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으로 청옥산 자연휴양림을 다시 찾았다.
너무나 가고 싶어 거의 두달 가까이 열심히 예약을 했었건만, 이래저래 스케쥴이 꼬인데다 날씨까지 좋질 않았었기 때문에 줄곧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벼르고 벼뤘던게 이루어졌는지, 이번 주는 정말 날씨도 좋고 주말 업무가 크게 바쁘지 않을 듯 해서, 이 기회를 놓칠세라 서둘러 나서서 2박을 하게 되었다.

 

청옥산 명물이라 불리는, 거실텐트도 가능한 224번 데크는 함께 온 가족의 문리버에 양보하고, 우리는 225번 데크에 자리잡았다. 햇볕이 많이 들진 않는 곳이라서, 타프도 우리 것 하나만 펼쳐서 지내기로 했다.
나중 일이긴 하지만 2야영지의 괜찮은 자리를 물색하러 다녀봤는데, 우리가 잡은 224번 데크는 넓어서 거실형 텐트가 설치될 뿐만 아니라, 데크앞 공간도 많이 넓고 평평하며, 그 공간 대부분이 나무그늘이어서 정말 청옥산 휴양림에서 이보다 좋은 명당은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지난 캠핑때, 우리도 해먹사자는 딸아이들의 요구에 얼마전 택배로 도착한 해먹을 설치해봤다.
아래 사진의 붉은빛 해먹은 아니고, 위 사진에 있는 주황빛 해먹이 우리 것인데,
색깔 때문에 벌레가 잘 붙는 것인지 눈에 잘 띄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건 처음에는 유독 주황색 해먹에 날파리가 엄청 많이 붙어서 좀 당황스럽기도 했다.

 

길지 않은 시간에 대충 사이트 셋팅을 끝내고, 아낙네들의 저녁식사 준비가 시작되었다.
이전에는 주로 햇반으로 해결을 했었지만, 점차 쌀로 직접 밥을 해먹는 횟수가 늘어가는 듯 하다.

 

숯 피워 고기굽던 시절도 이젠 뒤로하고, 우리는 귀찮아서 그냥 구워 먹기로 했다.
물론 이번에는 휴양림 내에서 숯불 사용도 금지기간이긴 했지만, 그냥 좀 편하게 살고 싶은 생각이 더 간절하다.

 

파인애플 햄꼬지이다.
원래 약간 높이 걸어야 하는데, 내용물이 너무 많다보니 걸쇠에 걸어놓을 수가 없어서 하는 수 없이 직접 구웠다.
이렇게 하다보니 나무가 잘 타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이번에는 우렁이 강된장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내가 이러한 뻑뻑한 느낌의 된장요리를 좋아하는데, 와이프가 장보러 마트에 갔다가 발견을 한 모양이다.
물론 맛은 어머니 솜씨를 따라가지 못했지만, 그래도 제법 그럴싸하다.
여기다 돼지고기나 소고기 약간 썰어넣으면 더 맛있을 것 같은데.

 

저녁 식사를 마치고 맥주한잔하고, 일찍 사이트를 정리중이다.
일반 자동차야영장이라면 한창 시끌벅적할 시간이지만,
역시나 휴양림은 대부분 취침모드나 하늘보며 별 세는 시간이다. 
낮기온은 30도가 넘었음에도 해가 질 무렵부터 쌀쌀해지기 시작하더니 공기가 너무 차가워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두번째날이 밝았다.
역시나 아주 높다란 나무들로 우거진 숲, 그리고 그 위로 살짝 비치는 햇살이 너무나 좋다.
운전해오면서도 혼자 흥얼거리던 내 머릿속에 그려진 숲이 바로 내 눈앞에 펼쳐졌을때의 느낌.

 

우리 해먹에서 어제 있던 벌레들을 털어내고 누워봤다.
뭔가 어색하지만, 그래도 시원한 바람과 함께 내 몸도 살랑살랑 흔들리는게 묘한 느낌을 준다.
해먹속에 몸을 묻고 조용히 한숨 자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지만,
아이들이 나를, 그리고 해먹을 가만 놔두질 않는다.

 

우리 데크 뒷쪽 풍경이다.
아랫쪽으로 계곡이 있지만, 나무가 우거져서 이쪽으로 내려가보고 싶진 않았다.
경사 때문에 데크는 공중부양되어 있는데, 마치 2층 발코니에서 내려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아침부터 이야기 꽃을 피우느라 오늘 아침밥은 사실 3층밥이 되어버렸지만, 안지기들이 급수습을 한 끝에 다행히도 누룽지가 좀 있지만 그럭저럭 괜찮아진 듯 하다.
달걀후라이만 준비해서는 김과 김치 정도 곁들여 간단히 아침을 해결했다.
이런 숲속에서는 반찬없이 그냥 밥만 먹어도 맛있을 것 같다.

