제날은 그 다음주 주말에 열리고 그 전에는 딸기체험행사를 하는데 우리가 온 곳은 딸기체험행사장이고 오월씨가 간 곳은 다음 주에 행사가 열리는 행사장인 것이다.
그제서야 뒤늦게 다시 출발한 오월씨가 잠시 후 전화가 왔다.

"은빛님, 저희 도착했어요. 어디세요?"
"아까 거긴데요. 딸기수확체험장 입구쪽 주차장이요."
"어? 우리도 주차장인데..."

땀이 삐질...;;; 행사장 앞에는 왕복 2차선 도로인데다 우리가 서 있던 곳에서는 더 이상 안으로 차가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가 못봤을리가 없다.
다시 그곳 주변에 대해서 물어보자, 대충 우리가 보이는 곳과 비슷한 듯 했다. 알고보니 택시를 타고 이번에는 행사장 뒷쪽편 좁은 콘크리트 길로 들어온 것이다. 우리는 체험장 앞쪽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말이다...;; 뭐 아무튼 결국 만나긴 만났다. 진이 좀 빠져서 그렇지~ ㅠ.ㅠ


말 그대로 딸기수확체험


처음에 우리가 기대했던 것은 TV에서 보듯이 동네사람들 다 나와서 천막치고 음식도 팔고 특산품도 파는, 그러한 장터에서의 축제같은 모습이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고보니 우리를 맞이하는 것은 수도 없이 많은 비닐하우스와 바닥까지 내려앉아있는 듯한 검은 먹구름이 전부였다.


체험장 안으로 들어가자 체험장 입장권을 구입하는 곳이 있었고 거기서 딸기를 딸 때 주의할 점들에 대해서 잠시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딸기를 따서 담아올 수 있는 통은 추가로 돈을 내야했는데 전체적으로 보면은 체험장 온다고 해서 적은 돈으로 실컷 딸기를 먹는다라기보다는 그냥 제 돈 내고 셀프로 딸기 따먹는다는 정도인 듯 싶었다.

개방하는 비닐하우스도 그리 많지 않았다. 몇개만 개방되어 있었는데, 어떤 동에는 빨간 딸기는 거의 없는 곳도 있었다. 몇차례 사람들의 항의가 좀 있자 추가로 다른 비닐하우스를 개방해주었다. 물론 그런 곳에는 사람이 너무 몰려서 들어가고 나오는 것은 물론이고 안에서도 움직이기 힘들 정도였다.
사람이 조금 적은 듯 하면서 딸기가 적당히 남아있는 곳을 정해서 모두 같이 들어갔다. 딸기를 상하지 않게 잘 따면 "뽁~"하는 명쾌한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소리가 재미있기도 하고 잘 따고 있다라는 뿌듯함에 기쁘기도 하다.

체험장에서 직접 딸기를 따 먹으면 참 신선하다라는 느낌이 든다. 딸기는 무척이나 잘 상하기 때문에 도시에서 사 먹을 때는 이런 맛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유기농이고 천적을 이용해서 해충을 잡다보니 딸기에 다른 벌레가 있거나 혹은 상한 흔적은 전혀 안보였다. 그래서 신선해보이는 딸기를 눈앞에서 직접 따서 바로 먹는 맛은 일품이다.


딸기로 배 채워봤니?


정말 딸기를 무지 먹은 듯 하다. 새벽에 간단하게 집에서 김밥을 몇개 먹은 이후로 점심 때까지 먹은 거라곤 딸기 뿐이었다. 그런데 배가 부른 정도가 아니라 딸기를 따느라 허리를 숙이면 목구멍으로 딸기즙이 흘러나오려고 할 정도였다. 그리고 손에는 딸기를 가득 담아서 뚜껑이 닫히지도 않는 통을 들고 있고 말이다.


이제 어디가서 좀 쉬면서 점심이나 먹자며 비닐하우스 바깥으로 나왔다. 쉴만한 곳을 찾아 두리번 거리자 그곳에서 일하시는 분께서 근처에 있는 빈 비닐하우스를 알려주셨다. 그냥 딸기밭이다보니 식사하는 사람을 위해서 별도로 준비된 시설같은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몇발자국 걷자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발걸음을 재촉해서 비닐하우스로 들어갔는데 아직 이랑이 그대로 남아있는 그러한 비닐하우스였다. 깔고 앉을 만한 것이 없나 찾던 도중 비닐하우스 구석에 있는 종이박스들을 몇개 꺼내서 깔고는 둘러앉았다.

각자의 도시락을 꺼냈다. 김밥집에서 사온 김밥과 삶아온 달걀 한판, 튀김들도 맛있었지만, 희야가 직접 만든 유부초밥과 김밥이 인기가 좋았다. 내가 열심히 깐 메추리알도... ^^;;
딸기를 그렇게 먹고도 또 더 먹어지긴 먹어지나보다. 그 많던 걸 거의 다 먹었다.김밥만으로도 6인분은 되었을텐데.


시간은 남았지만 할일이 없어서 그만...;;


말그대로 딸기수확체험인데다 딸기는 배부르게 먹었고, 딸기통에도 가득 담아온터라 더 이상 할 일은 없었다. 모두 논밭인데다 비가 와서 땅도 젖어있어서 놀 수도 없고.

비닐하우스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비가 그쳤다. 안그래도 쌀쌀했던 날씨가 더욱 추워지다보니 일단 기차역으로 가서 그 근처에서 놀다가 헤어지기로 하고는 버스를 타러 정류장으로 향했다.
가던 도중에 농가에서 수확한 딸기들을 포장하는 곳이 있어서 그곳에 직접 들어가서 스티로폼 한 박스를 샀다. 회사 팀원들에게 딸기를 사간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그냥 손으로 들고가야한다는게 걱정되긴 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딸기가 많이 상하겠지만...;;

아무래도 시골은 시골인가보다. 버스정류장에서 한참을 기다려도 버스가 지나갈 생각을 안한다. 지붕이 있는 버스정류장이었기에 바람은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었다. 이런 저런 게임 얘기와 결혼 얘기를 하느라 그리 지루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40 여분은 기다린 듯 하다.



마지막 게임 이벤트


버스를 타고 기차역에 내린다고 내렸지만, 누군가가 다왔다라고 외치는 바람에 후다닥 내린 덕분에 몇 정거장을 덜 가서 내리는 덕분에 또 한참을 걸었다. 오늘은 일정이 안바빴기에 다행이지 어찌나 일이 안풀리는지 ^^

논산역 화장실에서 컨디션조절(?)을 한 후, 기차시각까지 게임방에서 시간을 보냈다. 시골이라 무시했더만 역앞 게임방은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도로에 지나다니는 사람보다 몇배는 더 많은 사람이 게임방에 몰려있었다. 덕분에 20여분을 더 헤맨 끝에 다른 게임방을 찾아야 했지만 말이다.

온라인 게임을 즐기면서 사람들과 친해지면 가장 하고 싶은 것 중의 하나가 직접 만나서 함께 밥도 먹고 얘기를 나누며 게임을 하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딸기수확체험이라는 기상천외한(흐흐..) 이벤트도 좋았지만, PC방에서의 깔끔한 마무리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날 모인 사람 모두가 철없는 나이는 지났기에 이미 게임은 여가시간을 이용한 일종의 취미활동이자 동호회 활동 정도이다. 그렇기에 좀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얘기를 나눌 수 있게 해주었다는 의미에서 우리 길드는 게임을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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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하나'라는게 유명하다던데...
마지막날 아침이 밝았다. 오후 비행기로 떠나기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이제 일행들과 친해질만 한데, 그리고 아직 떠날 마음의 준비도 안되었는데...

아침부터 찾은 곳은 움막집이 많은 곳이었다. 곳곳에서 온천이 나오다보니 길을 가다보면 돌틈새로 수증기가 새어나오는 곳이 종종 보일 정도다. 그래서 가정마다 움막형태로 된 가족탕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런 움막형태의 가족탕을 여러채 지어서 영업을 하는 곳을 찾아갔는데, 가족탕 내부는 손님들이 쓰고 있어서 구경을 못하고, 그 부근만 구경을 하게 되었다.
유황을 이용한 여러가지 제품도 있었다. 아마 체내독소제거나 살균 등의 기능이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냄새는 여전히 화산 분화구에서 맡았던 꾸리꾸리한 냄새였다. 하지만 '유노하나'라는 제품은 정말 인기가 좋다고 한다. 유황을 상품화한 것인데, 일반가정에서 온천의 약효를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고 하여 많이들 사간다고 했다. 물론 우리는 아무것도 안샀다 ^^;;

바다지옥, 불지옥... 지옥구경을 떠나자
일본에는 지옥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고 한다. 몇개였더라 7개였나 8개였나... 아무튼 그 중에서 바다지옥과 불지옥이라는 곳을 찾았다. 둘다 뜨거운 온천물이 솟아나는 곳인데, 그 빛이 파란 바다빛깔이라서 바다지옥, 불같은 붉은색이라 불지옥이라 불린다고 한다.
안그래도 더운 날씬데 근처만 가도 뜨거운 수증기가 올라와서 그리 반갑지만은 않았다. 아마 겨울에 놀러왔다면 더욱 더 인기좋은 코스가 되었을텐데 말이다.

