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주전, 장마기간일거라 예상하고 예약하긴 했으나, 막상 날짜가 다가오니 예약을 취소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커져만 갔다. 함께 가기로 한 가족은 비 때문에 안가기로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일기예보가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미련이 남았다.
그러다 하루하루가 갈수록 일기예보는 점점 좋아지더니 일요일 쯤에만 비소식이 있다고 하길래, 희야한테
"나 혼자라도 갈란다. 자기도 갈래 안갈래?"
라고 폼잡고 큰소리 한번 쳤더니, 그저 웃기만 웃는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가족 모두 가는 걸로 얘기는 됐고 해서, 남는 예약 데크가 있으니 혹시나 같이 갈 가족이 있나 찾아보려했는데, 희야가 대뜸
"나 아는 사람들한테 한번 물어볼께"
하더니 한시간도 안되서 두 가족을 모아오는 것이 아닌가. 비소식이 있는데다 장거리인지라, 캠핑 매니아 정도가 아니면 쉽게 결정하기 어려울거라 캠핑카페에서나 찾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캠핑경험이 많지는 않은 두 가족이 선뜻 나서서 무척이나 놀랬다. 청옥산의 힘인지, 희야의 힘인지...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출발하기 직전의 일기예보는 더 좋아지긴 했는데, 강원도는 '흐림', 경북은 '흐리고 비'였다. 청옥산은 강원도와 경북의 경계에 있는데, 과연...
저녁 6시쯤 집에서 출발하여 쉴새없이 달렸더니 청옥산에 8시쯤 도착하였고, 체크인하고 간단히 텐트 치고 했더니 9시 쯤 된 것 같다.
피곤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냥 자긴 뭔가 아쉬운 밤이다.
와이프가 나에게 루미큐브 한판을 도전했다.
지난번에 만원 내기했다가 두번을 지는 바람에 내 피같은 용돈이 바닥을 쳤다.
이번에도 뜯길게 뻔해서 거절했더니, 설겆이 내기라기에 한번 놀아주기로 했다.
맥주 한잔에 오징어구이 안주
나는 가성비 좋은 벨기에산 수입맥주, 희야는 맛있고 비싼 국내제조의 외국맥주
엄마의 승리와 아빠의 패배를 응원하기 위하여 텐트 밖으로 나온 녀석들.
하아~ 외롭다. ㅠ.ㅠ
게임이 제법 길어지고,
결국은 아슬아슬하게 희야의 승리, 나의 패배 ㅠ.ㅠ
날씨가 많이 쌀쌀해져서 밖에 있지는 못하고, 모두 안으로 들어갔다.
전등 색깔도 밝은 걸로 바꾸고...
다른 오토캠핑장처럼, 바로 옆에 다른 사람의 사이트가 있으면 함부로 시선을 두기 뭣하지만,
마음 편하게 있을 수 있는 여기는 여전히 숲속이다.
아침은 구이바다로 간단히 조리한, 냉동 볶음밥이다.
보통 조리된 냉동식품은 맛이 없기 마련인데, 집에서 만들어먹는 것보다 더 맛있다... ㅎㅎ
식당에서 사 먹는 볶음밥이 바로 이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아직 오전엔 쌀쌀하니, 텐트안에서 윷놀이 한판이 벌어진다.
심심할까봐 '도플'이랑 '루미큐브'를 사왔었는데, 부모님댁에 갔다가 남는 윷 한벌 챙겨온 걸 더 재미있어하는 것 같다.
바깥에만 나오면 열심히 공부하는 우리 따님들
아침부터 아이들이 요구하던 해먹을 걸고,
둘째 딸과 함께 누워봤다.
다른 가족들이 도착할 시간이 다 되자,
와이프도 바쁘다.
변신 비슷하게라고 해야겠지?
다들 예상보다 일찍 도착했다.
늦은 아침을 먹고 온터라, 점심은 간단히 군것질 비슷하게 해결한다.
함께 온 두 가족 중 한 텐트가 거실형 텐트라서, 우리의 224번 데크를 양보하고 옆의 작은 225번 데크로 이사했다.
텐트 한번 치고 2박 있으려 했더니, 결국 2박에 텐트 2번 치게 됐다.
갑자기 아이들이 환호성과 함께 스마트폰과 카메라를 들고 분주히 움직인다.
뭔가 싶어 가봤더니, 프링글스를 물고 있는 다람쥐 녀석을 촬영하느라 난리였다.