 

 

사람들이 묻는다. 캠핑가면 뭐하고 노느냐고.
뭘 하고 노느냐면, 그냥 논다.
캠핑오면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지 않고, 그냥 늘어지거나 산책을 하며, 그렇게 그냥 숨쉬기 운동을 한다.
집에서 뒹굴거리듯,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하늘을 바라보며, 나무그늘아래서 그렇게 웃으며 시간을 보낸다.

2박 일정이기에 여유가 많은 둘째날은 일부러 각자의 자유시간도 가져보기도 한다.
낮잠을 자기도 하고,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산책을 하기도 한다.
이해못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심심하게 쉬는 것, 그것도 숲속에서라면 상당히 즐겁다.

 

 

점심이 지나고 오후가 되어갈 무렵, 색다른 재미를 위해 준비해온 것을 꺼내봤다.
이번 캠핑때는 나름 업그레이드를 해서 '루미큐브'와 '도블' 이라는 게임을 챙겨온 것이다.
루미큐브는 예전에 인터넷 게임으로 처음 접했었는데, 원래 유명한 게임이라기에 구입을 해봤다.
도블도 유명하다고 그러네.

사실은 아이들이 심심하다고 하면 꺼내려고 챙겨온 것인데, 이틀이 지나도록 심심하다는 얘기를 안하더라.

 

아이들이 한차례하고 나서 어른 네 명이 둘러앉아 루미큐브를 하는데, 진짜 머리가 안돌아간다.
못해먹겠어...

 

루미큐브 대전이 끝나고 나서,
우리랑 함께 온 가족이 꺼낸 비장의 무기, '달고나'.
어릴적에 우리 동네에선 '쪽자'라고 불렀는데, '달고나'라고 하더라.
'달고나'가 표준말인가?
'쪽자'도 좋은데...

몸에 안좋은, 그냥 설탕덩어리일 뿐인데 왜 이렇게 맛있지.

 

다음에 예약할 때를 대비해서 또 다른 명당자리를 찾아볼까 하고 2야영장을 둘러보다보니, 250번대 데크 부근에 계곡에 위치한 물놀이장이 있었다. 물이 좀 있나 싶어 봤더니 얕은 물에 올챙이만 가득했다.
그래도 계곡인지라 위에서 물이 흐를법도 한데, 그리고 어디선가 물 흐르는 소리는 계속 들리는데 물놀이장 안의 물은 고여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쨌거나 이곳은 여름에는 물놀이장으로 사용되는 곳인데, 만약 여기서 놀 생각으로 올 것 같으면 258번 데크가 명당이 될 법 하다. 이곳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면서도 나무그늘과 넓은 공간까지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 시끌벅적하긴 하겠다.

 

 

많이 시원하고 춥기까지 했지만, 그래도 한낮에는 햇볕을 받으며 좀 걸었더니 제법 덥다.
잠시 땀을 식히며 시원한 맥주 한잔을 하는데, 안주를 찾다보니 초록색 봉지의 '오징어 땅콩'이 나온다.
'알싸한 맛, 오징어 땅콩'인데 상당히 레어한 것이라 하길래 먹어보니 겨자맛이 난다.
어른들 술안주로 먹기에 딱 좋은 과자인 듯.

 

여긴 다람쥐가 상당히 많이 보인다.
가져온 잠자리채로 다람쥐 잡으러 다니더니, 아무 죄 없는 솔방울 잡겠다고...

 

깊은 산이라 해가 일찍 지기 시작하다보니, 저녁준비도 조금 서둘러졌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매운맛 쭈꾸미 볶음.
가끔 포장해서 사오는 가게인데, 1인분 가격은 같지만 포장을 하게 되면 반찬거리 같은 것 없는 대신에 쭈꾸미를 많이 주기 때문에 2인분만 사더라도, 다른 음식과 곁들이면 어른 4명이서 부족함없이 먹게 된다.
돼지고기 일색인 우리 메뉴에 홍일점(?) 역할로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얼마 안있어, 옆 데크에 오신 분께서 생각지도 못한 '장어'를 보내주셨다.
이런 깊은 산중에서 신선한 장어라니 ㅎㅎ
우리는 우리가 딱 먹을 양만, 그것도 간소하게 챙겨오다보니 답례로 드릴게 마땅히 없어서, 비록 얼마 안되는 양이지만 쭈꾸미를 덜어서 갖다드릴 수 밖에 없었다.
딱히 힘 쓸데도 없는데 장어꼬리까지 친절히 보내주셨다.

 

아이들을 위한, 먹음직한 소세지 볶음.
물론 남은건 술안주가 되었고.