학문의 신???
일본에는 신이 참 여러가지라고 한다. 마치 옛날의 토속신앙처럼 갖가지 종류의 신들이 있어서 존재조차도 잘 모르는 신도 많고 말이다.

우리는 그 중에서도 학문의 신을 모시고 있다는 신사를 찾았다. 신사라는 것에 대해서 참 안좋은 기억이 많은 우리나라이기에 못마땅하긴 했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그저 학업, 학문을 관장하는 신이라고 하지 별 문제삼고 싶진 않았다.
일본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우리나라처럼 대입시험과 취업시험이 큰 걱정거리중의 하나라고 한다. 그래서 이곳에는 시험을 잘 치룰 수 있게 해달라는 기도를 하러 수많은 사람들이 온다고 한다.
갖가지 부적이나 나무로된 명패같은 것을 파는데, 이 명패에 소원과 이름을 적어서 명패를 거는 곳에다 걸어두면 된다는데, 한개당 500엔 정도였던 것 같다. 일본어를 몰라서 다른 사람이 읽어주는 것을 들었는데, 학교시험, 대학시험, 취업 등을 기원하는 문구들을 애교있는 말까지 섞어가며 적은 것들이었다. 모두가 좋은 결과를 얻을 순 없겠지만, 가능하면 그들의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신사를 거의 빠져나오면 웬 소가 한마리 앉아 있다. 구리로 만든 듯 붉은색 금속성의 소 형태의 동상이다. 그리고 군데군데 많이 닳은 흔적이 있다. 이 소가 수호신인지 아니면 영물인지는 모르겠지만, 소의 머리를 쓰다듬으면 자신의 머리가 좋아지고, 몸을 쓰다듬으면 몸이 튼튼해진다고 한다. 그래서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손이 닳도록 만지고 사진도 찍고 지나간다. 햇볕을 받아서인지 손을 갖다대기가 힘들 정도로 뜨거웠지만, 사진 핑계삼아 가서 스윽~ 스윽~ 쓰다듬다가 이내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더듬었다. 씨익~ ^___^

아사히 맥주라고 들어봤나

드디어 이번 여행의 마지막 코스다. 후쿠오카 공항 바로 근처에 있는 아사히 맥주공장의 견학이 바로 그것이다. 아사히 맥주라... 나는 그리 낯설진 않지만 그렇다고 뚜렷히 들어본 기억은 없는 그런 맥주 이름이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가장 큰 맥주회사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생산공장이 없지만, 중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나라에 생산 공장 및 영업점이 있는 대기업이기도 하다.

견학이라고는 하지만 맥주를 만드는 공정을 사진과 도표로 잠깐 보면서 설명듣고, 그리고는 창문을 통해서 공장내부를 한번 들여다보는게 전부였다. 공장견학을 해본 적은 거의 없지만, 뉴스 등의 TV나 백과사전 등에서 쉽게 보아왔던 전경이라 신기해할 것은 없었다.
그러나 다들 불평불만없이 열심히 따라온 이유가 있었으니, 바로 제사가 아닌 제삿밥에 관심이 더 있었다는 사실이다. 바로 맥주공장 견학기념으로 시식회가 있는데, 생맥주를 무한정 마실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비행기를 타야하는 이유에서였는지 아니면 안주가 새우깡이라 그랬는지(우리나라 새우깡을 수입한 일본포장제품) 그리 많이 마시는 것 같진 않았다. 나도 그런 마음이긴 했지만, 그래도 300cc 두잔은 마신 것 같다. 온도도 맛도 시원스러웠기에 한번에 거의 한잔을 다 마셔버릴 정도였다. 하지만 자제는 필수~~ ^^;;
희야는 아까 제조공정 설명해준 일본인 가이드가 귀엽고 예쁘게 생겼다고 여러번 얘기했다. 하지만 난 동의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동안 더 예쁘고 귀여운 여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희야보다 못하겠지만~ [으윽...코가 길어져 ;;]

아쉬움이 많았던 여행
신혼여행을 다녀온지 8개월만의 해외여행이었다. 둘다 해외여행이 처음이라 신혼여행때는 미처 준비하지 못해서 아쉬웠던 것들도 많았다. 이번 여행때는 그런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준비하려 애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은 더 컸다.

신혼여행때도 이번처럼 우리가 제일 어린 편에 속했지만, 그래도 20대 후반, 30대 초반들이라 마음도 잘 맞고 모두가 두명씩이다보니 서로 사진찍어주고 부탁하는게 처음부터 참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여행을 하면서도 줄곧 얘기하고 떠들고 함께 다니고, 저녁이면 모여서 맥주도 한잔하고...
이번엔 나이많은 어르신들도 계셔서 그렇게까진 힘들었겠지만, 그래도 모두가 사람인데 서로 얘기나누고 사진찍어주고 칭찬하며 지내는게 싫을리가 있겠는가. 어쩌면 자유관광하는 시간이 많아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자유시간이 많다는 점이 처음엔 참 좋았지만, 서먹서먹한 상태에서 자유시간이 주어지면 각자 따로 흩어져버린다는 맹점도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게다가 가족단위로 4명 혹은 5명 식구인 팀도 있다보니 그들은 스스로 울타리를 쳐버리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그나마 마지막 밤에 고추장을 바른 불고기와 팩소주를 나누면서 많은 얘기를 나누어 다행이다. 그래도 그 덕에 말문이라도 좀 텄으니 말이다. 그 분들이랑 다시 한번 더 여행길에서 만난다면 좀 더 가까워질려나?
아무튼 즐겁고 재미나고 많은 것을 본 여행이었지만, 반면에 함께 여행다닌 사람들과 많이 어울리지 못한게 크나큰 아쉬움으로 남는 여행이었던 것 같다.

꼭 챙기길 추천하는 물품들

커피믹스 : 호텔에는 뜨거운 물이 비치되어 있어 아침 저녁으로 손쉽게 타먹을 수 있다. 외국에 나가면 가격도 엄청 비싸지만, 대부분 원두커피라서 밀크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커피믹스를 챙겨나갈 것을 추천한다. 초이스 커피믹스 20개들이 한통가격이나 외국가서 자판기 커피한잔 가격이나 별 차이 안난다.

생수와 음료수 : 우리나라보다 조금이라도 선진국이라 생각된다면, 생수와 음료수를 가방에 충분히 챙겨가길 권한다. 생수는 가격이 4배 정도, 음료수도 최소 2배 이상 비싸다. 어차피 여행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사올 선물을 위해 공간이 조금 넉넉해야 하는데, 거기다 충분히 사서 넣어가면 된다.

컵라면 : 하루하루 여행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왔을 때 출출할 때가 있다. 혹은 입맛이 맞지 않아서 얼마 먹지 못할 때도 종종 있다. 이럴 때는 얼큰한 컵라면이 정말 좋다. 이건 많이 준비할 필요는 없고, 한 사람당 한개나 두개정도면 충분하겠다.

손목시계 :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핸드폰을 들고 다니기 때문에 시계가 별 필요가 없어서 착용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핸드폰이 아니더라도 어느 가게에 들어가서라도 손쉽게 시각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해외여행때는 다르다. 일단 대부분 핸드폰을 아용하지 않고 꺼둔다. 시계를 위해서 켜놓는다면 로밍서비스를 받지 않는 이상엔 전파를 잡지못해서 밧데리가 엄청 빨리 닳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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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물건은 자신이 잘 챙겨야
하우스텐보스가 비록 일본에 있는 것이긴 하지만, 거기에선 일본문화를 거의 느낄 수가 없다. 오히려 거의 모든 것이 유럽문화속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이고, 단지 각각의 위치에 있는 일본인 도우미들이 있을 뿐이다.

