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때 만난 친구녀석이 새 SUV를 뽑으면서 갑작스레 캠핑을 시작한단다. 그래서 이래저래 조언을 해주다가 함께 캠핑을 가보자는 제안에 한달전쯤 부랴부랴 중간지점쯤에 있는, 충북 '밤별캠핑장' 예약을 하게 되었다.

온가족이 첫 캠핑에 들떠있었음에도 한달 정도를 기다려야하는 것이 힘들긴 했나보다. 그래서 앞당길려고 했었던 지난 주는 태풍 '나크리'가 왔었는데, 예정대로 캠핑을 하게되는 이번주는 태풍 '할룽'이 온다고 한다. 취소를 해야하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마침 태풍이 일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소식에 다행히 캠핑을 진행했다.

 

집에서는 약 2시간 10분 정도 거리.
1시까지 철수, 2시부터 입장인 곳인데, 너무나 느긋하게 철수준비를 하시는 젊은 할아버지 할머니 커플 덕에 미리 와있던 우리는 2시를 한참 넘긴 시간에서야 참다못해 철수를 좀 서둘러달라고 말씀드렸다. 우리가 말씀드리기전에는 철수시간의 존재 자체를 제대로 모르셨었나보더라.

게다가 처음엔 몰랐는데 같이 오신 젊은 할머니는 다리가 불편하셔서 목발을 짚고 계셨다. 그래서 선의의 뜻으로 도와드릴까 잠시 고민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나서서 도와드리는 것이 빨리 짐빼라고 재촉하는 것처럼 보일 것 같기도 해서 그냥 더 이상 재촉도 하지 않기로 하고 기다렸다.

친구보다 뒤늦게 왔던 우리가족은 2시간 가까이 기다린 끝에 사이트를 구축했지만, 친구녀석은 첫 캠핑이라면서 혼자 텐트, 타프를 어설프게나마 이미 다 설치해놓은 상태였다. 덕분에 나는 이래저래 아는 척 좀 해주고 가르쳐주며 내 사이트 구축하는데 부려먹은 셈이 됐다.

 

아이들 데리고 수영장 한번 다녀오고, 잠자리 좀 잡고 놀다보니 벌써 저녁시간이다.
나의 구이바다와 함께, 회사 복지포탈에서 구매했다는 구이바다와 거의 비슷하게 생긴 '올리브 BBQ'가 삼겹살 만찬을 준비한다. 구이바다의 장점이 직접 체감이 된다고 한다.

 

사이트 앞은 이렇게 차를 일렬로 세워서 주차를 한다.
게다가 바로 앞에 보이는 차가 친구가 새로 뽑은 캡티바다.
폴대가 쓰러지면 끝장이다.

 

이곳은 유난히도 잠자리가 많다. (물론 손가락 길이만한 왕귀뚜라미 같은 녀석도 아주 많다)
뜨거운 낮이 될수록 엄청 많이 나타난다.
친구는 잠자리채 한번 휘둘러 두마리를 잡는 기염을 토한다.
돈되는 것 말곤 다 잘 한다.

 

잡은 잠자리, 또 한번 잡아봐야 직성이 풀린다.

 

우리가 자리잡은 곳은 C7, C8번 사이트였는데, 전방이 동쪽이다보니 아침에 타프밑으로 해가 짱짱하게 비친다.
너무 더워서 친구녀석 텐트 뒤로 테이블을 옮겼다.
웨빙스트랩없이 친구 혼자서 텐트위에 타프를 친데다, 폴대를 따로 구매했다보니 높이도 280cm 로 엄청 높아서, 뜻하지 않게 뒷쪽으로 그늘이 많이 생겼기 때문이다.

 

어제도 갔었지만, 오늘도 수영장엘 간다고 한다.
수영장은 생각보다 작다.
어른들 놀이공간까진 안되고, 그저 아이들 물장구 치기 좋은 수준이다.
하지만, 너무 차갑다.
아이들의 입술이 파르르 떨릴 정도로...
어제 오후 4시쯤에는 그래도 덜 차가웠는데, 밤새 지하수로 물갈이를 했는지 얼음장같다.

 

 

충주 밤별캠핑장은 전반적으로 좋게 소문이 난 것 같다.
그래서인지 실망스러운 점들도 없지 않았는데, 내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화장실, 샤워실, 개수대가 좀 마음에 안들었다.

나는 그 중에서 특히 화장실이 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곳 캠핑장의 다른 야영지는 사정을 잘 모르겠지만, C야영지의 경우에는 컨테이너 박스같은 하나의 건물안에 화장실, 샤워실, 개수대가 있는데, 그 중간에 민박도 있다. 남녀 화장실 각각 두 칸씩인데다 화장실 벽 너머는 민박, 화장실 문열면 바로앞에 다른 사이트의 텐트. 이건 마치 남의 집 안방 화장실에 들어가서 볼일 보는 기분이 들만큼 조심스럽고 불편하다.

물론 문이 뻑뻑해서 여닫는 것이 힘들고, 그래서 잠그는 것은 더 힘들고, 개수대는 뜨거운 물이 나왔다가 찬물이 나왔다가 하는 것이 심하고, 세면대에서 내려가는 물이 하수관으로 곱게 안들어가고 바닥에 그대로 떨어지면서 신발이 계속 적셔지는 곳도 있고, 수도꼭지가 흐느적 거리고 물줄기도 약한 것도 불편하긴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전반적으로는 좋아보이긴 하지만, 화장실 부근 사이트라면 절대적으로 피해야할 것 같은 곳임은 분명한 것 같다.

 

캠핑장을 나서자 비가 한두방울씩 떨어진다.
늘 그렇듯 캠핑장을 나서는 때가 점심식사 시간이기에, 근처 맛집을 검색해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럴싸한 것 중에선 가까워도 20km 넘게 가야하고, 마음에 드는 곳은 40km 를 가야하는데, 친구와 나는 방향이 정 반대라서 밥한끼 먹자고 시골길로 40km 를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출처 : 네이버 지도

그러다 '우미랑' 이라는 메밀소바 가게를 찾아갔다. 아이들은 메밀소바를 못먹을 것 같아 내심 걱정되어 돈가스도 주문했지만, 고추냉이를 넣지 않은 메밀소바는 의외로 잘 먹기도 했다.
카메라를 들고 들어가지 않아서 음식사진은 찍지 않았지만, 시원한 메밀소바는 인터넷 검색시에 봤던 다른 사람들의 평가처럼 맛이 괜찮은 듯 했다. 다만 비빔막국수의 경우에는 얼음이 없어서 그랬는지 기대에는 못미쳤다.
맛에 대한 감정 같은 건 못하겠지만, 적어도 이 부근에 다시 온다면 한번쯤 더 오고 싶은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어쨌거나 그리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간간히 비가 뿌리기 시작하더니, 집에 가까워올수록 상당히 많은 비가 내린다. 태풍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비소식없는(뒤늦게 살짝 뿌리긴 했지만) 충북으로 캠핑장을 한달전에 예약했던 것은 정말 신의 한수였나.

 

Posted by 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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