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의 두번째날 아침이 밝았다.
우리가 묵은 방은 2층이긴 하지만, 1층이나 마찬가지여서 창밖은 정원이었다.
어젯밤엔 컴컴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우리 얼굴만 비춰지는 으스스한 분위기여서 커텐을 쳐놓았었는데, 아침이 되니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다.
예정대로 어제 사놓았던 시리얼, 빵, 라면, 남은 족발 중 원하는 것들을 골라 먹은 뒤, 외출준비를 했다. 하지만 역시나 늦게 일어난데다 준비도 늦어져서, 10시가 넘어서야 출발했다.
다행히 오전 스케쥴의 목적지인 '에코랜드'가 가까운 곳이었긴 하지만, 그래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다.
이곳은 각 역을 순환하는 작은 기차를 타고, 여러가지 테마로 꾸며진 곳들을 즐기는, 그러한 공원이었다. 잘 꾸며진 곳이 많긴 했으나, 많은 블로그에서 극찬하던 만큼을 기대했다면 실망도 클 법하다.
돈이 아깝거나 할 정도는 전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필수 코스로 넣기는 뭔가 아쉬운 완성도를 보여준다고나 할까.
아직은 부족한 점이 적잖게 보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재미있는 소재의 테마공원으로서 가볼만한 곳인 것 같다.
왠만하면 맛집이라고 알려진 곳은 찾아가지 않으려 했는데, 아침 출발이 늦어져서 점심식사가 늦어지다보니 하는 수 없이 '에코랜드' 인근의 식당을 검색하면서 혹시나 해서 봐둔 '방목 흑돼지' 식당을 찾았다.
흑돼지를 처음 먹어보는 것도 아니고, 일반 돼지고기와 맛이 크게 다른 것도 아니고 해서 기대는 안했지만,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흑돼지 고기를 먹어본 소감을 표현을 하자면, '그냥 좀 맛있는 돼지고기'였다고나 할까.
분명 맛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1인분 15000원이라는 가격에 그 즐거움은 반감되는 듯 했다.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오후 스케쥴은 '제주 아쿠아플라넷' 방문이었다.
몇달전에 회사에서 할인가격으로 판매되던 것을 사놓았던 입장권을 가져왔다.
쿠팡같은 곳에서 할인해서 팔긴 하던데, 그것보다도 몇천원씩 더 저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공연을 보러 갔을때 스크린에 가족들 모습을 잡아주던데,
생각지도 않았을때 우리 모습이 나와서 얼떨결에 찍긴 했는데... ㅎ
공연 중에는 제대로 찍으려 몸을 자꾸 움직이면 옆이나 뒤에 앉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갈 것 같고, 나 또한 제대로 공연을 볼 수도 없을 뿐 아니라, 공연모습 촬영한다 하더라도 그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기 때문에 다른 사진들은 찍지 않았다.
아쿠아플라넷 전경이다.
바로 부근에 있는 섭지코지에 들렀다 가려고 나왔는데, 시간도 늦은데다 순식간에 어두워지고 해서 그냥 주차장에 차 세워두고 그 앞에서 바람만 쐬다 왔다.
저녁에 한화콘도로 돌아오니, 교환요청 해놨던 수건이 이렇게 놓여져있다.
어제 처음 들어왔을때는 누가 먹다 남겨놓은 콜라 큰 PET병이 식탁위에 놓여져있고,
방에는 엉뚱한 아쿠아플라넷 팜플렛외엔 그 흔한 리조트 서비스 안내책자 하나 없었고,
전기렌지에 불이 안들어와서 문의했더니 담당기사를 보내준다고 하고선 20여분 동안 소식이 없고,
결국은 전기렌지 차단기를 내려놓은채 우리에게 방을 줬던 것이었고,
거실에 걸린 시계는 배터리가 다 되서 시간이 멈춘지 오래였었고,
얼굴 닦는 수건을 교환요청했더니 신발벗는 곳에다 툭 던져놓고 가버렸네.
이런건 2~3만원짜리 낡은 여관에서나 받을 법한 서비스가 아닌가 싶다.
시설이 낡아서 묵은 때가 낀 것들이야 그렇다치지만, 이건 그런 차원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베갯잇이 너무 낡고 허름해보여 찝찝했던 것이나
거실 소파에 앉으면 쿠션이 앞으로 꼬꾸라질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그렇다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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