하우스텐보스 내의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은 후에 다음날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일행중 아저씨 한분이 배탈이 나서 화장실에서 너무 오랫동안 계시다가 밖에서 기다리던 사람과 길이 엇갈려서 찾느라, 한 가족은 여권든 가방을 셔틀버스에 두고 내려서 그것 찾느라 시간이 적지않게 지체되었다. 그래도 우리 일행은 다행인 것이, 다른 일행 중 한명은 가방을 통째로 잃어버렸는데 어디로 갔는지 어디서 잃어버렸는지도 몰라서 무작장 기다리고만 있었다.
일본여행중 물건을 잃어버리는 것은 대부분 도난이 아니라 자신의 부주의 때문이라고 한다. 핸드캐리어만 하더라도 거의 한사람에 한개씩일 정도로 많다보니 자신이 신경쓰지 않으면 가방을 언제 어디다 두고 왔는지 아무도 모른다. 다행히 우리 일행이 잃어버렸던 여권이 든 작은 가방은 하우스텐보스 내부의 호텔과 바깥 버스정류장과의 가까운 거리를 왕복하는 버스라 금방 찾긴 했지만 말이다.

다 같이 돌자, 규수 한바퀴 ?!?!
하우스텐보스를 떠나서 거의 오전내내 버스를 달렸던 것 같다. 제법 먼 거리이 엤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나는 일본은 물론 이곳 규수 지방에서 대해서도 거의 모른다. 다른 일행들은 어설프게나마 일본어를 하는 사람도 있고, 지도를 펴보며 대략적인 위치 정도는 알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 얘기를 들어보니, 이번 여행은 참 쉽지 않은 코스를 잡은 것 같다고 했다. 왜냐하면 규수 섬을 전체로 봤을 때, 우리가 도착한 곳인 후쿠오카가 북쪽에 위치하고, 하우스텐보스는 서쪽, 이번에 가는 유적지는 남쪽, 그리고 내일 가게 되는 곳은 동쪽, 그리고 나서 다시 북쪽으로 가서 공항으로 가게 되는 이른바 규수 일주인 셈이기 때문이다.
3박 4일이라는 길지도 않은 일정이라 돌아가는 큰 길보다는 좁지만 산고개를 넘어가는 지름길을 택해서 달리고 있는 것 같다는 얘기도 했었다. 어쩐지 차를 오랫동안 타길래 이상하다 생각이 들긴 했었다. 사실 우리는 이번 여행을 자유여행으로 할까 생각했었는데 만약 그렇게 했더라면 3박 4일 동안 ( 실제 관광은 2박 반나절 ) 규수 곳곳에 흩어진 곳을 다녀올 수 있었을까 싶기도 했다.

썩을 놈의 구마모토 성!!!
한참 버스를 달려 점심 무렵이 다 되어 도착한 곳은 일본의 어느 한 성이었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일본에서는 장군들이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성을 쌓기도 했다고 한다. 그 중에서 아주 견고하게 지어진 성이 있어 그곳을 방문했다.
이 성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함께 우리나라 침공을 지휘한 가토 기요마사가 우리나라의 축성술을 배워서 약 7년간에 걸친 공사끝에 지어졌다고 한다. 성벽의 모양이 조금 특이한데, 면이 곧은 직선이 아니라 활처럼 휘어진 형태였다. 가이드 얘기로는 모양이 그렇게 활처럼 휘어진 모양이라 아랫부분은 완만하게 되어 있지만 윗쪽은 휘어진 모양이라 기어오를 수 없게 되어있어 난공불락의 요새였다고 한다. 게다가 그 규모도 엄청나게 커서 성문만 하더라도 29개, 전쟁시를 위한 우물이 120개나 있을 정도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침략한 그 장본인들이 만든 성이라고 하니, 기름붓고 불이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무리 잘 만들고 멋진 성이지만, 안그래도 더운 여름날 몸에 열이 가득한데, 우리나라의 침략자들이 만든 것을 보고 있노라면 짜증이 머리끝까지 올라오는 듯 했다.

활화산에 가본 적 있는 사람?
제주도가 화산활동으로 이루어진 섬이라고 하더라도 한라산은 휴화산이다. 솔직히 여기저기 멀리 여행가기도 쉽지 않고, 여행가더라도 배나 비행기타고 제주도까지 가기도 쉽지 않고, 제주도 가더라도 해변에서만 놀지 높은 한라산 꼭대기까진 잘 가지 않는다. 올라가더라도 휴화산의 모습이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도 볼 수 없는 활화산을 찾은 것이다.

활화산이 있기에 재앙의 원인이 될 수 있어서 불행이 될지, 그걸 관광자원으로 삼아서 관람과 온천욕으로 돈을 벌게 해주는 행운이 될지는 나로선 결론을 못 내리겠다. 하지만 끊임없이 많은 사람이 찾는다는 것은 사실이다.
산중턱에 오르자 가로로 길게 늘어선 건물과 넓은 주차장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 간만에 입맛에 맞는 야채와 고기반찬의 뷔페를 먹었다. 게다가 시원한 얼음물까지 실컷 마실 수 있었는데, 돈 아낀다고 음료수도 거의 안사먹고 호텔에서 만들어온 미지근한 녹차만 홀짝홀짝 마시고 있었던 우리에겐 정말 반가운 점심시간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자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태풍이 남기고간 구름들 때문에 간간히 이렇게 가랑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하루에도 두세번씩은 반복되는 것이라 그리 신경쓰이진 않았다. 하지만 이게 오히려 우리에겐 유리한 조건이 되어준다고 가이드가 얘기했다.
활화산에서 유황가스가 계속 나오는데, 때에 따라서 많이 나올수도 있고 적게 나올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건 유독가스라서 사람이 사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 입산을 금지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람의 방향이겠지만, 비가 오게 되면 아무래도 활동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 일행은 버스에 올랐는데, 다른 사람들은 걸어서 어디론가 가는 것이다. 케이블카 같은 것인데 그 사람들은 그걸 타고 올라간다고 한다. 우리가 타고 온 버스는 20인승 가량의 작은 버스라서 분화구까지 이어지는 가파른 도로를 올라갈 수 있지만, 대형버스는 올라갈 수 없기 때문에 케이블카를 타야 한다. 그런데 그 가격이 정확힌 모르겠지만, 제법 비싸기 때문에 내려올 때는 걸어내려오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케이블카 타는 재미야 있겠지만, 비싸서 걸어내려올 정도라면... ^^;;

이런 것까지 생각을 해서 작은 버스를 마련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참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냥 편하게 앉아서 꼭대기에 도착한 우리는 아니나 다를까 메스꺼운 황 냄새에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 독하진 않았지만 썩 기분좋은 냄새는 아니었다.
활화산인만큼 꼭대기 분화구에서는 계속적으로 유황가스가 뿜어져나오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수증기도 계속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저 아래 분화구 바닥에는 누런 색과 황토색이 섞인 물같은 것이 고여 있고, 주변의 벽들은 대부분 검은 화산재로 덮여 있었다. 이곳에서 눈에 띄는 것은 현재의 바람 방향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한 잠자리채 모양의 풍향계와 갑자기 바람이 바뀌었을 때 대비할 수 있도록 중간중간에 지어진 간이 대피소였다. 옛날에 어떤 외국인이 유황가스 때문에 사망한 사건이 있은 이후로 준비된 것들이라 한다.

오늘의 마지막, 원숭이 공연

자연속에 살고 있는 야생 원숭이를 구경하러 가는 것이 원래 일정이었고, 이런 원숭이 공연을 보는 일정은 없었다. 이슬비 정도였지만 비도 조금씩 내리는데다, 야생 원숭이는 말 그대로 야생에 그대로 있기 때문에 원숭이가 있는 산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버스에서 내려 20여분은 걸어올라가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올라가더라도 원숭이가 줄지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대로 보긴 힘들고 말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해서 가이드가 제안을 했다. 지금 상황에서 야생원숭이를 보는건 별로 일 것 같은데, 원숭이 공연을 보는 건 어떻겠냐고. 물어보나마나 만장일치로 찬성 -_-;;

희야는 TV에서 봤던 일본원숭이학교 공연을 생각했었나보다. 나도 내심 그러길 바랬지만, 그렇진 않고 원숭이와 조련사가 1:1로 나와서 공연을 하는 것 정도였다. 경력이 있는 조금 큰 원숭이가 처음에 나오고, 아직 연습중인 작은 원숭이가 나왔다가, 그 다음엔 처음에 나왔던 그 원숭이가 또 다른 재주를 보여주는 것으로 공연은 끝이 난다.
그리 화려한 공연은 아니었지만, 눈 앞에서 재주부리는 원숭이들과 조련사의 재치에 다들 환호를 지르며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고 나오면서 주인공 원숭이와 간단히 악수도 했다.
눈 마주치면 적대감을 가진다는 말에 멀찌감치 떨어져서 손만 내미는 희야~ 그러면서도 사진은 찍으라고~~ ^^;;

일본에서의 마지막 밤
우리가 묵을 새로운 호텔이 있는 부근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고기뷔페집으로 갔다. 돼지고기라면 사죽을 못쓰는 희야의 눈이 사정없이 똥그래질 정도로 반가운 소식이었다. 고기뷔페라고 해봤자 고기종류가 수십가지가 되는 것은 아니니 막상 가보면 돼지고기, 오리고기, 쇠고기, 혹은 양고기 정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고기만 있는 것은 아니기에 ^^
우리 일행중 부모님 나이보다 조금 더 드신 부부분께서 물건을 내놓으셨다. 바로 고추장과 팩소주였다. ㅎㅎ 일본에서는 소주가 위스키값 정도로 비싸고, 고추장같은건 구경도 하기 힘든 음식이다. 고기는 어느새 고추장 불고기가 되어 불판위에서 지글지글거리고, 아저씨들이랑 간단하게나마 주거니 받거나 하는 소주한잔은 정말 꿀맛이었다.

