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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캠핑#15 - 청옥산 자연휴양림, 처음 간지 1년째 되는 날

오토캠핑의 시끄러움과 무료함, 번잡함에 시달려서 캠핑을 접고 싶은 마음이던 내가, 처음으로 휴양림이라는 곳에서 캠핑을 하게 된 것이 작년 이때였다.
내가 상상하던, 자연속에서의 캠핑에 한발짝 가까워졌고, 제2의 캠핑인생이 시작되는 계기이기도 했다.

성수기 시즌에는 사전신청후 추첨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경쟁률이 낮은 날짜와 장소를 선택하는 것이 지혜로운 선택이라 생각했다. 그렇다보니 공교롭게도 작년과 똑같은 날짜의 주말, 그리고 선호도가 살짝 약간 낮은 데크를 고르게 되었다.

작년에 함께 청옥산을 왔던 지인과 나란히 232, 233번 데크를 신청하였고, 우리집이 232번 데크, 지인이 233번 데크에 당첨되었는데, 지인이 일요일 출근계획이 잡혀서 토요일 저녁에 철수예정이라, 그나마 좀 더 좋은 233번 데크를 우리가 양보받았다.

230번 이후로는 데크 앞쪽 공간이 좁아서, 차를 세로로 주차할 수도 없을 정도이다.
그나마 233번은 그 라인 마지막에 있는 데크라서, 옆 공간이 많이 넓다. 경사가 좀 있긴 하지만, 비스듬하게라도 타프도 치고, 해먹도 걸고, 주차도 할 만큼 말이다.

 

저녁에 도착하는 바람에, 남자들은 사이트 구축을 마저 마무리하고, 고기를 굽고, 여자들은 늦은 저녁을 준비한다.

 

 

이번엔 술을 다양하게 준비해왔다.
와이프들의 작품이란다.
물론 한병씩 산 것은 아니다.

 

언제나 그렇듯, 밥과 고기와 김치, 그리고 야채 정도로 만찬준비는 끝이다.

 

고기는 한점 남았는데, 술도 남았다.

 

하는 수 없이, 과자 안주도 동원된다.

도착이 늦다보니, 저녁먹고 술한잔하고 나니 벌써 밤 11시가 넘어간다.

그런데 갑자기 중학생 정도일 것 같은 7~8명 가량 아이들이 그네를 타며 비명을 지르고 논다.
조용하던 청옥산에 자정가까운 시각에 비명소리로 가득하다.
고릴라 비슷한 소리에다 놀이기구 탈때 지를 법한 비명소리가 계속 들린다.
누가 관리실에 신고를 했는지 결국은 관리실 차량도 올라오고, 그리고 아이들 모두 해산.
사설오캠장도 아니고, 청옥산에서의 이런 모습은 처음 보기 때문에 당황스러웠다.
역시나 휴가철이라 그런가...

 

 

다음날, 어제 마신 술 때문인지 이뇨작용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새벽에 일어났다.
아이들은 아침부터 그림그리기, 색칠공부를 하고 논다.
아침에는 좀 쌀쌀한 느낌도 있다보니 텐트안에서 놀길 권했는데, 이렇게 놀고 있다.

 

아침이 되었기에 233번 데크의 전경을 다시 한번 담아본다.

 

만만한게 해먹.
언니 오빠 둘이서 놀면서 끼워주질 않으니, 혼자 해먹에서 놀고 있다.

 

사이트앞 다목적 캠핑장 부근에서 도마뱀을 잡아왔다.

 

 

"나도 한번 잡아보고 싶어"
겁낼 법도 한데, 호기심이 두려움을 이기나보다.

 

오후에 찾아온, 자유시간.
엄마와 그네도 타고,

 

그림도 그린다.

 

날씨는 흐릿하면서도 간간히 햇살이 많이 비친다.

 

다목적 운동장 때문에 좀 시끄럽기도 하지만,
바로 앞에 그네도 있고,
아이들 뛰어놀기도 좋은 곳이다.

 

어제 그렇게 떠들던 아이들은 휴양림 바깥으로 놀러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세상이 조용하고 평화롭다.

