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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제주도여행 - 셋째날

뭔가 아쉬웠던 콘도를 떠나는, 제주도 여행 셋째날이다.
첫째날에 가기로 했던 산굼부리에서의 억새밭 사진이 아쉬웠었는데, 아쉬운대로 콘도 앞에 이러한 풍경이 있어서 잠시 들러 한 컷 담으려고 차에서 내렸다. 그다지 이쁜 풍경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자주 볼 수 없는 것이기도 하고, 이런 사진이라도 하나쯤 있어야 그럴싸 하지 않을까 싶어서...

 

 

늦은 오전에 방문한 곳은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이다.
동물들에게 가까이 가서 먹이를 줄 수 있다는 점과 감귤 수확 체험도 가능하다고 하여, 아이들에게는 좋은 코스일 것 같아서 선정한 곳이다.

 

동물농장까지의 정원은 이쁘게 꾸며져있었다.
조금은 올레길 같은 분위기도 나고, 경복궁의 정원 같은 느낌도 든다.
나무도 풀도 다양하고, 조그만 폭포나 연못을 흉내낸 곳도 있다.

 

 

동물들이 있는 체험장에 도착했는데, 예상대로 먹이를 돈주고 구입해야했다. 작은 당근 한뿌리 정도되는 양인데 천원이나 한다. 아이들이 몇개 주고 나면 금방 없어진다. 시장에서 당근 좀 사올껄 그랬나.

여긴 다람쥐와 개를 제외한 모든 동물들이 당근을 먹는다.
염소도, 토끼도, 돼지도, 말도, 타조도 당근을 먹는다.
모아놓은 동물들이 당근을 좋아하는 것인지, 아니면 당근을 좋아하는 동물만 모아놓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토끼가 그다지 귀엽진 않다.
배불러서 늘어져 자고 있는 토끼가 태반이라, 겉모습이나 행동거지나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토끼의 모습이 아니다.
토끼가 아니라, 퇘지라고 부르는게 낫겠다.

 

매시간마다 흑돼지쇼가 진행되는데, 따로 관람료는 없다.
그런데 어떤 곳에서는 '흑돼지쇼'라고 적혀있고, 어떤 곳은 '먹이주기 체험'이라고 적혀있다.

이렇게 흑돼지들이 미끄럼을 한번 타고...

 

그리고 이렇게 먹이를 주는 것이 전부다.
20분을 앉아서 기다렸는데... ㅠ.ㅠ
곧 이어서 거위들도 내려오는데, 그 녀석들도 마찬가지다.

염소 같은 동물에게 철창 너머로 먹이를 줄 수 있는 곳은 많다.
귀여운 토끼나 다람쥐에게 직접 다가가 먹이를 주는 사진들이 있어서 그런 걸 기대하고 갔더니, 다람쥐는 작은 철창안에 갇혀있고, 다람쥐 먹이는 다 팔렸는지 없고, 토끼는 살이 피둥피둥 쪄서 늘어져서 잠만 자는데 이게 돼지인지 토끼인지 구분이 안간다.

승마체험도 할 수 있던데, 요금은 만원인데 거리는 정말 짧은 듯 감귤밭 몇번 왔다갔다 하는 듯 하더니 끝난다는게 체험 해본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더라.

 

 

감귤 수확 체험을 하러 갔다. 아까 올라오는 길에서 1인당 5천원의 추가요금을 내고 나면, 감귤밭에서 조그만 비닐봉투 1개와 감귤 꼭지를 자를 수 있는 커터 1개를 준다. 어른은 굳이 할 필요없어서 안하려했으나, 비용지불한 사람만 감귤밭에 입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이들만 입장시킬 수는 없어 하는 수 없이 4인 요금을 모두 지불했다.

손에 든 조그만 비닐봉지 한개와 커터 한자루를 주는데, 가방같은데 담아가지말고 봉지안에만 귤을 담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7개 정도 들어가려나...? 작은걸로 억지로 밀어넣으면 8~9개...?
게다가 노란색 귤은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시기가 맞지 않아서 그런건지, 사람들이 다 따버려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풋사과 같은 귤들이 주렁주렁해서 까먹어봤자 맛도 없고. 이걸 먹을 수는 없어서 나중에 집에 가져가서 며칠놔뒀다가 먹었다.

 

아이들은 재미있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왔건만 실망스러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잘 쓴 후기 뽑아서 선물 준다고 하던데, 솔직히 나는 그리 좋은 말 못 써주겠다.
어느 정도 구색 갖춰놓긴 했는데, 회사 휴가내고 비행기 타고 와서 얻은 얼마 안되는 시간에 찾아오기엔 좀 아쉽다는 느낌이 든다.