고기맛도 고기맛이지만, 신혼여행때와는 달리 세대차이가 너무 많이 나는 일행들이라 계속 서먹서먹하고 얘기할 기회도 없었는데 이번 저녁식사 자리에서 꽤나 재미있게 얘기도 나누고 웃고 떠든 것 같아 속이 후련했다. 그 기분이란 참 묘한 것이었다.신혼여행때는 여행 출발때부터 약속이나 한 듯이 물건도 빌려주고 받고 서로 사진찍어주고 난리였는데, 이번 여행은 삼촌뻘, 혹은 할아버지뻘인 분도 계시는데다 자유관광시간도 적지 않아서 친해지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난생 처음하는 온천욕, 그것도 노천온천욕
호텔에서 짐을 풀고 온천욕을 하러 가기 위해서 유카타라는 일본옷으로 갈아입었다. 여기에 있는 온천은 투숙객 이외에도 올 수 있기 때문에 유카타를 입으면 투숙객으로 생각하고 요금을 받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들어간 호텔에는 온천이 3~4개나 딸린 곳이었다. 그 중에 한 곳은 노천전용인데 자정부터 새벽까지만 여는 곳이라 갈 수가 없었고, 크기가 가장 큰 온천으로 가기로 했다. 일본에 처음 도착한 날에 묵었던 호텔에도 스파 시설이 있었는데, 가족탕 같은 것 없이 따로따로 가야하는데다 갔다온 사람들이 그냥 대중목욕탕 같다고만 해서 가질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식으로 온천욕이라고 하니까 필히 가봐야겠다는 생각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사진 한컷 찍고 온천으로 향했다.

여기는 커다란 건물 세개 동이 이어져 있는데, 우리 호텔방과 온천과는 극과 극의 위치에 있어서 거기까지 걸어가는데만 7~8여분이 걸린 듯 하다. 아무튼 목욕할 것도 아니고 그냥 몸만 담궜다가 올 예정으로 대략 40~50분 뒤인 약속시간을 정한 뒤에 들어갔다.
처음 들어갔을 때는 한국의 대중목욕탕같은 사우나 정도인 것 같았다. 그래도 몸을 담그는 탕은 아주 컸고 기분탓인지 일반 목욕탕에서의 느낌과는 좀 다른 듯 했다. 5분 정도 몸을 담그고 있다보니 분위기에 익숙해져서 두리번 거리기도 했다. 아까 들어올때 벽이 온통 투명유리여서 순간 놀랬었기에 바깥에 있는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를 파악하고 탕에서 일어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다 그 유리벽에 달려 있는 유리문을 열고 남자가 들락날락거리기에 나도 비상용(?)으로 수건을 한장들고 조심스레 그 문을 열었다.

순간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보름달처럼 둥근 달과 금방이라도 쏟아져내릴 것 같은 별빛들이었다. 비가 온 뒤라서 그런지 몸이 젖어서였는지 순간 서늘한 느낌이 들었지만, 유리문 밖으로 나오자 그곳에는 안쪽보다 몇 배나 큰 온천탕이 있었다. 바깥이긴 하지만 여러 칸으로 나뉜 탕들 중에는 엄청 뜨거운 곳도, 미지근한 곳도 있었다.
용기가 생긴 나는 점점 바깥으로 나갔다. 이곳은 뱃부라고 하는 온천관광도시인데 그곳에서 야경이 모두 내려다보이는 것이었다. 약간은 높은 지대인 듯도 했고 온천이 있는 위치가 5층 높이라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근처에 다른 호텔들도 많아서 좀 신경쓰이긴 했지만, 다행히 조명은 어두웠다. ^^;;

그 노천온천탕에는 탕속에 돌로된 침대도 있었다. 그곳에 누으면 머리만 빼고 대부분의 몸이 흐르는 따뜻한 온천물에 잠긴 상태로 하늘과 야경을 바라보며 동시에 시원한 밤공기를 마실 수 있는 것이다. 온천이란 것 자체를 평생 처음해보는 것이라서 온천에 대한 욕심같은 것은 없었다. 일본에서 온천으로 유명한 도시까지 일부러 왔는데 그냥 돌아가기 아쉬워서 들어오게 된 노천온천. 하지만 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편안하고 즐거운 휴식공간이 되어준 것 같다. 수영복이라도 입고 희야랑 같이 온천에 눕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예전에는 가족탕도 아닌 혼탕이라고 하면 변태스러운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막상 이런 곳에서 희야를 두고 있자니 얼마나 아쉬운지 모른다. 이렇게 행복한 때에 옆에 없으니까 마음이 너무 허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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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관광 첫날이 시작되었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 호텔 로비에서 일행을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나의 재촉에 화장도 바뿌게 하고 나온 희야는 가방에서 볼펜과 노트를 꺼내더니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갑에 있던 엔화 지폐랑 동전을 꺼내서 하나하나 세기 시작했다.
바로 가계부인 것이다. 쿠쿵~~!!!!! 평소엔 죽어라 적지 않는 가계부를 여행와서 적는 것이다. 한국에서 그동안 모아놨던 1엔 동전까지 주루룩~ 꺼내서는 하나하나 세고 있는 모습을 보고 좋아해야 할지 말려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이런 댄장, 18은행??
하우스텐보스 입구에서 우리를 가장 처음 반긴 것은, ATM기였다.
그 이름은 바로 십팔은행~~ ㅡ_ㅡ;;;
뭡니까 이게~~~~~

하우스텐보스 정찰기
입구에 들어서서 가장 처음한 것은 하우스텐보스내를 순환하는 보트를 타는 것이었다. 보트 이외에도 버스, 택시, 자전거 등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보트는 패스카드(자유이용권)로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데다 운치도 있다 생각되었기 때문에 택하게 되었다.
인공으로 만들어진 운하를 따라서 약 10여분을 가서 내린 곳은 이곳에서 가장 높은 탑의 아래였다. 이 탑의 꼭대기에는 전망대가 있어서 대략적인 지리적 위치를 파악하기에 적격이었다. 물론 그냥 내려다만 봐서는 잘 모른다. 가이드맵이랑 매칭을 시켜가며 봐야한다. 건물들이 다 비슷비슷하게 생겨서리...

태풍? 따라올테면 따라와봐~!
탑에서 내려와 이제 본격적으로 자유관광을 시작할 차례였다. 희야와 나는 다시 배를 타고 입구로 돌아가서 처음부터 하나둘씩 관람하기로 했다. 배를 타러 건물밖으로 나올 무렵,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어차피 태풍까지 예상하고 오지 않았는가. 망설이지 않고 가방에서 우산을 꺼내들고 배에 올라탔다.
얼마지 않아서 입구에 다다랐고, 우산을 썼다가 접었다를 반복하며 구석구석의 꽃 한송이 나무 한그루가 있는 곳까지 찾아다녔다. 그러다 안내지도상에 표시된 곳 중 처음 도착한 곳은 "풍차 박물관"이란 곳이었다. 그 앞에서 사진 한컷 찍고 들어갔는데, 안은 너무 썰렁했다. 그냥 풍차 내부가 돌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게 해놓은게 다였다. 물레방아를 보듯이 말이다.
아무튼 우리는 입구에서부터 우산을 쓰고서 쫄레쫄레 걸어가기 시작했다. 일본사람처럼 생겼는데 한국말 잘하는 사람과 한국사람처럼 생겼는데 일본말 잘하는 사람들을 흘깃흘깃 보면서, 그리고 사진도 찍으면서 말이다.

태풍이 온다고는 했지만, 오히려 잔뜩 낀 구름에다 적당이 내린 빗물 덕분에 시원하기까지 했다. 더위 때문에 짜증내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태풍 덕분에 그리 덥지 않은 날씨여서 다행이었다.

