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벌초를 가기로 되어있었다.
그래서 이번주 캠핑은 안하기로 마음 먹고 캠핑장 예약도 취소를 했었는데, 요즘 함께 캠핑을 다니는 윤이네 가족과 또 한번 같이 갈 기회가 되는 바람에, 벌초를 끝내고 저녁에 소백산 삼가야영장에서 합류하게 되었다.
타프도 생략하고, 돔텐트 하나 조차도 손을 빌려서 서둘러 자리를 잡았지만, 텐트를 막 다치고 나니 정말 어두워져버렸다. 낮에 내린 비에다 저녁에 내리는 이슬 덕분에 바닥은 너무나 젖어있어서 짐을 내리는데도 이것저것 귀찮고 힘들었다. 게다가 부근에 가로등이 없었다만 꽤 고생했겠다 싶었다.
그래도 윤이네 가족이 주차장 바로 옆 사이트를 양보해주는 바람에 늦은밤에 짐나르는 수고는 덜었다.
늦게 도착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이미 저녁은 간단히 먹을 계획이었다.
그런데 간단해도 너무 간단했다는게 흠.
돼지고기도 여분으로 남겨놓은걸 얻어먹은거... ㅎ
아이들은 식사를 하면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다.
우리가 오기전에 장작을 피웠던 화롯대에서 고구마를 구웠다는데, 너무 타버렸나보다.
그래도 고구마는 고구마인듯, 달콤하고 구수한 맛은 일품이다.
매점에서 구입한 참나무 장착으로 불을 피우면서 시원한 맥주와 함께 담소를 나눈다.
딱히 할 이야기가 많은 것도 아니고, 일찍 잠을 자면 편안하고 좋을 법도 하지만, 그래도 쉽사리 자리를 뜨고 싶지는 않다.
오늘따라 시원한 맥주와 먹는 매콤한 쭈꾸미 안주가 참 맛있게 느껴진다.
캠핑을 와서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참 좋다.
하늘이 없는 곳이야 있겠냐만은, 낮에는 낮대로, 밤에는 밤대로 평소와는 다른 하늘을 보여준다.
유난히도 밝고 많은 별들... 별것 아닌듯 하면서도 또 한번, 또 한번 고개를 들어 쳐다보게 만든다.
전기장판 덕분인지 춥지 않게 잘 잔 것 같다.
사실, 추위보다도 옆 텐트 아저씨의 코고는 소리가 더 힘들었다.
밤에 친 텐트라 그런지 정말 없어보인다.
소백산에서 처음으로 맞는 밝은 날이 되었다.
큰 아이들은 야영장을 가로지르는 작은 개울에서 종이배를 띄우며 논다.
항상 언니 오빠만을 따라다니다보니, 찬밥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나이차이가 나다보니 항상 뒤에서 구경만 하는 걸 자주 본다.
밑도 끝도 없이 어리광부릴땐 화가 나지만, 이럴때는 안쓰럽기도 하다.
그래도 언니 오빠가 놀던 것처럼 흉내를 내어본다.
신고 온 신발이 구두인지라 개울에서 맨발로 다니는데, 발바닥이 아플만도 한데 나올 생각을 않는다.
아침밥을 라면으로 때운 탓에, 철수를 하면서 인근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가기로 했다.
소백산 부근에 '동양대학교'라는 학교가 있는데, 그 학생 누군가가 적은 추천글을 보고 찾아가봤다.
찾아가다보니, 풍기역 바로 앞에 있는 곳이었다. 메뉴는 청국장, 설렁탕, 육개장.. 이 정도였던 것 같다.
음식 사진은 잘 안찍는데, 간만에 한번 담아봤다.
청국장은 콩이 좀 적은 듯 했지만, 한끼를 먹기에는 부족하지 않을 정도였고, 냄새가 심하지 않으며 짜지도 않고, 나름 맛도 괜찮았다.
육개장은 다들 맛있다고들 한다. 국물이 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설렁탕 육수 같은 느낌도 들고... 물론 정확한건 모르겠다.
설렁탕은 아이들 식사로 시켰기 때문에 한숟갈 정도밖에 먹어보진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이것도 먹을만 한 듯 했다.
풍기역 옆으로 주차장이 있는데, 식당을 가기 위해서 차를 세워둔 곳이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밥을 먹고 걸어들어오다보니 주차장안에 철길이 놓여있다. 물론 기차가 다니고 있지는 않다.
은하철도999를 연상케하는 기관차도 있다.
부근에 있는 부석사나 소수서원에 들러보려고 생각했었으나,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비추어보건대 나중엔 분명 지쳐할 것 같고,
집으로 가는 방향과 반대쪽인데다 거리도 거리인지라 바로 집으로 향했다.
캠핑장의 습도가 너무 높아서, 플라이 전체가 소나기를 맞은 듯 했다.
오늘만의 일은 아니라고 하니, 지리적 특성인가보다.
사진에는 없지만, 취사실(일명 개수대)이 우리집보다 더 좋다고 하던데, 반면에 따뜻한 물이 안나와서 샤워하는데 애로사항이 있고, 변기가 쪼그려 앉는 수세식이다.
참 괜찮은 곳이긴 한데, 국립공원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일반 오토캠핑장 분위기에서 벗어나진 않는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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