 

화산송이 체험이라고 하던데, 한동안 어디를 밟아야 하는건지 망설였고,
우리 뒤에 찾아온 사람들도 신발을 벗어놓고도 '여기 맞긴 맞나?' 라고 속닥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게 화산송이 체험인듯 싶다.
화산송이체험 입구라고 적힌 주위를 다 돌아봤지만 여기말곤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믿었다.

붉은 돌밭(?)을 건너면 발을 씻을 수 있는 조그만 개울같은 곳이 나온다.
하지만 발 닦을 수건 같은게 있을리는 없다.

 

이 날도 늦은 시각에 점심식사를 하게 됐다.
휴애리가 기대만큼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제법 넓은데다 어린 아이들의 관심을 끌만한 것들이 있다보니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기 때문이다.

점심식사는 제주도에서 빅버거로 유명한 '황금륭버거' 2호점에서 하는 걸로 결정했다.
식당으로 가는 길에 어떤 음식이냐고 묻길래, 큰 햄버거인 것 같다고 대답하자 다들 얼마만한 크기일까 서로 의견이 분분했는데, 어찌되었건 모두가 놀라는 크기였다.

 

맛 자체는 그렇게 특별할 것까진 없었지만, 일반 인스턴트 햄버거 맛이 아니라 샌드위치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황금륭버거 2호점은 팬션과 함께 있어서, 가게 앞에 정원과 풀장도 있는 곳이었다.
처음에는 이곳에 하루를 묵을까 생각했던 곳이기도 하다.
딱히 유흥거리가 있어보이진 않지만, 산중턱에 위치하고 있어 전망은 괜찮은 것 같다.
풀장이 제법 커서, 여름에 온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후에는 중문에 위치한 '박물관이 살아있다'를 가려고 했으나, 숙소로 잡은 팬션이 통나무집이라 구경도 할 겸 일찍 들어가려다보니 시간이 나질 않았다. 그래서 과감히 생략하고 일찍, 그래봤자 오후 5시쯤에 팬션으로 향했다.

'로그맨 하우스'라고 하는 통나무집 팬션인데, 우리가 예약했던 방은 홈페이지에 나와있지 않은 15평짜리 였으나, 방이 비어서 그런지 17평 짜리로 바꾸어주셨다. 집앞 마당이 전혀 없는 방인지라 아쉽긴 했지만, 2층 구조로 되어있어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다.

 

 

 

고급스럽다고 하기는 좀 그렇다.
벽이며 테이블에서 조차도 통나무의 투박함이 그대로 느껴지다보니 자연친화적인 느낌은 강하게 든다.
비록 텔레비전이나 냉장고, 전자렌지, 가스렌지 등은 낡은 것이긴 하지만 필요한 건 다 있는 듯 했고, 무엇보다 침구와 침대가 깨끗해서인지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2층 다락에서 잤는데, 다락방 창문에는 커텐이 없어서 새벽에 일찍 잠에서 깨는 것이 흠이었다.

 

그리고 사진에는 없는데, 이날 저녁식사도 안하고 팬션에 들어온터라 저녁쯤에 차를 몰고 애월읍으로 나갔었다. 8km 정도 떨어진 곳에 멕시카나 치킨이 검색되길래 찾아갔는데, 그곳은 불이 꺼져 찾질 못해서 부근의 'BBQ 치킨'에서 포장주문을 했다. 먹고 가고 싶었지만 내부가 많이 협소하기도 하고, 닭튀기면서 나오는 열기가 느껴져서 테이크아웃으로 결정. 계속 생선이나 돼지고기만 먹다가 닭고기를 먹으니 어찌나 반갑던지...

 

돌아가는 길에 다음날 먹을 아침식사거리를 사가기로 했다.
분명히 늦잠을 잘테고, 아침부터 식당을 찾아서 가야한다는 압박감이 너무 싫었다.

주변 상점을 검색해봤는데, 위의 지도에 나오는 '하나로마트'는 영업안하는 것 같았다.
하나로마트 찾으러 돌아다니다 몇백m 떨어진 곳에 '킹마트'라는 곳을 발견해서 그리로 갔다.

다음날 아침거리로는 시리얼이나 빵 대신 생우동을 준비했다. 같은 패턴은 좀 지겨운 듯 해서... ^^

 

숙소로 돌아와서 포장주문해온 후라이드 치킨을 먹었는데,
계속 생선이나 돼지고기만 먹다가 닭고기를 먹으니 어찌나 반갑던지...
다들 너무 잘 먹어서, 한마리를 더 사올껄 그랬나 싶을 정도였다.

무조건 맛집만 찾아다니는 것도 할짓 못되는 것 같고,
그냥 밤에 야식사와서 먹고 떠드는 이런게 더 재미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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