기다리던 점심시간
그리 많이 걷지도 않았는데, 벌써 12시가 넘어서 점심시간이 다되어갔다. 대부분의 관람실들이 촬영금지 장소이거나 혹은 촬영할 수 없는 상황이다보니 사진도 얼마 못찍고 시간만 잔뜩 흘렀다. 슬슬 배가 고파져오자 우리 둘은 순환버스를 타고 식당가로 향했다. 정류장이 없어진 곳인지도 모르고 엉뚱한 곳까지 갔다오는 바람에 더더욱 늦어진 우리는 가려고 했던 식당가까지 가지 않고, 아까 전망대가 있던 탑 근처에 식당이 있던 것을 생각해내서는 그리로 갔다.
아무리 입맛이 안맞다고 하더라도, 여기까지 와서 한국식을 먹을 순 없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먹을 수 있는 햄버거나 피자도 물론이고. 전통 일본식 음식은 오늘 아침에 호텔에서 먹어본 결과 입맛에 너무 맞질 않아서 중화요리집으로 결정했다.
점심시간이어서 그런지 줄을 서야할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다들 우리랑 생각이 비슷해서 그런가? 아무튼 메뉴를 고르기 위해서 모형으로 된 샘플을 담은 윈도우를 바라봤다. 메뉴는 짬뽕과 짬뽕셋트, 우동과 우동셋트 이렇게 네가지가 전부였다. 셋트메뉴는 초밥같이 생긴게 3개 정도 더 나오는 것일 뿐 똑같이 생겼다. 문제는 짬뽕이냐 우동이냐 하는 것인데, 둘다 하얀색이다. 우동은 아예 국물이 없고, 짬뽕은 국물은 있지만 하얀색이다. 고민하고 말것도 없었다. 우동하나 짬뽕하나...

처음엔 둘다 그럭저럭 먹을만 했다. 중화요리이니만큼 느끼함이 있을거란 생각은 했다. 그리고 하얀 짬뽕국물은 담백한 맛도 있을 것 같고 말이다. 절반쯤 먹었을까... 희야가 더 먹으면 토할 것 같다고 했다 -_-;;; 해물과 야채는 많은 편이었다. 그러나 은근히 기름기가 줄줄 흐르는 것이... 한 그릇당 900엔, 한화로 9천원이나 되는 거금이었기에 아까워서 내가 다 먹어버렸다. 먹을만은 했지만, 또 먹고 싶진 않은 음식이다.
옛날 중국에서온 유학생들이 저렴한 가격에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직접 해먹었던데서 유래된 음식이라곤 하는데, 그래서인지 한국식 짬뽕에 길들여진 우리에겐 정말 '아니올시다'였다.

배도 채웠겠다, 사진 좀 찍자구
식당의 출구는 입구 반대편에 있었다. 시원한 에어콘 바람에서 벗어나야한다는 생각에 순간 짜증이 밀려오는 듯 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건, 물위에 떠 있는 듯한 네덜란드풍의 건물들과 집앞으로 다니는 배가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졌고, 강바람인지 바닷바람인지 모를 시원한 바람이 내 옷 속으로 들어와 끈적한 땀내음을 모두 실어가버렸기 때문이다.

마침 바로 옆에는 비록 낡긴 했지만, 한국에서 보기 힘든 자동차가 한대가 있어서 차옆에서 사진 찍길 좋아하는 희야랑 서로 한컷씩 촬영도 했다. 배가 불러서 그런지 졸려서 그런지 바쁘게 움직이고 싶은 마음보다는 불어오는 바람을 마음껏 맞고 싶었다. 오늘 오전내내 그랬던 바쁜 걸음은 어디간데 없고, 한적한 시골길을 함께 걷는 마음으로 천천히 한걸음 한걸음 내딛으며 몇분간은 뚜렷한 목적지 없이 마냥 웃으며 걷기만 했다.

건물만 아름다운게 아니다

얼마쯤 걸었을까. 어떤 커다란 건물 옆으로 돌아서 그늘로 들어가자 또다른 낯선 풍경이 들어왔다. 오늘 줄곧 보아왔던 벽돌건물과 벽돌도로, 가로등과 나무, 잔디, 풍차... 그런 것들과는 다른 느낌의 아기자기한 정원이었다. 누구나 자신의 마당 조그만 한켠에 만들어 보고싶음직하게 말이다. 작은 키의 꽃과 풀들이 나무들 사이로 수북하게 나 있었다. 그리고 중간중간에는 나무나 철제로 만들어진 소품같은 것들도 자리잡고 있다.

자연의 경관이라 생각하면 분명 꾸며놓은 티가 난다. 하지만 숲을 흉내낸 것이 아니라, 누구나 한번쯤은 갖고 싶어하는 자신만의 정원같은 느낌으로서는 만점을 주고 싶다. 크지 않은 공간에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조그만 정원 말이다.

이 나라의 궁전
여기 하우스텐보스는 하나의 나라라는 개념으로 지어졌고 운영된다고 한다. 물론 법적으로 그렇단 얘기는 아니지만, 출입하는 것을 입국, 출국한다고 표현한다. 마치 하나의 독립된 나라처럼 말이다. 그렇다보니 여기에도 왕족이 사는 궁전이 있다. (물론 실제로 왕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_-;;)

정원에서 나와 도로가 있는 쪽으로 나오다보면 바다와 운하가 연결되는 곳의 수문이 있고, 그 앞에서 순환버스를 타면 궁전입구까지 올 수 있다.
궁전입구에서 키큰 가로수와 잔디밭이 어우러진 길을 잠시 걷다보면 궁전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 화려하진 않고 소박한 느낌은 들지만, 한눈에 궁전같은 느낌을 주기엔 충분한 듯 싶다.

궁전 내부에서 가장 볼만한 것은 천정이 궁전꼭대기까지 달하는 방이다. 그곳에는 거대한 벽화가 그려져 있는데, 30여명의 화가들이 4년여간 작업을 해서 완성한 작품이라고 한다. 벽이 평평한 것이 아니라 둥근데다 천정도 둥글고 높이도 20미터는 되어 보이는 곳이었다. 벽화라고 해서 고대벽화나 고풍스런 느낌은 아니었고, 고대와 현대의 전쟁모습을 묘사하는 듯 화염과 구축함, 말 등등이 난잡하게 섞여 있는 듯했다. 아쉽게도 촬영이 금지된 곳이라 그 작품을 담아오지 못한 것이 아쉽다.

궁전 내부를 한바퀴 돌고 나면, 마지막에 뒷뜰로 갈 수 있는 출구가 있다. 궁전에 들어오기 전에 상상해봄직한 화려한 정원이 바로 뒷뜰에 있었던 것이다. 하얀 자갈과 다듬어진 나무, 그리고 분수...

궁전을 나오다보니 정원이 거기 뿐만이 아니었다. 우리가 그냥 지나쳐갔던 앞뜰에도 정원이 있었던 것이다. 가로수가 나 있는 곧은 길 옆에 있는 키높은 나무로된 울타리 안쪽이어서 몰랐을 뿐, 그곳에도 그리 화려하진 않지만 자그마한 분수와 장미나무로 우거진 정원과 키보다 높은 울타리 나무들로 만들어진 미로모양의 정원도 있었다.

그곳에서 제법 긴 시간동안 사진도 찍고 얘기도 하면서 쉬고 있었지만, 찾아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리도 벽에 걸린 궁전내부 지도를 우연히 보게 되어 알수 있었을 정도이니 그것도 무리는 아닌 듯 싶다.

대낮부터 호텔로~~ 급하다 급해~~ ````

다른 곳들에 비해서 제법 오랫동안 궁전에 있었던 것 같다. 시간이 3시가 다 되어가자, 우리는 서둘러서 호텔로 향했다. 우리가 묵게 되는 호텔이 여기 하우스텐보스 안에 있기 때문에 그런 점은 참 편했다.
아무튼 땀을 흘리며 부랴부랴 호텔로 향하면서도 중간중간에 보여지는 풍경에 사진 찰칵~~ 그리고는 또 급히 쫄레쫄레 호텔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러기를 수차례, 시원한 에어콘이 빵빵한 호텔로비에 들어섰다. 오늘 오후 3시 30분 부터 호텔 체크인을 받아주기 때문에 이 시각에 모이기로 한 것이다. 키를 받아서 방으로 짐을 옮기러 들어가려다가 일행으로 부터 범선 얘기를 들었다. 직접 돈을 내려면 한사람당 5천엔인가, 1만엔인가? 암튼 이곳에서 제일 비싼 코스였다. 우리가 가진 패스(자유이용권)로 무료탑승이 가능한 것이기에 그걸 놓치긴 너무 아까워서 호텔에 들어가자마자 대충 짐정리하고는 바로 뛰어나왔다.
어째 대낮부터 호텔에 들어가게 되나 싶었다.