 

일발장전~!!! 발싸~!!!

 

첫째날도 그랬지만, 둘째날도 일교차가 너무 커서 저녁에는 많이 쌀쌀했기에, 적당한 음주후에 일찍 잠자리에 들 수 밖에 없었다.
밤하늘 찍어본다는게 술 마시고 자는 바람에 깜빡했네.
하긴 삼각대도 없었구나.

 

마지막 날, 아침식사는 언제나처럼 간단히 라면으로 해결하고, 사이트를 정리한 후 다른 곳에 구경을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송화가루가 심해서 타프 밑에서 밥 먹는다고 테이블, 의자, 코펠류 놔두다보니 짐 싸는게 너무 늦어졌다. 원래 10시 반에 출발하기로 했지만, 12시가 되어서야 겨우 나설 수 있었다.

 

도착한 곳은 휴양림에서 20여분 거리에 있는 청소년안전체험관이다.
지진, 해일, 설해, 테러, 화재 등에 대한 간이 체험을 할 수 있는데, 사실 이용료가 비싸다는 느낌이 들어 망설여졌다.
성인 22,000원, 어린이 18,000원...;;
그런데 평이 괜찮은데다, 집에서 쉽게 올 수 없는 거리다보니 한번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물론 청옥산은 몇 번이고 또 오긴 하겠지만)

소방헬기를 타고 산불을 끄러가는 4D 체험이 가장 인상깊었고 재미있었다. 어른들도 재미있다고 막...
그리고 눈사태를 주제로 한 설해체험관에서는 단편 3D 애니메이션 영화 형태로 나오기 때문에 재미삼아 볼 만한 듯.
그런데 그 외에는 그다지... 라는 느낌이 들었다.

 

 

 

 

곤도라를 타고 산 정상으로 갈 수 있다.
그곳에는 다른 야외시설과 전망대가 있긴 하지만, 아이들이 이용할 수 없거나  땡볕이라, 꼭대기까지 갔다가 바로 내려왔다.

 

지진체험관도 4D관이었는데, 내용이 너무 짧아서 아쉬웠다.
갑자기 막 흔들리고 무너지는 듯 하다가 끝나는 식의 영상이 3번 나오는 것이었다.

 

대테러체험관 진행중 한 장면.
대테러는 뭘 보고 느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배트맨이나 스파이더맨에 나올법한 악당들이 등장하고 그걸 추격하는 듯한 스토리인데, 아직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고 만화영화같은 소재인 것 같다.
이런 것보다는 폭탄테러같은 것을 주제로 하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대체로 3D, 4D 체험관 형태로 되어 있으며, 돈 값어치는 한다 싶은 정도인 것 같다.
다만 약간 영화같은 느낌이어서, 각 상황에 대한 현실감은 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3시가 다되어가지만 점심을 안먹은터라, 건물 2층에 있는 식당을 찾았다.
메뉴는 6가지인데 짜장밥은 안된다고 해서, 돈가스와 우동을 주문했다.

우동은 너무 볼품없어서 마치 중고등학교때 학교매점에서 사먹는 우동같은 느낌이었는데,
돈가스는 가장 비싼 6천원이고 '수제돈가스'라는 이름에 걸맞게 튀김상태도 좋고, 고기도 맛있었다.
함께 주는 콩나물국도 시원하고 괜찮은 듯 했다.
공기밥을 추가했더니, 작은 국그릇으로 한그릇을 주신다.

 

캠핑을 다니다보면 생각치못한 고생을 하거나, 마음대로 잘 안되고 일이 꼬이거나, 혹은 날씨나 교통상황 때문에 신경쓰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번 캠핑은 너무나 좋은 날씨와 알찬 스케쥴로 2박 3일을 보내게 되어 후회없는 캠핑이 된 것 같다.

그리고 네이버 길찾기로 2시간 40여분으로 계산되었고 휴게소 한번 거쳐간다 생각했을때 편도 3시간 거리라고 여겼었지만, 도로도 익숙해지고, 일부 도로가 개선공사된 곳도 있는데다 휴게소에 가지 않으니 거의 2시간이 살짝넘는 시간안에 도착이 되기도 했다.
조금은 거리가 멀긴 하지만, 텐트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시끄러운 주차장 같은 곳에서 캠핑하느니 한시간 정도 더 달려서 휴양림을 가는 것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보여진다.

마음 같아서는 매주매주 가고 싶지만, 또 언제 청옥산 휴양림을 찾게 될지는 모르겠다.
휴양림 예약전쟁이라는 1차 관문부터 회사업무와 가정사, 그리고 날씨까지 고려를 해야하니 여간 쉬운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조만간 또 오리라.

 

Posted by 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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