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을 앞두고, 내 생애 첫 제주도 여행을 나섰다.
처음 비행기를 타보는 아이들은 비행기를 탄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렇게 즐거운지 출발하기 전 며칠동안 싱글벙글했다.
제주공항에 내려서 승용차를 렌트하였을때는 이미 오후 3시가 다 되어갈 무렵이었다.
식사라곤 늦은 아침으로 간단히 챙겨먹은게 전부이고 점심식사도 안한 상태였기 때문에, 계획했었던 한시간 거리의 산굼부리로 가는 것은 없던 일로 하고, 대신 공항에서 가까운 동문시장을 둘러보고 식사도 해결하기로 했다.
제주시내라지만 대부분 편도 2차선인데다 갓길 주정차하는 차량도 적지 않아서, 사실상 편도 1차인 곳이 많았다. 게다가 익숙하지 않은 렌트카 핸들을 막 잡았던 터라, 시장까지 오는 길이 결코 가깝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나마 내 차와 같은 급의 차량이었기에 좀 덜 했던 듯 하다.
제주 동문상설시장 주차장 건물에 주차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자, 건물 1층에는 횟집을 비롯한 식당들이 여러개 보였다. 하지만 자기네 식당 들어오라고 계속 손짓하며 부르는게 부담스럽기도 하고, 왠지 식당이 너무 많이 몰려있거나 눈에 너무 띄는 곳은 가격이 비싸거나 혹은 음식이 대충 나올지도 모른다는, 정말 근거는 전혀 없지만, 생각에 건물 주변을 다니다가, 주차장 건물 서쪽편 골목에서 우연히 눈에 들어온 '장춘식당'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나는 내장국밥을 골랐는데, 5천원이라는 가격에 건더기도 넉넉하고 공기밥도 밥그릇 가득 담겨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아이들과 와이프는 7천원짜리 고등어 정식을 골랐는데, 오후 3시까지만 제공되는 메뉴였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3시 반쯤 되었을 무렵이었다.
그래서 그냥 1마리짜리 고등어구이 메뉴를 시킬까했었는데, 가격이 만오천원인데다 식사메뉴가 아니어서 밥이 안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주머니께 여쭤보니, 점심때만 정식을 판매하는 것은 1인분에 고등어 반마리라서 나머지 절반을 남겨놓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시며, 흔쾌히 2인분 주문이라면 해주겠다고 하셨다.
아무래도 주문받고 조리를 하다보니 음식이 나오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듯 했지만, 크기가 상당히 크고 살도 두툼해서 정말 맛있고 배부르게 잘 먹었다.
지금에서야 검색을 하다보니, 제주도 연동에 같은 이름의 '장춘식당'이라는 곳이 있는데, 우리가 간 곳은 거긴 아니고 동문시장인 일도동에 위치한 곳이다. 맛집으로 알려진 곳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시장 인심이 느껴지는 맛있는 집은 맞는 듯 하다.
시장을 구경하다 '황금향' 이라고 하는 오렌지 맛나는 귤을 샀는데, 크기가 작고 겉과 속이 연두색이었다. 사자마다 다 먹어버려서 사진이 없네...;; 나중에 집으로 돌아와서 사먹었던 황금향은 주황색이었고 조금 달콤한듯 했지만, 이때 현지에서 사먹었던 연두색의 황금향은 새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제주도의 시장이라고 해서 많이 다른 것은 아니다보니 집에 가져갈 초콜릿을 조금 사고, 저녁에 야식으로 먹을 족발을 사들고 시장을 나와서, 인근에 있는 '삼양 검은 모래 해변'으로 향했다. 제주도라 그런지 가로수부터가 다르다.
검은 모래라고 해서 완전 시커먼 색은 아니지만, 많이 어두운 색은 맞다.
마치 물 먹은 모래 색깔이라고나 할까?
도착한지 얼마되지 않아 해가 넘어가며 노을이 생겼다.
얼른 삼각대를 세우고 한컷~
커피가 생각난다고 해서, 부근에 있는 커피숍을 검색해봤더니 우리가 알고 있던 브랜드의 커피점은 보이질 않았다.
그 중에 가까운 곳이 '팡' 이라는 커피숍이었는데, 정체를 알 수가 있어야지.
스마트폰 스트릿뷰로 확인해보니 다행히 가게 외부가 다방처럼 보이진 않아서 이곳으로 정했다.
걸어와도 될 정도의 거리였는데, 따로 주차장은 없어서 가게앞에 차를 세웠다.
왼쪽 창가에 보이는게 우리 차 ^^ (포터 말고... -_-;;)
막상 와보니 원목으로 꾸며진 아늑한 커피숍이었다.
신기하게도 창가엔 족욕을 하면서 차를 마실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었다.
나는 카페라테, 희야는 카페모카, 아이들은 핫초코~
날씨가 쌀쌀해서인지, 손님은 우리 밖에 없었다.
하지만 괜찮아보이는 곳인지라, 날이 좋을 때라면 손님이 제법 북적일 것 같다.
커피숍에서 나온 뒤, 아무래도 다음날 간단히 먹을 아침을 챙겨야겠기에 인근에 있는 '무지개 마트'를 들렀다.
10여대의 주차공간이 있는 조금은 규모가 있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족발고 함께 먹을 소주 한병, 그리고 다음날 먹을 시리얼과 우유, 빵, 컵라면 등을 샀다.
한화 리조트 조식이 18000원이고, 할인받으면 10000원이라고는 하지만, 우리 네식구가 4~7만원이라는 돈을 주고 아침을 사먹는 것도 그렇고, 제한된 식사시간을 맞춰야 하는 것도 그렇고 해서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외로 이곳 마트내의 제과점에서 산 슈크림빵이 참 맛있었다. 다음날 아침에 먹었음에도 빵이 부드럽고 슈크림도 한가득이었는데 게다가 가격도 2개에 1200원이었다. 유명 베이커리 절반가격? 맛은 상급~ 나름 맘에 든 선택이었다.
여기에서는 팥빵도 맛있었지만, 슈크림빵이 진리~
마트에서의 쇼핑이 끝나고 한화 리조트로 향했는데, 운전하는 내내
- 제주도는 무슨 과속방지턱이 이렇게나 많은지
- 가로등은 왜 이렇게 없는지
- 도로는 왜 이렇게 좁고 차선도 대부분 편도 1개 차선인지.
이런 생각만 줄곧 들었다.
늦은 저녁에 족발을 식사삼아 함께 먹으면서, 둘이서 소주 한잔 했다.
시장에서 사왔던 족발은 15000원짜리였는데, 뼈까지 포함해서 포장된 2만원짜리 족발만큼 고기로 가득 차 있고, 뼈는 아예 따로 담아주셨다. 시장에서 직접 삶으셔서 뜨끈뜨끈했던데다 색소도 안들어있고, 맛있는 앞다리살인데다 고기가 너무 많아서 담날도 먹었다.
동문재래시장 사이트에서 검색을 해보니 대략 '먹자1로' 위치쯤에 있었고, 식당이 아니라 삶은 고기류만 팔고 있는 가게였다.
점포검색을 해보니, 가게 이름이 '경남식육점' 이었을듯 싶다.
뭐 시장의 점포중 하나이니, 맛집이고 뭐고 그런 수식어는 걸맞지 않은 듯 하고, 또 시장이라서 저렴했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우리의 여행 일부를 차지했던 곳인데, 아쉽게도 사진이 없다보니 이렇게라도 적어두고 싶다.
첫날의 여행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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