별 재미는 없지만, 그래도 젤 비싼거 탔다 ^ㅇ^
범선의 마지막 승선시각이 얼마 남지 않아서 슬리퍼 신은 채로 땡볕아래를 10분 이상 뛰어간 듯 하다. 마지막 승선시각이라 그런지 사람이 엄청 많았다. 약 25분 가량 항해한다고 하는데, 갑자기 구름까지 걷히면서 나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여객실 안으로 들어가면 에어콘이 나와서 시원하다고는 하지만, 거기는 조그만 창으로만 구경해야 하고, 여기까지 와서 배타는 의미도 없을 것 같아서 계속 갑판위에 있기로 했다.

호주 시드니에서 크루즈호를 타고 배에서 식사도 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에 비해 썩 좋다는 느낌은 못받았다. 그렇지만 바람이 너무 강하지도 않고, 갑판도 제법 넓어 의자가 많아 갑판위에서 바닷바람을 쐬며 관람하기엔 괜찮아보였다. 그리고 요즘의 흔한 여객선이 아니라, 마치 해적선처럼 여기저기 밧줄이 돛대로 걸쳐져 있고, 눈에 보이는 부분은 대부분 나무이거나 나무모양으로 꾸며져 여객선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따가운 햇살 때문이었는지 희야가 치마를 입고 약간 부주의한 모습이 보이자, 내가 버럭 한마디 해버렸다. 이런 날에 내가 짜증을 잘 내서 조심하려고 했지만, 완벽하게 자제는 아직 힘든가보다. 아무튼 그것 때문에 한동안 서먹서먹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다행히 배가 출발하면서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농담도 주고받으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배에서 내릴 땐 손잡고 내렸던 것 같다.

대부분의 일정이 끝나가는 저녁무렵
여름이라 해가 길어서 그럴 뿐이지 저녁식사시간이 다 되어갔다. 배도 출출하고 해서 무엇을 먹을까 고민을 해봤다. 점심때 먹은 짬뽕을 생각하면 그냥 햄버거나 피자를 사먹을까 싶었다. 그러다 우리가 한국에서 가져온 컵라면 생각이 나서 호텔방에 들어가 그걸 먹기로 했다. 컵라면 먹고도 배고프면 그때가서 다른 것 사먹어도 되니까 말이다. 여기서의 컵라면은 그저 싸구려 간식이나 돈없을 때 끼니 때우기 위한 음식이 아니라, 한국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매콤한 별미 음식이나 마찬가지다. 한국 소주가 일본에서 위스키 대접을 받듯이 말이다. ^^;;
싸구려 컵라면을 정말 맛있게 잘 먹고 나서, 샤워를 한 후에 다시 밖으로 나왔다. 몸은 피곤하지만, 저녁에 있을 마지막 행사인 불꽃놀이가 있기 때문이다. 약 7분 정도 밖에 하지 않기 때문에 잠깐이라도 헤매게 되면 행사는 순식간에 끝나버린다. 그렇지만 아직 시간도 한시간 남짓 남았고 해서 오늘 못돌아본 아케이드를 돌아보기로 했다. 물건 살 일은 없을 것 같아서 전혀 근처에도 안가고 오직 관광만 했었기 때문이다.

가는 길에 주차해놓은 차가 보이면 냅다 달려가는 희야~~♡
나중엔 오히려 내가 나서서 "저기 가서 한번 서봐라~"
아무래도 조만간 희야의 자동차 화보집이 나오지 않을까 ㅡ,.ㅡ

이곳의 유일한 놀이기구, 회전목마

하우스텐보스는 일종의 테마공원이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는 놀이동산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실제로 놀이동산과는 다르지만, 그냥 별 생각없이 쉽게 표현하기로는 그렇다는 얘기다. 아무튼 여길 들어오면 볼 수 있는 것은 대부분 집과 도로, 나무, 풍차, 운하 등이다. 수원지에도 바닷가에도 있는 놀이기구가 여긴 거의 없다.
아예 없는 줄 알았더니 그래도 아케이드 부근에 실내에다 만든 어린이를 위한 간단한 놀이기구 시설이 있긴 했다. 그리고 그 앞에는 회전목마가 있는데, 내가 본 기억으로는 놀이동산 느낌을 주는 놀이기구는 이것 하나 뿐인 것 같다. (어린이용 실내놀이기구 제외하고...)

회전목마는 유치해보여서 초등학교때도 안탔었는데, 보자마자 "저거 타자!!"라고 외치며 희야가 달려갔다. 거참~~~ "천국의 계단"이라도 찍으려고 그러나... 막상 타고나서 사진 찍느라 이래저래 하다보니 시간이 다 지나가서 멈췄버렸다. 타긴 탔는지도 잘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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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뿐하게 일본이나 한번~ ^^*

호주로 신혼여행을 다녀온지 9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해외출장도 아니고 해외여행을 또 가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그것도 1년도 되지 않아서 말이다. 결혼하면서 새로 만든 1년짜리 여행자금용 적금통장이 있긴 했지만, 정말 그걸 여행자금으로 쓰게 되었다. 와이프를 잘 둔 덕분에 ^^;;
그리 큰 돈은 아닐지라도, 그렇다고 적지도 않은 여행경비... 게다가 외환위기때보다도 더 심한 경제위기상황... 모든 상황이 좋지 않았음에도 우리는 과감하게 해외여행을 한번 더 떠나기로 했다. 주말부부에다 혼자서 시부모님 모시고 사는 희야가 기특하기도 하고, 아기가 생기고 나면 최소 수년 안에는 국내여행조차도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돈이 더 들더라도 지금 다녀오지 않으면 한참 후회하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여행 안간다고 했음 어떻게 됐을까


여행출발하기 전날, 희야는 모자 3~4개를 꺼내서 이것저것 써보면서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몇개나 되는 반바지와 셔츠, 남방도 꺼내서 걸쳐보며 거울앞에서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어머니와 나를 번갈아보며 모자며 옷이며 써보고 입어보고는 "나 이뻐?"하고 물어보며 엉덩이까지 흔들며 흥얼거리는 희야... 과연 내가 일본가는걸 반대했더라면 어떡할뻔 했을까 싶을 정도로 신이나 보였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내가 더위를 잘타고 그럴때면 짜증을 잘 내기 때문에 이렇게 희야가 기대하는 여행을 망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래도 첫날밤은 호텔에서


신혼여행때는 호주행 비행기가 오후 출발이어서, 비행기안에서 첫날밤을 보냈었다. 다행히도 가까운 일본이라 오후에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호텔에서 저녁식사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호텔내에 있는 '스파'는 그저그런 목욕탕 수준이라는 얘기도 들리고, 남녀 따로 들어가야한다는 소리에 객실내 욕조에서 몸을 씻고나서 안마를 받으러 갔다. 물론 유료긴 했지만 2000엔 정도(한화 2만원)에 받을 수 있어서 부담도 적었다. 다리와 발을 맛사지를 받는 것이었는데, 받는 동안에는 조금 아픈느낌과 시원한 느낌이 같이 찾아왔지만, 다 끝내고 객실로 돌아올때는 날아갈듯 몸이 가벼웠다. 이왕이면 전신마사지도 받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무튼 맛사지를 끝내고 한결 가벼워진 몸을 이끌고 객실로 돌아온 우리는 내일을 위해서 일찍 잠을 청했다(라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_-;;). 물론 아직 신혼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날은 신혼여행을 온 듯 가슴이 설레는 밤이었다. 그래서인지 앞으로의 여행일정이 기대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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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비안베이에서

2009/09/16 23:04 | Posted by 찬이
비싸다는 케리비안베이~ 하지만 재미도 만만치 않았다. 평생 잊지못할 추억을, 희야와 함께 만들었다


우리도 거기 함 가볼까?

캐리비안 베이... 이름도 거리도 멀게만 느껴지는 것이었다. 부산에서 용인까지의 거리도 장난아니지만, 입장료만해도 몇만원이나 되는... 그야말로 사치스러운 곳이라 생각해왔다. 샤워비 몇천원만 있으면 되는 해수욕장, 아니면 풀장에서 지내던 여름 피서를 거의 열배나 되는 돈을 들여서 간다는게 사실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우리가 누구인가~ 꼭 써야할 돈이 아니면 아끼는 짠돌이 짠순이 커플이 아닌가... ^^*

TV에서도 "오렌지"라는 시트콤에서 케리비안베이를 배경으로 나오는 등 젊은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인건 사실이다. 결국 희야도 그곳엘 한번 가보고 싶다는 내색을 했다. 아니 지난해에도 그랬었던 것 같다. 그런데 솔직히 부담이 되니까 말로만 했을뿐...