 

지인네가 철수를 하고나서 천둥이 크게 치더니,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약간의 바람까지 부는 바람에 비를 피하더라도 옷이 축축해질 것 같아, 대충 정리하고 텐트안으로 들어왔다.
지난 캠핑때의 분위기에 이어서 이번에도 우리가족끼리 윷놀이 대결을 했다.

 

마지막날 아침이 밝았다.
비는 자정쯤에 이미 그친 듯 했지만, 아직은 온 세상이 빗물로 촉촉히 젖어있다.

 

 

 

"아빠, 생신 축하해요"
캠핑 출발전에 열심히 준비하던, 선물과 편지였다.

"포스트잇이네...?"
"예, 그런데 한장은 썼어요"
정말 알뜰한 우리 딸...

 

"아빠, 나는 전에 줬지요. 그치요?"
그저께 언니와 함께 편지를 써놓고선, 빨리 주고 싶어 견디지 못하고 나에게 편지를 줬던 막내녀석.

 

데워먹는 미역국이긴 하지만, 청옥산에서 생일상을 받아봤다.
반찬이라곤 스크럼블 같은 달걀후라이 하나라는 것이 흠.
물론 케익도 없다.
그렇다고 초코파이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절대 섭섭해서 그런 건 아니다.

 

어젯밤에 내린 비 때문에, 아침이 바쁘다.
식후 모닝커피 한잔 얼른 마시고 나서, 비에 젖은 장비들을 말리며 챙기다보니 벌써 점심때가 다되어간다.

집에 도착해서 밥을 먹기에는 점심이 너무 늦을 것 같아서, 생각만 하고 있던 봉화에서의 점심식사를 실행에 옮겨보기로 했다. 그런데 전에 적어놨던 맛집들 이름이 어디갔는지 없다. 급한대로 인터넷 검색을 해서, 청옥산에서 약 50여분 정도 거리에 있는 송이요리 전문점 중 하나인 "인하원"을 택했다.

하지만 송이요리를 그리 좋아하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비싼 요리를 먹을 생각까진 들지 않아서, 송이 돌솥밥 2개, 송이 부침개 1개, 그리고 공기밥을 추가했다. 불고기는 미리 주문해야한다고 하는데, 혹시나 여유분이 있나 싶어서 여쭤봤지만, 준비된게 없다고 하셨다.

송이 그 자체의 맛과 가치도 있겠지만, 간만에 보는 다양한 나물 반찬들이 반가웠다.
하지만 특유의 강한 맛 때문인지, 아이들은 먹지 않으려 한다.

 

 

송이전이 나왔다.
얇게 썬 송이버섯이 채소와 함께 부쳐진 것이다.

 

 

그리고, 송이 돌솥밥이다.

 

먼저 나왔던 나물들과 양념장을 섞어 비빈다.
고추장 대신에 된장국만 넣어서 비벼도 맛있을 것 같았으나, 맵게 먹고 싶어서 고추장을 많이 넣어 비볐다.
그런데 아쉽게도 매운 맛은 없었다.

 

송이 우려낸 물이라며, 와이프와 내게 한잔씩 주셨다.
인삼주 생각이 나서 혹시나 술인가 싶었는데, 맑은 옥수수차의 느낌과 비슷했다.

 

돌솥밥이라면, 식사후에 누룽지가 제 맛.
나물반찬은 안먹더니, 누룽지는 서로 먹겠다고 난리다.

 

햇살이 너무나 뜨거운 오후였지만, 식당앞의 정원이 좋아서 잠시 둘러보았다.

 

 

 

 

바람이 뜨겁긴 해도, 정자 아래에서 부는 바람은 땀을 식혀주는 듯 하다.

 

 

TV에서 본 적이 있는데, 어떤 사연의 주인공이 말하길, 자신의 아버지는 여기저기 여행다니실때마다 항상 그곳의 자장면을 먹어보신다고 하였다. 그리고 덧붙여서 자신은 그곳의 치킨을 먹어본다고...

캠핑하는 것 그 자체가 좋아서 청옥산에 가는 것이긴 하지만, 이따금씩 오고 가는 길에서 다른 고장의 음식을 먹어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맛있는 음식에 들어가는 향신료나 빛깔을 내주는 데코레이션처럼, 캠핑여행을 좀 더 재미있고 기억에 남도록 해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매번 사먹는다고는 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