프링글스는 이곳 다람쥐를 위해 특별히 준비해온 간식이다.
잠시 조용하다 싶었더니, 이번에는 한달전에 왔을때 올챙이 잡았던 기억이 떠올랐는지 갑작스레 올챙이 잡으러 가자고 한다.
종이컵을 하나씩 들고 258번 데크앞의 물놀이장으로 갔는데, 근래에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물이 한가득 차 있고, 계속 흐르고 있어서 올챙이를 찾기는 커녕 놀기도 힘들어보였다.
물은 깨끗한데 바닥에 진흙이 있다보니 금방 탁해진다.
그리고 너무 차가워서 아이들이 한참을 망설인 끝에 조금씩 들어가본다.
아쉬운대로 가져온 종이컵으로 물장난
몸을 다시 씻고 말린 다음, 이번에는 잠자리를 잡으러 간다고 하더니 제법 잡아왔다.
나중에는 이 녀석들을 풀어주고, 다시 7~8마리를 잡아왔다가 다시 풀어주곤 하더라.
이제 슬슬 저녁을 준비할 시간이다.
우리가 양보한 224번에 렉타타프를 설치했는데, 역시나 크긴 크다. ㅎㅎㅎ
나는 귀찮아서 화롯대를 안가져다니지만, 아직은 열혈캠퍼이신 분께서 맛있게 숯불구이를 준비하시고, 우리들은 굽히자마자 바로 먹는다.
해먹은 셀프
돼지고기를 구웠던 화로에서 고구마를 굽는다.
숯이 좀 식은 후에 넣어야 하긴 하는데...
알루미늄 호일에 열을 가하는 건 안좋다고 하는데, 그래도 어쩌다 한번인데 싶어 ㅎㅎ
두번째날 오후도 그렇게 그렇게 넘어간다.
하늘이 맑지는 않아도 비구름이 보이진 않는다.
그리고 떠드는 우리 사이트 덕에 고생하셨을 이웃집 텐트가 보인다.
죄송합니다. ㅠ.ㅠ
저녁먹은 테이블을 치우다 발견된 낙관(?).
나의 비싼 원액션 테이블위에 데칼코마니되어 찍힌, 독일화가 막스 에른스트도 울고갈 정도로 잘 찍힌, 나무젓가락에 인쇄되어있던 인삿말, "건강하세요"
건강하긴 커녕, 홧병나서 죽겠다.
세번째날 아침이 밝았다.
다행이다.
하늘은 여전히 비소식이 없다.
우리 사이트 아랫쪽 풍경
그리고 윗쪽 풍경
이른 아침, 각자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 좋은 자유시간(누구는 늦잠자는 시간).
심심한 마음 반, 호기심 반으로 225번 데크 아래에 있는 계곡이 궁금해졌다.
그리 급경사는 아니지만, 슬리퍼를 신었고 카메라를 들었기에 조심스럽다.
땅이 젖은 부분은 부스러질만한 곳이 있어 아이들끼리 다니긴 조금 위험할 수 있겠다.
나무사이로 작은 계곡이 보인다.
적지 않은 물이 계속 흐르고 있다. 아이들 발 담글 정도로 좋을 듯 하다.
흔한 거미 한마리
함께 오신 분께서 루비의 머리를 땋아주신다.
간단하게 해주신 거라지만, 우리집에서는 보기 힘든 작품이다.
비는 안왔지만, 일기예보상으로 습도가 80~90% 라고 하였다.
햇볕이 들지는 않았지만, 아쉬운대로 산바람에 침낭에 묵혀진 습기를 날려보내본다.
첫 캠핑 때 구입한 초캠침낭, 그리고 가성비 좋으나 나한테 길이가 짧은 트라우마 락500 오리털 침낭.
추천해주신 분은 안불편한 길이라는 것이 함정 ㅠ.ㅠ
다람쥐는 심심찮게 나온다.
특히 식사시간 위주로 자주 나오는 것 같기도 하고,...
224번 데크 주변에 출몰하는 녀석은 '프링글스 오리지널'을 즐겨먹는다.
양파맛이었나 마늘맛이었나...그런 자극적인 건 입맛에 안맞아 하는 것 같더라.
철수하여 집으로 향한지 얼마되지 않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일요일에 비가 안오기로 되어있었지만, 태풍 때문에 또 살짝 틀어진건지...
어쨌거나 비 한방울 안맞고 재미있게 놀다왔으니 다행.
치울 짐이 많은 건 안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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