그래서 마냥 망설이기만 하다가, 회사에서 입장권을 할인판매한다는 얘길 듣고 드디어 우리도 계획을 잡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은 웃기기도 하지만, 당시로선 캐리비안베이를 갈 수 있는 방법이란 생각에 마냥 좋기만 했다. 회사에서 입장권을 할인받고, 야간열차를 타고 간다~~??? ㅋㅋㅋ


준비됐나~? 준비됐다~!

수원에 도착했을 때는 새벽 5시 경이었다. 여름이지만 아직은 컴컴한 시각이었다. 아직 버스도 없을 것 같아서 근처 게임방에 들렀다가 6시반에 간단히 분식을 먹고 에버랜드가는 버스를 탔다. 그리 밀리진 않은 것 같은데도 한시간이 조금 더 걸린 것 같다.

캐리비안베이는 에버랜드 놀이공원과 나란하게 있는데, 그곳에 도착했을 때 정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침 8시 30분경, 에버랜드 앞은 정말 한산하고 조용했다. 반면 그 옆의 캐리비안베이는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주차장도 가득찼을 뿐만 아니라 수백명의 사람들이 입장을 기다리며 줄을 서 있었다. 희야랑 나는 처음 가보는 것이라, 아무것도 모르고 긴 줄에 서서 기다렸는데, 알고보니 그것은 반입금지 물품을 가진 사람들이 물품을 보관하면서 입장하는 줄이었던 것이다. 다행히 재빨리 눈치를 채고 바로 입장가능한 곳으로 냅다 달렸는데, 입장개시 30분만에 입장이 종료되었다. 한마디로 표가 있어도 못들어온다는 것이다. ㅎㅎㅎ 아찔한 순간이었다.

콩닥거리는 가슴을 잡으며 재빨리 탈의실로 올라갔다. 사실 계단도 사람으로 가득차서 빨리 갈래야 갈 수도 없었지만 말이다. 회사에서 구입한 표를 이용해서 수건도 무료로 대여하고,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에 올 수 있어 마냥 신이 났다. 아~ 여기가 바로 캐리비안베이란 말인가...!!
그런데 그 기분을 잡치는(?) 한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다.


도대체 어디있는거야!!


탈의실에서 수영복으로 다 갈아입고나서, 아무래도 희야가 나오려면 좀 걸릴 것 같아서 입구에 있는 환전소엘 갔다왔다. 베이코인이라고 하는 전자화폐를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손목에다 띠를 두르고 그 바코드를 찍으면 충전된 금액만큼 차감되는 식으로 운영되는 것이었다.


다시 탈의실로 들어오니 희야한테 문자가 왔다. "입구로 와" 짧고도 애매한 말이었다. 나는 아까 베이코인을 구입한 그 입구를 말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곳이 탈의실 건물로 들어오는 입구이기도 했고, 수영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이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질 않았다. 그렇다고 수영장엘 핸드폰을 들고 들어갈수도 없고 해서 다시 전화기가 있는 탈의실로 갔다. 전화통화도 되지 않고 정말 답답한 노릇이었다.

겨우 통화가 되었을때 나는 어디냐고 고함을 질렀고 서로 조금 다퉜다. 희야가 말한 입구는 탈의실뒤쪽에 있는 실내풀장으로 가는 입구를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 입구는 보지 못했고, 야외풀장 입구만을 봤었고, 희야는 그 반대였으니 길이 엇갈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1분 1초가 아까운 시간이었기 때문에 금방 화를 풀고 풀장으로 나갔다.


진짜 좋다, 그치?


불편해도 구명조끼를 끼고 놀아야 재미있단 말에, 대여해서 입어봤다. 첨엔 어색했지만 그게 몸도 가려주고 해서 오히려 좋았다. 뭐 눈요기할게 적어졌다고 생각들 수도 있었겠지만, 모래사장에서 비키니 입고 썬텐하는 여자들도 많으니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을 듯 싶다. 암튼 TV에서 봤던 해골바가지에서 물 쏟아지는 것도 구경하고, 인공파도가 치는 깊이 2m 풀장에 들어가서 놀기도 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봅슬레이같은 형태의 놀이기구였다. 이름은 잘 생각이 안나지만, 튜브를 타고 물이 흘러내리는 관을 따라 내려가는 것인데 속도감이 장난아니다. 물론 그보다 더 짜릿한 것도 있었지만 줄선 사람이 너무 많아서 타진 못했다.

군것질 삼아서 닭다리 훈제구이를 먹었는데,

맛있어서 두개씩 먹다보니 그게 식사가 되어버렸다. 좀 비싸긴 했어도 맛도 있고 분위기도 있고... 분위기라고 해봐야 수영복입고 다니는 사람들이지만, 그걸 먹는 순간에도 피서를 즐기고 있다는 느낌은 충분했다.
여기저기서 놀다 좀 피곤해졌다. 날씨도 흐려서 약간 서늘하기도 하고... 아래를 보니 조그만 냇가처럼 물이 흐르고 그 위로 튜브를 타고 물따라 천천히 흘러다니는 사람들이 보였다. 희야랑 나도 한몫끼어서 그곳을 두바퀴는 더 돌았던 것 같다. 그냥 조용히 흘러가며 얘기도 하고 하늘도 보며 여유를 즐겼다. 신나게 물장구치는 재미와는 또다른 것이었다.

조금 쌀쌀해졌다는 느낌이 들때쯤에, 마침 물따라 간 곳이 동굴같은 곳으로 건물안이었다. 흘러가던 사람들이 튜브에서 내려 옹기종기 모여있는 곳이 보여 가봤더니 훈훈한 기운이 전해졌다. 그곳엔 자연적인 바위로 만든 온탕같은 것도 있었다. 얼었던 몸을 거기서 녹히며 또 한번 오고 싶다는 얘기를 나눴다. 너무 행복해하며 말이다.


내가 망사 수영복을 입었었나? ㅡㅜ


한참 수영을 하다가 느낀건데, 내 수영복이 망사가 되어간다는 것이었다. 처음엔 몰랐는데 한참 놀다가 언뜻 보니까 속살이 약간 보이는 것 같았다. 얼마나 놀랬던지... ^O^ 알고보니 수영복안의 가는 고무줄들이 삭아서 끊어지면서 베만 남아서 망사 비슷하게 되가는 것이었다. 아~ 정말 민망하더만... 그렇게 티가 나는 건 아니었지만, 갈수록 그런 부위가 넓어져갔다. 그래도 ARENA 제품인데 이럴줄일야...
결국 그 사건 이후로 다시 더 좋은 수영복을 사긴 했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진짜 내 수영복이 망사인줄 알았다. ㅡㅜ


온 김에 에버랜드도 가자

기차시간도 있고, 날씨도 쌀쌀하고 해서 예정보다 약간 빨리 나왔다. 그래서 사진도 좀 찍고 먹을것도 좀 사먹고 하려고 말이다. 여기까지 온 김에 옆에 있는 에버랜드도 가보기로 했다. 둘다 삼성카드가 있어서 입장도 무료라 사진찍기엔 더없이 좋았다.
그런데, 조금씩 비가 떨어지는 바람에 서둘러 찍다보니 많이 찍진 못했다. 더군다나 정말 괜찮은 곳까지 가려면 한참을 들어가야하는데 그정도 여유도 없었다. 그래도 가져온 삼각대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찍으면서 여러장 찍었다.
놀러가는 횟수도 적고, 기념할만한 사진들도 많이 없는터라 남는 건 사진뿐이란 생각에서... 그래도 마음만큼 많이 찍히진 않았다. 36 판이 금방될줄 알았는데, 그것도 모자랄줄 알았는데.... ㅋㅋㅋ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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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장산공원에서

2009/09/16 22:47 | Posted by 찬이
1999년 여름, 희야랑 둘이서 간단하게 즐긴 피서 ^^*

부산에서 태어나서 줄곧 부산에서 살았지만 해운대, 광안리, 태종대 같은 곳 이외에는 별달리 아는 곳이 없었다. 죄다 놀 수 있는 곳이라면 만화방, 게임방, 술집, 영화관 등등 돈을 들여서 노는 곳이 주된 여가생활이었다. 하지만, 날씨는 더워져가고 다들 피서를 가고 해서 우리도 어딘가를 찾게 되었다. 그러다 갑작스레 희야가 제안한 곳이 장산이라는 곳이다.
그런데 장산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것도 내가 태어났던 동네에 말이다. 그곳의 뒷산이 모두 장산이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가 가려고 했던 장산은 장산공원이라고 알려진 곳인데, 해운대 신시가지까지 가야한다는 말만 들었다.



