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금요일에 떠나는 2박 3일간의 캠핑여정이었다.
회사일도 집안일도 나나 와이프에게 모두 부담스러운 일정이었지만, 쉽게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니기 때문에 조금은 무모한 출발을 하였다.
집에서 출발할때부터 해가 넘어가기 시작했었고, 윗 지방에는 비소식이 한창이었기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비가 소강상태인지는 제법 된 듯 했고,
다음날 새벽부터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리더니, 아침에도 줄곧 적지 않은 비가 내렸다.
비오면 아이들이 심심할 것 같았지만, 타프밑으로 흘러내리는 빗물을 돌릴 겸 물고랑을 만드는 것을 보고는 이내 따라하며 노는 것을 보니, 역시 아이들이다 싶다.
시간이 갈수록 흘러내리는 빗물의 양은 많아지고, 공교롭게도 우리가 자리잡은 220번 데크는 빗물이 데크앞 공간으로 흐르는 곳이었다.
비가 많이 내리기 시작하자, 아침인데도 날이 어둡다.
아침식사는 간편하게 베이컨과 달걀후라이이다.
라면이 아닌게 어디야.
아침을 늦게 먹고 잠시 쉬었다가 따뜻한 텐트안에서 다시 잠이 들었다.
그러다 오후 3시가 넘어서야 점심을 챙기기 시작했는데, 캠핑생활 최초로 해물탕 도전이다.
물론 마트표 상품이긴 하지만, ...
오랜시간에 걸쳐 완성된 해물탕이다.
국물은 아이들이 먹기엔 조금 매웠지만, 작은 녀석은 의외로 꽃게 뿐 아니라 생선알 같은 해물도 잘 먹는다.
늦은 점심을 먹고 나서는 비가 그쳤다.
파란 하늘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땅에서 조금씩 물기가 빠져나가고 있었다.
아이들은 모종삽 대신 얼떨결에 따라온 숯집게로 풀을 옮겨심는 놀이를 하기 시작했다.
해의 모습은 아직 볼 수 없지만, 옅은 구름을 뚫고 햇빛이 비친다.
쌀쌀한 공기탓에 와이프가 몸이 안좋은지 일찍 잠자리에 누웠다.
아이들도 옆에서 뒤척이며 놀다 어느새 잠들어버렸다.
저녁식사를 하며 소고기와 함께 마시던 맥주는, 아이들이 소고기를 흡입하는 바람에 뒤늦게 과자 한봉지와 함께 어두운 텐트 구석에서 나의 소소한 즐거움 거리가 되어주었다.
세번째날 아침이 밝았다.
비가 내렸던 것은 아니지만, 높은 습도 때문인지 아침안개가 자욱했다.
나는 숲속에서 맞이하는 아침이 너무 좋다.
딱히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동해에 가서 일출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듯, 나는 숲속에서의 아침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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