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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캠핑#11 - 청옥산 자연휴양림, 급체했던 날

이번 캠핑은 정말이지 힘들었던 것 같다.
출발하던 날, 속이 불편한 듯 하더니 결국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급체로 쓰러질뻔 했다. 절반도 못갔음에도 와이프에게 운전대를 맡길 수 밖에 없을 정도였고, 조수석에 앉아있는 것 조차도 무척이나 힘들 정도였다.

휴양림에 도착했을때에도 꼼짝도 할 수 없어, 같이 간 식구의 도움을 받아 와이프가 텐트만 쳤고, 내일 비소식이 있다는 소리에 저녁이 다 되어서야 겨우겨우 텐트 스트링을 당기고, 타프도 칠 수 있었다. 그마저도 아주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서 겨우 했지만 말이다.

청옥산 오면서 처음 보는 보름달이다. 이마저도 내일이면 구름때문에 못볼거라 한컷 담아봤는데, 나무가 너무 우거져서 달이 가려버렸다. 

 

둘째날의 아침은 아직 비 소식이 없는지 해가 쨍쨍했다.
주변의 높은 산 때문에, 해가 보이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이미 높이 떠 있다.

 

텐트 바로 뒷편도 우거진 숲이다.
처음 청옥산에 와서 자리잡은 데크는 313, 314번이었는데 바로 옆이 계곡이라 시끄러었지만, 이곳은 계곡이 조금 떨어져있고, 그마저도 유속이 느린 곳이라 잠은 조용히 잘 수 있었다. 

 

지난번에 숯집게로 흙장난하는게 보기 안타까워서 모종삽을 2개 샀다.
작은게 없어서 큰걸로 샀더니, 아이들이 갖고 놀기엔 좀 많이 큰 듯 하다.
그래도 막 쓰기에 튼튼해보이는 녀석들이고 가격도 얼마되지는 않아서, 사길 잘 했다 싶다. 

 

복숭아 씨를 달라고 해서 줬더니 그걸 심었나보다.

"나무를 밟지 마세요. 씨앗이 자라면 복숭아 씨앗이니까 뽑지도 말고 밟지도 마세요. 나무가 자라고, 복숭아가 자라서 복숭아는 따서 먹으시도 데요. 그리고 복숭아가 없으면 복숭아를 먹으신 다음 옆에 심어주시면 다른 사람도 드실 수 있으니 심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해먹을 묶으지 마세요.

연아의 복숭아 나무"

 

204번 데크 부근에 "출렁다리"라는 곳이 있다고 해서 내려가봤더니, 보수가 필요해서인지 출입금지였다. 하는 수 없이 돌아가려다 그 아래에 있는 계곡 부근으로 내려가봤다.

수영이 금지된 곳으로 제법 깊어보이기도 했고, 물이 그다지 흐르지 않는 곳인지 물속에 녹조류도 많아보였다. 

 

데크 옆으로 흐르는 물이 이곳과 만나는 곳 쯤에는 깨끗한 물이 흐르고 있었다.
작은 아이는 보자마자 발 담그고 싶다고 한다.
물이 아주 차가운데도 그래도 좋은가보다.

 

밤이 되자 아이들이 부루마블을 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아이들이 어려서 하기 힘들거라 싶었는데, 물론 돈계산을 어려워하긴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잘 논다.
그런데 분위기가 마치 음침한 도박장 같다.

 

 

밤이 깊어지자 바깥 공기가 너무 추워져서 일찍 텐트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새벽부터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 그러고보니 청옥산 세번 오는 동안 항상 비가 온 셈이다.
다행히 철수하려던 시간 쯤에는 비가 거의 그쳐서, 비록 말리진 못했지만 비맞지 않고 철수를 완료했다.

 

이번에 자리 잡았던 222, 223번 데크에 대해 평을 해보자면,
데크 앞에 아주 넓은 패쇄석 공간이 있어서 큰 렉타타프를 치고도 남을 만큼의 공간이 마음에 든다. 비가 많이 와도 물길이 흐르는 곳이 아니고, 살짝 경사는 있지만 테이블을 놓기에 불편하지 않고, 물이 고이지도 않고, 텐트 주변으로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목도 아니라는 것은 큰 장점이다.
222, 223번의 공간이 함께 붙어있어, 두 가족이 사용하기엔 더 없이 좋은 것 같다.

오캠장 위주로 가는 가족들이야 좋겠지만, 휴양림 위주로 가는 가족이라면, 공간이 너무 넓다보니 속닥한 분위기 연출이 어렵고, 나무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어, 해먹이나 빨랫줄을 걸 자리가 마땅치않다.
그리고, 화장실이나 개수대를 가는 길이 다른 데크 옆을 거쳐서 가야하기 때문에 조금 불편하고 멀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도 너무 먼 것은 아니고, 아이들 때문에 빈번히 다니기에는 약간 신경쓰이는 정도라고나 할까.

 

이번이 아무래도 올해 마지막 캠핑이 될 것 같은데, 전기가 되다보니 전기담요를 쓰면, 밤에 잘 때는 더울 정도이지만, 바깥에서 생활하기에는 제법 춥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휴양림에 어울리지 않을 뿐 아니라, 내게 있지도 않은 거실텐트와 난로를 사기도 그렇고,...

어쨌거나, 이번 캠핑도 무사히, 그리고 성공적으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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