그러나 그쪽으로는 전혀 지리를 모르는데다 무더운 날씨에 허겁지겁 오느라 미처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나서게 되었다. 그래서 해운대역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내려서 길을 물었는데, 그곳에 오는 사람들 또한 대부분이 외지사람들이라 장산공원을 알지 못했다. 하는 수 없이 택시를 탔으나 의외로 가까운 거리여서 기본요금 남짓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장산계곡이라는 이름으로 듣고 와서 그런지 인공미가 가해진 모습들에 조금 의아해 했었다. 입구부터 조각품들이 있는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산길을 따라 들어가서도 조그만 계곡에 물놀이를 할 수 있게 이것저것 마련해놓은 것들이 많았다.

마치 밀양솔밭을 연상시키는 듯 곧은 나무숲 아래 그늘에는 벤치들이 있고, 철봉을 비롯한 여러 체력단련시설이 있었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 것은 계곡물이 천천히 흐르는 하류지역에 시멘트 등으로 가꾸고 물을 약간 막아두어서 어린 아이들도 맘놓고 놀 수 있도록 해놓은 점이다. 비록 자연속의 계곡을 그대로 두지 않고 시멘트를 발라 뜯어고쳤다는 것은 맘에 걸리지만, 알고보면 그렇게 해 놓은 것은 한정적일 뿐이며 어른들에게도 위험할 수 있는 계곡바닥을 깨끗하게 가꾸어서 가족들이 쉽게 쉬었다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마음에 들었다.


얕은 계곡물은 공원입구에서 얼마되지 않는 거리여서, 뭔가 아쉽기도 한데다 처음의 목표가 장산계곡이어서 끝까지 올라가보기로 했다. 폭포가 있는 곳까지 말이다. 사실 갈등을 하던 도중, 폭포까지의 거리가 얼마되지 않는다는 얘기를 얼핏 들었기 때문에 결정을 한 것이다. 더운날씨에다 구두를 신고 가서 그런지 생각보다는 꽤 걸렸다. 하지만 그리 가파르진 않아서 동네 뒷산 올라가는 정도여서 그리 힘들진 않았다.

계곡에 도착했을 때는 또 한번 놀랐다. 바로 계곡의 규모인데, 폭포라 하기엔 실망감이 들 정도로 낮은 높이였다. 다른 큰 계곡에서 흔히 볼 수 있을법한 높이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 그렇지만 다른 폭포들처럼 제법 넓은 웅덩이를 가지고 있었으며, 물이 너무 맑아서 바닥이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안쪽은 꽤 깊어보였다.

계곡이라하기엔 좁은 물줄기가 흐르는 곳이었지만, 물가에 바위가 있어 걸터앉을 수도 있었고, 어느 정도 물이 고여 천천히 흐르는 곳에서는 작은 물고기들도 볼 수 있었다. 단점이 있다면, 계곡이 좁다보니 바로 옆에 사람들이 있질 않아서, 사진 찍어줄 사람을 찾기가 힘들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소가족 단위 정도는 괜찮겠지만, 5~6명 이상이라면 계곡이 약간 좁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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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 외도로 가는 여행

2009/09/16 22:30 | Posted by 찬이

1998.12.25

거제의 외롭고도 아름다운 섬 하나

20년이 넘도록 부산에서 살았건만, 경남 거제쪽 지방엘 가본 적은 없었다. 물론 '외도'라고 하는 이상야릇한 이름의 섬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었고 말이다.
희야가 다니는 회사에서 같이 근무하는 여자후배 커플( 지금은 헤어졌으니 프라이버스 보호차원에서 언급하지 않음 )과 함께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거제도로 놀러가기로 했다. 같이 합의를 했다기보다는 그쪽 커플의 제안에 수긍하며 묻어간다는 표현이 정확하겠지만.

처음부터 외도를 갈 계획은 아니었고, 해금강을 보러 갈겸 드라이브나 하자고 해서 나선 것이었다. 그런만큼 부산에서 거제도까지의 도로상 거리가 그렇게 먼 줄도 몰랐었다.





해금강은 강이 아니다


승용차를 타고 대략 3~4시간은 달린 듯 하다. 우리는 묻어가는 처지였음에도 오히려 뒷자리를 차지하고 편안하게 왔다. 사귀기 시작한지 100일이 조금 지났을 무렵이니 한창 좋을 때여서인지 3~4시간도 그리 지루하지만은 않았다.
선착장에 도착하자 주차를 한 뒤에 여객선 표를 끊어야 했다. 글을 쓰는 현재는 7년이 지난 2006년이다보니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여객선 표 중에 해금강만 둘러보는게 있고, 외도까지 갔다오는게 있었던 것 같다. 가격도 만만치 않았음에도 풀코스(?)로 4장을 끊어서 배에 올랐다.

10분 남짓 배를 타고 가는 와중에, 바람이 차긴 했지만 갑판 위에서 사진을 찍기 바빴다. 바람 때문에 파도가 제법 출렁이는데다 배가 작아서 사진을 찍는게 쉽지가 않았다. 게다가 하늘로 치솟은 머리카락이며...
해금강이란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는 거제 앞바다로 흐르는 강의 이름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러한 강(river)이 아니라고 한다. 튀어나온 거제도의 남동쪽 끝자락에서 떨어진 듯한 조그만 돌섬들이 있는 곳이 바로 해금강이라는 이름의 주인공이었다.

그런데 그 돌섬들은 단순히 물위로 솟아나온 것만이 아니라, 돌섬사이로 네갈래의 수로가 나 있어 배가 다닐 수 있고, 그래서 섬 아주 가까이까지 배가 접근할 수 있었다. 특히나 볼만한 것은 각 섬마다의 색깔이나 모양 등이 다르다라는 점이라고 한다.
우리는 파도가 너무 거세서 대충 돌고 말았지만 말이다...;;;



외도는 외롭지 않았다


외도라는 섬은 사유지라는 얘길 들었다. 어떤 사람이 섬을 사서는 거기다 가꾸고 꾸며서 만들었는데, 너무나 아름다워서 많은 사람들이 거길 찾게 되었다라는 것이다.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직접 올라가본다면 자신의 눈을 믿기 힘들 것이다. 조그만 외딴섬에 있어봤자 뭐가 있겠나 싶었는데, 막상 올라가니 웨딩 야외촬영지로도 손색없을 만큼 잘 가꾸어진 정원이 펼쳐졌다. 그리고 실제로 야외촬영을 하는 커플도 있었고.
아름다운 곳들을 많이 찍었었는데, 카메라를 가져온 그 커플이 필름을 태워먹는 바람에 건진 건 몇장없다보니 7년이 지난 지금은 기억조차 잘 나지 않아 아쉽다.


그냥 가긴 아쉽지


외도에서 한바퀴 돌고 나서 뭍으로 나온 뒤, 바로 부산으로 향하지 않고 부근의 선착장으로 이동했다. 해안중에서도 약간 구석져 있어서 그런지 파도도 거의 없었다.

그곳에서 이번에는 보트를 탔다. 노를 젓는 보트... 물론 처음 타보는 것이다. 쉽게 탈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사실 막상 깊은 바닷물 위에서 흔들흔들 거리는 보트위로 발을 옮기는게 쉽지가 않았다. 구명조끼를 입었기에 빠져죽겠다는 생각은 안들었지만, 겁이 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도 꼴에 남자라고 강한 척 하느라 아무렇지 않은 척 먼저 배에 올라타서는 희야를 에스코트 해줬다.

희야와 나, 단 둘이서 한 배에 탔으니 당연히 노젓는 것은 내 몫이었다. 노젓는게 무척 힘들다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혹시나 바다로 나갔다가 지쳐서 돌아오지 못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처음 타는 것이니 별별 생각이 다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나보다. 그래도 빠르게 젓지도 않고 파도도 거의 없었기에 힘들다라는 느낌은 없었다.
조금 익숙해지자 같이 온 커플의 배까지 접근해서 카메라를 주고 받으며 사진을 찍어주는 여유까지 보였다.


색다른 경험, 색다른 기억


이전에는 학교 수학여행이나 소풍, 혹은 아버지 회사에서 가는 야유회 정도가 아니고선 다른델 다녀본 기억이 거의 없다. 물론 MT 같은 곳엘 가도 술마신 기억 밖엔...
이날처럼 놀려면 물론 자가용이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그동안 못누려본 시간일 수도 있다. 어찌되었든 이번 기회가 아니었다면, 언제 이렇게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까 싶다.

그때 같이 놀러갔던 커플은 지금 서로의 길을 가고 있지만, 그때 우리 넷이서 재미있게 놀았던 그 행복했던 시간들은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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